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가절에 생각해본 “식사”의 의미.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선경(善慶) 정해균의 독서 노트.
◐음식에는 좌우가 없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혁명에 성공해 소련을 건설한 블라디미르 레닌은 먹는 것에는 영 무관심 했다. ....다만 맥주를 즐길 뿐이었다. 그의 후계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완전히 달랐다. 양고기, 쌀, 토마토로 만든 스튜 카르초를 좋아했고, 사워크라우트(양배추절 임)으로 만든 수프 슈치와 보드카도 즐겼다. 그의 고향이 그루지아 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루지아는 기후가 좋고 요리전통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와인이 많이 나고, 절인 치즈, 말린 과일, 그리고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요리가 두루 발달해 있으며, 잔치 문화도 여전히 남아 있는 풍요로운 곳이다. 스탈린은 크렘린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한꺼번에 내도록 했다고 한다. 서빙하는 인원중에 간첩이 숨어 있을 수 있고, 들락거리면서 도청을 할 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니키타 후루쇼프는 스탈린 비판자 답게 스탈린의 화려한 식사는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고기를 좋아해서 버섯이나 자두와 함께 요리한 쇠고기를 즐겼다. 미하일 고프바초프는 기름진 것을 삼가고 소박한 음식을 좋아했다. 음식에는 진정 좌우가 없고, 좌파가운데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
귀족생활을 하면서 럭셔리한 음식을 좋아하는 좌파를 프랑스에서는 ‘고슈 카비아 gauche caviar’라고 한다. gauche는 좌파, cavair는 철갑상어알, 캐비아를 이르는 것이니, (연결하면) ‘캐비아 좌파’가 된다.
캐비아는 프랑스 식당의 고급 식당에서 보통 1인분에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받는다. 그래서 ‘바다의 다이아몬드’, ‘바다의 검은 보석’이라고도 불린다. 연어알은 빨란색, 잉어알은 주황색이지만, 철갑상어알은 검은색이다. 철갑상어는 강에서도 살고 가까운 바다에서도 산다. ‘강의 다이아몬드’는 좀 운치가 없어 보여서 ‘바다의 다이아몬드’로 부르는 게 아닌가 한다.
이런 비싼 캐비아를 즐기면서 진보적 가치를 열심히 주장하는 사람들을 캐비아 좌파라고 하는데, 독일 표현은 ‘토스카나 프락치온 Toskana fraktion’이다, Toskana는 음식과 자연풍광, 문화, 예술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의 중부지방, fraktion은 당파라는 의미이니 (연결하면) 멋진 데서 휴가를 만끽하는 부류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샴페인을 즐기는 좌파라는 의미로 ‘샴페인 레프트 champagne left’라고 한다. 미국식으로 하면 ‘리무진 리버럴 limousine liberal’이다. 우리나라의 ‘강남 좌파’와 같은 말이다….
지식인 가운데는 ‘슬픔이여 안녕’, ‘브람스를 좋아 하시나요’를 쓴 여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유명하다. 그녀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지만 버스에서 우는 것보다 제규어에서 우는 것이 낫다’고 말해 고급 취향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그녀는 멋스러움과 고성능을 다 갖춘 것으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의 스포츠카 XK140을 타고 다녔다. 이차의 액셀레이터를 맨발로 밟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을 좋아했고, 고급 별장 생활도 즐겼다…
정치인중에는 미테랑, 올랑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등이 대표적인 (캐비아 좌파)이다. 미테랑과 올랑드는 대통령을 지내 워낙 유명하지만, 스트로스칸도 그에 못지 않는 프랑스 사회당의 저명인사이다. 스크로스칸은 산업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국제통화기금(IMF)총재로 활동했기 때문에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기도 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제트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호사까지 대놓고 누리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특별히 ‘울트라 카비아 ultra cavair’로 불렀다. 고슈 카비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렇게 잘나가던 스트로스칸은 2011년 5월 뉴욕의 호텔에서 청소부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 바람에 IMF 총재직도 사퇴해야 했고 불명예스럽게 정치생명을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진술이 일관성 없는 것으로 드러나 뉴욕검찰이 공소를 취하했다. 그래서 중도 우파인 대중운동연합 UMP소속의 당시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측이 음모를 꾸며 스트로스칸을 사전에 꺼꾸려뜨려 2012년 대선에서 쉽게 승리하겠다는 생각으로 덫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안문석 지음 ‘식탁위의 외교’중에서.
◐식사는 형제 자매가 되는 자리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생물은 예외 없이 먹어야 산다. 사람도 동물처럼 생존을 위해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사람의 식사(食事)는 끼니로 음식을 먹는다는 사전적정의를 뛰어 넘는다. 사람의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부모와 자녀, 넓게는 타인과 함께하는 교류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같이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식사를 함께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는 물론 가정교육이 어뗐는지를 훤히 들여 다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곳곳 많은 나라에서 ‘밥상머리교육’을 중요시한다. 사람은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언어를 익히고, 예절을 배우며, 인내심을 기른다. 또한 가족을 배려하는 사고를 통해 사회적 공존성이 강화된다고 하니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는 속담에서의 세 살 버릇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식사는 중요한 사회 활동이자 대화 창구가 된다. 식사는 예식을 갖춘 것일수록 그 안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식사는 명예, 사회적 지위, 소속, 거룩함의 상징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타인집으로 초청받거나 숙박하는 것은 언제나 식사의 초청을 전제로 한다. 또 성경에는 예식을 위한 식사, 결혼과 같은 축제의 식사, 이별의 식사 등 여러 종류의 특별한 식사가 등장한다. 식사는 사회적 종교적 경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유다인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식사였다.
-허영엽 신부 지음 “성경 속 상징” 중에서.
◈식사에 관한 선경의 독서노트◈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한다.
사귀던 사람과 관계가 소원해져 옛날의 돈독한관계로 복원하고 싶을 때도 같은 표현을 쓴다. 어원으로 보면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나의 동지(의형제)가 되어달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영어단어 companion의 어원은 라틴어 com과 panis의 합성어이다. 라틴어 com의 의미는 “with” 혹은 “together”이고 panis는 “bread”를 의미한다. 따라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결국 말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의 동지(의형제)가 되어달라”는 상징성을 같고 있다.
인간관계를 나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나와 가까운 사이가 “님”이다. 혈연관계의 부모 형제 자매, 친지, 스승 은 좋은 인연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이고 그들은 한결같이 내가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평생토록 나의 소중한 “님” 들이다.
“남(제 삼자)”을 나와 가장 가까운 “님”으로 격상 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황금 율의 실천이다.
◐논어와 성경에 표현된 황금 율(Golden Rule).
☞논어 제15편 위령 공 제24장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怒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공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기소불욕,물시어인”
자공(공자의 제자)이 (공자에게)여쭈었다. “한마디로 종신토록 행할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서(恕)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성경에 표현된 황금율.
New American Bible, Matthew Chapter 7 Verse 12.
“Do to others whatever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This is the law and prophets.”
마태복음 7장 12절(루카복음 6장 31절)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번역 성경.
동서양의 황금율은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데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즉 거짓말을 듣고 싶지 않으면 솔선해서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먼저 다른 사람을 속이지 말라. 황금율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친구가 되고 싶으면 솔선해서 친구가 되어주라.” 그리고 “친구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으면 먼저 친구를 존경해주어라”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쪽에서 나의 “님”이 되는 courtship process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상대방이 호응해주지 않으면 계속 “남”으로 남아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냉담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오해가 쌓이면서 관계가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남”의 지위가 “놈”으로 격하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황금율은 서로 반응하는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전제로 한다. 손 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이치와 같다.
밥을 함께 먹은 사이가 영어로는 companion이고 그런 관계를 companionship이라고 한다. 옛 인연을 계속해서 유지 발전시키는데 좋은 수단으로 식사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타인(남)에게 좋은 식당에 초대해서 밥을 한번 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Kinship, friendship, fellowship, companionship등 relationship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로 약속을 하고 시간을 내어 식사를 같이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추석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느슨했던 kinship을 복원하기에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추석을 즈음하여 일상생활에서 소박한 식사로 에의 초대가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하고 옛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식사초대의 선투자를 통하여 새로운 인연과 관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 한번 밥 먹자”는 말은 이제 너무 상투적이라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황금율에 충실하자면 적어도 핸드폰에 저장된 달력을 펼쳐서 다음주 “OO요일 점심 어떻습니까!”로 제안하는 것이 더 좋은 처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2사(師)3형(兄)5우(友)” 라는 말을 이상적인 패턴이라고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숫자에 관계없이 offline에서 맺은 진정한 사(師), 형(兄), 우(友)는 초연결시대에 FOMO (Fear of Missing Out)와 BOMP(A belief that others are more popular)의 심리적 공포로 부터 나를 보호해 줄 나의 호위무사 님들입니다. FOMO와 BOMP는 자신이 (무리로부터) 따돌림 당 하거나 (자신의)사회성이 (남들보다) 뒤 처진다는 심리적인 공포를 말하며 이런 현상은 소셜 미디어로 인해 사람들이 굉장히 흔하게 느끼는 병리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초연결시대에 군종속에서 소외와 고독을 함께 극복하며 companionship을 발휘할 든든한 나의 님들과 online 과 offline에서 함께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Make new friends and keep the old,
One is silver and the other is gold.
추신. 仲秋佳節! 오늘은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가족 친지와 함께 정겹고 편안한 한가위를 맞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