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KCC에 대해서 좀 주절거리겠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KCC의 선수들이 아닌,
신선우 감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시즌 최하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CC이지스.
저도 이번 시즌의 KCC에는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예상외로 삽질을 거듭하고 있고, 부상이나 적응 문제로 인한
전력누수를 핑계삼기에는 너무나 참담해보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전희철이 20점씩 넣어줄 때도 그들은 최하위였죠)
올시즌의 예상외의 부진 보다도,
전 신선우 감독이 그토록 지향해 마지않는 '토털바스켓'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만.
KCC와 전신인 현대는 실업의 전통명문이자 프로에서도
정규시즌 우승 3회, 최종우승 2회의 강팀이죠..
(KBL최다우승팀 아닌가요??)
그 '잘나갔던 3시즌' 을 뜯어보면,
어디에도 '토털바스켓' 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시 최고의 정통센터 제이 웹을 골밑에 박아두고
맥도웰이 휘젓고 다닌 끝에 기아와 혈전끝에 우승한 97-98보다도
더 강해지고 빈틈없어진 98-99시즌의 라인업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상민-조성원-추승균-맥-재키.
이 라인업의 강점은 맥이 휘젓는 골밑 공격을 필두로,
재키의 가공할만한 수비(리바운드+블럭슛)와 속공패스,
그리고 이조추 트리오의 번개같은 속공 등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에 신선우 감독이 열망하는 '토탈바스켓' '포워드농구' 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라인업은 철저한 분업농구죠.
4번인 맥과 5번인 재키조차도 활동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는...
현대 다이너스티의 설립 일등공신은 오히려 이상민보다도
맥도웰과 재키였다는 사실은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런 재키를 트레이드하면서부터 하향세가 시작되지만,
이상민-조성원-추승균-맥-로렌조 홀의 라인업은
한끝차이로 SK나이츠에 우승을 헌납하지만
정규시즌 1위의 최강팀이었죠.
역시나 이때도 '더블포스트'를 기반으로 한 튼튼한 센터농구...
사실 이 시즌까지만 해도 신선우감독은 '토털농구지향' 이라는
망발(결과적으로)을 별로 입밖에 꺼내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해에 엄청난 몰락을 겪게 되는데..
조성원을 연봉문제로 양희승과 바꾸고,
KBL 사상 가장 '겁나는 센터'였던 로렌조 홀 대신에
195의 '가드 겸 포워드' 데이먼 플린트가 들어오게 되죠.
(별로 KBL에 어울리지 않는 미 대학 유망주 출신의 플린트에 대해
당시 신선우 감독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바로 그 선수를 드디어 얻었다'
라고 그 기쁨을 표현했었죠. 아...그리고 다음시즌 재계약은
당연히 하지 않았는데.(..;)..전 이 시점에서 신선우 감독이 자신의
실책을 참회하고 토탈농구같은 젊은날의 혈기? 를 잊어버리고
다시 튼튼한 센터농구로 당연히 돌아오리라 생각했습니다...당.연.히.)
이상민-플린트-추승균-양희승(정재근)-맥도웰.
가드 하나에 포워드 넷의 엽기적인 라인업.
(이것이 신선우 감독이 열망하던 토탈 바스켓인가?!)
아무리 힘이 좋다고는 해도 194의 맥도웰이
혼자서 골밑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건지.
결국 3년간 부동의 정규시즌 1위였던 팀은
정규시즌 6위, 플오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죠..
이듬해엔 맥도웰을 포기, 성적은 최하위로 곤두박질.
시즌 막판 경이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3위까지 올라갔던
저력은 재키 존스가 80%이상 해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고.
결국 이때도 상승의 원동력은 확실한 센터에서 나왔죠.
1위->1위->1위->6위->(10위->)3위->현재..
저 특이한 성적표에서, 세번의 급하강점은
바로 '막강포스트에 기반한 확실한 분업농구'에서
'포지션구분 어정쩡한 토탈바스켓'으로 바꾸려는
분기점마다 발생했습니다.
토탈 바스켓 전술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차이가 이렇게 뚜렷한데 아직도 토탈 바스켓을
외치는 신선우 감독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전술로 히딩크감독은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지만,
굳이 농구판에서도 그것'만' 고집하는 저의는 무엇인지.
토를 달자면 신선우 감독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캐릭터(?)가
바로 추승균입니다.
15점 정도의 미들외곽슛득점과 수비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3번이란 것 때문에 신선우 감독은
이상민과 함께 '절대 못버릴 선수' 로 추승균을 꼽습니다.
물론 추승균 선수는 아주 좋은 선수입니다만.
수비도 안되고, 기복도 심하지만 30+도 올려줄 수 있는
도박성 강한 도깨비슛터 조성원과,
절대 게임을 지배할 리가 없지만, 수비도 아주 잘해서
버리기 아까운 '괜찮은 스몰포워드' 추승균 중에서
조성원을 버리고 추승균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고방식.
엄밀히 따지면 추승균의 존재 때문에 현재의 KCC는 외곽지원이
거의 없습니다. 전문3점슛터 자리에서 뛰는 추승균에게 3점은
거의 나오지 않으니까요.
(버릇이 된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추승균이 쏘는 슛의 90%는
3점라인에서 딱 반발짝 들어간 거리에서 쏘는 미들슛이죠.)
뭐 추승균에 대한 이야기는 논란거리가 있겠지만...
이상민-조성원-추승균-맥도웰-재키 ->우승
이런 라인업이 2년후엔...
이상민-플린트-추승균-양희승-맥도웰 ->6위
요렇게 변했다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것이 부상, 드래프트/트레이드 실패 등의
어느정도 불가항력적인 영향이었다기보다는,
'감독의 철저한 열망과 계산 하에 이루어진 거대 플랜'
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쪽박차게 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토털농구, 토털농구..읊어대는거야?!'
...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나옵니다...
물론 토털농구, 포워드농구가 맥도웰과 맥클레리 등등이
이룩한 갑빠농구보다 재미있을 수는 있겠지만,
신선우 감독이
성적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십자가'를 짊어진 이 시대의 은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이냇을 흥하게 한 것은 맥도웰이요,
이지스를 망하게 한 것은 신선우 감독이다'
...라고까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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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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