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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 나오던 철수가 다시 화방엘 나오고 난 후 갑자기 수업받는 시간과 날짜가 변경되어 미세스 김과 철수는 같은 날 수업을 받는데 자기는 다른 날 혼자 수업을 받게 된 경화가 자기와 철수가 만나는 것을 피하려고 철수와 선생님이 협의해서 그렇게 한 것을 알고는 철수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기를 피하려고 하고 더욱이 화가 선생님까지 그 일에 동참한 것이 경화의 자존심을 건드려 경화가 철수를 피하게 되었다.
아니 외견상으로는 경화가 철수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이것도 경화의 작전이었다.
철수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고조된 철수의 감정을 식혀보려는 경화가 당분간의 냉각기를 갖기 위한, 세 발 뛰기 위해 한발 물러나는
그렇게 한 달쯤 지나서 이제는 어느 정도 냉각기가 지났다고 생각한 경화가 철수에게 다시 접근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화방에 새로운 여자가 들어왔고 그 여자가 들어온 후 수업시간이 다시 조정되어 철수와 그 여자가 같은 날 수업을 받고 자기는 미세스 김과 같은 날 수업을 받게 되면서 철수 주위에 다른 여자가 생기자 경화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철수가 화방에 다시 나오면서 염려했던 것처럼 몇 번 철수의 수업시간이 있는 날 미리 나와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철수를 만났지만, 철수는 상대도 안 해준다.
아니 철수의 태도는 전보다 더 냉랭해진 것 같다.
그것이 경숙이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경화는 위기의식과 함께 경숙에게서 경쟁자의 느낌을 받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남에게 뺏길 수 없다는 오기까지 생겨 어떻게 하든 철수를 꼭 잡겠다고 생각을 다잡게 했고 철수는 경화로 인해 우울하고 답답하던 화방의 분위기가 경숙으로 해서 밝아지며 새로운 활력소를 얻었다.
미세스 김도 경화와 철수의 틈에서 조금은 서먹하고 부자연스럽던 분위기가 경숙으로 그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아 경숙의 합류를 환영하면서도 제자를 더는 받지 않을 것 같던 화가 선생님이 새로 제자를 받은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이렇게 경숙으로 해서 다소 고조된 분위기는 오늘은 야외 사생으로 더욱 고조 되었다.
그러나 경숙이 처음 화방에 나올 때 경숙이 앞에 나타나 자기가 철수의 애인이라는 것을 표현하여 경숙이 철수에게 접근을 막을까 하고 생각하던 경화는 처음 보는 생면부지의 사람 앞에 나타나 저 남자는 내 남자라고 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또 그렇게까지 하면 오히려 철수가 자기를 더 좋지 않게 보지 않을까 하여 망설이며 관망하다가 철수의 냉대가 점점 심해지자, 경화는 그것이 경숙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철수에게는 당신은 내 사람이라는 뜻으로 또 철수와 접촉이 잦은 경숙에게는 철수는 내 사람이니 혹시라도 철수에게 다른 마음을 먹고 접근하지 말라는 표시로 오늘 야외 사생을 틈타 도시락을 싸 와 철수에게 주며 애정을 표시했지만, 철수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도록 부담스러워했다.
두 여자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오늘 처음 대하는 경숙이 앞에서 자기의 자존심을 꺾으며 어렵게 표시한 자기의 애정 표시를 무시하는 철수의 행동을 보고 씁쓸히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울었던 경화가 철수와 경숙이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좋을 리 없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세요?”
경화는 다가가며 일부러 큰 소리로 묻는다.
뒤를 돌아본 경숙은 경화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경화씨!” 하고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움츠러든다.
점심때 경화의 행동에서 경화가 철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철수는 다가오는 경화를 무심한 얼굴로 바라본다.
“내가 두 분의 분위기를 깼나보죠?”
경화는 두 분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준다.
“아니에요. 어서 오세요.”
경숙이 얼른 대답한다.
경화는 경숙의 그 말에 반응을 않고
“철수씨 그림 다 그렸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 아직 많이 남았어.”
“자기 그림 다 그렸으면 내가 그리는 그림 좀 보아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경화가 아주 상냥하게 말했지만
“미안해 아직도 많이 남아서 그럴 시간이 없군.”
철수는 무뚝뚝하게 받는다.
철수의 무뚝뚝한 말에도 경화가 다시
“얼마나 기다리면 돼.”
하고 여전히 상냥하다.
“그려야 할 것이 많아 끝날 때까지 그럴 시간이 없을 거야.”
철수는 여전히 무뚝뚝하다.
“그래! 그러면서 다른 여자와는 노닥거릴 시간은 있는 모양이지?”
철수의 그런 태도에 경화의 말투도 비아냥거림으로 달라진다.
“경화씨 말조심해. 노닥거리다니.”
“그럼 무어야? 경숙씨와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도 이제 막 여기에 왔어요.”
경숙이 얼른 변명을 한다.
경화는 그게 더 싫다.
“우리도 이제 막 여기에 왔다면 두 사람이 같이 어디에 갔었나보죠?”
“그런 것이 아니라---”
“경숙씨 그만두세요. 우리가 왜 그런 변명을 해야 해요.”
변명하는 경숙을 제지하며 철수가 이렇게 말한다.
“그새 둘이 무척 가까워졌나 보지? 두 사람이 말끝마다 우리 우리 하는 것을 보니.”
경화의 말에 가시가 돋친다.
“경화씨 그런 것이 아니고---.”
경숙이 다시 변명하려고 하자
“마음대로 생각해. 생각은 자유니까.”
철수가 또 나선다.
경화의 남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철수는 싫어한다.
경화는 경화대로 철수의 오늘 반응은 점심때나 지금이나 조금 지나치다고 느끼며 그것은 경숙을 의식함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어제부터 그렇게 경숙씨를 감싸고돌았어?”
경화의 노골적인 공격에 경숙이 막 반박을 하려고 하는데
“여기들 다 있군. 아무리 내가 자기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나만 빼놓고 이렇게 젊은 사람들끼리만 어울릴 거야?”
미세스 김이 급히 걸어오며 한마디 한다.
경숙은 곤란한 순간에 미세스 김이 끼어드는 것을 반기며
“어서 오세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하고 변명을 한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니 더 섭섭하다. 은연중에 내가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 아냐?”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
“그렇지 않아? 호! 호! 호!”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호! 호! 호!”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미세스 김이 이런 농담을 하며 필요 이상 과장하여 웃음을 띠고 경숙도 이상해진 분위기를 돌려보려고 미세스 김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철수와 경화는 서로 딴전을 피우고 있다.
그 모양을 보고 미세스 김이 단독 직입적으로
“두 사람 왜 그래? 또 싸운 거야?”
하고 또 라는 말에 힘을 주어 묻는다.
“아니에요. 싸우기는---”
그렇게 변명한 것은 경화이다.
자기들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미세스 김에게 자기들이 싸웠다는 것 그것도 자기로 해서 싸웠다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다.
특히 경숙이 앞에서는 싸웠다는 말이 좋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스 김은 그림 다 그렸어요?”
이제까지 침묵하던 철수가 시쿤둥 하며 이렇게 묻는다.
“아니 아직 다 못 그렸어.”
“그래요? 나도 아직 멀었는데 그림이나 그리죠.”
하고 철수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캠퍼스에 앉는다.
그 행동에 그림이나 그리지 무얼 하러 몰려와서 이렇게 소란이냐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 미세스 김이 조금은 머쓱해진다.
그것을 눈치챈 경숙이 미세스 김의 손을 끌고 자리를 뜨고 경화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철수를 잠시 보고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붓을 잡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철수를 보고 그만두고 자리를 뜬다.
오후 4시쯤 다 그린 그림을 가지고 모여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오랜만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자기의 그림을 내놓고 선생님의 강평을 듣는다는 것이 좀 쑥스러운 듯 모두 조금씩 긴장을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전에 가끔 해보았던 것이라 좀 덜 하지만 경숙은 처음이라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이 긴장을 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 잘된 철수가 그린 그림에 대하여 선생님은 제일 많이 그리고 세세한 지도를 하고 그다음은 경숙이 것에 대하여 이것저것 지적을 하시며 지도를 하셨다.
경숙은 그날 미세스 김에게 들어서 알게 된 것으로 미세스 김은 어느 회사 사장의 부인이고 손경화는 광주지역 3선 국회의원의 딸이다.
미세스 김은 남는 시간에 취미로 동양화를 배우는 것이고 경화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또 동양화를 배우겠다고 화방엘 나오고 있는데 서양화 그림 솜씨는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배우고 있는 동양화는 미세스 김만큼도 못 그린다.
그래서인지 그 두 사람의 그림에 대하여는 선생님이 별로 지적을 하지 않고 잘 그렸다고 하고 본인들도 그것을 과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림지도가 끝나고 5시가 좀 지나서 광주를 향했다.
낮에 일로해서 차 안의 분위기가 별로이다.
화가 선생님은 낮 동안 도갑사 지주와 곡주라며 마신 막걸리에 취해 잠들어 있고 네 사람은 각자 자기 생각에 빠져있다.
경숙은 어찌됐든 자기 때문에 경화가 오해하게 해서 미안한 생각을
철수는 오늘 자기가 필요 이상으로 경화에게 반응했다는 생각과 혹 그것이 경숙이 때문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
경화는 오늘 철수의 행동이 다른 때보다 심했고 그것이 경숙이 때문이고 경숙으로 해서 자기가 철수에게서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그로인한 안타깝고 서글픔, 그리고 일어나는 질투심으로 속을 끓인다.
미세스 김은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자기가 가끔은 우스운 꼴이 된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그러다 차 안의 분위기를 생각하고
“미세스 김 오늘 재미있었죠?”
하고 경숙이 미세스 김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는 오늘 재미있었나 보지?”
하고 미세스 김이 대답하기 전에 경화가 비아냥대듯 말한다.
순간 기분이 나빴던 경숙은 경화가 오해를 단단히 하고 아직도 그 오해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달래며
“경화씨는 재미없었어요?”
하고 좀 과장되게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기분 망친 게 누군데?”
경화가 혼자 말처럼 중얼거린다.
경숙은 다시 화가 치미는 것을 참으며
“나 때문에 경화씨가 마음이 상했으면 미안해요.”
하고 사과를 했다.
“참! 천사표네. 남의 기분은 다 망쳐놓고.”
경화도 오늘은 평소와 달리 마음이 많이 꼬였다.
경숙과는 무엇인지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웃음까지 짓다가 자기에게는 무뚝뚝하게 대하던 철수의 행동에 속이 많이 뒤틀린 것이다.
이 말에 지금까지 참았던 경숙이
“경화씨 너무하는 것 아니에요? 내가 오늘 경화씨에게 무얼 얼마나 잘 못 했어요?”
하며 정색을 하고 따지고 든다.
경숙이 그렇게 말하자 경화는 할 말이 없다.
따지고 보면 철수에 행동에 난 화로 해서 또 자기의 마음에 일어나는 질투심으로 공연히 죄 없는 경숙을 걸고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수 앞에서 경숙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해?”
하고 대꾸를 한다.
그렇게 대꾸를 하고나니 경화는 철수가 자기에게 그렇게 불친절하게 만든 것은 경숙 때문이고 그것은 분명히 경숙이 자기에게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 봐요, 경화씨! 내가 사과할 것이 있어서 사과하는 줄 알아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오해하는 경화씨가 안 돼 보여 마음에 두지 말라고 사과한 거지.”
경숙의 말소리에도 화가 배어있다.
“그만들 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도 이야기 들어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 같은데.”
옆에서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미세스 김이 말린다.
운전을 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철수도 이 사태가 자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경화씨! 그만 둬, 아까는 내가 좀 심했어. 사과하지.”
철수가 이렇게 말하자 아직까지 꼬여있던 경화의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어찌됐던 철수가 자기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자기가 경숙이와 다투는 것이 못마땅해 경숙을 위해 사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철수가 사과까지 한 마당에 다시 경숙과 말다툼을 하면 자기가 철수를 무시하는 것이 되고 그렇게 되면 자기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과 내가 이 정도 하면 철수에 대한 내 마음을 경숙이 알았으니 딴마음을 먹지 못하겠지 하고 판단한 경화는 참기로 한다.
경숙도 철수가 그렇게 사과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다투어보아야 분위기만 나빠지고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에 이는 분을 참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말다툼은 끝났지만, 광주에 도착하여 헤어질 때까지도 네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첫댓글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