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흔히 중국 사람들은 “평생동안 매일 다른 차를 마셔도 죽을 때까지 모두 마셔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차는 일반적으로 찻잎의 형태, 산지, 품종, 채적시기, 건조방법, 가공방법 등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서 분류할 수 있지만, 가공방법에 의해 분류되는 6대다류(六大茶類) 분류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한 가지 찻잎을 가지고서도 가공을 달리하면 색(色), 향(香), 미(味)에 확연한 차이점을 나타내게 되어 크게 6가지 형태인 녹차(綠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로 나뉘게 된다. 각 차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발효정도에 기인하다.
발효도에 따른 차탕색
차에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있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가공과정 중 폴리페놀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를 만나 다른 성분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산화 혹은 발효1)라고 하는데, 산화 후 차의 색깔, 향기와 맛에는 많은 차이점이 나타나게 된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차탕색으로 전혀 발효를 시키지 않은 녹차는 녹색, 20~70%정도 발효를 시킨 청차는 오렌지빛을 띤 황색과 홍색, 완전히 발효한 홍차는 홍색을 띠게 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녹차인 안길백차. 중국은 전체 차 생산량의 70% 이상을 녹차가 차지한다.
채적 시기별로 나눈 녹차 티백.
녹차는 생엽(生葉)에 높은 열을 가하거나 증기로 찌는 살청(殺靑)을 통하여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해 발효가 되지 않기 때문에 녹색을 유지한다. 투명한 푸른빛 찻물색과 싱그러운 맛이 일품이다. 중국은 차의 총 생산량 가운데 70%이상이 녹차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보성, 하동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녹차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녹차의 특징은 삼녹(三綠: 우리기 전 찻잎, 탕색, 차를 우리고 난 잎이 모두 녹색)이다. 싱그럽고 우아한 향기가 오래 지속되며 맛이 매우 깔끔하다. 녹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로는 어린잎의 향기인 눈향(嫩香), 차 표면에 돋은 호의 향기인 호향(毫香), 밤의 향기인 율향(栗香), 꽃의 향기인 화향(花香), 구수한 향 등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 녹차의 종류로는 한국의 우전(雨前)과 세작(細雀), 일본의 옥로차(玉露茶), 중국의 서호용정(西湖龍井), 황산모봉(黃山毛峰), 안길백차(安吉白茶), 은시옥로(恩施玉露) 등이 있다. 녹차의 경우 폴리페놀과 비타민C의 함량이 높아 고혈압, 당뇨, 비만, 동맥경화 등의 질병에 매우 유익한 음료이다.
백호가 가득 피어있는 백차. 모양이 침과 같아 백호은침(白毫銀針)이라 불린다.
백차는 중국 특유의 차로, 찻잎에 백호(白毫: 어린 찻잎에 난 흰털)가 가득 피어있어 백차라 한다. 백호 가득한 차나무의 싹과 잎을 따 얇게 널어 일광위조2)나 실내위조를 한 후 햇빛이나 열풍으로 건조시킨다. 백차는 복건성의 복현, 정화, 송계와 건양 등지에서 만들어진다. 그 종류로는 싹으로만 만들어 그 모양이 마치 침과 같다하여 백호은침(白毫銀針)이라 부르는 아차(芽茶), 싹과 잎으로 만들어 모양이 마치 목단화와 같은 백목단(白牧丹), 잎으로만 만든 공미(貢眉)와 수미(秀眉) 등이 있다. 호향(毫香: 찻잎 표면의 호가 가지고 있는 향)과 호미(毫味: 찻잎 표면의 호가 가지고 있는 맛)가 명확하다. 육대다류 중 가공을 가장 적게 하기 때문에 맛이 매우 단아하고 신선하고 순수하며 차의 천연의 맛이 가장 두드러진다. 탕색은 맑고 옅다. 만약 물갈이를 하거나 배탈, 설사 등이 있었을 때 묵혀놓은 백차를 진하게 우려마시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황차인 몽정황아(왼쪽)과 곽산황아(오른쪽).
황차는 녹차의 가공방법에 민황(悶黄)을 첨가한다. 민황은 종이나 천으로 찻잎을 싸 습도와 온도에 의해 약하게 발효시키는 과정이다. 민황 후 차는 약발효되고 황색으로 변한다. 녹차의 쓰고 떫은맛이 줄어들어 매우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황차는 찻잎, 차탕, 엽저(차를 우리고 난 잎)가 모두 황색이기 때문에 황차라 부르고 맛과 향이 맑고 부드럽다.
황차는 채적한 잎의 부위에 따라 황아차(黃芽茶), 황소차(黃小茶), 황대차(黃大茶)로 나뉜다. 대표적인 황아차로 군산은침(君山銀針), 곽산황아(藿山黃芽), 몽정황아(蒙頂黃芽)가 유명하다. 그 중 군산은침은 호남성 동정호에서 생산되고, 황차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 외형은 싹이 토실토실하고, 백호가 가득하며 금황색의 빛나는 은빛 광을 띠고 있어 “금양옥(金鑲玉)”이라 한다. 차탕은 은행(銀杏) 빛 황색을 띠고 향은 맑고 신선하며 맛은 달고 부드럽다.
황차는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 마치 녹차가 오래되어 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비량이 점점 감소하여 현재 시장에서 황차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부드러운 편안함은 황차만이 가진 매력이다.
대표적인 청차인 복건 안계철관음(왼쪽)과 대만 포종차(오른쪽). 부드러운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향이 특징인 청차에서는 녹차와 홍차의 오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청차는 흔히 우롱차라고도 한다. 가공 후 찻잎의 색이 청갈색이어서 청차라 불린다. 청차는 부드러운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향이 두드러지는 차이다. 이러한 향기는 요청(搖靑: 찻잎을 바구니에 넣고 흔들어 찻잎의 세포막을 파괴하고 미세한 발효를 유도하는 과정)중에 형성되고, 요청으로 인해 청차의 품질이 좌우된다. 요청의 강약에 따라 발효도는 20~70%까지 다양해진다.
중국의 복건성과 광동성, 대만에서 주로 생산되고 우리나라의 소수 농가에서도 생산된다. 중국의 우롱차는 지역별 특징이 뚜렷하다. 우롱차의 본고장인 복건성을 남북으로 나누어 남쪽에서 나는 우롱차를 민남우롱(閩南烏龍), 북쪽에서 나는 우롱차를 민북우롱(閩北烏龍)이라 한다. 민남우롱은 난꽃향이 뛰어나고 민북우롱은 중후한 맛이 일품이다. 대표적인 복건우롱은 민남 안계의 철관음(鐵觀音)과 민북 무이산의 대홍포(大紅袍)이다. 광동우롱은 향기의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는 봉황단총(鳳凰單叢)이 유명하고, 대만우롱은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동양의 가장 아름다운 차라 극찬했던 동방미인(東方美人)을 비롯해 포종차(包種茶), 동정우롱(東頂烏龍) 등이 있다. 탕색은 발효도에 따라 금황색부터 오렌지빛을 띠는 등황색(橙黃色)에서 등홍색(橙紅色)까지 다양하다. 천연의 꽃향이 너무나 두드러져 마치 가향(加香)을 한듯하다. 맛은 깊고 향기롭다. 녹차와 홍차의 오묘한 조화를 느껴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차로, 현재 중국에서 그 소비가 점점 증가하며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빠르게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달콤한 꿀맛과 우아한 꽃향이 으뜸인 기문홍차.
찻잎을 발효시킨 홍차는 홍탕홍엽의 특징을 갖는다.
홍차는 찻잎을 완전히 발효시킨 후 건조한다. 찻잎이 발효되면서 붉은색을 띠고 과일향이 자욱해진다. 홍차는 완전발효차로 홍탕홍엽(紅湯紅葉)의 특징을 갖는다. 차탕과 엽저의 색이 “홍색(紅色)”을 띠어 홍차라 부르고, 홍차 잎의 색은 진한 홍색 중 검은빛을 띠어 영어로는 “Black Tea”라 한다. 중국의 홍차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1) 공부홍차(工夫紅茶):위조, 유념3), 발효, 건조를 통하여 차가 만들어지고, 그 중 발효과정이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다. 산지에 따라 전홍(滇紅), 기홍(祁紅), 민홍(閩紅), 호홍(湖紅) 등으로 나뉘고 독특한 지역별 특색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홍은 중국 안휘성의 기문에서 생산되며 기문홍차(祁門紅茶)의 줄임말이다. 기홍의 “기문향(祁門香)”은 그 향이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과 같이 새콤하며 꽃과 같이 우아하다. 그 품질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인도의 다질링,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3대 홍차에 속한다.
2) 소종홍차(小種紅茶):소종홍차에는 정산소종(正山小種), 탄양소종(坦洋小種)과 정화소종(政和小種)이 있다. 그 중 정산소종이 가장 유명하다. 정산소종은 중국복건성 무이산의 특산품으로,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용안(龍眼)이라는 나무 열매 향기와 소나무 땔감으로 건조하여 발생되는 소나무 훈연향이 특징이다. 랍상소종으로도 불리며 서유럽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밀크티로 만들어 마시면 소종홍차만의 독특한 향이 부드러운 우유와 조화를 이루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영국에서는 훈제연어와 정통스타일의 체더 치즈와 함께 곁들어 마시기도 한다.
3)홍쇄차(紅碎茶):잘게 절단한 차로 주로 티백의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지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 홍차 수출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2차 가공을 통해 미생물을 발생하도록 만들어 발효시키는 흑차.
흑차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이다. 차를 일차적으로 가공한 후 다시 퇴적(堆積: 일차가공한 찻잎을 쌓아 두는 방법)이나 악퇴(渥堆: 일차 가공한 찻잎에 물을 뿌리고 쌓아 두어 찻잎 자체의 온도와 습도를 높이는 방법)의 과정을 거쳐 2차 가공을 하거나 저장하면서 차에 미생물이 발생하도록 한다. 흑차는 중국의 호남, 호북, 사천, 운남과 광서 등 서남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잎의 색은 윤기가 있는 흑색이나 흑갈색이다. 흑차의 향기와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오래될수록 깊어진다. 탕색은 진한 홍색을 띠는 등홍색(橙紅色)이다. 흑차는 압제를 하지 않은 산차(散茶)와 압제를 한 긴압차(緊壓茶)가 있다. 바구니에 담거나 종이로 포장하여 여러 개를 죽 잎으로 묶어 포장하고 보관한다. 육보차(六堡茶), 복전차(茯磚茶), 천량차(千兩茶), 운남보이차(雲南普洱茶)가 유명하다. 오래될수록 부드럽고 순해져 늦은 밤이나 몸이 허약한 사람들과 어린아이들까지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6대다류를 중심으로 차의 종류에 의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차의 맛과 향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
내가 茶박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 나로서는 이보다 더 곤란한 질문이 없다. 순간 직업정신에 각 차의 특징과 매력을 설명해주고 싶지만,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아 매번 웃음으로 무마시킨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차는 가공방법에 의해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세분화하면 녹차만으로도 그 종류가 수천 가지에 이른다. 각각의 차들은 저마다 특색을 달리하고 다른 얼굴로 내 마음을 유혹한다. 그 중 하나의 차만을 고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6대다류를 중심으로 한 차의 이해가 먼저 선행된다면 각각의 차가 가지는 특징을 쉽게 이해하게 되어, 차의 맛과 향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무궁무진한 차의 세계! 녹차는 성질이 차가워 열기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 오늘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올봄 갓 만들어진 싱그러운 우리 녹차와 향긋한 우롱차를 블렌딩해서 마셔보는 것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