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짜리 말하기 교과서 <아트 스피치>
이진희
1.
바야흐로 ‘말의 시대’이다. 우리가 ‘반 글 반 스피치의 시대’를 살았다면 우리 아이들은 ‘100퍼센트 스피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48). 문서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문서가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보다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는지가 승부처다. 책도 오디오로 듣고, 신문도 유튜브로 보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말이 100퍼센트인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말로 먹고사는 나에게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며,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자녀들에게 필연적 질문이 된다.
2.
‘과연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로고스를 시작하는 모두가 갖는 의구심이다. 왠지 글은 노력해도 잘되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특별한 훈련법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고민이 무색하게 로고스를 통과하는 누구나 어느 순간 확연히 달라진 자신의 글을 읽게 된다. 말도 그렇단다. 모두를 잠들게 하는 수면제도, 서로를 민망하게 하는 덜덜이도, 심지어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말 고자인 그도, 훈련하면 감동을 전하는 스피커가 될 수 있다.
<아트 스피치>는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로 불리는 ‘국민강사’ 김미경이 기록한 말하기 교과서이다. 이 책은 26년 동안 그녀가 강사로, 아니 스타강사 그리고 최고의 스피치 선생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비밀이 녹아있다. 내용도 TV로 봐왔던 그녀의 명강의만큼이나 깔끔하고 명확하기에 스피치에 대한 이론과 실재가 부족함 없이 독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되는 ‘삶이 담긴 콘텐츠’와 ‘뮤직 스피치’는 말하기의 내용과 형식을 모두 아우르며 새로운 스피치의 길을 열어준다. 책 구석구석에 기록된 저자의 강의 준비와 예시로 제시된 강의안도 매력적이다.
3.
그렇다면 어떻게 스피치를 잘 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먼저 두 가지 생각을 고쳐야 한다. 첫째는 스피치도 ‘배우면 된다’이다. 콘텐츠 구성, 에피소드 전달 방법, 스피치 채색 등 체계적으로 훈련만 하면 누구나 더 나은 스피커로 살 수 있다. 둘째는 말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우리 민족은 말 잘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고 말 많은 것 그저 ‘똥값’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은 말의 본질을 번지르르함에 있다고 여긴 까닭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전해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고 이를 위해 미사여구가 아닌 진실한 콘텐츠가 말의 근본이라고 주장한다. 단지 이런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스피치는 달라질 수 있다.
말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면 콘텐츠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가 ‘아트 스피치’의 시작점이다. “스피치는 테크닉이 아니라 콘텐츠다.” 콘텐츠는 내가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저자는 ‘나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갖춰라’, ‘할 말이 생길 때까지 공부하라’라고 주장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는 청중을 감동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또한 생소한 주제를 대할 때는, 내용과 목차가 생각날 때까지 ‘미친 듯’ 읽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이것이 콘텐츠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콘텐츠는 구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날것은 매력이 없듯이 잘 구성된 콘텐츠만이 그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성이 A-B-A’구조이다. 이것은 클래식 작곡의 기본 원칙으로 저자는 비발디의 <사계>를 통해 이 구조를 설명하며 스피치에 적용한다. "A에서는 몇몇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B에서는 극적인 에피소드를 섞어 클라이맥스로 이끈다. 그리고 다시 A로 되돌아가 왜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주제를 상기시키고 마지막 부분으로 넘어간다 (93).” 이러한 황금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 때문이다. 음악이 그 기대대로 흘러가면 사람들은 안정을 느끼며 감동한다. 스피치도 이처럼 구성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음은 전달법이다. 저자의 독특한 전달법이 가장 잘 반영된 곳은 4부 “뮤직 스피치”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한껏 발휘해 음악과 스피치의 유사성을 설명하고, 음악의 ‘강약’, ‘리듬’, ‘템포’를 스피치에 적용한다. 테누토(특정 고유명사나 단어를 충분히 강조할 때), 수비토파우제(갑작스러운 휴식이 필요할 때) 등의 음악 기법도 소개하며, 스피치가 음악과 같은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 곳에서 그녀의 스피치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집스러운 장로님과 권사님을 바꾸기 위한 전략도 찾을 수 있으니 사역자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4.
책 내용은 훌륭하나 나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어떤 면이 나를 불편한다. 그것은 스피커의 인위성이다. 저자의 스피치는 위대하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의 크나큰 위로가 된다. 그러나 스피치의 특성상 반듯이 대상이 있어야 한다. 대상을 고려해야 한다. 진실과 다른 대상에 비취는 내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인위적인 무엇이 발생한다. 그것이 불편하다. 글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하여 쓰이지만은 않는다. 아니 읽히지 않기 위해 쓰여지는 것도 많다. 따라서 글은 깊은 중심을 향하고 말은 외부로 향한다. 외부로 향하는 말의 극단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진정성과 인위성이 함께 어린다. 목회자의 삶과 같다. 내용보다 화려한 포장지가 떠오른다.
5.
그럼에도 많은 스타강사가 그녀를 통해 배출된 것을 볼 때 저자의 책은 가장 명확하고 검증된 말하기 교과서임이 분명하다. 또 스피치의 구성을 위해 글이 우선되기 때문에 이 책은 말뿐만 아니라 글에 대한 이해도 향상시켜 준다. 책을 통해 지난주 글벗들의 글을 보자면, 상호 님의 글은 오바마가 사용한 ‘론도 기법’(Ba-Ca-Da-Ea)을 사용하였고, 하 선교사님, 우병녀님의 글은 강력한 자기의 콘텐츠가 있다. 우석님과 상준님은 독자를 고려한 실용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고, 국환님은 A-B-A’의 전형적인 구조를, 영호님은 에피소드가 ‘실핏줄처럼’ 주제에 스며든 훌륭한 글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사부님 덕분에 우리는 저자의 26년 간의 노력을 몇 달 만에 전수 받았다)
책을 통해 스피커로의 치열한 삶을 도전받는다. 그녀는 2년 동안 매주 1시간의 방송을 위해 매번 책 한 권 분량의 자료를 만들었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위해 청중들의 삶을 방문하고 경험한다.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TV, 영화를 볼 때도 스피치를 생각하며 메모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모인 메모는 주제에 별로 분류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A4 한 장 분량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정리한다. 인정받은 에피소드는 어디서든 말할 수 있게 머리속에 집어넣었다. 최근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나라에도 전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빠져있다고 한다. 멈출줄 모르는 그녀의 삶과 열정에 박수를 보며, 책에 대한 찬사로 별점 5점을 준다.
첫댓글 김미경은 정말 달변가라고 생각했는데 책도 냈군요.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4에 말과 글의 차이점 공감합니다.
5분 분석해주신 것 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