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비가 섞여 내리던 스토크시티 경기장에 2만 6천여명의 관중들이 꽉 들어찼다. 22일 오후, 상승세의 스토크시티와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이하 WBA)이 브리타니아 경기장에서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전반 10분을 제외한다면 홈 관중을 등에 업은 스토크시티가 WBA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이렇다 할 기회 조차 잡지 못했던 WBA를 상대로 후반 39분 스토크시티의 시디베가 헤딩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짜릿한 득점에 홈팬들은 열광했고 경기는 1-0, 스토크시티의 승으로 마무리 됐다.
지난 달 1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0으로 패배를 당한 이래 WBA의 7경기 무승행진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스토크시티전에서 선수들은 시종일관 무기력했고 토니 모브레이 감독도 실망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퇴장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김두현의 모습도 보였다. 동료들과 나란히 걸어나가는 김두현의 어깨가 패배로 인해 축 쳐졌다.
'경기 감각을 잃어버리다'
김두현은 지난 8일 리버풀전에 이어 부상 회복 후 3번째 경기로 스토크시티전에 선발 출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김두현은 전반 초반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팀 동료 선수간의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움직임도 무뎌졌고 심지어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패스 미스까지 나왔다. 결국 김두현은 이 날 후반 12분 만에 텍세이라와 교체되어 그라운드에서 내려왔다. 모브레이 감독도 김두현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
스토크시티전이 끝난 후 영국 언론들의 평가도 매서웠다. 57분을 뛴 김두현에게 그들은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충격적인 평가였다. 김두현은 팀에서 코렌과 함께 최저 평가를 받은 선수가 됐다.
김두현의 부진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난 9월 말 미들즈브러와의 원정 경기에서 김두현은 전반 1분만에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하며 들 것에 실려나왔고 그로부터 5주간 경기를 뛰지 못하며 재활에 힘써야 했다. 힘겨운 재활 속에서 김두현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고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떠나 있었던 그라운드는 많이 변해 있었다.
감독이 원하는 전술도, 선수들과의 호흡도 다시 이해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부상 복귀 후 세번째 경기였던 스토크시티전에서도 그의 플레이는 전혀 이전과 같지 않았다. 뚝 떨어진 경기 감각은 경기 자체를 잃어내지 못했다. 가뜩이나 팀 동료들이 연패로 인한 패배감이 가득한 상황이어서 김두현의 부진은 더욱 그들을 힘겹게 만들었다. 제 각기 도는 바퀴처럼 WBA는 전혀 힘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김두현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요청에 "잘 한 것도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릴 정도였다.
'기대가 모아졌던 김두현'
지난 1월 김두현은 잉글랜드 챔피언쉽리그의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과 임대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잉글랜드 리그에 발을 디뎠다.
당시 WBA의 모브레이 감독은 창조적인 플레이와 양발을 사용할 줄 아는 김두현을 얻게 됐다며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의 기대감이 높아서였는지 김두현은 임대 직후부터 WBA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목표를 두었던 WBA는 당당히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승격의 기쁨을 안았고 김두현은 챔피언쉽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퀸즈파크레인저스와의 최종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소속팀이 승격이라는 기쁨을 안았지만 김두현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에는 승선하지 못했다. 덕분에 그는 소속팀의 프리시즌 경기에 일찌감치 합류할 수 있었다. 모브레이 감독은 김두현을 필두로 팀 전술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그를 앞에 세우느냐 뒤에 세우느냐에 따라 팀의 색깔이 달라졌다. 모브레이 감독은 김두현을 프리미어리그에 빨리 적응 시키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내게 했다. 프리시즌에서 득점까지 만들어 낸 김두현에게 동료 선수들도 큰 신뢰를 보였다. 믿음과 칭찬은 김두현에게 큰 자신감을 갖게 하는 좋은 약이 됐다.
기다리던 개막일, 상대는 빅4 중 하나인 아스널이었다. 6만 여명의 관중들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WBA 선수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이렇다 할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김두현만은 진가를 발휘했다. 경기 후 영국 언론들도 WBA에서 빛난 선수로 유일하게 김두현을 지목했다. WBA의 홈페이지는 이 날의 경기 최우수 선수로 김두현을 선정할 정도였다.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 경기 감각을 올리는 만큼 모브레이 감독도 김두현에게 거는 기대감은 점점 더 커졌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김두현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감을 밝혔던 그다.
하지만 부상 악령은 뜻밖의 상황에서 터졌다. 경기 감각이 무르익을 만한 시점이었던 미들즈브러전에서 김두현은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힘겨운 강팀들과의 경기를 앞두고 김두현의 부재는 WBA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건이 됐다. 모브레이 감독은 서둘러 다른 선수들의 위치를 변화 시키며 새롭게 팀을 짰지만 오히려 선수들의 조직력만 무너지고 말았다.
'반전의 기회를 찾아라'
김두현의 부상 이후 홈에서 치른 풀럼전을 제외하고 WBA는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14 경기를 치른 가운데 3승 2무 9패(승점 11)로 프리미어리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쉽 우승을 거머쥐었던 WBA는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승격 동기팀인 헐시티와 스토크시티에게도 무참히 패하며 무너지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의 WBA 성적>
10월 18일 맨유 4-0 WBA
10월 25일 WBA 0-3 헐시티
10월 28일 뉴캐슬 2-1 WBA
11월 1일 WBA 2-2 블랙번
11월 8일 리버풀 3-0 WBA
11월 15일 WBA 0-3 첼시
11월 22일 스토크시티 1-0 WBA
-7경기 전적 1무 6패, 득점 3, 실점 18-
7경기 무승 행진의 WBA와 더불어 김두현은 지금의 상황을 탈출해야 하는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모브레이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팽배한 패배의식을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어려운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 잔류를 위해 몸을 사리다가는 자칫 빠져 나올 수 없는 강등권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리그 꼴찌인 WBA에게는 어차피 나머지 19개 팀 모두 강팀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감한 선택이 WBA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김두현도 마찬가지다. 김두현은 약 6주 정도의 시간 동안 팀 동료들과 뛰지 못했다.
그가 없는 사이 팀 동료들은 새로운 전술과 새로운 호흡으로 다른 팀들과 경쟁했다. 즉 그가 없는 사이 팀은 이미 새로운 팀으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김두현 자신이 먼저 그 사실을 먼저 인정하고 그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동료 선수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추락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는 WBA와 그 속에 소속되어 있는 김두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반드시 지금의 상황을 뒤엎을 반전의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1965079
첫댓글 김두현선수 힘네세요~!
김두현이랑....일본에 그 누구냐 하세베인가???하는선수랑 많이 닮은거 같음.플레이스타일이.예전에 아챔에서 성남vs우라와 하는거보니까 막상막하
정말 빨리 컨디션 회복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길 ,, 긍정적인 마인드 ,, 화이팅
패배의식....이거 진짜 고치기 힘든병
겨우 두세경기 못했다고 위기론이 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