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정리하다
보자기에 곱게 싸인 모시적삼을
찾아 내 놓고
잊고 있었던
기억의 끝을 잡는다
지루한
노년의 여름 한철을
닳아 뭉특해진 치아로 잘게 쪼개서
앙상한 허벅지가 다 부풀도록 부벼
이어 놓은 모시실이
대 바구니에 하나 가득
예전 솜씨 다 잊었다며
소중한 추억 새기듯
상기된 표정으로 웃으시던 어머니
쌀 한 웅큼 풀을 쒀서
조물 조물 풀물을 내고 먹여
탁탁 털어 빨래줄에 널었다가
뒷짐지고 흥얼흥얼 발로 밟아
한올 한올 곱게 펴서 싹싹 다려 놓고
하얀 그 자태를
그 누구인양
살며시 안아 본다
카페 게시글
시 (가~사)
모시적삼
우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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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
11.08.06 17:0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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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만 읽어도 시원해 지는군요.
삼베는 알아도 이즘 모시는 모르는 사람 많을겁니다.
하도 일이 많아서 전에도 귀했지만 이즘은 더 귀한 물건이 되었지요.
우기에 잘 견디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