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는 시골에서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돈을 줍는
횡재도 가끔 있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 사봉면사무소에 호적초본떼러 갔다가
신작로에 떨어져 있는 십환짜리 지폐를 한 장 주웠다.
그 지폐 한 장을 들고 배 한 개를 샀다.
그날 할아버지 제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돈을 주웠으면 지서로 가져가서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 주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십환이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원이다.
요즘 배 한 개에 2천원정도니까 그동안(50년정도) 물가 인플레이가 2천배나 된 셈이다.
요즘은 길에서 떨어진 돈을 발견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돈을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지갑속에 넣어 다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쓰기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기도 하다.
엊그제 친구와 만나서 동래시장 안에 있는 횟집에 앉아 소주를 한 잔 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경찰에서 근무를 하고 옷을 벗은 사람인데 학교폭력예방차원에서
중고등학교에 일당 3만5천원을 받고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못해 먹겠다고 푸념을 했다.
며칠전 교장이 부르더니 다음달부터 학생 두어 명을 붙여드릴테니 쓰레기 분리수거 감독을 해 달라고 하더란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공직에서 수십년을 봉사한 사람이 쓰레기 분리수거 노인으로까지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마지막 잔을 기울인 다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계산을 했다.
카드를 빼어 주고 난 뒤 두 손으로 호주머니를 만져 보니 지갑이 없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있었는데.... 이상하여 앉았던 자리 밑을 유심히 바라보니 의자 밑에 새카만 지갑이 흘러 있었다.
점퍼의 호주머니가 얕아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흘러 내렸던 것이다.
호주머니에서 지갑이 빠지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중국에 여행 가서 가이드가 실크전문점으로 안내할 때도 그랬고,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 구경간다고 택시를 대절해서 갔던 때도
택시를 주차장에 세워 놓고 박물관 입구에서 티켙을 사려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 택시로 되돌아와서 기사를 찾아 문을 열어보니
내가 앉았던 조수석에 지갑이 흘러 있었다. 택시기사가 알았더라면 어찌될뻔 했겠는가?
그러다가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탐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뱅쿠버 공항에선 진짜로 지갑을 잃어버린 사고가 났었다.
아마도 앨라스카 앵커리지 공항에서 가방 무게가 에코노믹석 서비스를 초과한다고 추가요금을 더 내라고 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낸다음 프론트 데스크에 그냥 놓고 온 것 같았다.
치매가 걸리기 전에 지갑 대신 쌈지를 차든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