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이었습니다.
기억도 할 수 없는 긴 꿈에서 깨어났던 저는, 일단 정신을 차린 뒤... 여기 데스크 탑(컴퓨터)에 들어가려고 전원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초기 화면은 뜨는 것 같은데 부팅이 되질 않았습니다. 아니, 한 화면에서 정지된 상태로 그 어떤 진행도 없이 멈춰버린 것이었습니다.
이거 무슨 일이지? 하면서 전원을 눌러 껐고, 다시 켰습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기를 서너 차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하고 짜증을 내긴 했지만,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이기도 해서 좀 여유있게(다른 한 가지 일에서는 자유로워져 있었기에) 최근에 작성하던 문서를 정리해서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글 작업의 연재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순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원래 '기계치'이기도 한 저는, 그래도 응급처지라도 한답시고... 컴퓨터를 아예 분해해서, 그 내부의 먼지라도 제거해 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컴퓨터 부팅이 되지 않았는데, 제 지인 하나가 왔다가, 컴퓨터를 뜯어보더니,
"왜 이렇게 먼지가 쌓여 있는 거야? 게으르게!" 하고 저를 나무라더니, 그 안에 있던 '팬'(작은 선풍기 같이 돌아가는 것)의 먼지를 제거하자,
거짓말처럼 부팅이 됐던 게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전원과 완전 분리시킨 뒤, 베란다로 내 와서 다시 나사를 풀기도 하면서 뜯어 보니,
의외로 먼지는 별로 없드라구요.
그래도 (작은)진공청소기로 그 안의 먼지를 빨아들인 뒤,
다시 원위치시켜 켜보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때부터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에이, 이걸 어떡한다지? 그렇잖아도 생활이 쪼들리는데...... 했던 건, 제가 요즘 형편이 좋지도 않은데, 그걸 수리하는 비용이 들 게 걱정됐던 거지요.
그래도 뭔가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았기에(?),
내 힘으로 한 번 해 보자! 하면서 또 몇 차례 뜯었다 조립했다를 반복해가며 그 일에 매달려 있었는데요,
어느새 날이 새... 아침을 먹어야 할 상황이 됐답니다.
그때까지도 그리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지인이 그 전에 컴퓨터 수리도 했기에, 그런데 너무 이른 아침에(그것도 주말인데) 전화를 하면 실례가 될까봐, 시간을 좀 지체하다가,
이번에는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컴퓨터 부팅이 안 될 때' 검색을 했더니, 몇 개의 동영상이 떴는데,
그 중 두어 개에 접속해 보니,
이런저런 기본적인 설명을 곁들여, 그 안에 있는 '랜'인지 '램'인지를 뜯어 보고, 밧데리도 뜯어내 보라는 등의 조언이 있기에,
저도 그대로 한 번 따라 해 보기도 하는 등,
또 몇 차례... 컴퓨터를 뜯었다 조립했다를 반복했는데,
그 증상은 마찬가지였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니 하는 수 없었습니다.
9시가 넘어가기에 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받긴 했는데,
자신의 친구와 산에 오르고 있다고 하드라구요.
그래서 그 상황을 설명했더니,
다른 응급조치 방법을 알려주기에 그대로 따라 해 봐도(전화를 켜 둔 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자,
내가 듣기엔 그리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하는 수 없지요. 컴퓨터를 들고 수리하는 곳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하던데,
어딜 가서 수리하나요? 할 정도로 저는 그 쪽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결국 그 분의 조언대로,
인터넷으로 지도를 켠 뒤 '컴퓨터 수리' 검색어를 넣고 찾아 보니,
이 근방에도 몇 군데 그런 곳이 뜨기에,
전화를 걸기에 이르렀고,
그 중 하나와 통화가 되었는데요,
일단 자기네 기사가 '방문'을 해서 그 상황 판단을 해 보는데, 출장비가 만 원에... 컴퓨터 상황에 따라 수리비가 들어갈 거라기에,
그렇게 해 달라고 했지요.
그러자 기사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는데, 11시 반 경에나 올 수 있다드라구요.
그래서 그것도 그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하는 수 없었습니다.
제 힘으론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문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바로 일에 들어가야 할 직전이어서), 몇 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에이, 이번 달에도 쪼들리겠네! 하기는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그러니 거기에 맞출 수밖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게 그리 심각한 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답니다.
컴퓨터가 낡은 것도 아닌 데다가(60만원이었던가? 그 돈을 들여 업그레이드시킨 뒤(아는 사람을 통해, 컴퓨터를 산 게 아닌 그 사람이 새로 조립을 해 줘서, 2년 여?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었으니까요.) 별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돈 걱정은 되었지만,
에이, 제수없게...... 하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그 기사가 도착했는데, 전원을 연결시켜 보더니,
컴퓨터 내부의 부품에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라며,
"여기서는 할 수가 없고, 제가 떼어간 다음에 시간을 가지고 점검한 뒤에야...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근데, 여기 C가 뜨질 않는 걸 보면... 컴퓨터 기능을 복구시키는 건 가능하지만, 자료를 복구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겠는데요?"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에?" 저는 그제야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하고 말도 제대로 못 잊자,
"뭐, 중요한 자료가 있나요?" 하고 묻던데,
그에게 일일이 그런 걸 설명할 수는 없었고,
"내가 최근에 작성하던 문서가... 여기 '바탕화면'에 저장돼 있어서......" 하고 말았는데요,
"어떡하시겠어요? 지금 상황은 그런데......" 하니,저는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도,
"일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이 컴퓨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하게 되었고,
결국 그가 제 컴퓨터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으로 오늘은 일단 멈춰지기는 했는데,(그가 모든 걸 점건한 뒤, 저에게 연락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 뒤, 수리를 하든 말든 제가 결정하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그를 보내고 난 뒤, 저는 앞이 막막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 미치겠네! 하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약 한 달 정도 앞으로 해야 할 글 두 개를 요약 정리하면서 교정까지 봐 왔던 중요한 문서였는데,
물론 그 중간에도,이걸 어디 다른 곳에도 보관을 해둬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날마다 뭔가 변해가고 있었고 더구나 그 컴퓨터가 고장도 나지 않고 작동을 잘 하기에,
일정 부분 안정을 찾을 때까지만 하자! 했던 게 바로 금요일까지였고,
오늘은 그걸... 임시로라도 인터넷에 저장해놓은 상태로, 월요일(20일)부터 정식으로 일을 하자! 하면서 컴퓨터를 켰던 게 바로 토요일 새벽이었는데,
바로 그 순간부터 부팅이 되질 않아, 이 사달이 난 것이라서,
아, 내 인생... 왜 이런다냐? 하게까지 되었답니다.
그 양이 보통 많은 게 아니라서요......
(저 스스로도 그 문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날마다 변화하는 문서를 그 때마다 저장을 해오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곳에 옮겨 저장해둘 수는 없어서, 피일차일 미뤘던 게 이런 재앙을 당할 줄이야! (사실 그렇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엔, 정말 수도 없는 그 문서 자료(한 달치?)를 뒤처리하는 것 역시,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라, 어느 정도 매듭을 지은 뒤 하려고 했던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는,
아, 지금도 바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그 문서를 꺼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생활반경에서 손 끝 하나만 움직여도 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는(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약간의 희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그 컴퓨터의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의 의견을 듣는 순간,
이건 어쩌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전에도 이렇게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하는 자각이 들었던 저는,
갑자기 무슨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랍니다.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