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결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당뇨 전단계라는 통보를 받았다.
중성지방 수치가 계속 오른다며 오메가-3를 처방해 줄 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의사 입에서 '당' 소리가 나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간 내 몸을 너무 방치하고 살았다. 이 나이에 살 좀 찌면 어떠냐고, 나이 들면 후덕해 보이는 게 더 낫다는 핑계까지 대며 늘어나는 뱃살을 모른 척했다.
식습관은 엉망이었다. 입에 착 감기는 면 종류에 달콤한 과일, 과자와 야식까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몸을 내버려 둔 사이, 건강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부랴부랴 식습관을 뜯어고치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단 음식부터 멀리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굶거나 적게 먹으면 기운이 빠질 게 뻔하니, 소고기를 자주 챙겨 먹으며 기력을 보충하기로 했다.
식사 순서도 철저히 지켰다.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채운 뒤, 마지막에 잡곡밥을 조금 곁들였다.
오늘 제천시장에 나서니, 눈에 밟히는 것이라곤 온통 내가 피해야 할 먹거리 천지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찐빵, 쫄깃한 떡, 보기만 해도 달디단 샤인머스캣과 사과, 복숭아까지.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둘러보았다.
이 넓은 시장, 저 수많은 먹거리 중에 정작 내 몫으로 허락된 건 과연 무엇일까.
고작 오이, 생선, 두부 따위뿐이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게 대체 무슨 신세인가 싶어 헛웃음이 났다.
그런데 단 음식을 한동안 끊어냈더니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방울토마토는 물론이고 풋고추까지 달게 느껴진다.
심지어 맹물도, 입안에 고이는 침마저 달다. 혀끝이 예민해진 건지, 몸이 단내를 찾는 건지.
그래도 흔들리지 않을 생각이다. 석 달 뒤 다시 혈액검사 표를 받아 들 때까진, 이 식습관을 기어이 버텨낼 것이다.
(댓글에 저희 시골집 우물 구경하세요.)
우물 이름을 ‘실로암’이라 지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치유의 연못이지요.
앞으로 둘레에 푸른 이끼도 얹고, 밤을 밝힐 태양광 전구도 달아볼 생각입니다.
겨울이 오면 근처 소나무에 소담한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들어보려 합니다.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비빔밥도 비벼먹고 지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절로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