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하트(♡)
코로나 그리고 학교의 환경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3월 2일 본래의 개학 예정일에서 3월 9일로, 그리고 다시 3월 23일로 연기되었고, 또 4월 6일로 연기되어 개학을 준비 중에 있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학교에서 활기차게 신학기를 보내야 하는 시기인데, 건강이 어떠한지, 별일은 없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겨울방학 이후 한 달 남짓 지나고 있는 시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재택연수라는 이름으로 가정에서 지냈지만, 나는 매일 학교에 출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도하며 살펴보았다.
영훈고는 50년이 넘은 학교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낡을 대로 낡은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고, 아무리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해도 깔끔하고 깨끗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장이신 정교장님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 최대한 기독교학교로서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가운데,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학교 환경을 청결하게 꾸미자는 생각이었고, 나 역시 기쁘게 동의했다.
교실문을 교체하고
그래서 그동안 생각해온 학교 환경 개선을 하나하나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학교의 여러 계획 가운데 하나로 학교의 모든 교실 문이 교체되었다. 교실 문을 교체한 것은 근 20년만의 일이라고 했다. 밝은 나무색으로 구성된 교실 문은 깨끗하고 산뜻했다.
일하시는 분들이 교실 문 마무리를 다 한 것을 살펴보니, 중간에 가로로 투명 유리를 끼워 놓은 상태였다. 학생들의 교실 활동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인데, 투명 유리의 공간이 매우 컸다. 이대로 두면 아이들은 신문지 등으로 덕지덕지 붙여 놓을 것이다. 불투명 시트지를 붙이면 안이 안 보이니까 안을 볼 수 있으면서도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려야 했다. 그러면서도 가급적 예쁘고 아이들과 친숙한 모양으로 디자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했다.
며칠 동안 이 생각을 나누던 중 문득, 정교장님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십자가 모양으로 디자인하면 어떨까요?”
72개의 십자가 문을 제작하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교장선생님. 저도 그 생각을 했었거든요.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도 살리고 안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도 확보가 되니까요. 그런데 교장선생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었군요.”
“네,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십자가형은 위나 아래로, 그리고 좌우로도 볼 수 있으니까 교실 안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또 건학이념의 의미도 담고 있으니까, 그렇게 하죠~.”
교장님과 나와의 생각이 일치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지만 기도하며 준비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훈고가 기독교학교가 되었지만, 아직 하나님을 잘 모르고 기독교에 대해 불편함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 중에도 말이다. 학교가 기독교학교니까 이미 믿는 우리들에게 십자가가 익숙하다고 그저 새기기보다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지혜를 먼저 구해야 하겠다. 그분들의 마음을 살펴서 이것을 통해 서로 불화가 일어나고,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고 십자가의 의미를 알도록 말이다.”
매일 기도하며 준비하는 중에 금년에 교목실로 부임하신 차목사님께서 36개 교실을 다니며, 불투명 시트지를 붙였다. 12개 학급, 앞 뒷문이니까 3개 학년 모두 72개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재고 또 재어 가장 적당한 크기로 예쁘게 오려냈다.
아주 깔끔하고 예뻤다. 앞뒷문에 아로새겨진 십자가 모양을 만들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신다는 마음을 나에게 주셔서 더욱 감사했다.
십자가는 ‘사랑’(♡)이라
며칠간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나님께서는 갑자기 이런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을 아직 잘 모르는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는 십자가의 의미가 ’고통‘이나 ’희생‘ 등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십자가가 사랑이라는 표현을 하라.’
‘십자가는 사랑이다!’
사랑을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행동으로 확증하신 하나님, 그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윽고 하트 모양(♡)의 사랑 표시를 생각나게 하셨다. 그리고 이내 지혜의 영을 부어주셨다.
십자가 안에 사랑의 하트 모양을 오려 넣는 방법의 지혜를 주신 것이다. 결국 십자가 표시로 건학이념을 살리고, 교실 안을 볼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십자가는 사랑이라’는 궁극적인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십자가 모양의 좌우 끝을 이어서 오리면 ‘절’ 표시(卍)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치’ 표시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혹시나 모를 상황까지 생각나게 하시고, 준비케 하시는 하나님이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다음날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교장님과 나누었고, 그분도 역시 깊은 동감을 하였다. 하나님께서 같은 마음으로 나아가게 하시는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차목사님께서 적당한 크기의 하트 모양을 프린트로 출력하고, 또 길이를 재고 또 재고를 반복한 후 매우 예쁜 하트 모양이 탄생했다. 그리고 차목사님이 일일이 교실로 다니며 하트 모양을 교실의 앞뒷문에 붙였다. 다 된 후에 교실 문을 보니, 정말 깨끗하고 예뻤다. 특히 중간에 넣은 하트 모양이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이 과정과 마무리 된 모습을 보며 교실 문마저도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점에 참 감사했다. 그리고 때마다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지혜로 나아가게 하심에 감사했다.
코로나19가 어서 끝나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다. 그래서 활기차고 기쁜 마음으로 학교 생활 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외면하지 아니하시고, 이 기도를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된 요즘의 나날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환경으로 섬기게 하심에 참으로 감사했다.
하나님의 섭리는 어느 때나 감사의 제목이 되는 것 같다. 교실문의 십자가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담아 오늘도 최선을 다해 순종하며 나아가려 한다. 이러한 마음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양을 올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