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자발적으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습니다.
적지만 원고료도 있어서, 커피값이나 벌어볼까 하면서 재미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만에 작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팀에서 원고 제안 전화가 왔어요.
<핵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이름으로 기획연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고료도 커피값 이상이 되었고요.
이젠 '자발적으로'가 아니라, 조금은 '규칙적으로' 환경 다큐멘터리 리뷰를 연재합니다.
아래의 글은 그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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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기후위기)를 생각할 때 대개 우리는 화석연료 공장들과 자동차 배기가스를 우선 문제 삼는다. 대체로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그것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지, 제대로 한 번 따져보자고 제안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요컨대, 화석연료나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의 책임을 면제하자는 건 아니다. 기후위기를 전반적으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더 신속하고 더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자고 환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작품의 제목은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러닝타임은 1시간 30분(2014년 제작).
▲ 영화 포스터: <카우스피라시> ⓒ 넷플릭스
<카우스피라시>는 여러 논문 및 환경보고서들의 팩트체크에서 출발한다. 일례로 2009년 월드워치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것)이 축산업(51%)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에 반해 교통은 13%로 보고됐다. UN보고서상에도 수치에 조금 차이가 있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축산업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축산업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직접 지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식용가축들이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 때문이다. 식용가축 개체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메탄가스는 더 많이 배출된다.
그러면 환경단체들은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하여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지구 위 동물의 98%가 가축이고(양식장의 생선들 포함), 나머지 2%만이 야생동물이라는 점이 지구온난화를 얼마나 치명적으로 가속화하는지 과연 충분히 홍보하고 있을까? 좀 놀라운 일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라는 주제에 관한 한 화석연료와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축산업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다.
환경단체가 눈을 감는 이유
▲ 영화 스틸컷: <카우스피라시> ⓒ 넷플릭스
축산업이 야기하는 온실가스, 환경파괴, 생물다양성 훼손 문제를 환경단체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환경단체들이 그쪽을 향해 눈을 살짝 감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만약 환경단체들이 축산업을 기후위기 주범으로 놓고 비판할 경우, 육식을 즐기는 후원자들을 잃게 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환경단체들은 단체의 생존을 위하여 타협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제일 중요하고 더 신속히 효과를 볼 수 있는 해결방안(축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보다는, 차선책에 집중하게 되었다. 즉 화력발전 줄이기, 자동차 덜 타기, 전기와 물 아껴쓰기 등에 치중하는 것이다. 물론 차선책도 해결책이며, 여기에도 인력과 노력이 투여되어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그러느라 시급하고 강력한 최우선 해결방안이 뒤로 밀렸다. 환경단체의 생존법이라 해야 할지.
영향력 있는 큰 환경단체들이 거론을 자제하는 와중에 다큐멘터리 감독은 축산업계를 개인적으로 파헤친다. 결국 그는, 지구인 중에서 육식인구만을 위해 운영중인 공장식 축산업은 물론이거니와 목장식 축산업도 비판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목장은 넓고 평평한 목초지를 필요로 한다. 목장을 건설하려면 산을 깎고 숲을 밀어야 한다. 목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춰주고 있는 숨통 격인 원시림이 사라지는 주된 원인은 가축의 적정한 사육공간과 그들의 식량공급지(경작지) 확보 때문이다.
소 한 마리는 하루에 63-68Kg의 풀을 먹고(우리 시대 한국인 1명의 1년 치 쌀소비량 무게에 맞먹음), 130L의 물을 마셔야 한다. 소 한 마리가 아니라 소 떼를 기를 소 목장을 운영하려면 거대 규모의 목초지가 필요하다. 막대한 용량의 물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배설물)을 감수해야 한다.
마침내 다큐멘터리 감독은 어느 순간, 촬영을 지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한 저널리스트는, 다큐멘터리 내용에 시비를 거는 줄소송이 나타날 것이며 그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 충고한다. 어쩌면 기업들과 FBI에게 쫓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덧붙인다. 축산업을 문제 삼다가 살인청부업자에게 살해당한 수녀님, 그리고 테러의 타깃이 되어 희생된 브라질의 환경운동가들 이야기도 그의 두려움을 부추긴다.
그러나 두려움과의 사투 끝에 다큐멘터리 감독은, 엄청나게 두렵지만 침묵할 수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지구인 중에서 오직 육식인구만을 위해 숲이 사라지고, 물이 오염되며,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영화 말미, 감독은 채식의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모색한다.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을 반드시 섭취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대로,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훼손되면, 인간은 더 이상 생존을 할 수 없다.
이제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적합한, 제대로 된 행동을 해야 한다. 방향과 우선순위를 잘 잡아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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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난 후일담이라면, 육식 수요를 줄이는 데에 동참하고자
아직 완전 채식을 하지는 못하지만(부끄~),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우유를 두유로 대체하였고,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은 끊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기운이 너무 없지 않는 한 닭고기를 자제합니다.
스스로 안타까운 것은, 버터와 치즈와 달걀과 생선을 아직 끊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ㅠㅠㅠ
근육이 약한 저로서는 (최근에 힘줄파열 문제도 겪고 있기에) 갈등이 심합니다.
허나, 이건 사실 그럴듯한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_-
단백질 섭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는 중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필요 이상으로 고기와 생선을 많이 산다거나,
남아서 버릴 만큼 넉넉히 고기와 생선을 구입하는 사례라도 줄여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우유, 달걀, 생크림, 아이스크림, 버터&치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가 줄면 육식산업에 재고가 자꾸 쌓일 테고, 그러면 결국 공급이 줄어,
전체 육식산업(낙농업과 수산양식업 포함) 비중이 줄어들 테니까요.
원문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올린 글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 제목이 좀 다른데, 제목은 오마이뉴스 편집팀에서 고친 거라서 그렇습니다.
저는 대체로 편집팀의 수정에 대하여 크게 반항(?)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편집장을 해봐서... ㅋ)
http://omn.kr/1rsv1
첫댓글 어제는 옆에 가족들이 있어서 말을 못했지만, 오늘 아침 식사하며 다큐멘터리 얘기했어요. 육식을 줄여가자고.. 어제 바로 말하지 않고 오늘까지 생각한게 더 좋았던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기회 준 글입니다. 가족과도 함께 읽겠습니다^^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여기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과는 논쟁이 분분한 작품인 모양이에요. 하지만 지구적인 축산업과 육식의 문제를 확실하게 전달하는데는 성공적인 것 같고요. 다른 건 다 떠나서 아이스크림을 끊어야한다는 게 매우 아쉽지만, 완전히 끊는 게 당장은 보장할 순 없는데 생각은 해보려고요. 고기 안 먹는 건 아이스크림 안 먹는 것보다 쉬울 것 같아요 저는. ㅎㅎㅎ
난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대신 우유나 요플레, 치즈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하며 볼께요^^ 기획연재하게 된것도 축하합니다!
육식은 한달에 한번 버거 먹는걸로 지냈던 저였는데요. 육식을 즐겨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 자주 먹지 않아서 고기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별 생각없이 가졌던 취향이라 가족이 생기고 나서는 자연스레 맞춰서 바뀌었어요. 근데 조금 살피면서 육식을 줄였다가, 다시 먹였다(?)가 그러는 중입니다. 가끔 피곤한데 뭐먹을까 그러면 아이가 단백질로 풀어야한다며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할 때 피곤하면 과일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걸 발견합니다... 영화를 한편 보는 날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