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기성세대의 역할
손 원
아들이 휴가철을 맞아 또래들과 함께 캠핑을 다녀왔다. 남자 여섯은 불알친구로 모임을 하고 있다. 30대 후반인 이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때 가끔 보았기에 그들의 안면은 잊었지만 이름정도는 익숙했다. 그들의 근황을 궁금해 하니 아들은 대충이야기를 해 주었다. 듣고 보니 다행스러운 점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자녀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은 자녀 2명, 세 사람은 1명씩, 나머지 두 사람은 자녀가 없었다. 여섯쌍 부부의 자녀가 다섯에 불과 했다. 앞으로 출산계획이 없다기에 안타까웠다.
여섯쌍 부부의 자녀 수가 5명이라는 이야기다. 한 쌍의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둔다고 해도 자연감소를 감안 할 시 인구는 줄어 든다. 한 쌍이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한 출산률이라면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적은 소집단의 사례지만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들의 경우가 평범하지는 아닐지라도 그들도 평범한 소시민이기에 현실과 근접한 사례임에는 틀림없다.
최근의 출산률은 세계평균 2.5%, OECD평균 1.6%, 우리나라 평균0.8%라는 수치를 보더라도 심각성을 알 수가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국력이 쇠퇴해 가고 있다고 할수도 있다. 어느 한 가정이 자손이 없으면 대가 끊겨 미래가 없는 것과 같다. 오래 전 배고팠던 시절, 식구가 많으면 먹거리가 줄어든다고 느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성장위주, 소득늘리기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였다. 그런 환경에서 한 때 저출산이 장려되기도 하였다. 국민들 마음 깊숙히 자리한 저출산이 각인되고 전승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에와서 과거의 저출산 장려가 잘못되었고 이를 불식하고자 국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산률은 회복의 기미조차 없다. 출산률을 높히고자 하는 당국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없다고 한다. 오래 전 가정마다 7~8명의 아이들이 북적이던 그 때를 암울하게만 여겼던 것을 축복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기성세대들은 늘 말한다. 가난한 집안에 형제가 많아서 늘 배가 고팠다고, 새옷 한 벌 제대로 입어 보지 못하고 낡아 떨어질 때까지 형제들간 물려가며 입었다고, 학교에 가고 싶어도 돈 없어 못가고 어려서 돈벌이를 해야했다는 등 온갖 부정적인 말들만 전승되고 있다. 실제로 그랬고 그런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왔기에 나무랄 수는 없겠다.
예순을 넘긴 기성세대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은연중에 신세대들에게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 국민이 가난을 두려워하고 인구급증의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겪었기에 경계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뿌리 깊은 생각의 결과는 어떠한가? 세계 제일의 저출산 국가가 되었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게 되었다. 지금 부터라도 과거 다자녀 대가족 시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보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가 있기에 출산률 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
그 당시를 회고회 보면 일면 아름다운 시절이기도 했다. 한 여름 밤이면 널찍한 마당 한 켠에 멍석을 깔고 모기불을 피웠다. 열식구가 감자수제비로 저녁을 먹고 드러누워 밤하늘 초롱한 별을 보기도 했다. 신비로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견우직녀 이야기를 했다. 뜨거운 낮이면 열살 세째는 소먹이러 가고 해가 기울어 갈때 쯤이면 첫째와 둘째는 바지개를 지고 소꼴을 배러 갔다. 아래 둘은 온종일 개울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하였기에 손이 많이 가는 시골생활도 무난했고 농사일로 힘든 부모님의 일손을 들어주었다. 옷 한 벌, 고무신 한 켤례가 더 없이 소중했고 먹거리도 부족했지만 행복했다. 많은 형제가 있었기에 같이 놀고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시골 마을 전체가 놀이터였다. 느티나무 그늘, 마을 공터, 개울가를 옮겨 다니며 형제끼리 또는 친구와 어울려 놀 수있었다. 요즘과 달리 시골 마을에는 아이들로 북적됐다.
요즘 팍팍한 도시에서는 꿈도 꿀수 없는 자연환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아이들 세상이었다. 거기에는 형과 누나의 보살핌과 많은 또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신나는 이야기를 들려 주도록 하자. 얘를 많이 나아 키우는 장점을 이야기 해 보도록하자. 기성세대를 위한 출산이 아닌 아이는 아이대로 한 평생 행복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나간다면 아이 낳고 싶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아울러 지난 날 다둥이 가정의 단점을 불식한다면 저출산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2022.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