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야구 안 할 것 같은 우울한(?)오후
질문 게시판에서 <수원종합운동장 가려면 어디서 버스 타야 되죠?>라는 글을 읽고 문득 수원구장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강남역 3번 출구에서 3000번 버스를 타세요>거든요.
저는 멀미가 심해서 버스를 잘 타지 않아요.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정확히 말하면 기억하고)있는 이유가 있지요.
수원종합운동장 야구장은 현대유니콘스의 임시 홈구장이었습니다.
그 곳은 수도권 한화팬들에게는 나름 추억이 많은 곳이에요
서울에 사는 카페 회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요즘 온라인 활동을 자주 하는 회원님들 중에는 승용차를 가진 분들이 많죠,
올해 문학 개막전 때도, 서울에서 자가용 4대가 갔어요,
하지만 한화가 수원에서 야구할때는, 회원님들이 대부분 학생이거나 직장 초년병이었어요.
운전은 고사하고 택시비도 아까워 하던 시절이었죠.
많이 다녀보셨던 분들은 기억하실텐데
그 시절 수원 경기가 열릴 때 우리가 모였던 곳이 바로 <강남역 3번출구>에요.
거기서 3000번 버스를 타면, 양재-과천가는 길을 지나 북수원T.G를 거쳐 바로 수원구장에 내렸거든요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쿨하게 한 대쯤 그냥 보내고
다음 버스에 우르르 올라 맨 뒷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재잘대며 야구보러 가던 기억이 나네요.
여동생 회원들이 많은 날이면,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쏘고 그랬죠,
아이스크림 10개쯤,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시절 저한테는 꽤 큰 돈이었거든요.
노련한(?)회원들은 장안구청역에서 내려 옆문으로 들어가서 바로 매표소에 갔고
초보(?)회원들은 안내방송만 믿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한참을 걷던 기억도 나네요.
그렇게 몇 년 동안 3000번 버스에 회원들이랑 몸 싣고 수원을 다녔는데
언제부터인가 야구장 앞에서 지하철 공사를 하느라 차가 막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수원가는 길이 조금씩 불편해졌죠.
그러다 결국 현대가 그곳을 떠나면서, 수원은 추억 속에서만 기억하는 이름이 됐네요.
그 시절 수원구장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야구장에 가면 관중이 몇 명인지 눈으로 세어볼 수 있을 정도였죠. 믿기 어렵겠지만 진짜에요.
야구장에서 자장면 시켜 먹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 다섯자리쯤 차지하고 누워서 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거긴 그래도 되는 곳이었으니까.
약간 발달장애 증세를 갖고 있던 현대팬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3루에 와서 한화팬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고
어떤 목소리 큰 현대팬 아저씨가 1루에서 한화선수 욕하면
누구보다 목소리 크다고 자부하던 1번선발이 3루 관중석에서 그 아저씨한데 대꾸하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습니다 -_-
먹거리도 없고, 의자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정말 부족했는데
막상 통로가 넓고 사람도 적어서 나름 편하게 야구를 봤던 것 같네요.
3000번 버스는 막차가 늦게까지 다녀서 경기가 제법 늦게 끝나도 서울로 돌아오기 좋았어요.
기분 좋게 이기기라도 한 날에는 수원 시내를 막 빠져나오면 보이는 호수 야경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경기가 일찍 끝나면
(술값비싼 강남역 대신) 사당역 가는 버스를 타고 와서
지하철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부딪히며 뒷풀이도 했었죠.
어떤 면에서는, 잠실 단관보다 수원 단관이 더 재밌었어요.
아침부터 같이 모여서 버스타고 우루루 가면, 꼭 소풍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거든요.
요즘 잠실이나 문학에서 모이면 예전처럼 뒷풀이를 못해요.
학생때야 내일 오전 수업 있어도 늦게까지 놀았고
스물 대여섯 언저리 때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되도 상관하지 않고 밤늦도록 달렸는데
서른 넘긴 직장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왕년 잘나가던(?)때 처럼 그렇게 못 놀잖아요.
다음 날 출근 걱정, 얇아진 지갑으로 먹고 살 걱정 하느라 그렇겠지요.
또, 멀리 가려면 그냥 운전을 하지 아침부터 버스타고 다니지도 않고요.
불과 5~6년, 길어야 8~9년 정도밖에 안된 기억인데
뭔가 제 주변의 일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요
길이 꽉꽉 막혀도 좋으니, 그때처럼 버스 타고 수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들, 야구장에 얽힌 이런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있으시겠죠?
저한테는 수원이 그러네요.
잠실만큼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말이에요.
첫댓글 저도~ 추억이~~ 친구가 수원구장에서 직원으로 6년 정도 일했는데.... 그때는 꽁짜로 야구도 보러 다니고 그랬죠~~ 친구가 끌고 어디론가 들어가면 그냥 야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안타까운건 그 친구는 현대가 없어 진 후 실업자가 되었다는 것이지만....ㅠㅠ
2006년 준플레이오프때 마지막으로 수원경기 보았는데.... 한화 홈경기장인 줄 알았었습니다. ㅋㅋㅋ 역시 수원은 축구도시.
맞아요...저도 수원에서 25년가까이 살았었지만....수원은 축구인기가 훨높져...
맞아요 2006년 준플레이오프때 한화응원단장(홍창화)가 원정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파도 돌렸어요 ㅎㅎㅎ
2007년 10월 한화 경기는 아니었지만 현대의 마지막 경기를 가보지 못한게 지금와서 후회되네요... 그게 수원에서 열리는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가 될줄이야... 수원 진짜 시설은 별로라도 관람하기는 참 편하고 좋았는데... 이제 저두 서울사람이라 막상 수원 가려면 귀찮겠지만 ㅋㅋㅋ SK에서 수원경기를 다시 추진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수원공설 운동장 앞에사는데요...요즈음 수원야구장 엣날 그대로 입니다....장안구청,장안구 보건소가 야구장에 있었는데 새청사로 이전했고요....야구장은 무척 큰편이죠....현대시절 현대홈경기때는 우리한화경기 한번도 안빼먹고 관전했는데 요즈음은 좀 아쉽습니다....여름에 봉황대기 고교야구외엔 야구장이 텅비어서 우리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이 까끔 사용도 한답니다....
조원동 사시나보네요?
수원구장에 저도 추억이있는데..사람많이오는 구장인지 알고 일찍 갔는데 관중은 없고 야구장앞에 야외벤치에 한화 선수들이나와서 이야기하고 흡연도하고 쉬고 계시더라고요 ...
맞습니다....서울 강남역 3번출구에서 3000번 지금도 로선좌석버스 다니고 있죠.....7770번은 사당역이 종점이고 말입니다....지금 막차는 3000번이 수원역에서 11시니까 장안구청 앞에서는 11시20분정도가 막차일겁니다.....
7770번... 월~토까진 24시간 운행되고... 지금은 아주 좋은데 말이죠..
심야엔.. 배차시간 길지만.. 평소엔... 수시로 있고...
이제 자가용도 차편도 모두 좋아졌는데... 야구경기만 없네요.. ㅠㅜ
사당역앞... 방배 포차촌도 없어진지 한참됐죠... 저두 20대 초반에 자주 이용하던 곳인데...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어요~~ 전 서울살다 안산으로 이사와서
이제 수원에서 경기있으면 홈경기 가듯 신나게 갈 수 있는데.. 정말 아쉽네요~
정말... 좋은 추억 갖고계시네요... 이곳에 드나들면서 추억을 하나씩 들춰보게 되네요.... 그립다..
요즘에 항상 학교다닐때 그길로 운전해서 다니는데, 참 많은 경기를 보았던 곳이죠.. 영우형의 그라운드 홈런 이숭용의 체크삼진이 파울로 둔갑하고 끝내기 홈런이었던가? 진짜 수원구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관중이 별로 없어서 선수들에게 공달라고 하면 쉽게 받을수도 있었고, 현대응원단 목소리보다 더 큰 우리 카페 응원 진짜 좋앗었죠^^; 가끔 수원에 경기있음 좋긴 좋을꺼 같네요.
이숭용이 끝내기 홈런칠때 유승안 감독이 의자 집어던지지 않았나요?
저두 그날 경기장에 있었는데 ㅎㅎ 견제할때 현대에서 야~야~야~ 하면
한화 응원석에서 왜~왜~왜~ 하고 그랬는데... 기억나네요..
저는 수원사는 한화팬입니다...2007년에 현대 마지막 경기가 한화경기였죠..그때 마지막으로 수원에서 프로야구를 보고
2009년에 수원구장에서 천안북일고 vs 광주일고 청룡기? 인가 결승전있어서 보러갔었죠. ㅎㅎㅎ 수원구장 가면 갈때마다 보는 사람들 뿐이고 그러면 안되지만 내야석에 앉아서 담배펴도 암말안해요.... 다른건몰라도 수원구장이 그라운드는 좋았습니다..천연잔디구장.... 가끔씩 수원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경품 당첨 확률이 매우 높은 구장이였죠 ㅋ
그때는 수원 멀다고 생각 안하고 퇴근하고 야구보러 가곤 했는데..
요즘은 승용차타면 가까운 문학조차 멀다고 잘 야구보러 안가니..
늙긴 늙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잠실 대전 외에 유일하게 간 지방 야구장이 수원인데......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