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CN타워
김 성 문
1996년 8월, 구름 한 점 없는 청색 하늘, 뉴욕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날고 있다. 비행기 창문으로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경계에 있는 오대호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미모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스튜어디스가 친절한 말투와 밝은 표정으로 음료수를 공급한다. 주스 한잔을 마시고 잠시 쉬는데 벌써 토론토 공항에 도착한다는 아나운서의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토론토의 풍광이 궁금해 진다.
토론토의 다운타운에 있는 CN타워(Canadian National Tower)가 우뚝하게 보인다. 긴 로켓 모양의 콘크리트 타워로 지지물이 없는 단독타워이다. 온타리오주의 중심인 토론토 도심에 있어 토론토의 상징이고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CN타워는 1976년 캐나다 국영 철도회사에서 도시 전체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높은 안테나를 설치하여 TV와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고 있다. 완공 후 34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기록을 유지했다. 높이는 와! 553.33m이다.
함께 CN타워에 온 캐나다 교포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에 이민해 온 친구로서 오래도록 토론토에서 생활하고 있다. 친구는 잘살아 보기 위해 이국 만리까지 왔으나 항상 고국이 그립다고 한다. 그는 토론토 다운타운에서부터 제일 바깥 둘레인 한인 타운에 살고 있다. 토론토 다운타운에서부터 동심원으로 퍼지면서 일본인 타운, 중국인 타운, 한인 타운 순으로 집단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각국의 국력을 짐작케 한다.
친구는 CN타워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 그 당시는 제일 높은 빌딩이었으나 지금은 CN타워 보다 더 높은 빌딩은 세계 곳곳에 있다. 특히 2009년에 완공된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가 828m나 된다. 얼마나 높은지 상상이 안 간다. 하늘을 구멍 낼 듯한 할리파이지만 나는 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삼성건설이 주요 시공사로 참여했다니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를 제압하고 있다.
CN타워는 참 찾기가 쉽다. 토론토 시내에서 제 혼자 잘났다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타워 바로 앞에는 아쿠아리움과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야구장이 있다. 블루제이스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이어 두 번째로 1977년에 창단한 캐나다에 연고지를 둔 메이저 리그 구단이다. 2005년 엑스포스가 워싱턴으로 떠난 이후 유일한 캐나다의 구단이 되었다. 그래서 캐나다의 야구팬들은 대부분 블루제이스 팬이다. 블루제이스 한 팀 때문에 올스타전과 같은 메이저 리그의 공식 행사 때는 항상 미국 국가 연주 전에 캐나다 국가인 ‘오 캐나다’를 연주한다.
CN타워 길 건너에는 철도 역사박물관도 있다. 위엄있게 보이는 각종 기관차의 머리는 과거를 온통 혼자 알고 있는 듯하다. 도로 가장자리에 가로세로 각각 1m 정도의 크기로 ‘CANADA’라고 쓰인 글자를 지나니 CN타워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타워 주위의 분위기는 소박하고 구부러진 가로등이 멋스러워 보인다.
CN타워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니 목이 빠지는 것 같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안으로 들어가면 CN타워가 만들어진 역사가 전시되어 있고,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보인다.
타워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 후 6명 정도까지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초속 5.6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1분 정도 올라가면 351m 지점에 7층으로 이루어진 스카이포드(sky pod) 전망대에 도착한다. 스카이포드 제일 아래층에는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서 발아래로 보이는 시가지가 동화 속의 나라 같다.
스카이포드 아래층 통유리 바닥에 다리를 올려놓으니 긴장이 돼서 후들후들 떨린다. 나에게 고소공포증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인가. 몸을 푹 낮추어 엉금엉금 기었다. 다리가 찌릿찌릿하고 오금이 저려 겨우 걸었다.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안정된다. 같이 간 친구는 강심장이다. 그대로 천천히 걷는다.
CN타워 전망대는 수정 같은 유리 벽이라서 시야가 탁 트인다. 허공에 뜬 기분으로 빈자리에 잠깐 앉아 토론토 시내를 바라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CN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시내 고층 빌딩들의 모습은 개구쟁이 아이들이 만든 직사각형의 장난감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것 같다. 스카이포드 맨 위층에 360도 도는 식당에서 파노라마 전망으로 저 멀리 바다처럼 큰 온타리오 호수가 한가하고 여유롭게 보인다.
온타리오 호수에 보이는 배는 백조가 떠다니는 것처럼 작게 보인다. 토론토에는 작은 섬과 호수가 많이 보인다. 스카이포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차를 마시며 도로로 달리는 자동차를 내려다보니 성냥갑만 하다.
CN타워의 가장 높은 전망대인 446.5m의 스페이스 덱(space deck)에 가니 없던 구름이 갑자기 나타나 구름 위이다. 구름 속에 고층 건물들의 꼭대기만 빼꼼히 보인다. 하늘나라에 온 느낌이다. 구름이 없으면 120km 떨어진 나이아가라 폭포의 전망대도 보인다고 한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하니 오늘이 행운이다.
타워에서 잘 보이는 공항과 활주로는 빌리 비숍 토론토 시티 공항이다. 친구는,
“운이 좋으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전망대 한참 저 밑으로 스쳐 지나가는 포터 항공의 여객기를 목격할 수도 있다.”고 하니 높기는 높다.
요즈음 방송에 소개되는 CN타워 밖으로 나가 줄에 의지하여 타워 에지(edge)를 걷는 사람을 봤다. 가장 멋진 광경과 불안함이 겹친다. 나에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못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모 방송국에서 ‘뭉쳐야 뜬다.’는 프로그램에 농구 선수 서장훈이가 CN타워 ‘에지 워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에지 워크’는 줄에 의지해 높이 356m 타워 상공을 한 바퀴 걷는 긴장감 만점의 활동이다. 발끝을 난간에 대고 “Hello Toronto”를 외치는 것이다. 서장훈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할 수 없다.”고 외친다.
서장훈은 큰 몸집과 달리 겁이 많다. 나만 겁쟁이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능력은 무제한인 것 같다. 지금도 세계 각 곳에는 앞다투어 고층 건물을 올리고 있다. 머지않아 더 멋진 고층 건물이 탄생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인간이 이룩해 놓은 지혜의 산물은 상상 그 이상이다. 어떠한 공법으로 CN타워를 건설했는지 능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CN타워에서 바라본 토론토의 풍광은 청정 도시이고 인간이 건설했다고 생각하니 능력은 무한정이다. 일몰을 보면 멋진 풍광일 것으로 상상하면서 내려오고 있다.
첫댓글 CN타워에 관한 설명으로 정말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읽어 주시고 좋은 멘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