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고 소박한 산, 거창 감악산(紺岳山)
(경남 거창군 남상면 무촌里와 신원면 과정里)
서울엔 첫눈이 내렸었고,
수능한파가 있을 거라는 기상예보도 있었다.
요즘은 바람결이 차고 쌀쌀맞은 초겨울 날씨다,
그제(15일)는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9km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지 불과 1년 2개월만이다.
우리나라 현대 지진(地震) 계측사상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란다.
기상청은 이날 전진(前震)과 여진(餘震)을 포함해 하루 사이에 30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더 작지만 진원지가 얕아 강도가 세져 전국적으로 진동이
있었다고 한다.
지진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2018년도 대학 입학전형
일정 변경 안을 오늘 발표했다.
지진으로 부상자가 발생했고,
민간주택과 건물, 학교, 문화재 등 공공시설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에서는 포항에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오늘은 금광산악회의 세 번째 금요산행일이다.
병인지 몰라도 산행이 있는 날은 밤에 잠을 한숨도 못자고 일어난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아침을 대충 먹고 산행준비를 하고 TV를 보다가 집을 나섰다.
기상뉴스에서는,
오늘은 전국적으로 기온이 낮고 낯부터는 양은 많지 않지만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를 했다.
준비는 했지만 날씨가 싸늘하고 추웠다.
건강 때문에 지난주 대둔산 산행을 못하고 2주 만에 나왔더니 총무와 회원 모두들
반갑게 반겨준다,
비가 온다는 기상청일기예보 탓인지,
아니면 포항지진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산행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많지 않았다.
총무가 “우등고속버스 타고 서울 간다”고 웃으면서 농담을 한다.
그래도 산행을 한다는 것은 내가 건강하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인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산행하는 거창 감악산은,
“거룩한 산”이라는 뜻으로 경남 거창군 남상면 무촌里와 신원면 과정里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952m이며 거창의 진산이다.
산의 능선은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으며 남쪽 청룡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감악산(紺岳山)은,
802년 신라 애장왕 때 감악(紺岳)조사가 창건하였다는 감악寺가 있었는데
빈대가 많아 폐찰 되었고 연수寺(演水)가 새로 창건되었다.
감악산의 산 이름은 거룩한 산, 신령스런 산, 큰 산의 뜻이 되는 감 뫼로 곧
여신(女神)을 상징한다고 한다.
6.25 전쟁 때에는 감악산 일대에서 국군이 신원면 일대 청년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거창양민학살사건(居昌良民虐殺事件)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2012년에는 “거창 감악산 물맞이 길”이 조성되었으며
거창군 신원면 과정里, 덕산里 일원에 조성된 풍력 발전 단지에는
감악산 풍력발전소가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거창분지의 남쪽에서 서쪽 대용산과 동쪽 대덕산, 돌 마장山, 매봉산들을
거느리고 한 일자로 흐르고 있다.
산 고스락 감악평전에는 1983년 6월에 세워진 KBS, MBC TV 중계 탑이 있다.
동쪽에 합천호가 있어 안개가 잦은 편이며 정상에서 합천호 운해를 보는 장관이
빼어나다.
연수寺에는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기념물:124호)가 있으며 일대에 물이 맑고,
약수로도 유명하다.
감악산의 전설로는 연수寺 샘물로 신라 헌강왕이 중풍을 고쳤다하는 얘기와
고려 왕손에 출가한 여승과 유복자와의 사연을 담고 있는 연수寺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연수寺는 절 이름에 “물 수”(水)자를 넣어 지었듯이 샘과 인연 깊은 사찰이다.
경남 거창은 광주에서 지근거리라 2시간 정도 걸려 산행 地에 도착했다.
산행버스는 가재골주차장에 주차하고 우리를 내려주었다.
산행은 오전 10시 20분에 시작되었으며 하산시간을 오후 3시 30분으로 정했다.
오늘 산행은 원점회귀코스로,
가재골주차장에서 출발:- 선녀폭포 -과수원 - 선녀폭포전망대 -다리(2) -갈림길
-정자쉼터 -능선갈림길 -이정표(2) -감악산 정상 -송신탑 -이정표(2) -연수寺
-물 맞는 약수 탕 -이정표 -다리 -가재골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약 9km, 4시간소요) 코스였다.
산행버스에서 내리자 말자 산행1팀은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으며,
나는 회장과 송 국장, 그리고 “양파”, “경옥”과 5명이 한 조가 되어 선녀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주차장 아랫길로 낙엽을 밟으며 내려갔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사이에 있는 감악산은
단풍은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고 낙엽은 길가에 떨어져 쌓여있다.
한 참을 내려가니 시멘트포장 도로가 나왔으며 조금만 난간다리가 하나 있었다.
수량은 적으나 서 너 개의 폭포가 차례로 흘러내리고 있는 선녀폭포였다.
낙엽 쌓인 산길을 미끄러지면서 언덕을 올라가니 선녀폭포전망대였다.
난간다리에서는 위로 쳐다보고, 전망대에서는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때는 볼만한 경치였다.
낙엽을 밟고 길을 걸어가니 구르몽의 시 “낙엽”이 생각났다.
낙엽
(구르몽 作)
시몬, 나뭇잎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의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구나.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녘 낙엽의 모습은 쓸쓸하구나.
바람 불어칠 때마다 낙엽은 조용히 외치거니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는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 낙엽 밟는 소리가
다리가 아파 감악산 삼거리에서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보행 능력에
맞게 걷기로 했다.
마을 한 사람이 내려오면서 나를 보더니 조금만 가면 “정자쉼터”가 있다고
경상도 어투로 알려 준다.
나는 내 체력에 맞게 걷다가 되돌아 내려가기로 했다.
정상에 올라가면 해맞이전망대, 풍력발전기, 감악평전을 볼 수 있을 거고,
연수寺에서는 기념물인 600년 된 은행나무도 볼 수 있으리라.
나는 2시간정도 걸어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산행버스 최 사장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길 레 함께 점심을 먹었다.
산행은 오후 3시에 끝이 났다.
회원들은 산이 작아도 지루하지 않았고 아기자기한 맛이 풍기는 좋은
산행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마음 아픈 날엔 가만히 누워 견디라
즐거운 날이 찾아오리니
마음은 미래를 산다.
지나치는 슬픔엔 끝이 있게 마련
모든 것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그러면 내일은 기쁨이 돌아오느니
오늘은 회원 수가 적다고 하산酒 준비를 하지 않았고,
창평에서 돼지국밥을 사먹기로 했는데,
나는 소고기 비빔밥을 먹었다.
고맙게도 오늘 식대 전부를 “방랑자”부부가 내버렸다.
광주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세상에!
(2017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