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解說(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이편에서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는 무위無爲는 노장철학의 사상이나 입장을 나타내는 말로 옛날부터 너무나 유명하다. 무위無爲는 본시 직접적으로는 인간의 작위를 버리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단순한 비실천非實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위는 그것을 통해서 도道에 대한 인간의 접근을 조애阻碍(막아서 방해하다)하지 않기 위한 태도이며, 동시에 그것을 통해 인간이 도道를 파악하고 도道와 일체가 되기 위한 방법이며, 더 나아가 무위를 통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무불위無不爲]는 적극적 실천을 위한 전제로 표현된다.
따라서 무위는 결국 관념의 조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실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도道와 일체가 됨으로써, 도道가 만물을 존재케 하고 만물을 운동케 하는 전능의 힘을 인간 자신의 것으로 터득한다고 하는 주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천도편은 학자들에 의해 장자의 저술이 아니라는 학설이 강하게 주장되었다.
이 편 제4장의 ‘무위無爲’는, 제왕이 ‘함이 없음[무위無爲]’에 의거하여 신하臣下를 비롯한 만민萬民이 ‘무불위無不爲(유위有爲)’를 이루게 통제한다고 하는 법가류法家流의 ‘형명刑名’이라는 정치적 술수로 변질되었다. 그로 인해 무위의 철학은 위기를 맞이했고 도가의 장래 또한 불투명해지고 말았다.(池田知久)
1973년 이후 마왕퇴馬王堆 백서帛書(글이 쓰인 비단)의 출토에 의해 이것들(천지,천도,천운편)이 모두 전국말戰國末에서 한초漢初에 이르는 황로사상黃老思想의 산물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한편 왕부지王夫之는 자신이 주해한 장자해莊子解에서 “이 편의 주장은 장자의 지향과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것이 있고 단지 노자가 고요함을 지킨다고 한 말을 따라 부연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노자와 다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진한 시기의 황로술을 가지고 군주에게 알아주기를 구한 자가 저술한 것 같다.
특히 이편의 제3장에 무위無爲를 군도君道라 하고 유위有爲를 신도臣道라 한 것은 도道를 둘로 쪼갠 것이다. 또 이미 유위를 신도라 해 놓고 다시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남쪽을 바라보며 천하를 다스린 것이 요의 임금 노릇이었고,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북쪽을 바라보고 임금을 섬긴 것이 순의 신하 노릇이었다.’고 했으니 스스로 모순된다……절대 장자의 글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 장자를 잘 배운 자가 모방해서 지은 것도 아니니 독자들은 마땅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가류의 형명刑名에 대해, 그 뜻은 병형, 법도, 예악은 아랫사람에게 맡겨서 분수에 편안하고 명법을 지켜서 공과를 자세하게 고찰하는 것이니 이것은 형명가刑名家들의 말이자 호해胡亥(진秦나라의 2대 황제, 시황제始皇帝의 둘째 아들)와 독이督夷의 술책術策이니 이런 뜻을 본받는 것은 장자의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1장은 고요함을 지킴으로써 천지天地·만물萬物에 군림하는 제왕帝王과 성인聖人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제2장은 그것을 받아 허정虛靜과 무위無爲를 실천하는 것이 제왕帝王과 성인聖人이 신하들과 만민萬民을 지배支配하는 데 유효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제3장에서는 그 허정虛靜이 바로 천지天地의 덕德이며, 그 까닭에 성인聖人은 무난無難히 천하만민天下萬民을 복종시킬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제4장은 무위無爲가 바로 제왕의 덕德이기 때문에 신하의 덕德인 유위有爲와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제5장에서는 형명刑名·상벌賞罰이라고 하는 지배를 위한 법가적인 수단이 천天·도덕道德·인의仁義 등보다 뒤에 언급되어야 하는 지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6장은 순舜이 말한 것처럼 천지의 자연스런 존재양식存在樣式을 본받아 천하를 지배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제7장은 공노문답孔老問答에 가탁하여 사람의 본성을 어지럽히는 인의仁義를 버리고 도덕道德을 따르는 것이 옳음을 말하고, 제8장에서는 교지巧知·신성神聖을 초월한 노자老子를 묘사하고 있다. 제9장은 천지天地편의 제2·3장에 유사하나 인의仁義·예악禮樂을 물리치는 것이 특징이다. 제10장은 유명한 제齊 환공桓公과 윤편輪扁의 대화로 도道가 책 등을 통해서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1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1장)
하늘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만물이 이루어진다. 제왕帝王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천하가 모두 귀복歸服한다. 성인聖人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해내海內의 사람들이 모두 복종服從한다.
하늘의 도道를 분명히 알며 성인聖人의 도道에 정통하며 나아가 제왕의 덕德을 여섯 가지 방향과 네 가지 차례대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의 행위가 멍하니 그저 고요할 따름이다. 성인聖人의 고요함은 고요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해서 〈일부러〉 고요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만물 중에서 어느 것도 족히 성인의 마음을 뒤흔들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저절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그 밝음이 〈수면水面을 바라보는 사람의〉 수염이나 눈썹까지도 분명하게 비추어 주고 그 평평함이 수준기水準器에 딱 들어맞아 목수가 기준으로 채택한다. 물이 고요하여도 오히려 이처럼 밝고 맑은데 하물며 밝고 정밀하고 신묘한 성인聖人의 마음이 고요한 경우이겠는가. 〈성인聖人의 고요한 마음이야말로〉 천지天地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며 만물을 〈빠짐없이〉 비추는 거울이다.
天道運而無所積 故萬物成
帝道運而無所積 故天下歸
聖道運而無所積 故海內服
明於天通於聖 六通四辟於帝王之德者 其自爲也 昧然無不靜者矣
(천도운이무소적이라 고로 만물이 성하며,
제도운이무소적이라 고로 천하가 모두 귀하며,
성도운이무소적이라 고로 해내복하나니,
명어천하며 통어성하야 육통사벽어제왕지덕자는 기자위야 매연무부정자의니라)
하늘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만물이 이루어진다.
제왕帝王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천하가 모두 귀복歸服한다.
성인聖人의 도道는 끊임없이 운행하여 한때라도 정체停滯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해내海內의 사람들이 모두 복종服從한다.
하늘의 도道를 분명히 알며 성인聖人의 도道에 정통하며 나아가 제왕의 덕德을 여섯 가지 방향과 네 가지 차례대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의 행위가 멍하니 그저 고요할 따름이다.
☞ 도道를 자연自然‧우주, 사회‧정치, 철학‧도덕의 세 가지로 분류한 데 의의가 있으며, 천도天道가 뒤의 인도人道와 모순矛盾‧대립對立하는 것으로는 파악되지 않고 차라리 인도人道(특히 제도帝道)의 절대권위를 지원支援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상의 전개로 파악할 수 있다.
☞ 성도聖道를 제도帝道 아래에 포섭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아마도 황제皇帝 권력이 사상계의 내부에까지 침투해 있던 시대를 반영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한前漢의 경제景帝‧문제기文帝期에 성립成立된 기록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육통六通과 사벽四辟은 육합六合(상하사방上下四方)의 공간에 통달하고 사시四時의 시간을 따른다는 말.
聖人之靜也 非曰靜也善 故靜也 萬物無足以鐃心者 故靜也
水靜則明燭鬚眉 平中準 大匠取法焉
水靜猶明 而況精神聖人之心靜乎 天地之鑑也 萬物之鏡也
(성인지정야는 비왈정야 선이라 고로 정야라 만물이 무족이요심자라 고로 정야니라
수정이면 즉명촉수미하며 평중준할새 대장이 취법언하나니
수 정하야도 유명이온 이황정신성인지심정호따녀 천지지감야며 만물지경야니라)
성인聖人의 고요함은 고요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해서 〈일부러〉 고요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만물 중에서 어느 것도 족히 성인의 마음을 뒤흔들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저절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그 밝음이 〈수면水面을 바라보는 사람의〉 수염이나 눈썹까지도 분명하게 비추어 주고 그 평평함이 수준기水準器에 딱 들어맞아 목수가 기준으로 채택한다.
물이 고요하여도 오히려 이처럼 밝고 맑은데 하물며 밝고 정밀하고 신묘한 성인聖人의 마음이 고요한 경우이겠는가. 〈성인聖人의 고요한 마음이야말로〉 천지天地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며 만물을 〈빠짐없이〉 비추는 거울이다.
☞ 요鐃(징 요)는 撓(어지러울 요)와 같다. 撓는 搖(흔들 요)와 마찬가지로 ‘흔들다’의 뜻.
☞ 촉燭은 비춘다는 뜻의 동사.
☞ 평중준平中準 : 평평함이 수준기水準器에 딱 들어맞음.
☞ 대장취법언大匠取法焉 : 목수가 경사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고요한 물을 채택한다는 뜻. ☞ 수정유명水靜猶明 : 단지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는 물이 고요한 경우도 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 정신성인지심精神聖人之心 : 밝고 영묘靈妙한 성인聖人의 마음.
☞ 천지지감야天地之鑑也 만물지경야萬物之鏡也 : <성인聖人의 고요한 마음이야말로> 천지天地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며 만물을 빠짐없이 비추는 거울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