“소심한 사람들이 큰일을 해냈다!”
김이환 장편소설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를 읽고...
-양기순(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코로나19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소설 속 arcvirad-2020(수면 바이러스)를 겪고 있는 상황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잠든 세상에 찾아옵니다. 우연인지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가 소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소심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소심함의 특징을 잘 살려 그려낸 이야기에 푹 빠져서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제목에서 <소심한 사람>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줬던 모습이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소심한 사람>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심한 사람은 배려하는, 양보하는, 남을 위하는, 책임감 있는, 약속을 지키는, 조심하는, 약한 자를 생각하는, 따뜻함이 있는, 도와주는, 작고 힘이 없지만 큰일을 해 낼 수 있는, 부끄러워 하지만 뭔가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용기 있게 나서는 등의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심한 사람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어떤 유명한 심리학책 보다 더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책을 읽는 나에게 “너 잘 살고 있어!” “괜찮아!” “네가 바보가 아니야!” 하고 힘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옛날이야기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돕고, 선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잘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는 점에서 닮았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무서운 팬데믹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말도 안 되게 가볍게 그려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 어려움이나 사람들의 힘든 감정이 빠져 있는 등 허술한 점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소심한 저는 읽는 내내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읽고 나서 큰소리로 “그래 나 소심한 사람이야! 그게 뭐 어때서!”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