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 피어 비단을 짠 것 같고,
골짜기의 개울물이 넘쳐서 남빛을 띠네
(《碧巖錄》 第82則)
어떤 수행승(修行僧)이 대룡(大龍) 선사
(달마 대상에서 14대의 고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형태가 있는 것은 반드시 멸망합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는 없는 것일까요?
(色身敗壞 如何是堅固法身)"
대룡선사가 대답했습니다.
"저 산에 만발하고 있는 꽃을 보라.
꼭 비단으로 산을 덮은 것과 같이 보이고 있지 않는가.
또 저 골짜기에 잠잠(湛湛)히 있는 물을 보라.
꼭 남빛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격조가 높고 그림 같은 아름다운 말입니다.
산에는 꽃이 피어 비단을 짠 것 같지만
며칠 못 가서 그 꽃은 지는 것입니다.
"사물을 보지 않았더니
벚꽃이 다 지고 말았네"라는 말과 같습니다.
"골짜기의 개울물이 넘쳐서 남빛을 띠네"
산골짜기의 개울물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산에 핀 꽃과 산골짜기의 개울물 사이에는
빠르고 더딘 차이는 있으나
움직여 옮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행(移行)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라고
대룡선사는 말씀한 것입니다.
이 대구(對句)는 멸망해 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도자기의 매력은 깨지는 데 있다고 어떤 사람은 말했습니다.
도자기는 가마에서 나왔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새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깨지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사용하는 동안에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여기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기 쉬운 꽃은 무심히 힘껏 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 진실을 느끼게 됩니다.
이 구절은 선(禪)의 무상감(無常感)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무상감이 없이는 좌선을 할 수 없습니다.
만물이 무상하며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빨리 지나가는 것을 절실히 느낄 때
비로소 진지한 마음으로 좌선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무상의 한복판에 있는 인생의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대룡 선사의 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음의 시(詩) "가녀린 꽃"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은 낮에는 시들어 버립니다.
점심에 피는 메꽃은 저녁에 시들어 버립니다.
저녁에 피는 밤메꽃은 아침에는 시들어 버립니다.
모두 오래 가지 못하고 시들어 버립니다.
그러나 시간은 지킵니다.
그리하여 일찌감치 사라집니다.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러나 시간은 지킵니다"는 말은
모두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일찌감치 사라집니다"는 말은 선자(禪者)가
"일을 마치면 일찌감치 사라진다"는 말과 통합니다.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