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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km CP에서 수박화채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서 약 15분간 수면 후, 이제는 포기하겠다는 생
각은 멀리 가 버렸고 어쨌든지 시간 내에 완주를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14일 오전
6시45분 출발.
얼마 안가 가게에 들어가 콜라를 사서 마시는데 할머니께서 포카리 스웨트를 한 캔 주시면서 가
면서 먹고 힘내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하고서는 한 손에 들고 달려가는데 곧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온다.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길가의 언덕 아래서 볼일을 보고서 다시 출발.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할 정도로 뻔뻔해진 내 자신이 참으로 우습다.
410km지점 근방의 충주 조절지 댐 휴게소에 들러 폴라포를 하나 사먹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박카스를 한 병 주신다. "500원짜리 폴라포 하나 팔고 박카스 한병 주시면 남는게 있나요?" 하
니 "안남으면 어때요. 다음에 놀러왔다 지나가면 꼭 들러주세요." 하신다. 이번 종단에서 말로만
듣던 충청도의 후한 인심을 몸으로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 이래서 내나라 우리강산
이, 우리 동포가 참으로 좋구나!"
412.2km지점 역사학자이며 한학자이신 위당 정인보선생의 묘소를 통과하여, 416.4km 양초 삼
거리를 조금 못 미쳐 모텔식당에 들어가니 신현일님께서 380km지점에서 발의 부상으로 포기하
고 쉬고 계신다 한다.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약 15분간 수면 후 14일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하
여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소태재 정상을 향하여 뛰다 걷다 하면서 올라가는데 우산을 받쳐들고
올라가는 주자를 만나 힘! 을 외치고는 추월. 너무 더워 길가의 민가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는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는 상의를 물에 담갔다가 그냥 물이 흐르는 채로 입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424km 소태재 정상의 구룡 휴게소에 들어가 물냉면과 밥 한그릇을 시켜 먹는데 평소에 잘 안먹
는 계란이 두개나 들어 있어 그냥 남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힘내라고 특별히 두개씩이나 넣어
주었는데 남기면 어떡하냐고 하여 감사한 마음에 억지로 먹는다. 실을 얻어 발의 물집을 다시
손을 본 후 14일 오후 1시경 출발하여 강원도로 들어간다.
소태재 내리막 끝의 원주시 귀래면으로 들어가니 주유소 마당에 622km 종단 완주를 기원한다는
글과 함께, 어르신 한 분이 박카스를 몇 통 두고서 두개씩 나눠 주시면서 한개는 먹고 한개는 가
면서 먹으라고 손에 쥐어 주신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주시는 박카스에 힘입어 435.6km 양
안치재 정상을 오후 3시경 넘어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 삼거리를 지나 450km A/S 지점으로 달
려가는데 449km지점에 고등학교 동문 마라톤 10회 선배님이신 박수진 선배님께서 손을 흔들고
서 계신다. 거수경례를 하고 계속 달려가 450km A/S 지점에 14일 오후 5시50분에 도착.(예정도
착시간: 14일 오후 2시30분)
선배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잣죽과 더덕즙, 수박을 맛있게 먹고는 - 선배님의 후배사랑!
정말 감사드립니다! - 인사를 드리고는 14일 오후 6시5분경 500km CP를 향해 달려간다.
원주에서 횡성까지는 고속화 국도로 어마어마한 고개를 3개를 넘어야 하는데, 459.3km 공군부
대 길가 으슥한 곳에서 큰 볼일을 보는데 모기들의 공세에 아주 혼쭐이 났다.
461.4km 횡성 먹거리 단지의 주유소에서 간단히 샤워 후 올갱이국으로 저녁식사를 하고서 14일
저녁 9시23분 다시 출발을 하여, 464.6km 입석 교차로에서 약 10분간 길을 헤매다 신영우님의
도움으로 길을 바로 찾아 섬강교, 횡성터널을 지나 횡성군 신촌리 교차로까지 약 7km정도를 작
년 횡단 코스를 거슬러 올라간다.
472km 학담리 공근초등학교 근처에서 건너편 주자와 인사를 건네며 통성명을 하는데 작년 횡
단도 같이 했고 런너스 클럽의 공동식, 공천식 형제분 만큼이나 울트라 마라톤에서 유명한 안씨
형제중 형님이신 안대용님이시다. 동생이신 안지용님은 부상으로 400km에서 포기하셨다고 한
다. 서로에게 힘! 을 외치고는 계속 달려간다.
학담리 삼거리에서 좌측의 5번 고속화 국도를 타고서 홍천으로 올라가는데 "아무리 늦은 밤이라
지만 10분에 차 한대 지나가는 이런 길을 왜 만들었을까? 이건 너무 낭비인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컴컴한 밤이라 잘 모르겠지만 물소리가 세차게 들리는 것이 낮에 와 보면 경치가 괜찮을
것 같다. 코스맵에는 몇 군데 휴게소가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가의 가로등도 전부 꺼져 있고 문을 연 휴게소가 한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가져간 간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서 계속 올라가는데 화천 75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
화천!' 88년 군의관으로 임관하여 처음 근무지가 7사단 5연대 화천군 산양리가 아니던가! 1년간
전방근무를 하면서 지뢰사고, 철책선 감전 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때문에 헬기로 수도 통합병원
으로 두번 날아간 기억이며, 사단 장교 전투력 측정에서 일반 장교들을 제치고 연대에서 1등을
하여 특별 휴가를 받은 기억 등이 스쳐 지나간다.
483.4km 지점 삼마치 터널을 지나니 홍천군 표지판이 보이고 계속 내리막이다. 491.2km지점
연봉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여 인제, 홍천 방면의 44번 국도를 타고 내려와 491.5km 현대 남산
주유소까지는 잘 왔는데 이후에 다음 이정표인 493.2km 지점의 카사블랑카 모텔이 안 보인다.
여기서 한 시간 가량을 헤매다 최수철 조직위원장님과 정동숙님의 도움을 받아 길을 바로 찾아
가는데, 501.6km CP 금강 휴게소까지 남은 거리는 10.1km,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아! 여기서 접어야 하나! 아니! 절대로 그럴 순 없다! 그래! 죽기살기로 한번 뛰어보자! 나는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어 밝아오는 새벽길을 평소면
거의 조깅 수준이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는 km당 6분 속도로 달려 거친 숨을 몰
아쉬며 5번째 CP인 금강 휴게소에 컷 오프 15분 전인 15일 새벽 5시45분에 가까스로 도착.(예정
도착시간: 15일 오전 3시)(수면시간: 30분)
8)500 - 600km
금강휴게소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황태국밥을 먹고서 여태까지 신었던 아식스 2090이 뒤축이
많이 닳고 쿳션도 거의 없어진 것 같아 여분으로 준비해 간 같은 신발에, 깔창은 발에 적응된 쓰
던 것으로 그대로 끼워 가기로 한다. 이제 남은 거리 122km를 30시간 안에 주파하면 된다는 안
도감이 들긴 하지만 돌발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겨 15일 오전6시25분
에 출발.
505km 삼포 휴게소를 지나서부터 540km 38선 비석이 있는 곳까지 약 35km는 도로 공사구간
으로, 차가 서로 교행을 하게 되면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하고 아예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야 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아마 종단 대회 전구간 중 가장 위험했고, 내려쬐는 햇볕과 차량
정체로 인한 매연,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짜증나는 구간이었던 것 같다.
511.2km 화양강랜드 휴게소에 들러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 콜라와 얼음과자를 사먹고 500m쯤
갔을까? 왼쪽 손에 있어야 할 코팅한 코스맵이 없다. "우와! 돌아버리겠네!" 가던 길을 돌아서
휴게소에 들어가니 계산대 한쪽에 코스맵이 보인다. "휴! 다행이다!" 들고서 다시 출발 - 이후
로 이런 일이 한번 더 있었다. 515km지점을 15일 오전 9시경 통과하여 528.5km지점의 기사식
당에 15일 오전 11시에 도착하여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서 30분정도 수면을 취한 후 15일 오후
0시 5분에 출발. 조금 가다 주유소에 들러 물을 끼얹고 나와 다시 달리는데 아까 식사를 한 기사
식당과 비슷한 기사식당이 보여,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거꾸로 온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유소로 돌아가 인제 방향을 물어보니 가던 방향이 맞다고 한다. 울산
마라톤클럽의 김영목님을 만나 가게에 들어가 콜라와 얼음과자를 사 먹고서 나무 아래 그늘진곳
에서 약 15분간 수면을 취한 후, 좀 더 자고 오겠다는 김영목님을 뒤로 하고 달려가는데 아내에
게서 전화가 온다. 큰딸과 박정선님과 부산서 출발하여 바로 뒤에서 올라오고 있다면서 조금 있
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길가의 휴게소에서 세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인제대
교 근처의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큰딸의 "아빠! 힘내세요!" 하는 응원에 힘을 입어 다시 달려
간다.
539.7km지점의 공사 중인 간이 터널을 지날 때는 차가 지나가면 아예 터널 벽에 바짝 붙어 있
다가 차가 안오면 다시 뛰고 하여 인제대교, 인제 선착장 - 1981년 의과대학 산악부 시절 설악산
장기등반을 마치고 원통을 거쳐 인제로 내려와 인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너 춘천-
서울-부산으로 귀향한 추억이 있는, 당시는 교통의 오지로 일부구간은 차의 교행이 어려워 시간
을 두고 한쪽방향만 통행을 시키는 그런 곳이었는데... - 을 조금 지난 545km지점의 길에서 약
간 떨어진 식당에서 아내와 큰딸, 박정선님을 만나 준비해 온 전복죽과 과일을 먹고서 15분간 수
면후 저녁 식사 때 만나기로 하고 15일 오후 5시55분경 출발.
인제 터널을 지나기 위해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지나가는 승용차가 서더니 "효마클의 손우현
님 아닙니까?" 하는데 보니 막달리자 클럽의 김영철님과 일행분들로 아마 전성준님을 환영하기
위해 피니쉬 라인으로 가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내린천을 우측에 끼고서 인제군을 통과하여
550.3km 내린천 휴게소 A/S 지점에 15일 저녁 7시15분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5일 오후2시30
분)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주는 수박화채를 먹고 얼음 마사지도 받으면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출발
하려는데, 저녁에 힘이 떨어지면 마시라면서 500cc 팻트병에 쵸코렛 음료같은 영양음료를 담
아 챙겨주신다. 처음 도착 주자부터 마지막 주자까지 보살펴 주려면 아마도 20시간 이상을 같은
자리에서 봉사를 해야 할 텐데...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원통을 지나 내설악 광장에서 좌회전을 하여 간성, 속초방향의 46번도로를 타고 조금 올라가다,
562km지점의 식당에 들어가 아내와 큰딸을 만나 황태정식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서 15일
저녁 10시경 설악으로 들어간다.
내설악의 많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합쳐서 이루는 북천을 따라 올라가다, 십이선녀탕 입
구 조금 못 미쳐 문 닫은 주유소 광장에서 쉬고있는 김영목님과 다른 일행 5명, 총 7명이서 동반
주를 하면서 계속 북으로 올라간다. 오밤중이라 내설악의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대학 산악부시절 2번 - 당시는 35kg
이상 나가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서 내설악 구석구석을 날아다녔는데... , 전공의 2년차 휴가때,
88년 전방 군의관 근무시절의 휴가때, 94년 개원한 해 여름휴가때 부모님을 모시고 와 본 추억
들을 되새기며 낯익은 지명인 십이선녀탕, 백담사입구, 용대리를 스쳐 지나간다.
574.9km LG 용대주유소 근처 길가의 넓은 공터에서 7명이서 하늘을 지붕삼아 30분간 수면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여 576.8km 미시령입구 삼거리 초소(16일 새벽 2시3분 통과)에서 좌회전
하여 진부령쪽으로 올라간다.
577.2km 용바위식당 근처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로 감독 2명이 와서 배번을 체크한 후 이
페이스로 가면 시간내 완주가 힘들 수도 있다는 말에 자극을 받아, 혼자서 먼저 출발하여
582.8km 진부령 정상까지 5.6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 정상의 가게 자판기에서 커
피 한 잔을 뽑아 마시고,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는데 오르막에서 계속 달린 것이 무리였는지 좌측
아킬레스 건부위에 예리한 통증이 오기 시작하여 속도를 내기가 힘이 든다.
배가 고파 허기가 져서 배낭안의 사탕과 한회장님께서 챙겨주신 건포도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
서, 내리막을 걷다 달리다 하면서 내려가다 590km지점(16일 새벽 4시45분 통과)근처에서 부산
서 올라오시는 정화국님 일행을 만나 힘을 받고 다시 달려가는데, 아! 우리 효마클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옆에 서더니 힘!을 외치고는 혹시나 부정행위로 오인받을 것을 염려하여 반가운 얼굴들
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그래! 어서 빨리 가서 만나야지!"
힘을 얻어 600km CP를 향하여 아킬레스 건의 통증도 잊어버린채 속도를 올려 달려간다.
594.3km 현대오일 설악휴게소를 지나서 부터는 지루한 길이 계속되면서 마지막 이틀동안 총 2
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자서인지, 의식은 멀쩡한것 같은데 이른바 '데자뷰(deja vu)현상'이 나
타난다. - 번역하면 '전에 보았던'의 의미로, 생전 처음 접하는 장소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왠
지 눈에 익고 예전에 똑같은 체험을 겪어 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하며, 실제로 이번
종단에서 마지막에는 수면부족으로 거의 모든 주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 같
은 현상을 경험 한것 같다.
600km CP로 가는 길이 불과 얼마전에 와 보았던 길같고, CP지점인 원미 매운탕에서 김병호고
문과 식사를 한 기억이, 그집의 내부구조가 너무나 또렷이 떠오르는데 "언제 와 보았을까?" 하면
서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언제와 보았는지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않는다.
이런 상태로 겨우 겨우 600km CP에 도착하니 16일 오전 6시32분이다.(예정도착시간: 16일 오
전 3시) (수면시간: 1시간30분)
9)600 - 622km
600km CP에 도착하니 망월마라톤 선배님이신 박수진선배님, 유맹석선배님, 이윤재선배님 3분
이 반겨 주신다. 새벽 3시에 용인서 출발하시어 이 후배 달리는 마지막길에 힘을 실어 주시기위
해 새벽의 영동 고속도로를 달려 오신 것이다. "아! 선배님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주로 감독차 부산서 올라오신 이분희님과 정화국님이 시간이 빠듯하다 하며 빨리 출발할 것을
재촉하신다. 그래서 황태국밥 반 그릇과 수박 한 조각만을 먹고 선배님들께서 준비해오신 영양
식은 전혀 먹지 못한 채, 배낭의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인 후 피니쉬 라인을 향해 16일 오전 6시
41분에 발진.
604.8km 대대 삼거리까지는그래도 정신이 있어 통과하는 것을 알았고 나름대로 빨리 달린다고
달린 것이 - 나중에 랩 타임을 보니 km당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수준이었다. - 오바페이스였는
지 탈수와 저혈당으로 힘든 레이스가 계속 되면서, 이후로는 의식이 혼미 해지면서 기억이 가물
가물한 것이 마냥 아득하기만하다.
계속 코스맵을 보고 달리면서도 도저히 자신이 없어 마침 전화온 철우에게 선배님들께 연락을
하여, 갈림길에서 자동차 방향등으로 신호를 좀 보내 주시고 몸에 끼얹을 차가운 생수를 준비해
주십사고 부탁을 드려 달라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차가운 생수를 머리에 끼얹으면 정신이 번쩍 들지만 채 5분이 못 되어 다시 의식이 흐려지는것
이, 또 예의 그 '데자뷰현상'이 괴롭힌다. 명란젓 공장의 간판을 보고 지나갔는데 얼마 안가서 그
간판이 또 보인다. 이러니 코스맵상 위치가 608km, 610km, 607km 이런식으로 완전히 뒤죽박죽
이다.
608km정도로 기억되는 지점에서 신영우님이 시간이 충분하니 식사를 하고 갈 것을 권하지만 무
조건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냥 계속 간다.
608.7km 반암해수욕장을 16일 오전 8시5분경에 통과한 것으로 랩타임에 찍혀 있다.
611km 자산천 삼거리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응원오신 회원님들께 효마클 경기복을 입고서 폼
나게 골인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효마클 경기복으로 갈아 입으려고 아내가
건네주는 옷을 받아보니, 200 - 400km구간에서 입었던 반타이즈와 효마클 훈련복이다. - 나중
에 아내가 말하기를 잘못 알고 그 옷을 지난 밤에 세탁하여 밤새 말려서 가져 왔다고 한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 모락나는것이 아내에게 한바탕 신경질을 내고는그냥 달려가는데, 이후로는
의식이 완전히 혼미한 가운데 오로지 앞으로 가야만 한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달렸던것 같다.
효마클 회원님 여러분! 모쪼록 더운 여름에는 성질 좀 죽이고 살아야 된다는것을 절실히 느꼈습
니다. 잘못하면 가는 수가... ㅋㅋㅋ
612.1km 거진 공설운동장 앞을 16일 오전 8시50분경 통과.
종단 출발전에 화진포 콘도, 금강산 콘도 2개가 있는것을 모르고 콘도에만 가면 다 왔다고 입력
이 되어 있는 터라, 616.4km지점의 화진포 콘도 표지판을 보고는 "아! 이제 다 왔구나" 하고 달려
가는데 가도 가도 피니쉬 라인이 안보여 혼자 생각하기를 "거리가 모자라 마지막에 8자 순환코
스를 만들어 돌리는구나", "그런데 다른 주자들은 2바퀴 정도만 도는데 나는5~6번도 더 도는것
같다." "레이스를 그만 두고 차를 타고 가서 왜 이리 마지막에 뺑뺑이를 돌게하여 주자들을 힘들
게 하느냐?" 고 항의를 해야겠다. "어서 빨리 8자코스에서 탈출을 해야만 하는데..." 하는 생각에
사거리 지점에서 직진을 안하고 우측으로 가려하니 신영우님이 직진을 해야한다고 하신다.
우측에 해수욕장을 보고서 달렸는데 30분정도 가면 똑 같은 해수욕장이 또 나타나고, 분명 도로
위의 대전차 방호벽 아래를 지났는데 또 나타난다. 정말! 환장 할 지경이다.
이제는 달리면서 점점 도로 가운데 중앙선 쪽으로 가는것 같아 길가로 붙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중앙선 쪽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러니 뒤에서 오는 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다.
그렇게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달려가는데 앞서 골인한 주자가 탄 차가 지나가면서 힘!을 외치고
는 "효마클회원님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 어서 빨리 가야지!" "어서 빨리 이 악몽같은 레이스를 끝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 앞으로
발을 내디디다보니 어느새 피니쉬 지점인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서정
목이사님께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것이 보인다. - 샤워 후 식당으로 내려가 안 보이시길래 "서이
사님 어디 가셨느냐?" 하고 물으니 "안 오셨는데요." 한다. "아까 분명히 피니쉬 라인 조금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는데..." 하니 최재호님이 "제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요." 하신다. ???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오르막을 달려 올라가, 마침내 7월 10일 오전6시에 전남 해남 땅끝을 출발
한지 148시간36분만에 피니쉬 테이프를 끊고서 멈추었다..
16일 오전 10시36분도착(예정도착시간: 16일 오전 8시)
"아! 이제 다 왔구나!"
"아! 쉬고 싶다!"
"그래! 넌 해냈어!"
4.완주후기를 마치면서
1)6박7일간 전라남도(해남땅끝-강진-영암-나주-광주-장성) - 전라북도(정읍-전주-완주) - 충청
남도(논산-대전-신탄진) - 충청북도(청주-청원-정평-음성-충주) - 강원도(원주-횡성-홍천-인
제-고성) 등 5개도를 지나면서, 148시간 36분동안 10시간20분의 수면을 취하면서 내나라 내강
산을 두발로 달려보았고, 2004년 제주일주 2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와 2004년 한반도횡단
311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제주도, 경기도, 강원도를 달렸으므로, 내년의 2005 대한민국 종
단(태종대-임진각) 537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경상남북도를 달리게 되면 남한 전체
를 두발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2)작년의 제주일주와 한반도 횡단시에는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과 제주도, 경기도, 강원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비교적 편안히 달렸으나, 이번 종단때는 고속화 국도를 달리는구간
이 많아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없었고 설악산 구간을 한밤중에 지나가게 되어 설악의 아
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3)이번 종단에서의 아쉬움들
첫째, 둘째날 소화에 부담이 되는 육류를 섭취하여 발생한 위장장애로 인하여 유발된 참을 수 없
는 졸음과 컨디션 저하로 원래의 예정 도착시간을 맞추지 못하였고 - 페이스 차트를 구상
할 때 항상 예정 도착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 두었기에 여태까지의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예정시간을 넘겨 도착한 적은 거의 없었다.
둘째, 작년 횡단시에는 네명이서 끝까지 동반주를 하여 페이스의 늘어짐이 없이 수월하게 완주
할 수 있었으나, 이번 종단에서는 전 구간의 4분의 3을 외로운 독주를 함으로써 졸리면 자
고 걷고 싶으면 걷고 하여 페이스가 한없이 늘어졌다. 동반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
던 대회였다.
셋째, 첫번째 두번째의 이유로 인하여 400km 이후로는 컷 오프를 면하기에 급급하였고, 이때까
지 페이스 메이커로 참가한 대회를 제외하고는 항상 완주자 중 상위 30%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완주자 43명 중 36등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쳐 말 그대로 완주에 만족해야만
했고, 마지막 600 -622km 구간에서 오바페이스, 저혈당, 탈수현상으로 의식이 혼미한 가
운데 달림으로써 응원하는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등 레이스를 깔끔하게 마무
리 못한 점이 아쉽다.
넷째, 여러가지 간식을 준비하여 갔으나 실제로 먹었던 간식은 준비한 양의 1/10이 채 못 되었던
것 같았고, 서바이벌 울트라에서는 웬만한 것은 주로상의 가게에서 해결할 수 있으므로
다음에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간식만을 준비하여 가급적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4)이제 KUMF에서 요구하는 그랜드 슬럼의 세가지 조건 중 한반도 횡단 311km 완주, 대한민국 종
단 622km 완주 두가지는 해냈고, 내년의 대한민국 종단 537km(태종대-임진각)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남았는데, 기왕에 울트라 마라톤을 시작한 이상 내년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함으로써
모든 울트라 런너들의 동경의 대상인 그랜드 슬럼을 달성하고자 한다.
5. 감사드립니다.
1)강건한 체력과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않고 헤쳐나갈 수있는 강한 정신력을 물려 주시고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강하게 키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달리기에 바빠 뇌졸증을 앓고 계시는 어머님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외동아들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묵묵히 달리기를 지원해주고 전라북도
와 멀리 강원도까지 와서 마음졸이며 밤을 세워 응원해준 아내와 오늘의 이 완주의 기쁨을 나누
고 싶습니다.
2)오바페이스, 탈수, 저혈당으로 인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도 오로지 " 앞으로 가야만 한다! " 는
생각하나만으로 저를 피니쉬라인까지 무사히 인도한 것은, 부산에서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결승
점까지 저를 응원오신 우리 효마클회원님을 결코 실망시켜드려서는 안된다는 일념과 먼저 골인
한 주자가 귀가하면서 던진 한마디 "효마클 회원님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다" 였습니다.
종단 출정식에 오셔서 격려해 주신 효마클 회원님들, 격려금을 주신 서덕일고문님을 비롯한 몇
분의 선배님들, 응원버스를 지원해 주신 김태우변호사님과 이형복교수님, 두번씩이나 오셔서 2
박 4일로 격려해 주신 한경애회장님, 가기 전에 먹고 힘내라고 홍삼 엑기스를 보내주시고 종단
완주 환영식에서 2차를 쏘신 장무성&전희주원장님, 바쁘신 업무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오셔서
격려해 주신 류승관님, 신창섭님, 김광호님, 최욱준님, 그리고 초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하여 밤잠
을 설쳐가면서 피니쉬 라인까지 응원을 오신 우리 효마클 회원님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성
으로 보살펴 주신 김대숙님, 윤연경님, 일주일 내내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중계에 수고하신
오억세총무팀장님, 인터넷중계를 보시면서 컷오프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해 하시면서 응원해 주
신 회원님들, 종단 완주 환영식을 성대히 베풀어 주신 회원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리며 제 자신
효마클 회원임이 너무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3)450km지점에 잣죽, 더덕즙과 과일을 준비하시어 후배 격려차 오시고 그것도 모자라 새벽 3시에
출발하시어 피니쉬 라인까지 오신 망월 마라톤 박수진 선배님과, 피니쉬 라인에서 "동고인!손우
현 욕봤다!" 라는 플래카드를 준비하시어 응원해 주신 유맹석선배님과 이윤재선배님, 그리고 달
리는 내내 전화와 문자 메세지로 격려해 주시고 망월마라톤 게시판을 통해 응원해 주신 여러 선
후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종단 완주 환영회를 열어 환영해 주신 강상중선배님, 김유일선배님, 김
겸렬회장님, 김철우&김원종동기 그리고 후배님들께도 감사드리며 이번 종단을 통해 선배님들
의 "동고사랑", "후배사랑"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멀리 땅끝까지 차로
바래다 주고 인터넷 중계에 수고한 김철우동기에게 진한 우정을 다시 한번 느끼며 감사의 마음
을 전하고자 합니다.
4)같은 런너스클럽의 회원이자 작년 횡단 동지인 공동식님,공천식님 형제분과 사모님들, 신영우님
과 박정선님! 출정식을 열어 격려해 주시고 종단 기간 내내 전화를 하면 레이스에 방해가 될 까
봐 문자로 격려 주시고 종단 완주 축하연에서 감동적인 문구가 새겨진 값진 패를 선물해 주신
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멀리까지 어려운 걸음을 두번씩이나 하시고
사골곰탕을 준비하여 주신 박정선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신영우님!
님의 6박 7일간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없었다면 어찌 종단 완주가 가능했겠습니까? 마지막날 의
식이 혼미한 가운데도 오로지 님을 의지하여 달렸기에 피니쉬 라인을 무사히 밟을 수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종단 완주 후 환영식을 성대히 베풀어 주시고 기념 액자까지 선물해 주신 여러 런클 회원님들께
도 감사드립니다.
5)출정식을 열어 힘을 실어주시고 거금의 격려금을 주신 부산시 의사회 마라톤 클럽 이기욱원장님
과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종단 완주 후 맛있는 저녁으로 환영해 주신 이장희원장님, 김진국원
장님과 강신수원장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번 종단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또 많은 은혜를 입었으며 평생을 갚아도 모자
라겠지만 살아가면서 차차 갚을 것을 약속드리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풍부한 경험,,, 나중에 전수해주세요. 그날의 감동과 숨막힘이 다시금 기억납니다. 동기 힘!
차로 달려도 지겹고 머나 먼 길, 뛰고 달려서 완주하심을 거듭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후기 1,2 편을 쭉 읽는 가운데 발견한 것인데, 달리는 과정에서 포카리 같은 이온 음료 대신 '콜라'를 엄청 마셨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도기정님! www.bbu100.com 의 자유게시판 932번,930번 글을 참고 하십시요
값지고 좋은 경험을 앞으로 후배들에 많은 자료가 될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말 대단한 이루심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손 고문님!!! 힘!!!!
감동의 드라마가 끝나버려 아쉽습니다. 감사드립니다(좋은 작품 올려 주어서)
원미 매운탕에서 같이 한 식사 맛있었습니다. 이제는 회복이 거의 되셨죠?
!!
@#&*!!!!!!!!!!!!!!!!!!!!!!!!----------------.
"먼길을 다녀온자 거짓말을 조금 하여도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만 손고문님의 후기에 묻어나는 너무도 여실한 진정성에 인생의 각오가 또한 새삼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
후기 1,2편 모두 아들과 함께 눈시울을 적시면서 감상 잘 하였습니다. 글자 한/자/ 한/자/가, 땀방울 한/땀/한/땀/이 님의 소~중~한 history 발자취 입니다. 존/경/합/니/다/.
손 우현님! 존경합니다.사랑합니다.그리고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효원! 효원! 힘!
가슴 찡한 그 무언가가 느껴지는 명문입니다. 애 썼습니다. 빠른 몸 회복 기원합니다.
컴퓨터상으로 이리 긴글을 내리 읽어내기는 처음입니다. 경험한 자만이 써낼수 있는 감동 그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