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비 산악회 2017, 해파랑길 2,000리-기우
괜히 걱정하는 것을 두고 ‘기우’(杞憂)라고들 한다.
옛날 중국에 ‘기’(杞)라고 하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하는 걱정을 하다가 죽었다는데서 유래한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 한다.
‘...라고 한다.’라고 한 것은, 주위로부터 들은 이야기일 뿐, 내 자신이 그 사실을 확인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과연 중국에 ‘기’라는 나라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으면 그 시기가 언제였는지도 잘 모른다.
아니다.
아예 모른다.
그렇다고 알 생각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대충 그리 아는 정도로도 세상사는 데 별 지장 없기 때문이다.
‘기우’라는 그 말에 대한 국어사전 풀이가 ‘괜히 걱정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난 잘 모른다.
알 생각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일흔 나이에 수능시험 치를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 역시 대충 그리 아는 정도로도 세상사는 데 별 지장 없기 때문이다.
“참 아름다운 해변이니 찻길로 가시지 말고 꼭 해변길로 걸으세요.”
성탄절을 하루 앞둔 2017년 12월 24일 낮 12시쯤에 북쪽의 간절곶에서 걸어 내려온 아내와 동서와 함께 일광해수욕장의 ‘속 시원한 대구탕’집에서 생대구탕으로 점심을 할 때, 아내가 내게 그렇게 귀띔해줬었다.
그 위쪽 모래해변이 아내가 ‘참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내게 귀띔해준 바로 그 임랑해수욕장이었다.
생전 처음의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걸었다.
그러나 그 남긴 발자국은 곧바로 밀려온 파도에 지워지고는 했다.
혹 발이 젖는다 하더라도 밀려오는 그 파도가 좋아서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해변을 걸었다.
그 해변의 북쪽 끝으로 둥그런 돔형 지붕의 거대한 건물 몇 개가 시선에 잡혀들고 있었다.
바로 고리 원자력발전소였다.
그 또한 내 생전 처음 보는 현장이었다.
다들 방사능 유출을 염려하여 위험하다하기는 하지만, 내 보기에는 그 현장도 그곳 임랑해수욕장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한 풍경이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이 바로 말이 중국의 고사성어라고 하는 바로 그 ‘기우’라는 말이었다.
그 말대로라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 머리 위쪽의 고압선이 끊어져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를 해야 할 것이었고, 지나가는 자동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지나 않을까 염려를 해야 할 판이었고, 우뚝 솟은 풍력반전기의 풍차가 내 쪽으로 날아오지나 않을까 염려해야 할 것이었다.
그런 염려 하나 안 했다.
이제 막 저물어가는 이날의 초저녁 하늘에 뜬, 달과 별의 운치를 가슴에 담으면서 유유자적 걷기만 했다.
첫댓글 밑에 니글 내글 할것엄시 너무 많아..나중 일부러 시간 내서 함 더 댓글 써 볼께~
오늘은 발이 시려워 고만....흐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