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의 가치
신성욱(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올해 초 국내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K리그 통산 4회 우승 등 K리그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한 전북 현대 모터스의 구단 스카우터가 심판과의 부적절한 접촉을 통해 금품을 제공하여 심판을 매수하였다는 소식이다.
위 사건의 관련자들은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스카우터 A씨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심판 B씨 징역 3월·집행유예 2년·추징금 300만 원, 심판 C씨 징역 2월·집행유예 2년·추징금 200만 원)를 선고받았고, 이에 검찰이 항소하여 항소심 사건이 계속 중이다. 위 형사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전북 현대 구단에 2016 시즌 승점 9점 감점,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부과하였다.
위와 같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수위가 적정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현재 축구팬들의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기에 이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와 같은 K리그 최고 명문구단의 심판매수에 관한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분명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상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 경기의 승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조작되었는지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축구팬들은 내가 응원했던 팀과 선수들의 경기가 심판에 의해 조작된 경기였을지 모른다는 배신감에 허탈해했다.
심판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 어느 한경기라도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발견된다면 전체 경기의 공정성에도 의심이 생길 수 있고, 가장 객관적으로 노력과 땀의 가치를 통해 승부를 겨루어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다는 것은 그 본질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드러나는 불공정성에 대한 보도들로 인해 국민들은 큰 허탈감에 빠져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특혜 의혹 등으로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은 위 심판매수 사건을 접한 축구팬들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리라 짐작된다. 위와 같은 불공정성은 공정함을 기대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기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사회의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진위를 판단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의 공정성은 더욱 크게 대두된다.
어떤 의미에서 재판은 축구경기와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재판의 당사자에,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은 방청객, 넓은 의미에서는 대중에, 부적절한 반칙을 지적하고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 심판은 법관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축구경기에서의 심판과 마찬가지로, 재판업무 및 업무 외적인 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의 의심을 받게 할 만한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은 법관의 숙명이다. 법관은 재판의 당사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처분권주의 및 변론주의의 틀 안에서 양 당사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반칙은 공정하게 지적하며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특혜 시비를 없애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공정성의 가치가 대두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부터 담당하는 매 사건을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월드컵 결승전의 주심이 된 것처럼 더욱 공정하고 세심하게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