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들녘이다. 여름에 폭우(暴雨)가 쏟아지고 태풍‘카눈’이 할퀴고 갔다.
농부들의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로 거의 원상복구가 된 듯하다. 흡족하다.
동쪽 하늘 붉은빛으로 물드는 것을 본다. 장관(壯觀)이다.
‘놀’은 일출 때나 일몰 때 태양광선이 대기층을 통과하면서 굴절(屈折)돼
생기는 현상이다. 조상들은 아침놀이 지면 날씨가 궂어지고 저녁놀이 지면
맑아진다고 믿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아침놀은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을 때 생긴다. 이는 고기압이
물러나고 저기압이 찾아올 가능성높 다는 말이다.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에는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녁놀은 고기압이 서쪽에 있을 때 생긴다.
그러므로 서쪽의 고기압이 동진해 날씨가 맑아진다는 징조이다.
조상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한반도의 봄은 남쪽에서 먼저 오고, 가을은 북쪽에서 먼저 온다.
농사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남쪽 들판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빈 들판에 개가 짖어대면... 가을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한 해 추수 풍년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