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밑이 안 들었을 텐데."
산지기의 말에 하엘맘이 실망한 표정을 짓네요.
"가서 캐보고 웬만하면 캐면 되지 뭐."
제 말에 하엘맘이 신나서 당근밭으로 달려갔어요.
하엘맘은 당근 캐는 게 너무 설렌대요.
우리는 그냥 당근을 쑥 뽑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ㅋ
근데 그게 아니더군요.
땅이 딱딱해서 한참 파내야 했어요.
이 당근은 왜 이렇냐면요.
당근 씨를 뿌리고 싹이 너무 많이 나서 어린 싹을 뽑아 다른 곳에 하나씩 정성들여 심었지요.
보통 식물들은 한번 옮겨 심으면 더 잘 자라거든요.
그래서 당근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당근은 솎아서 그냥 버려야 한대요.
솎은 당근을 심으면 위 사진처럼 곧게 자라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모양이 된다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또 하나 배웠어요.
당근을 좋아하는 하엘이는 예쁜 당근이 뽑힐 때마다 신났어요.
근데 말이죠. 하엘이 아빠는 당근을 안 먹어요.ㅠㅠ
김밥 먹을 때도 당근만 쏙쏙 뺴놓고.
그래서 제가 어느 날 며느리한테 사과했답니다.
"그렇게 키우려고 그런 건 아닌데 미안하다."라고요.
당근 캐면서 얼마나 웃었는지요.
엉덩방아 찧고 얻어낸 당근.
집중하는 네 살 꼬마를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근데 당근을 정리하다 보니 잎에서 고수 냄새 같기도 독특한 냄새가 났어요.
"혹시 당근과 고수가 같은 조상을 둔 건 아닐까?"
제 말에 아들이 고개를 흔들더군요.
"한번 찾아 봐."
하엘맘의 말에 아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맞다는군요.
당근도 고수도 모두 미나리과였어요.
그러고 보니 이파리가 비슷하네요. 잎에서 나는 냄새도 비슷하고요.
한참 놀다 보니 집에 갈 시간.
예쁘고 잘 생긴 고구마를 골라 두 봉지를 만들었어요.
한 봉지는 하엘이 외할머니, 한 봉지는 하엘이네꺼.
오늘 캔 당근과 방금 따온 애호박도 모두 하엘이네꺼.
아직 덜 캔 당근이 밭에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신선한 기러기알과 계란도 하엘이네꺼.
인터넷에서 보니까 기러기알 하나가 3,000원이더군요. 그만큼 맛도 좋고 영양도 좋다고 해요.
수확의 날에 알차게 수확을 해서 기쁜 날!
하엘이가 집에 가기 싫다면서, 언제 또 올 거냐고 합니다.
산모퉁이가 추억을 만들어주고, 또 오고 싶은 곳이 되어서 기쁜 날^^
첫댓글 그래서 당근잎도 먹는 건가요?
어렸을 때 외가가 시골이라서 고구마 같은 게 올라오곤 했어요.
그중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곶감!
나이 들어 사먹어 보니 그때 그 맛이 아니더군요.
집에서 만든 곶감은 사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이죠. 근데 난 그 맛있는 곶감을 어른이 돼서야 먹기 시작했어요. 연시도 그렇고.ㅠㅠ
어린 당근잎을 요리할 때 쓰기도 해요.
당근잎도 요리에 활용 가능하지요 ?
예, 여린 잎은 먹어도 됩니다. 그런데 당근이 워낙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