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7.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철부선으로 노화도를 경유해 45분 거리다. 동쪽으로 청산도, 서쪽은 보길도, 남쪽은 공해상으로 멀리 제주도를 바라본다. 면적 23.16㎢, 해안선 길이 42km, 인구 3,000여 명이 거주하는 큰 섬이다. 본래는 남쪽과 북쪽 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너비 500m, 길이 1.3km 되는 거대한 사주(砂洲, 해안이나 호안(湖岸)에 생기는 긴 모래톱)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그래서 섬의 모양은 마치 아령처럼 생겼다. 섬 남쪽에는 가학산(駕鶴山, 368m)이 북쪽에는 대봉산(大鳳山, 337m), 부흥산(228m), 아부산(110m)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형세다.
소안도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국기게양대와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고 적힌 표지석이다. 이것들이 소안도의 모든 것을 축약한다. 소안도가 ‘항일운동의 성지’로 불리게 된 것은 1913년 송내호, 김경천 등에 의해 설립된 중화학원(소안학교 전신)에 뿌리를 둔다.
일제 강점기 때 많은 사람들이 투옥되어 고초를 겪는 동안 섬에 남은 주민들은 투옥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지냈다고 할 정도로 충혼의백(忠魂義魄)의 고장이다.
69명의 독립운동가와 20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자부심답게 일주도로변에는 무궁화 가로수가, 거리에는 일 년 내내 태극기가 펄럭인다. 소안도를 오가는 철부선 이름도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다.
♣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온 산
소안도 선착장에서 가학산 물바위골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50분 정도 아스팔트 해안도로를 따라 걷거나, 섬에서 유일하게 한 대 운영되는 공영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평일에는 배 시간에 맞추어 선착장에 버스가 대기하지만 주말에는 기사의 개인 사정에 따라 운행이 불규칙하므로 사전에 예약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가학리 뒤쪽 산허리 도로변에 등산안내 이정표와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산행들머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학산은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왔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하다. 산이 높은 만큼 물도 많고 물맛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데크가 끝나는 초입부터 급한 경사로가 시작된다. 원시림에 들어선 것처럼 청섭나무(사스레피나무), 후박나무, 동백, 황칠나무 등 난대림 수종이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룬다. 간혹 울창한 숲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풍광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완도해상지구답게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숲에서 잔디밭 쉼터까지 0.4km의 거리를 10여 분 오른다. 쉼터는 파고라가 있는 넓은 분지형태로 여기서 물바위골은 왼쪽 길을 따라 350m 정도 더 가야 한다. 잔디밭 쉼터의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0.74km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다.
가학산 오르는 길은 섬 등산로 치고는 정비가 잘된 편이다. 이정표가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지만 지명이 통일되지 않아 혼선의 우려가 있다. 선답자의 표지기도 많지 않으므로 위치와 방향을 잡는 데 주의해야 한다.
물바위골 삼거리에서 15분 정도 더 오르면 순식간에 조망이 터지면서 ‘가학산 전망 좋은 곳’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진 곳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아부산과 미라리(美羅里)해수욕장을 비롯해 제주도, 여서도, 청산도, 대모도, 소모도까지 보인다.
학운정(鶴雲亭)까지 가는 암반지대에서 보이는 대봉산의 해안지형과 바다의 풍경이 압권이다. 학운정은 가학산 제1정자답게 최고의 조망처다. 일행 중 한 명은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욕됨”이라고 하며 벌렁 누워버렸다. 정자 난간에 다리를 걸치고 바다와 하늘과 섬을 내려 보는 낭만은 어디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남과 북의 섬을 하나로 이어주는 황금빛 사주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다. 퇴적된 토사가 파도와 연안 해류에 의해 해안과 평행하게 된 것을 ‘사주’라 한다. 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는 황금빛이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인천 팔미도, 옹진 선재도, 통영 비진도 등에서도 이런 사주를 볼 수 있다.
조망처에서 10여 분을 가파르게 오르면 10여 명이 머물 수 있는 바위공간에 가학산 정상석이 있다. 학운정과 비슷한 조망을 보여 주지만 좀더 많은 섬과 먼 바다까지 사방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처럼 크고 작은 다도해의 섬과 아스라이 해남 두륜산, 달마산, 완도 상황봉, 청산도 매봉산, 생일도 백운산까지 조망돼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무선기지국 방향으로 암반을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너덜지대와 비슷한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후 햇살 한줌 들어오지 않는 빽빽한 난대림 숲속에 접어든다. 이곳부터 미로와 같은 숲길이 시작된다. 평지와 다름없지만 지그재그로 방향을 틀어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나무에 달린 표지기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갈림길 사거리에 있는 이정표에서는 ‘맹선팔각정 0,95km’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미라마을이나 가학마을은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피하는 것이 좋다. 습하고 평탄한 바닥에는 멧돼지들이 땅을 헤집고 다닌 흔적들이 역력하다. 남도의 섬 곳곳에는 멧돼지들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포획을 하지만 좀처럼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고 무리지어 행동하는 특성 때문에 천적도 없다. 또한 수영을 잘해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하는 영향도 크다.
해안도로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낙조다음 이정표에서 ‘팔각정 0.8km(서중리 관광해안도로)’로 내려서 5분 정도 직진하면 ‘가학산 정상’ 역방향 이정표와 목재데크가 연달아 나타난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작은 봉우리를 따라 10분(0.3km) 정도 더 올라가면 해도정(解濤亭)이다. 주변의 나무 때문에 썩 좋은 조망은 아니지만 상수원인 소안저수지와 아부산, 청산도, 불근도, 대모도 등을 볼 수 있다. 맹선재 이정표까지 10분 더 걸어 ‘파고라 1.1km(서중리관광해안도로)’ 방향으로 계속 직진해야 한다. 경계석 같은 낮은 돌담장이 계속 이어지며 소사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밋밋하고 특징이 없는 길이다.
바다가 가까워지면서 15분 정도 내려가면 서중리 해안도로와 만나고 왼쪽 150m 지점에 파고라와 벤치가 놓여 있는 ‘물치기 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날이 좋으면 추자도까지 볼 수 있으며 낙조가 좋아 연인들이 많이 찾는 데이트 명소다.
제207차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대봉산(337.6m)가학산(368.3m)아부산(110.3m)연계 섬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