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잠수들의 항일투쟁

1932년 약 3개월에 걸쳐 요원의 불길처럼 제주의 천지를 진동했던 해녀의 항일운동은 국내 최대의 여성집단의 항일투쟁이면서 국내 최대의 어민봉기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1932년 1월 극렬하게 불타올랐던 해녀들의 항일운동은 약 3개월 동안 연인원이 무려 1만7천여명에 달하는 대대적인 절규로써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그 뜻이 찬연하다. 이 역사적 항일운동에 우도면의 해녀들은 대거 참여하여 극렬하게 투쟁했다. 그 자세한 실상을 여기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1932년 1월 112일 해녀어업조합장을 겸임한 田口禎憙島司(전구정희도사)가 세화로 들르는 시간에 맞춰 부근 해녀들이 총궐기했을 때 우도면 해녀들도 3백여명이 참여, 결사적인 투쟁을 벌였다. 또한, 1월 26일에는 우도면의 해녀 8백여명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피의자 검거차 우도면에 건너온 경관무리들과 극렬한 항쟁을 벌였다. 이 역사적인 제주 해녀 항일투쟁은 제주도의 어는 한 지역에 머무는 게 아니라, 구좌읍, 우도면, 성산읍 일대 여러 마을에서 일어났고, 1932년 연초부터 무려 3개월 이상이나 끈질기게 펼쳐진, 대규모의 줄기찬 항거였다. 투쟁의 목표도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의 부당한 해녀 권익 침해를 분쇄하려는 데 1차적인 뜻을 두었으나,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려는 일제에 대한 근원적인 항거였다. 또한 이 항쟁은 1월 12일, 세화에서 폭발한 대규모의 시위만을 부각하기 쉽지만, 그날이 해녀어업조합에서 지정한 패류지정판매일이었고, 新任田口島司(신임 전구도사)가 마침 그곳에 들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잇따라 세화로 몰려가 것도 순사주재소가 세화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해녀항쟁은 제주 동부 여러 마을 해녀공동체의 줄기찬 투쟁이었으므로 '세화리 해녀사건'이라기보다는 '제주해녀 항일투쟁',  '제주해녀 항일운동' 등으로 호칭하는 게 어떨까. 1932년 연초부터 약 3개월에 걸쳐 연인원 1만7천여명이 어기차게 항일의 횃불을 지펴 올렸던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해녀의 권익이 일제에 의하여 짓밟히는 데 따른 항거였다. 그들의 항일투쟁은 자존의식에 기초를 둔다. 다시 말해서 사람답게 살아남기 위한 인간 본연의 항거였다. 그 수탈은 1920년 4월 16일에 창립된 제주도해녀조합을 통해서 더욱 적나라하게 자행되었다. 당초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제주 해녀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였다. 해산물의 수요가 점차 넓혀져 가자, 제주 해녀의 행동반경도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걸쳐 동북아시아 일대로 넓혀져 갔다. 해녀들의 수입이 불어나면서 客主(객주)나 藿巖主(곽암주)의 착취는 제주 해녀들이 이르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민간에서도 해녀들의 권익을 위하여 조합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드디어 1920년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이 설립되기에 이른다.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이 결성될 당시 한동안은 해녀들의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바도 적잖았다. 예를 들면 해산물의 공동판매를 실시함으로써 객주의 중간착취를 방지했던 일 따위다.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한국의 모든 어업조합 가운데 최대규모로 커 갔으니, 1924년을 기준한다면 조합원수는 5천9백32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의 어업조합으로 커 갔으나,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1925년을 고비로 해서 점차 御用化(어용화)의 길로 줄달음쳤다. 곧, 불행하게도 濟州道司(제주도사)가 해녀어업조합장직을 겸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녀들이 목숨 바쳐 캐어들인 해산물이 이래저래 착취의 대상이 되는 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고향을 떠나고 낯선 타향에 出稼(출가), 신명을 바쳐 채취한 해산물 대금의 8할은 가다가 뜯기도 했다. 곧 제주 해녀들이 出稼地(출가지)에서 캔 해산물은 반드시 조선해조회사를 거쳐서 판매되었기 때문에 수입의 5할은 그 해조회사에 수수료로서 뜯기었다. 또한 해녀어업조합에서 1.8할을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했다. 그 밖에 조합비네, 선주의 임금이네, 소개인 사례비네, 그럭저럭 뜯기다가 보면 해녀의 실수입은 이따금 매상고의 2할밖에 되지 않았음은 주목할 만하다. 제주 해녀의 동남아 진출은 놀라울 만한 도민대이동이었다. 그 가운데도 우도면 해녀의 진출이 압도적이었으니, 그 수탈의 피해 역시 측량할 길 없이 육중했으리라 본다. 1910년대로 치올라가더라도 우도면의 해녀 출가는 우선 그 수효에서부터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石宙明(석주명)의 《濟州道墮筆(제주도타필)》(202면)에서도 이런 사실이 밝혀진다. 곧 "1915년경의 出稼海女(출가해녀)의 수"라는 항목으로 "약 2천5백명인데 出稼地別(출가지별)로는 慶南(경남)에 1천7백명, 全南多島海方面(전남 다도해방면)에 3백명, 기타에 5백명이고, 其出身地(기출신지)로는 우도의 약 4백명을 필두로 종달리, 위미리, 행원리, 법환리 등의 약 1백명씩과 기타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바는 "우도의 약 4백명을 필두로"란 대목이니, 1910년대에 한 지역에서 4백명의 해녀가 전국 각처로 출가했음은 주목되며, 숱한 해녀가 상당히 착취되었으리라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어쨌든 島司(도사)가 조합장을 겸임한 해녀어업조합은 날이 갈수록 그 내부도 부패해갔다. 해녀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출범한 조합이었으나 어기찬 생업전사인 해녀들을 옹호하기는커녕, 되려 착취기관으로 전락해 갔다. 그리하여 구좌읍 하도리에서 1931년 여름부터 해산물 매수가격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으며, 1932년 연초 3개월 동안 대대적인 항일투쟁으로 이어진다. 매수가격의 부당성은 이른바 '先口錢販賣制(선구전판매제)'였다. 해녀어업조합에서는 은밀히 암브로커들과 결탁해서 지정상인을 설정하고, 바닷속에서 자라는 해산물을 지정상인들에게 사전에 口錢入札(구전입찰)시킨다. 곧 구전이 가장 높은 입찰자에게 지정판매권이 주어진다. 구전이란 조합에 대한 수수료, 곧 뇌물의 액수다. 뇌물을 얼마나 많이 바치느냐 하는 그 액수가 해산물 가격으로 둔갑하는, 비인간적 농락이 생업현장을 멋대로 더럽혔다. 조합과 야합한 상인들의 착취에 격분한 해녀들의 수효는 이웃마을로 번져갔고, 새해 곧 1932년 1월 7일 하도 해녀들 중심의 집단항의가 세화 오일장에서 일어났다. 머리에는 〈물수건〉을 두르고, 그 위에 〈눈〉을 쓰고, 〈정게호미〉와 〈빗창〉을 손에손에 들고 구름떼처럼 행진해 나갔던 것이다. 해녀어업조합지부장은 면장이 겸임했었고, 康共七(강공칠) 면장은 신임도사 겸 해녀조합장 田口禎憙(전구정희)가 1월 12일 방문했을 때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약속, 겨우 무마하였다. 1932년 1월 12일, 제주 해녀의 역사적인 항일봉기는 드디어 대규모로 감행되었다,. 우도면의 해녀들도 3백여명이 몰려왔다. 이 날은 해녀어업조합이 지정한 패류의 지정판매일이었다. 우도면에서는 물론, 여러 이웃마을에서 세화로 몰려들어 울분을 터뜨리게 된다. 이 날은 신임도사 전구정희가 시찰차 그곳에 들르기로 약속된 날이기도 했다. 해녀들은 치밀한 계획 아래 세화 오일장터로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세화, 우도, 하도, 종달, 오조 등 여러 마을의 해녀들이 꾸역꾸역 몰려왔다. 드디어 전구정희도사를 태운 차가 나타나자, 삽시간에 군중들은 그 차를 에워쌌다.   당혹해진 전구도사는 경찰관들을 앞세우고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쳤지만, 막무가내였다. 오일장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해녀대표 몇몇은 신랄한 연설을 토했다. 한결같이 해녀어업조합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였다.   1. 일체의 계약보증금은 생산자가 보관하도록 하라. 1. 미성년자와 40세 이상의 해녀들에게는 해녀조합비를 면제하라. 1. 질병이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서 입어할 수 없는 해녀들에게는 조합비를 면제하라. 1. 出稼證(출가증)은 무료로 교부하라. 1. 總代(총대)는 마을별로 공명정대하게 선출돼야 한다. 1. 조합의 재정을 공개하라. 1. 상인과 결탁하는 升田書記官(승전서기관)을 즉각 파면하라.   해녀들의 정당한 요구조건은 해녀집단의 절대적인 공명을 불러 일으켰을뿐더러,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함께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었다. 일제는 1월 24일 새벽 민중운동협의회라는 단체의 회원 29명을 검거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을 들은 수백명의 해녀들은 즉각 압송하는 차를 습격, 파괴하고 경찰관주재소로 몰려가서 강력히 석방을 요청, 시위했다.   곧, 1월 24일, 세화에서 5백여명이 운집, 주재소를 습격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다. 곧 1월 24일 아침, 구좌읍 해녀 5백여명이 세화리 순사주재소를 습격, 건물을 파괴하고 경관과 격심한 충돌을 일으켰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제주 각처의 경관을 총소집하고 전남 경찰부로부터 32명의 경관이 제주도로 급파된다. 1932년 1월 26일자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 1월 24일의 해녀의 항일투쟁이 얼마나 극렬했던가를 짐작케 한다. "五百餘名海女團駐在所를 大擧襲擊(오백여명 해녀단 주재소를 대거습격)"이란 표제 및 "警官隊와 衝突, 事態는 險惡(경관대와 충돌, 사태는 험악) : 雙方(쌍방)에 負傷者(부상자)까지 내이게 된 모양 : 昨夜(작야) 濟州道(제주도)에서 突發(돌발) : 돌발의 동기는 삼십여명 검거로"란 부제로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이십사일 아침 제주도 구좌면 세화리 해녀 오백여명이 세화리 순사주재소를 습격하여 주재소 건물을 파괴하고 경관과 충돌되어 경관에 부상자 한 명이 나고 순사의 모자를 빼앗고 제복을 찟고, 해녀측에도 부상자가 생기는 등, 사태가 험악하여지므로 제주 각처의 경관을 총소집하고 다시 전라남도에 급보하여 전남 경찰부로부터 경부보 이하 삼십이명의 경관을 이십사일 밤 열한시 木浦(목포)발 경비선 金剛丸(금강환)으로 제주도에 급파하였다. 사건의 원인은 지난 십이일 이래 구좌면 旌義面(정의면)의 해녀 천여명이 해녀조합에 대한 반항으로 시위적 행동을 하며 신임 도사의 시찰을 기회로 그를 포위하고 폭행을 행한 이래 지금까지 불온한 상태에 있어 경찰이 그 날 즉 이십사일 아침에 주모자로 인정되는 해녀 이십여명을 검거하자 해녀들이 이에 격분하여 피검자를 빼앗으려고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것은 아직 미상이다.   1월 26일에는 우도면의 해녀 8백여명이 격렬하게 벌떼처럼 일어나 경관과 충돌하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다. 8백여명의 해녀가 항거했다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가를 이내 짐작케 한다. 우도면의 모든 여성들은 빠짐없이 그야말로 총궐기 했던 항일투쟁이었다. 동아일보 1932년 1월 28일자의 보도에 따르건대, "三十餘名檢擧護送中 : 海女團警官隊包圍 : 事態險惡으로 嚴重警戒中 : 空砲發射로 一部鎭壓(삼십여명 검거호송중 : 해녀단 경관대 포위 : 사태험악으로 엄중경계중 : 공포발사로 일부 진압)"이란 표제로 우도 해녀들의 대대적인 봉기를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제주도 구좌면 세화리와 그 부근 해녀들이 세화리 경찰관 주재소를 습격하여 경찰관과 충돌한 이래, 사태는 여전히 험악하더니 이십육일 새벽 세시경에 경찰관 사십여명이 우도에 피신한 해녀 삼십여명을 체포하여 우도 선창에서 배에 태워 제주본도로 압송하려 할 즈음에, 해녀 팔백여명이 대거 경관대를 포위하고 잡혀가는 해녀를 빼앗으려 하여 다시 충돌, 경관대는 공포 십사발을 발포하여 간신히 진압하였다. 그러나 사태는 그냥 험악하므로 엄중 경계중이라 한다.   해녀 8백여명이 자그만 섬 우도에서 벌떼처럼 일어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8백여명이나 봉기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우도에 피신한 해녀 30여명을 체포하려는 日警(일경)의 행위를 강력히 저지하려는 데 그쳤던 것일까. 신문기사는 간단히 기술되었지만, 8백여명이나 봉기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항일투쟁이 우도에서도 벌어졌으리라 추측된다. 봉기한 인원수가 엄청날뿐더러, 며칠 동안 울분에 찬 해녀들의 폭발이 잇따랐다는 분위기로 보아서 우도에서의 항쟁도 엄청났으리라 본다. 그 이틀 전 세화리에서 봉기한 해녀수는 5백여명이라는데 우도에서는 8백여명이다. 그 실상을 밝히는 일은 중요한 숙제로 남는다. 사태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진다. 우도에서 대대적인 항거가 일어났던 다음날, 곧 1월 27일에도 해녀들이 벌떼같이 세화리 주재소로 몰려드는 사건이 벌어진다. "犯人奪還코자 駐在所에 또 殺到(범인 탈환코자 주재소에 또 쇄도) : 해녀단은 경관에게 저지되어: 濟州海女事件險惡(제주해녀사건 험악)"(동아일보, 1932. 1.29)이란 표제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제주도 해녀 소요사건은 작보와 같아 우도에서 공포 발사로 팔백여명 해녀를 진압하였으나, 그 후 이면에서 선동한 혐의로 체포한 민중협의회원 사십명을 체포하자 해녀들은 그 후 단속적으로 피채된 혐의자 탈환운동을 하다가 이십칠일 오후 일곱시경에도 약 백명이 세화리 주재소에 쇄도하였다가 경관에게 저지되었다. 어차피 얼기설기 얽힌 이 해녀운동의 원인과 전개과정 및 결말을 총 정리하는 일이란 모든 기록과 구전되는 체험담을 폭넓게 수합, 정리해야 하므로 지난하고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결국 이 운동으로 78명(남 43명, 여 35명)이 검거되었다. 검거된 해녀들 가운데 주동자격인 夫春花(부춘화)·夫德良(부덕양)·金玉蓮(김옥연) 세 분을 빼놓곤 3월 3일에 모두 석방된다(조선일보 1932. 3. 4∼5. 해일신보 1932. 3. 5). 배후조종자로 검거된 자 가운데, 재판에 회부, 형이 확정된 자의 명단과 확정된 형은 다음과 같다. 〈연평리〉康寬順(2년 6개월) 甲(5년), 金聖五 〈하도리〉吳文奎(오문규;3년 6개월) 〈세화리〉金時坤(김시곤;2년6개월), 文道培(문도배;3년) 〈종달리〉韓榮澤(한영택;무죄), 韓香澤(한향택;2년·집행유예4년), 高仕萬(고사만;1년), 蔡載屋(채재옥;10개월), 韓遠澤(한원택;1년)   따라서 1932년의 해녀항쟁은 전국 최대규모의 어민운동임과 동시에, 전국에서도 유례 없는 대대적인 여성집단의 항일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자그만 섬 우도면에서의 항거가 극렬했다는 점에 유념할 때 철저한 조사 연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