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무 7,1-5.8ㄷ-11.16; 루카 1,39-47
+ 오소서, 성령님
2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를 봉헌하면서, 오늘 복음과 연관된 성모송을 묵상해 보겠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 성모송을 어떻게 끊어서 기도하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이렇게 기도드리죠?
그런데 본래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기서 끊어야 하고,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이렇게 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앞부분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이고, 뒷부분은 엘리사벳의 인사이기 때문인데요,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고 인사했지요. 이것은 하늘의 경탄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께 ‘기뻐하라’고 인사하는데 그 이유가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와도 함께 계시지요. 그렇기에 우리도 기뻐해야 합니다.
또한 그리스어로 ‘기쁨’은 ‘카라’이고, ‘은총’은 ‘카리스’인데요, 두 단어는 같은 어근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은총 즉 ‘카리스’를 받으면 기쁨 즉 ‘카라’가 솟아납니다. 성체성사를 그리스어로 ‘에우카리스티아’, 영어로는 ‘유카리스트’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좋다는 뜻의 ‘에우’와 은총을 뜻하는 ‘카리스’가 결합한 단어로, ‘좋은 은총’이라는 의미로서 본래 ‘감사’를 뜻했습니다.
결국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이 기도는 천사가 성모님께 드린 인사를 우리도 되풀이하는 천사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우리도 주님께서 함께 계신 은총을 입었으니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알려주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앞부분이 천사의 인사로서 하늘의 경탄이라면,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는 엘리사벳의 인사로서 땅의 경탄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작품, 곧 성모님 태중에서 이루어진 성자의 강생을 바라보시는 하늘의 경탄은, 성모님과 예수님을 향한 인간의 최초의 찬미인 땅의 경탄과 성모송에서 연결됩니다.
성모송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무엇일까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에서 ‘성모송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예수님’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황님은 ‘묵주기도가 의미 있고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는 바로 예수님의 이름과 그분의 신비에 얼마나 역점을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Ma è proprio dall'accento che si dà al nome di Gesù e al suo mistero che si contraddistingue una significativa e fruttuosa recita del Rosario.)라고 말씀하십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을 통해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은 모든 인류를 대표하여 두 분께 인사를 드리는데요, ‘여인 중에 복되시며’는 성모님께,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는 예수님께 드리는 인사입니다. 우리도 성모송을 드리면서 이처럼 성모님을 공경하고 예수님을 찬미합니다.
성모송 후반부에서 우리는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기도드리며 삶과 죽음의 순간을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 드리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분께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인 성모님을 어떻게 ‘천주의 어머니’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 근거가 되는 말씀 또한 오늘 복음에 나오는데, 엘리사벳이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라고 하며 성모님을 “내 주님의 어머니”라 부른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환희의 신비 제2단의 내용인데요, 성모님의 목소리와 태중에 계신 그리스도의 존재는 요한을 태 안에서 기뻐 뛰놀게 하였습니다.
묵주기도를 통해 늘 성모님과 예수님과 함께 있게 되는 우리는, 성체성사 즉 에우카리스티아를 통해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또한 은총이 가득한 사람이 되고, 기뻐해야 하는 사람이 되며 우리 삶에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례자 요한처럼 예수님으로 인해 기뻐 뛰놀라는 초대를 받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은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기쁜 소식을 살라고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 성 소피아 성당, 키에프, 우크라이나, 1000년 경
출처: The Visitation - Google Art Project - Visitation (Christianity)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