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복지사업, 제도화가 필요하다
청소년 98% 생활하는 ‘학교’중심의 청소년복지사업 펼쳐야
# 저는 올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입니다. 평소에 학교에서 애들이 맨날 저를 놀립니다. 무시하고, 상처주고. 어떤 애는 대놓고 ‘너 따야’이러기도 합니다. 제 말은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성(姓)적으로 상처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들마저도 이젠 저를 미워하고 있어 정신적 충격이 더욱 큽니다. 이제 학교 가는게 무섭기까지 합니다.(부산 모중학교 1학년생)
# 17살의 여학생입니다. 현재 부모님은 일본에 계시고, 저는 할머니와 언니랑 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일단 남자친구에게는 알린상태인데 도저히 할머니나 언니, 그리고 부모님께 말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는 계속 병원에 가자고 조르고 있지만, 솔직히 겁도 나고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온라인 청소년상담 게시판 글)
# 결국 이혼하신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주위에서 그러지 못하게 하네요. 친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부모님이 이혼한 놈이라고 놀리고, 말도 안해주고 무시하고 때려요. 예전엔 친구도 많았는데... 제가 왕따 같네요. 아버지는 이혼하기 싫어하시는데 어머니가 계속 경제가 어렵다면서 이혼을 해야 살 수 있다네요. 그리고 어머니는 딴 남자 만날꺼 같아요. 어떡하죠? (청소년 공개상담실 글)
# 전 원래 내성적인편입니다. 사춘기가 시절 엄마랑 둘이 살면서부터 더 성격이 어두워진 것 같아요. 엄마는 장사를 하시느라 10시가 다 돼야 들어오시거든요. 그 전까지 저는 항상 혼자있어요. 매일 멍한 상태를 반복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보니까 말수도 고민할 정도로 많이 줄고, 더 내성적으로 변하고 또 혼자생활하는게 익숙하고 편해졌어요. 남들이 오면 친척이든 떨어져 사는 언니든 경계심이 들어 친구도 못사겨요. 그러다보니 매일 내 인생은 뭔가싶어 우울하고 답답하면 소리지르고, 엄마든 친구든 막 때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회사생활을 하게 될 거 같은데 걱정이 돼요. (온라인 청소년상담 게시판 글)
학교폭력과 청소년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온라인 청소년상담센터 사이버상담 게시판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절망의 목소리와, 임신, 부모의 갈등 등으로 인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아이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온라인상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절규는 학급친구로부터 집단 폭력의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례나 왕따를 당한 학생이 친구를 칼로 찔러 숨지게 만드는 사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자살은 2003년 100명에서 2007년 142명으로 42% 증가했다. 학교폭력발생 건수 또한 2007년 5449건으로 2006년 3980건에 비해 36.9%증가했고, 가해학생수도 1만1270명으로 2006년 6267명에 비해 무려 80%나 증가했다. 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아동학대는 43% 증가, 성적학대는 50%증가했다. 이에 따라 황폐화되어 가는 학교에 대한 정화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높으며, 이러한 정화작업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부각되고 있다.
학교폭력 이슈화에 학교사회복지사업 확대 시행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아동․청소년 복지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중 98%(800만명)가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 재학중이다. 이는 아동․청소년복지의 클라이언트 대다수가 학교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며, 학생문제는 곧 청소년 문제이고, 청소년 문제는 학생의 문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학교현장은 청소년 문제해결의 핵심적 위치에 있기때문에 교내의 사회복지사업이 정당성을 찾아가고 있고 있다. 학교 내 사회복지사가 처음으로 상주하게 된 1997년~2001년까지는 사업실시 학교가 10개 미만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을 통해 2002년에는 16개교, 2003년에는 22개교에서 사업이 진행됐다.
이후 2004년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자 정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교육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복지사활용 연구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 16개 초․중․고 각 1개 학교를 선정, 48개에 학교사회복지사를 파견하며 학교사회복지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정부의 사업이 2배로 확대되어 113개교, 2006년 123개교, 2007년 교육부 및 복지부가 공동지원한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을 포함해 총 129개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2003년 교육부에서 이뤄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은 2003~2004년 45개교에서 출발해 2005년 37개교, 2006년 81개교, 2007년 157개교가 더 추가되어 2007년 현재 총 320개교에서 저소득지역 학생의 교육․문화․복지수준 향상 및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갑작스러운 사업확대는 학교사회복지사의 인력난으로 이어지며 학교사회복지 정체성 혼란이라는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학교사회복지사협회 박경현 회장은 “그동안 학교복지관련 전문성을 쌓아온 인력이 많지 않던 터에 가마솥이 구멍나도록 누룽지를 긁는 격으로 학교에 투입하다보니 사회경험이 없고, 학교사회복지모르는 사람이 많이 배치되게 됐다”며 “이로 인해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정체성이 희박해지는 등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학중학교 최선미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사회복지사도 많지 않고 공인자격증도 없는 등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제도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지사 스스로가 학교내에서 위치를 확고히하지 않으면 정체성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협회는 별도의 교육복지법을 추진중이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은 현재 공동주관인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분리로 인해 2009년 사업의 지속이 명확하지 않고, 부처간 떠넘기기로 청소년 문제해결 및 복지인프라 구축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백원우 의원도 부처간 떠넘기기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주최를 잃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인건비는 보건복지가족부, 사업비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청소년에 대한 문제점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간 타협이 이루지지 않아 사업에서 누락이 됐다”:며 “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드림스타트 사업을 학교사회복지사와 연계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직 어떤 모형으로 법이 제도화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교육복지가족부’를 통해 아동복지와 학업을 일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와 같이, 현재 아이들에 대한 분절된 서비스를 고쳐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자격시험 도입으로 전문성 향상
학교사회복지사업의 확대에 따른 지속적인 전문인력양성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학교사회복지사협회는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제도를 도입해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매년 1회 시행되는 시험은 사회복지사1급 소지가 필수요건으로 학교사회복지론과 아동복지론 혹은 교육학관련 교과목 중 1과목을 이수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선택자격요건은 학교 경력이나 현장 실습 240시간 이상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필기시험 및 면접시험 합격자가 20시간의 자격연수를 이수해야 최종적으로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이후 지속적인 수퍼비전과 보수교육으로 자기 연수를 누적해야 가격이 유지되며, 갱신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합격률은 평균 60%정도다.
박 회장은 “요즘은 학교 교사들 중 40대 중심의 석사학위를 받은 선생님들이 많다”며 “그런전문가들이 수십명씩 있는 학교에 이제 학교를 갓 졸업한 초년병들이 들어가서 생활하기 녹록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상담사로써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그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자격시험을 통해 현장에 파견되는 학교복지사들이지만 1년단위로 계약을 해야하는 고용의 불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학교사회복지사업이 2년이나 3년 단위의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복지사의 고용불안은 비전있는 장기․지속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면목고등학교 유민경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제도화가 가장 큰 문제다”며 “사업이 지속되면 한 사람이 최소한 3년은 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 사업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바뀌면 조직개편에 따라 우리 사업의 지속성도 불명확한 것처럼, 학교장이 바뀌어도 새로운 학교장의 마인드에 따라 존속여부가 결정되니까 여러모로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교복지사는 “1년 단위로 계약해서 일을 하는 상황이다보니 처음엔 담임교사가 아이 아이들의 신상정보를 공유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며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들의 세부적인 신상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냐”고 말했다.
부산 문현여자중학교 이지현 학교사회복지사는 “한 학교당 1명의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있다보니 혼자라서 힘들때도 있고, 슈퍼비전을 받을 만한 곳이 많지 않아 힘들때도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나 NGO단체등과 연계한 사업을 벌이고 싶어도 담당자가 바뀔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외적인 사업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 출처 -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