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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03 - 모범적인 빈볼
1. 프롤로그 (그린 드리머즈 송년회의 밤)
단장님이 마이크를 쥐고 ‘연설’중이다.
‘이 영광이 올해로 끝나서는 아니되겠으며, 다음해. 또 그다음해로 이어질 것을 믿습니다.
우리 드리머즈의 야구는 모두의 꿈이 되어야...’
은재 귀에는 단장의 말소리가 뜨문 뜨문 들려온다.
그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오수영! 고기 굽는 것마저도 우아한 이 여자가 설마 ...!
(인서트)
-도망치듯 노래방을 빠져나가는 여자.
진동수가 박무열에게 뭐라 말하면서 오수영에게 집게를 받아 대신 고기를 자른다.
이렇게 다정한 부분데 설마...!
(인서트)
-펜션가는 산길에서 만났던 오수영.
오수영이 남편의 무릎에 앞치마를 얹어준다. 이렇게 다정한 사람들이 설마...!
유은재 혼란스럽다. 아. 모르겠다. 한숨을 쉬는데, 어찌나 깊은 한숨이었는지 테이블위의 냅킨이 펄럭 날라갈 정도다.
테이블당 배당된 와인을 각자의 잔에 따라주던 박무열이 유은재를 본다. ‘뭐냐? 또?’
(아. 참 깜빡했다. 은재는 여전히 ‘시상식급 드레스’를 입은 상태며, 사람들은 여전히 유은재를 흘깃 거린다)
2. 타이틀
제 3회 ‘모범적인 빈볼’ ‘모범적인’ 이란 말 사라지고, 빈볼에 대한 정의가 뜬다.
‘빈볼(bean ball)이란 투수가 타자를 위협하기 위하여 타자의 머리를 향하여 던지는 볼’
뒤이어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
3. 갈비집 (밤)
식전행사가 끝나고 밥을 먹는 중이다.
유은재, 얼마나 문제 풀이에 골몰했냐면 소갈비 맛도 모를 지경이다.
박무열은 일본에서 취재의뢰가 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박무열 : (진동수에게 쌈장을 건네며) 야구장에서 사진 몇장 찍고 인터뷰하고 그럼 끝이라는데.
진동수 : 그쪽은 누가 나오는데...?
박무열 : 자이언츠에서...
유은재 : (혼자 맹렬히 생각하다가 불쑥) 아 쌍둥이!!
박무열 : (뭐냐. 이 뜬금없음은) ...?
유은재 : (그러거나 말거나 오수영에게) 쌍둥이세요?
오수영 : 에. 아뇨.
유은재 : (집요하다) 동생이나 언니는...
오수영 : (뭐지 싶지만) 동생은 하나 있는데... 두 살 밑에...
유은재 : 그쵸. 동생이랑 많이 닮았죠?
오수영 : 예. 그런데...?
박무열 : (꼴통이 왜 이러나 쳐다보는데 보기에 따라선 경계하는 것도 같다)...
유은재 : (개운해졌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꼭 닮은 사람이 있어서요.
오수영 : (어쩐지 경계하는듯하다) 은재씨가 제 동생을 어떻게 알죠?
유은재 : (박무열을 흘깃 보며) 아. 몇일전에 봤거든요. 우연히...
진동수 : (오수영의 눈치를 보면서) 에? 처제 들어왔어?
오수영 : (어쩐지 냉정하다) 글쎄요.
유은재 : (겨우 꿰맞췄는데 뭔소리) 들어오다뇨?
진동수 : 캐나다에 있잖아요. 애기 낳으러 들어온다는 건 얼핏 들었는데...
유은재 : (자기도 모르게) 애기요?
진동수 : 예~
유은재 :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그럼 안되는데...
진동수 : (뭐가 안된다는거지) ...?
박무열 : 네가 아는 사람. 이름이 뭔데?
유은재 : (얼떨결에) 에? 김동아...
박무열 : 바보냐? 김씨하고 오씨하고 어떻게 자매냐? 아...멍충이.
유은재 : 내가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어여? (와인을 벌컥 마신다)
오수영 : (조용히) 저기...
유은재 : (짜증나기 시작했다) 왜여?
오수영 : (와인잔 가리킨다) 그거 제 껀데...
4. 갈비집 로비 (밤)
박무열 오수영, 진동수가 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이야기중이다.
좀 떨어진 뒤에 유은재가 서 있다.
그때, 진동수 등 뒤로 박무열과 오수영이 눈을 마주친다.
앗. 뭐냐 저것들은? 어이없어서 유은재 턱이 더 앞으로 나온다. 그때.
(김태한) : 심각하군요.
유은재 : (홱 돌아본다)...
김태한 :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진지한 눈으로 유은재를 보면서) 자라목입니다.
유은재 : 에?
김태한 : (진지한 얼굴로 은재 자세 흉내내고는) 척추교정을 받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유은재 : ....?!!
김태한 : (스스로 정정한다) 아. 제가 쓸데없는 말을...상태가 너무 심각해보여서.. 미안합니다.
김태한이 살짝 목례하고 가버린다.
뭐야 저건? 김태한을 쳐다보다가 유리창에 비친 자기자세를 본다.
드레스입고 꾸부정하니 진짜 보기싫다. 자세를 바로 잡아본다.
진동수 : (발렛에게 키를 받았다) 은재씨 집이 어디예요?
유은재 : 에? 공릉동...
진동수 : (박무열에게) 가는 길에 데려다줘.
박무열 : 양재동이랑 공릉동이 어떻게 가는 길이야?
진동수 : 그럼 저렇게 입고 버스 타냐?
박무열 : 벌칙인데 당연히...
진동수 :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부른다) 은재씨!
5. 박무열의 차 (밤)
박무열 : (운전한다) 어떤 의뢰인이 경호원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냐?
유은재 : (조수석에서 박무열을 빤히 쳐다본다)...
박무열 : (즉각적으로) 왜? 또? 뭐?
유은재 : 동수형 말이예여?
박무열 : 내 형이지 네 형이냐?
유은재 : 둘이 언제부터 알았어여?
박무열 : 대학교때.
유은재 : 동수형 어떤 사람이예여?
박무열 : 보면 모르냐? 진짜 좋은 사람이지. 내가 너 안데려다 줬으면 진짜 자기가 데려다줬을걸.
유은재 : (끄덕인다)...
박무열 : 그 형 아니었으면 나는 예전에 야구 때려쳤을거구.
유은재 : 그건 또 뭔 사연이예여?
박무열 : (슬쩍 보면서) 뭐야 너? 갑자기 질문이 많아졌어?
유은재 : (슬쩍 넘어간다) 에? 난 그냥...동수형 같이 좋은 사람이 왜 이런 사람하고 친한가...
박무열 : 이런 사람 뭐? 쾌남? 훈남? 나이스가이? (좋다고 웃는다)
유은재 : 내 입으로 말해줘여? 그걸 원해여?
박무열 : 내려어!!
유은재 : (치사하다) 알았어여. 알았어. 뭘 또 발끈해갖고...
박무열 : 다왔다구. 내려!!
유은재 : (엥? 언제 다왔지)...
박무열 : 뭐? 문까지 열어달라고?
유은재 : 됐네여.
유은재가 퉁새스럽게 차문을 열고 평소처럼 다리를 쩍 벌리고 내리려는데 ‘찌익’ 옷 찢어지는 소리.
박무열 : (기겁한다) 야. 그거 빌린 거야.
유은재 : (툴툴댄다) 만들다 말았나...
6. 은재네 집 식당 (밤)
창호가 찌게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동아와 창호가 밥을 먹는다.
김동아 : (된장찌게를 먹어보더니 갑자기 감동한다) 창호, 너 이자식!!
유창호 : ...?
김동아 : 너 나한테 시집와라.
마침 유은재가 들어온다.
김동아 : 은재야. 니 동생 나한테 줘. 평생 애껴줄게.
유은재 : 평생 부려 먹겄지.
김동아 : (된장찌게 먹으며서) 예술인데...너 인간 문화재 신청해봐라.
유은재 : 아빠는?
유창호 : 상가조합 송년회.
유은재 : (외출차림 그대로 식탁에 앉는다).....
김동아 : (먹으며) 어땠어? 너의 드레스 입은 모습에 그 놈이 확 반했어.
유은재 : 뭐?
김동아 : 꾸질꾸질하던 여자가 어느날 짜잔. ‘아니 이 여자에게 이런 아름다움이!!’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는 패턴이잖아.
유은재 : (이때다 싶다) 있잖아. 남녀가 있어. 둘이 아는 사이긴 한대 연애하는건 아니야.
근데 산속 펜션에 따로 따로 와. 뭔 이유가 있을까?
유창호 : 맞추면 뭐 주는데?
유은재 : 내 사랑.
유창호 : 필요 없어.
김동아 : 정답. 거기 직원이야.
유은재 : 그건 아니야.
유창호 : 펜션주인을 만나러 가는 걸 수도 있지.
유은재 : (그럴수도) 아...
김동아 : (손뼉을 딱 치더니) 접선하는 거야. 펜션에 있는건 간첩이구, 두 년놈은 연락책. 그래서...
유은재 : 땡!
김동아 : (발끈한다) 왜에?
유은재 : 좀 이야기를 평범하게 만들어봐. 장르물 말구.
주인공은 그냥 보통 사람이야. 싸가지가 없긴 해도 보통 캐릭터. 응?
김동아 : (꿍시렁댄다) 지 맘대로야.
유창호 : 아니면 서프라이즈파티 같은 거.
유은재 : 뭐?
유창호 : 거기가 추억의 장손거지. 그래서 누군가한테 깜짝파티를 해줄려는거야.
유은재 : 그렇지! (혼잣말처럼) 이해러블한 이유가 이렇게 많은데...내가 요즘 드라마를 너무 봤어.
김동아 : (생각났다) 거기가 무슨 산이야?
유은재 : 왜?
김동아 : 여자는 무당이구, 남자는 귀신 들려서...
유은재 : (그냥 무시하고 일어난다)...
김동아 : (계속 유창호에게) 원한의 장소를 찾다보니까..
유창호 : (무시하고) 밥 더 줘?
김동아 : (밥그릇 내주면서도) 귀신중에 지박령이란게 있거든....
7. 대학교 검사실 (낮)
연구원이 김태한에게 성분표를 건넨다.
김태한 : (쭉쭉 읽어가다가) 포름알데히드?
연구원 : 어. 메탄올...
김태한 : (성분표를 본다) 30그램...
연구원 : 성인남성이 먹으면 치명적인 딱 그만큼!! 살아남는다고 해도 실명!!
근데 그게 왜 보약속에 들어있는거냐? 너네 야구팀하고 관계있는 거냐?
김태한 : (성분표를 접어 가방에 넣으며) 아닙니다. 개인적인 거예요.
8. 연습실 (낮)
박무열이 팀동료들과 수비로테이션 연습하러 나왔다. 조현우도 보인다.
박무열 : 괜찮냐?
조현우 : 예.
수비코치가 약속된 수비 번호 소리치며 노크한다.
9. 휴게실 (낮)
유은재가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 있다. 누군가 물잔을 내민다. 고도사다.
유은재, 면발을 문채 쳐다본다.
고도사 : (김밥 하나 집어 먹으며) 혼자 먹어여?
유은재 : (고도사가 김밥먹는거 슬쩍 보며) 예. 그리고 혼자 먹고 싶어여.
고도사 : (그러거나 말거나) 박무열이... 요새도 클럽에 여자 꼬시러 다니나?
유은재 : 안들려여.
고도사 : (집요하다) 그 노래방 말이야.
유은재 : (유치하게 잡음 넣는다) 우라라라라라...
창밖 복도, 진동수가 쓸쓸한 얼굴로 지나간다.
유은재 : (진동수를 보자 문득 생각이 난다) 거의 박무열 스토커라면서여.
고도사 : 스토커는....전공분야가 박무열인 거지.
유은재 : 박무열에 대해서 빠삭하겠어여?
고도사 : (달랑 이름뿐이냐) 박무열?
유은재 : (얼른 붙인다) 선수! 진동수 아니었으면 박무열선수가 야구관둘 뻔했다는게 뭐예여?
고도사 : 기브 앤 테이크?
유은재 : (영어라 못알아들었다) 나 영어 몰라여.
고도사 : 주고 받고하자고. 정보교환.
유은재 : (김밥 먹으며) 들어봐서.
고도사 : 대학때 박무열이 왕따였거든.
유은재 : (듣는다)...
고도사 : 박무열이, 왜 그런거 있잖어. 혼자 잘난거. 그때는 더 심했거든.
그땐 야구나 잘햇나. 실력도 없는게 승질 피우고 다니니까 선배들이 손 좀 본거지. 옛날처럼 대놓고 때리진 못하고...
10. 연습실 (낮)
더블 플레이 연습중이다. 5.4.3콤비플레이. 내야진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고도사) : 노크 안해줘. 배팅볼 안해줘. 야구 저 혼자 할수 있나? 한번 리듬 놓치면 방망이도 안 맞구.
근데 감독은 또 모르는 척 한거지.
이게 몇 달동안 계속되니까 박무열이 빡 돌아버린거야. 주동하는 선배 두명을 개박살 낸거지.
박무열. 조현우를 비롯한 내야진들이 이거라고 소리지르며 파이팅한다.
11. 휴게실 (낮)
유은재 : (이야기에 빠졌다) 역시 깡패..
고도사 : 뭐?
유은재 : 아뇨. 그래서여?
고도사 : 진동수가 왔을 땐 두명은 피떡이 돼 있구. 박무열은 길길이 날뛰는데...
그때 진동수가 박무열을 패기 시작한거야.
유은재 : 에? 진짜여?
고도사 : 진짜루.
유은재 : (진동수 특유의 허허웃는 표정 흉내 내며) 이 동수형이요?
고도사 : 현장에 있던 애한테 직접 들은 거야.
유은재 : (믿을 수 없다) 그래서여?
고도사 : 그때 진동수가 얼마나 무섭게 때리는지 옆에서 말리지도 못했대. 박무열은 기절해서 실려가고.
유은재 : 우와...
고도사 : 학교입장에서는 곤란해졌지. 시작한건 분명 박무열인데. 그 박무열이 제일 많이 다친데다가. 그렇게 만든 건 진동수거든.
진동수가 지금은 빌빌대도 그때는 최고였어. 국가대표 달구, 올림픽 나가구.
유은재 : (인정한다) 그랬죠.
고도사 : 근데 그때 진동수가 그런 거야. 박무열 야구 못하면 나도 못한다.
유은재 : (감동한다) 아! 그러니까 진동수가 일부러 그렇게 때린거다?
고도사 : 그런거지. 게다가 박무열이 엄청 깨져서 입원까지 해노니까. 다른 애들도 마음이 풀린거구. 그때 다 화해한거지.
유은재 :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고도사 : 자. 그건 그렇구 노래방에서 말이야.
유은재 : (자기 볼일은 끝났다. 벌떡 일어나 먹은 뒷정리를 한다)...
고도사 : 어이!! 어디가?
유은재 : 화장실!
12. 진동수의 집 거실 - 식당 (낮)
진동수가 시장본걸 들고 온다. 뒤에 여섯 살쯤 아들, 진우영이 케잌상자를 들고 따라온다.
진동수 : (식탁위에 올려놓으며) 조수! 아빠 주머니에서 계획표 꺼내봐. (꺼내기 쉽게 엉덩이를 내민다)
진우영 : (아빠 엉덩이 주머니에서 계획표를 꺼내 읽으라고 펼쳐준다)...
진동수 : 1번. 시장보기! 오케이. 2번 케잌준비! 오케이. 3번 요리와 생일카드. 조수 너 뭐할래? 요리?
진우영 : (고개 흔들며) 생일카드.
진동수 : 좋았어. 손부터 닦고.
진우영 : (화장실로 달려간다)...
13. 안방 (낮)
안방 화장실에서 나오는 진동수, 수건으로 손의 물기를 닦다가 손톱옆의 꺼스러미를 발견한다.
아내의 화장대에서 손톱깍기를 찾는다. 꺼스러미를 깍는데,
화장대위의 작은 쓰레기통. 반쯤 열린 쓰레기통안. 화장솜들 사이로 임신테스트가 보인다.
14. 백화점 쥬얼리 샾 (낮)
박무열이 여성용 목걸이와 귀걸이 셋트를 고르고 있다.
유은재가 입구쪽에서 박무열을 경호중이다.
박무열 : (선택한다) 이걸로...포장해주세요.
15. 박무열의 차 (낮)
글러브 박스위,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상자가 놓여있다.
조수석의 유은재가 선물을 본다.
박무열 : (운전중이다) 뭘 그렇게 노려보냐?
유은재 : 누구 줄 거에여?
박무열 : 너 줄 건 아니야.
유은재 : 줘도 안 받아여.
박무열 : 진짜?
유은재 : 주기만 해봐라. 확 그냥!!
박무열 : (낄낄대며 핸드브레이크를 채운다)...
16. 아파트 앞 (밤)
박무열이 초인종을 누른다.
유은재 : 몇시에 끝나여?
박무열 : 몰라. 11시쯤.
유은재 : (시계를 본다. 6시를 넘고 있다) 끝나면 전화해여.
박무열 : (귀찮다) 그냥 가.
유은재 : 김실장이 확인한단 말이예여. 보온병사건땜에 얼마나 빡빡한데.
문이 열리고 진우영이 나온다.
박무열 : 어이. 꼬맹이!
진우영 : (배꼽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진동수 : (그 뒤로 나타나며) 왔냐? (은재에게 인사대신) 은재씨!
유은재 : (인사하고) 혹시 이 근처에 커피숍 있나요?
진동수 : 커피숍은 왜?
17. 진동수의 집 거실 (밤)
오수영. 박무열. 그리고 유은재가 자리잡고 앉는다.
박무열 : 그러게 얘 앞에선 빈말하면 안된다니까.
오수영 : (사람 좋게 포크를 하나 더 놓으며) 뭐 어때? 여럿이 있으면 더 좋지.
유은재 : (오수영을 의심하고 있기에 웃음이 애매하다)...
박무열 : (은재에게) 너도 그렇지. 예의상 한말을 덥썩 무냐?
그때, 진동수와 우영이 촛불이 켜진 케잌을 들고 온다.
진우영은 들었다기보다는 손가락을대고 있는 것 뿐이지만,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오수영의 생일이다. (나이는 아직 모르겠다) 진우영이 가장 큰소리로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다.
유은재는 오수영과 박무열을 번갈아 슬쩍 쳐다본다.
박무열이 노래한다. ‘사랑하는 오수영’
오수영이 초불을 끈다.
진우영이 생일 선물을 건넨다. 둘둘 만 도화지다. ‘직접 그린 엄마 초상화’다.
박무열이 선물을 건넨다. 조금전에 고른 목걸이와 귀걸이다.
오수영이 목걸이를 해보는데, 박무열이 아무렇지도 않게 뒤에서 고리를 걸어준다.
유은재의 눈엔 그 모습도 불륜의 한 장면같아 진동수의 눈치를 보게 된다.
케잌을 잘라 접시에 담던 진동수와 유은재의 눈이 마주친다.
진동수 : (케잌건네며) 왜여?!
유은재 : 아녀...뭐... (분위기 돌리려고) 두분 언제 만나셨어요?
진동수 : 수영이요? 대학때요.
유은재 : 첫사랑?
오수영 : (웃을 뿐)...
박무열 : 주책바가지!!
유은재 : (그러거나 말거나) 어떻게 만나셨어요?
진동수 : (박무열 가리키며) 쟤가 소개했어요. 저놈이 한짓 중 가장 좋은 일이 그거죠.
유은재 : (놀란다. 박무열 오수영 두사람 보면서) 그럼 두 사람은 그전부터...?
오수영 : (박무열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유은재 : 두사람은 어떻게 알았는 데여?
박무열 : (어쩐지 화제를 돌리고 싶은것처럼 퉁박을 준다) 네가 뭔데 진행을 보냐?
유은재 : 내가 뭘.....
박무열이 반대쪽에 있는걸 잡을려고 손을 뻗는다. 늘어진 니트 소매자락이 케잌에 닿으려하자 오수영이 얼른 잡아준다.
유은재 : (이것봐라. 두사람을 의식하는데)...
진우영 : 그거여. 안먹을 거예여? (유은재의 케잌을 지긋이 쳐다보고있다)
18. 진우영의 방 (밤)
다섯 살 남자아이의 방이다. 특이한거라면 책이 많다는 것.
벽에 진우영의 아기적부터 지금까지의 연필초상화가 조르륵 붙어있다는 것. 초상화마다 오수영의 사인이 들어 있다는 것.
유은재 : (인형을 움직이며 악당성대 모사한다) 나는 사악한 마법사. 이 세상을 눈물로 채우기 위해 나타났다.
어둠의 신 토랄...토랄...!
진우영 : (불쑥) 토랄룰프!
유은재 : 뭔 이름이... (계속한다) 어둠의 신 토랄룰프여. 나는 당신의 늙은 종. 저에게 힘을 주소서.
어쨌거나 유은재와 진우영은 레고블럭-중세의 기사시리즈-을 갖고 놀고 있다.
책상위에 그들 먹으라고 놓여있는 케잌. 과일, 음료수가 놓여있다.
진우영이 레고성의 수동 해자를 올리고, 수동 깃발을 흔드는 동안, 유은재가 열린 문틈으로 거실 상황을 체크한다.
거실...박무열, 진동수. 오수영이 술을 마시는 중이다. (오수영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때, 진동수의 전화가 온다. 진동수가 전화를 받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다.
진동수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박무열과 오수영이 소곤거리기 시작한다. 저것들이 진짜...
진우영 : 뭐해여? 아줌마.
유은재 : (시선은 거실에 둔채, 인형을 움직이며) 어둠의 신 토랄룰프여, 나는 당신의 늙은 종 저에게...
진우영 : 그건 아까 했잖아여. 쓰러져야져.
유은재 : (옛다! 인형쓰러 트리며) 쓰러졌다. 됐지?
그때, 방에서 진동수가 나온다.
그런데 박무열과 오수영은 그것도 모른채 소곤거리고 있다. 앗. 들킬 것 같다.
유은재 : (갑자기 큰소리로) 으아아악!!
박무열. 오수영은 물론 진동수도 유은재쪽을 본다.
유은재 : (대사 이어하는) 아니 이것은 정의의 화살!! 분하다!!
진우영 : (연기가 붙자 신난다) 사악한 마법사여. 영원한 어둠속으로 사라져라!!
19. 거실 (밤)
진동수가 자리에 앉는다.
진동수 : (우영이 방쪽을 가리키며) 저건 무슨 상황이야?
오수영 : 사악한 마법사와 정의의 왕자.. 우영이가 낯가리는 앤데 은재씬 좋은가봐.
박무열 : 딱 지 수준이니까.
진동수 : 너도 좋아하잖아.
박무열 : 난 존경하는 거구.
진동수가 낄낄 웃으며 술을 따라준다.
20. 진우영의 방 (밤)
진우영이 레고기사 인형을 손에 쥔채 앉은 채로 졸고 있다. 더 놀고 싶지만 졸음에 지는 상황이다.
은재가 숨을 죽인 채 진우영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눕힐려고 머리에 손을 대는데 진우영이 눈을 뜨자, 흠짓 놀란다.
눈을 떳던 진우영이 스르륵 누워버린다. 안도하는 유은재.
쥬스를 마시다가 책상위의 사진을 발견한다. 가족사진. 활짝 웃고 있는 3인 가족이다.
은재가 사진을 보는데 문소리가 난다. 오수영이 들어온다.
오수영 : (잠든 아들을 보고는 유은재에게) 힘들었죠?
유은재 : 저녁도 얻어먹었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사진 제자리에 놓으며) 행복해 보이네요.
오수영 : 예...
유은재 : (의미심장하게) 그 행복 오래 오래 간직하셔야죠.
오수영 : (뭔가 공격받은 느낌이지만 일단) 예. 고맙습니다.
21. 주차장 (밤)
오수영과 진동수가 배웅하는 가운데 박무열의 차가 출발한다.
22. 박무열의 차 (밤)
유은재가 운전중이고, 술에 취한 박무열은 조수석에 앉아있다.
박무열이 조용하다. 유은재가 슬쩍 박무열의 분위기를 살핀다.
유은재 : 무슨 생각해여?
박무열 : (술에 취해 느릿하다) 옛날생각. 옛날에 형이랑 형수랑 나랑... (누군가를 생각하는지 씁쓸해진다)
술에 취한 탓일까? 박무열은 우울해보인다.
유은재 : 술취했어여?
박무열 : 보면 모르냐?
유은재 : 술 취했다니까 하는 말인데... 나야 모르는척 하면 그만이고...듣고 있어여?
박무열 : (유리창에 고개를 기댄채) 어...
유은재 : 동수형 좋은 사람이라면서여.
박무열 : (눈을 감는다) 최고지.
유은재 : (운전하느라 못본 채로) 좋은 사람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여. 끝까지...
23. 초장과 와사비 주방 (밤)
은재아빠가 장부를 정리중이다.
(유은재) : 근데 무슨 문제가 생기면 꼭 좋은 사람만 상처를 받더라구여.
문득 홀 쪽을 본다. 창호는 정리하느라 바쁘다.
은재아빠가 장부책 맨앞쪽 가죽 틈에서 사진한장을 꺼낸다. 4인가족. 10살쯤 은재와 7살 창호. 그리고 엄마 아빠다.
24. 차안 (밤)
유은재 : (운전하느라 정면을 본채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슬쩍 옆을 보며) 그러니까 내말은...
박무열, 잠들었다. 이런! 기껏 얘기하는데...
유은재가 유리창을 내린다. 창에 기대있던 박무열이 움찔 깨난다.
25. 횟집 초장과 와사비 (밤)
유창호(그는 블루시걸즈 수건을 두건삼아 둘렀다)가 테이블을 치우며 주방쪽을 흘깃 본다.
아버지가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는걸 알지만 모르는척 해준다.
유창호 : (분위기 환기시킨다) 어서 오세요.
은재아빠 : (장부책을 덮고 내다본다)...
고기자 : (엉거주춤 들어온다)...
유창호 : 혼자십니까...?
고기자 : (둘러보다가) 예.... (블루 시걸즈 일색의 인테리어 소품들, 특히 우승 헹가레를 치는 12년전의 블루 시걸즈대형사진)
주인이 야구좋아하나봐여.
유창호 : (물과 잔을 갖다주며) 뭐 드릴까요?
고기자 : 오징어한접시. 소주 한병. (들으라는 듯이) 야구는 역시 시걸즌데...
오징어를 잡던 은재아빠가 스윽 돌아본다. 은재아빠 역시 블루시걸즈 수건을 두건삼아 두르고 있다.
(점프)
유창호 : (오징어접시를 내려놓는다) 주문하신 오징어 (광어회를 놓으며) 이건 서비습니다.
고기자 : 광어를?
고기자가 주방쪽을 돌아본다. 은재아빠는 묵묵히 회칼을 갈뿐.
26. 초장과 와사비 앞 (밤)
창문너머로 보이는 초장과 와사비 실내. 은재아빠, 유창호, 고기자가 같이 술을 마신다.
은재아빠는 신이 나서 뭔가를 설명한다. 아마도 한국시리즈때 이야기인 듯.
이야기를 듣는 고기자 리액션이 환상이다. 박수를 쳤다가. 테이블을 두드렸다가, 벌떡 일어났다가.
나중엔 세사람이 블루 시걸즈 어깨를 걸고.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응원가’를 부른다.
27. 박무열의 집 거실 (아침)
박무열이 샤워를 하고 나온다. 머리를 털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지?
28. 버스안 (아침)
유은재가 꾸벅 꾸벅 졸고 있다. 전화가 진동하자 움찔 놀라 깬다. 발신인 ‘색골 양아치’다.
유은재 : (받으며 즉각적으로) 예. 거의 다 왔어여.
29. 박무열의 집 식당 (아침)
박무열은 옷을 챙겨입은 상태다. 창가에 붙어서 조용히 통화중이다.
박무열 : 됐고. 연습장으로 곧장 와.
(유은재) : 다 왔다니까여.
박무열 : (윽박지른다) 와도 소용 없어. 나 집 아니야.
30. 버스안 (아침)
유은재 : 자꾸 이러면 김실장한테... (전화가 뚝 끊긴다. 핸드폰에 대고) ‘니 용건만 간단히’냐? 내용건은?
(핸드폰 끊으며) 뭐하나 제대로 배운게 없어 그냥.
31. 박무열의 집 식당 - 거실 (아침)
핸드폰에 ‘사악한 꼴통’과의 통화가 종료되었다는 표시가 뜬다.
박무열 : 말이 많아.
(오수영) : 미안 갑자기 찾아와서...
거실, 소파에 오수영이 앉아있다. 준비없이 나왔는지 맨얼굴에 분홍색립스틱만을 발랐다. 그래서 청순해 보이고 더 어려보인다.
박무열, 쥬스잔을 오수영 앞에 놔준다.
오수영 : (쥬스잔을 두손으로 잡으며) 나 임신한거 동수씨가 안거같해. (박무열을 올려다본다)...
박무열 : 차라리 잘 됐네. 언제까지 숨길거였어?
오수영 : (잠깐 고민하다가)... 그이가 무슨 얘기 안해?
박무열 : (쥬스병을 만지작거린다)...
32. 구단연습장 휴게실 (낮)
유은재가 들어온다. 아무도 없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는데. 인기척이 난다. 김태한이 문옆에 서 있다.
김태한 : 박무열 선수는요?
유은재 : (변명같이 된다) 그게여. 내가 집으로 가고 있는데....
김태한 :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잠깐 얘기 좀 합시다. (돌아선다)
33. 김태한의 사무실 (낮)
유은재 : (들어오면서 먼저 변명한다) 진짜루요. 내가 양재동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김태한이 신문을 털썩 테이블위에 놓는다.
1면기사는 아니지만 3면쯤 제법 크게 난 기사다. ‘경호원은 안티팬’이라는 제목과 사진.
일부러 그런 사진을 골랐겠지만 경호원 유은재가 박무열 뒤통수를 노려보는 사진까지 실려있다.
유은재 : (이게 뭐지. 신문을 읽는다)...
김태한 : 유은재씨 온가족이 시걸즈 골수팬이라는거. 유은재씨가 뻑무열 카페 다이아몬드 회원이라는거까지 나왔습니다.
유은재 : (오히려) 어떻게 알았을까요?
김태한 : (기사를 읊조린다) 굳이 안티팬을 경호원으로 고용한 이유가 뭘까?
그날 노래방에는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유은재 : (신문기사의 말미를 본다. 김태한이 읊조린 기사가 써있다)...
김태한 : 지금이야 여자문제일거라고 엉뚱한 데를 짚고 있지만,
유은재 : (엉뚱이란 말을 할때 흘끔 쳐다본다)...
김태한 :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곧 알아차리겠죠.
유은재 : (억울하다) 난 진짜 아니거든여.
김태한 : (빤히 쳐다본다)...
유은재 : (자신 없어진다) 나는 아닌데...요.
김태한 : 유은재씨가 지금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심각함을 알리기 위해) 보온병에 들어있던 건 메탄올이랍니다.
유은재 : (심각한 상황인 것 같긴한데 조심스럽게) 그게 뭔데요?
34. 운영팀장방 (낮)
진동수가 운영팀장과 마주 앉아있다.
운영팀장 : (미안해진다) 혹시 다른 구단에서 연락오면....
진동수 : (담담하다) 올해 작년 좋은 야수들이 엄청 쏟아졌잖아요. 뭐하러 저같은 중고 한테 투자하겠어요.
운영팀장 : 그래도 이대로 은퇴하기는 아쉬울텐데...
진동수 : (씁쓸하게 웃는다)....
운영팀장 : 은퇴하면 뭐 생각해놓은 일이라도?
진동수 : (담담하다) 이제 생각해봐야죠.
운영팀장 : (보는 것이 괴로워 먼저 시선을 돌린다)...
35. 복도 (낮)
진동수가 나온다. 홍보실에서 나오는 유은재와 마주친다.
36. 휴게실 (낮)
유은재가 커피를 뽑는다. 진동수는 공의 실밥을 더듬고 있다.
진동수 : (공을 보며)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을 한 기분이예요.
유은재 : (돌아본다) 에?
진동수 : 상대는 날 쳐다도 안 보는데 나 혼자 죽어라 쫓아다닌 기분. 애쓰다 보면 언젠가는 날 좋아해주겠지 싶었는데...
유은재 :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진동수를 본다)...
진동수 : (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짝사랑은 오래하면 종교가 된돼요. (유은재가 너무 심각하게 쳐다보자) 야구 얘깁니다.
유은재 : 아! 야구...
야구 얘기였구나 혼자 수긍하는데. 진동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진동수 앞에 커피를 놓아주고, 은재는 자기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진동수 : (일어나며) 어디요?
유은재 : (진동수의 긴장 섞인 목소리에 돌아본다)...
진동수 : (핸드폰 받으며 나간다) 예. 아. 예...거기 알아요.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도 전에 진동수가 나가버린다. 진동수는 겉옷을 놓고 나갔다.
유은재 : (점퍼를 들고 쫓아나간다) 저기요!!
37. 주차장 (낮)
진동수가 차에 오른다. 진동수의 차가 급하게 후진을 하다가 쓰레기통을 받고 멈춘다.
점퍼를 든 유은재가 왜 저러나 쳐다보다가 다가간다.
운전석 유리창이 내려간다. 어쩐지 멍해 보이는 진동수가 은재를 본다.
진동수 : (얼떨떨한 얼굴로) 우리 우영이가 다쳤다고...
38. 진동수의 차 (낮)
유은재가 운전하다가 슬쩍 진동수를 본다.
조수석의 진동수는 계속 어딘가에 통화를 시도하는데 ‘전화를 받을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39. 소아병동 복도 (낮)
진동수와 유은재가 소아병동을 찾고 있다.
복도의자에 앉아있던 유치원 원장과 젊은 담임선생이 진동수를 알아보고 일어난다.
진동수가 인사를 하면서 다가온다.
원장 : 죄송합니다. 아버님. 저희가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진동수 : ...우영이는?
원장 : 뼈에는 이상이 없구요. 살이 조금 눌려서....
그때, 문이 열리고 손에 붕대를 감은 우영이가 나온다. 운 얼굴이다.
우영 : (훌쩍이면서도 자랑하는 듯한) 아빠 나 붕대 감았어.
진동수 : (아들을 보니 안심이다) 응...울었어?
우영 : (눈물을 스윽 닦으며) 안 울었어.
진동수 : (아들을 안아 올리며 안심한다) 잘했어.
우영 : (아빠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코를 훌쩍인다) 사실은 조금 울었어.
아버지, 진동수를 유은재가 바라본다.
40. 소아병동 휴게실 (낮)
몇가지 장난감, 헬륨풍선들로 장식된 휴게실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우영이는 으쓱해 있고,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진동수를 에워싼상태다.
아. 말안했나? 진동수는 야구점퍼를 입고 있다.
유은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보고 있다.
남자꼬마1 : 저번에 아빠랑 야구장에서 치킨 먹었는데...
모자쓴 아이 : 아저씨 야구 잘해요?
진동수 : (그냥 웃어준다)...
우영 : (대신) 우리 아빠 드리머즈야. 올해 우승했어.
남자아이들, 우와 감탄한다.
모자쓴아이 : (쓰고있는 모자를 벗어) 아저씨 사인해주세요.
진동수 : 펜이 없는데...
우영 : 내가 가져올게...
우영이 펜을 가질러 간호사들실로 간다. 기다리는 동안.
조금큰 꼬마 : 아저씨 포지션이 뭐예요?
진동수 : 외야수.
모자쓴아이 : 외야수가 뭔데여?
진동수 : (뭐라고 설명하나) 외야수만 뭐냐면.....
그때. 저쪽에서 오수영이 달려온다.
진동수 : (오수영을 보고) 수영아!
오수영 : 우영이는? (눈으로 찾다가 펜을 들고 오는 우영이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달려간다)...
박무열 : (뒤따라 들어온다) 어이 꼬맹이!
모자쓴꼬마 : (박무열을 보고) 아! 라면 선전하는 아저씨다.
조금큰 꼬마 : 박무열이다!
진동수를 에워싸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박무열에게 몰려간다.
‘아저씨 라면 광고 나왔죠? 맞죠?’ ‘우리 누나방에 아저씨 사진있어요’ ‘우리 삼촌은 아저씨 되게 싫어하는데 죽일놈이래요’
박무열 : (아이들에게 에워쌓인 채 우영이에게) 꼬맹이 괜찮냐?
우영이가 박무열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다가 엄마품에서 벗어나 아빠에게 간다.
아이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서 있는 아빠 손을 잡더니 박무열을 쳐다보는데 화가 났다.
은재가 진우영을 본다. 아빠를 지켜내는 것 같은 꼬마를...
박무열 : (아이들을 헤치고 다가오며) 얘 왜이래? 많이 다쳤어?
진동수 :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괜찮대...
우영이가 속상해서 아빠 다리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오수영이 ‘왜그래? 많이 아팠어’ 아이를 달랜다. 오수영의 분홍색립스틱이 도드라져 보인다.
41. 박무열의 차 (낮)
박무열이 운전중이다.
유은재 : (조수석에서 불쑥) 둘이 어떻게 알고 같이 왔어여?
박무열 : 뭐?
유은재 : 동수형 부인하고, 그쪽하고 어떻게 같이 왔냐고.
박무열 : (후진주차하며) 병원 앞에서 만났어.
유은재 : 우영이 다쳤다는거 누가 연락했는데?
박무열 : (핸드브레이크 채우며) 취조하냐?
유은재 : 취조는 무슨 켕기는 데가 있으니까...
박무열 : 너 또 사고쳤더라.
유은재 : 에?
박무열 : (내리면서) 날이면 날마다 사고를 치니 진짜...
유은재 : (따라내리며) 내가 뭐여?
42. 박무열의 집 거실 (낮)
유은재 얼굴에 달라붙는 스포츠 신문.
박무열 : (스포츠신문을 유은재 얼굴에 붙이고 돌아서며) 이래놓고 반성은 죽어도 안하지.
유은재 : (아까 김태한 사무실에서 본거다) 나 아닌데...
박무열 : 이 디테일이 그럼 죄다 창작이란 말이냐? 너 아니면 그 기운센 네 아빠겠지?
유은재 : (할말없다)...
박무열 : (방으로 들어가며) 신문 버릴때 종이 쓰레기도 같이 버려라. (방문 닫는다)
유은재 : 내가 네 종이냐?
박무열 : (다시 문 열며) 뭐?
유은재 : (한풀 꺽인다) 어디다 버리냐구여?
박무열 : 1층에 있잖아. (방으로 들어간다)
유은재, 냉장고옆에 있는 종이쓰레기 박스를 집어든다. 그 안에는 박무열 팬레터, 사진들이 들어있다.
툴툴거리며 종이박스를 들고 돌아서는데... 싱크대의 유리컵이 눈에 띈다. 유리컵에 묻은 분홍색 립스틱!
아 저 립스틱은...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옷을 갈아입은 박무열이 방에서 나온다.
박무열 : 아직도 안갔냐?
유은재 : (경멸을 듬뿍담아 끝까지 박무열을 쳐다보며 그앞을 지나간다)...
박무열 : 어쭈...
유은재 : (신발을 신고 돌아보며) 그렇게 살고 싶어여?
박무열 : (쟤 왜저래) 뭐어?
유은재 : (인간 같지도 않다. 더이상 말을 섞기도 싫다) 문이나 잠가여.
박무열 : (저게 왜 저래?) 자동이거든!
필요이상 거칠게 문이 닫힌다.
박무열 : (혼잣말한다) 뭐냐? 쟤.
43. 유은재네 집 거실 (밤)
박무열 팬레터중 사진을 찾아서 낙서하는 유은재. 콧물 흘리고. 이빨에 색칠하는 유아적인 분풀이다.
옆에서 김동아가 펜레터를 대충 읽는다.
유은재 : (박무열 사진을 음흉하게 만들며) 내가 설마 설마했거든. 그래도 지가 인간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년놈들이 아주.
(화를 주체할수 없어 직직 마구 긋더니 다음 사진을 골라내 또 낙서한다)
김동아 : (편지를 읽다가) 너네 식구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유은재 : (안 듣는다) 지들끼린 애절하겠지. 그치만 사연없는 불륜이 어딨어? 알고보면 다 애절하지.
그래도 그럼 돼? 제일 친한 선배의 부인을...
(다시 한번 흥분해 박박 긋는다) 으으으 나쁜년 놈들. 넌 이해가 가냐? 그 년놈들이.
김동아 : (간단히) 아니. 그 년놈도 이해 안가고, 그놈 얼굴에 낙서하겠다고 이걸 들고온 너두 이해 안가.
유은재 : (자기가 해놓은 낙서들을 보고) 아후...그래도 좀 살 것 같다.
김동아 : (눈주변이 훼손된 박무열 사진뒤의 글을 읽으며) 근데 말이야. 이 문학소녀도 아는 것 같은데.
유은재 : (쳐다본다) ...?
김동아 : 박무열한테 여자 있는거.
유은재 : 뭔소리야?
김동아 : (읽어준다) ‘다른 사람을 보는 너의 눈을 파버리고 싶다. 다른 이름을 부르는 네 입술을 뭉개버리고 싶다.
다른 여자를 담고 있는 네 심장을 터트리고 싶다‘
유은재 : 그게 뭔데?
김동아 : 기쿠치 유키코라는 일본 여자가 쓴 신데, 애인이 딴 여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자살했어. 커피에 독을 타서 원샷!
유은재 : (주섬 주섬 치우며) 사랑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먹고 살기 어려워봐? 연애따위... (하다가 멈춘다. 어랏?)
김동아 : 그러게 말이다. 그게 다 뇌가 보여주는 환상일 뿐인데.... (하다가 유은재의 심상치않음을 발견하고) 왜?
유은재 : 독이라고 그랬어?
김동아 : 응.
유은재. 눈이 훼손된 박무열 사진을 보다.
44. 어느 방 (밤)
박무열 사진으로 도배된방. 앉은뱅이 책상위 한쪽에 무수한 송곳자국,
누군가 박무열 사진을 책상위에 놓더니 송곳을 눈주변을 찌른다. 천천히 집요하게 오래도록...
45. 김태한의 사무실 (낮)
눈이 훼손된 박무열 사진.
김태한 : (사진을 뒤집어보며) 그러니까 이 편지를 쓴 여자가 질투 때문에 박무열선수가 마시는 물에 메탄올을 탔다?
유은재 : 그렇죠.
김태한 : 박무열 선수한테 여자가 있습니까?
유은재 : 에?
김태한 : (편지를 들어올리며) 이 편지를 쓴 사람이 질투할만큼 심각한 여자가 있나요?
유은재 : (잠깐 움찔한다)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가 반바퀴 돌았으니까 이런 것도 보내고, 그 메탄올인가 그것도 탄거고..
사진 좀 봐요. 이게 정상은 아닌거죠.
김태한 : (박무열 사진은 눈뿐만 아니라 입을 길게 찢은것처럼 낙서해놓았다. 마치 배트맨의 조커처럼.
그부분 톡톡 가리키며) 심각하군요.
유은재 : (이실직고한다) 아.... 그 빨간 부분은 제가...
김태한 : (뭔소린가 싶어 쳐다본다)...?
유은재 : (눈치보며) 아니...뭐....장난삼아... (다시 당당해진다) 어쨋거나 범인 잡으면 끝나는 거죠?
김태한 : ...
유은재 : (확인한다) 나 여기로 출근 안해도 되는거죠?
김태한 : (사진을 핀셋으로 잡아 봉투에 넣으며) 물론입니다.
46. 차안 (낮)
박무열이 기다리고 있다. 유은재가 뛰어와 조수석에 탄다.
박무열 : 누구보고 기본이 안돼 있대?
유은재 : (전혀 안 미안하다) 미안해여. 좀 늦었네여.
박무열 : 그게 미안한 사람 태도야?
유은재 : 내가 놀다 늦었어여?
박무열 : 그럼 뭐? 뭐하다 늦었는데? 말해봐.
유은재 : (편지 사본을 보여준다)...
박무열 : 머야? (쓱 읽는다)
유은재 : 보온병 사건 범인이 보낸 거예여..
박무열 : 확실해?
유은재 : 곧 확실해지겠죠.
박무열 : (차를 출발한다)...
유은재 : 잘 생각해봐여. 어떤 여잘 배신했는지.
박무열 : 배신이라? 내가 누굴 배신했을까?
유은재 : (코웃음친다) 여자관계가 오죽 다양하셔야지. 용의자가 한둘이 아닐거야.
박무열 : (생각났다) 아... 배신했다.
유은재 : (쳐다본다) ...?
박무열 : 너희 갈매기들의 기대를 내가 무참하게 배신했지. (웃는다)...
유은재 : (웃음소리 흉내낸다) ‘음하하’ 웃을때야 지금이?
박무열 : 그럼 우냐?
유은재 : 반성 좀 하라구여. 심장을 터트리겠대잖어.
박무열 : (저게 왜 저렇게 열내나) 맘대로 하라 그래. 난 이런 거 쓸 만큼 이상한 여자 몰라.
유은재 : 문제 많은 여자는 있잖아여.
박무열 : (즉각적으로) 없어.
유은재 : (즉각적으로) 있을 텐데.
박무열 : (생각해보다가) 너? 넌 나한테 여자 아냐.
유은재 : (울컥) 이 냥반이 진짜...
박무열 : (콧김 뿜는 은재보면서 실실) 왜? 너 나한테 여자이구 싶었냐?
유은재 : 차 세워!!
박무열 : (킬킬대다가) 나 담주에 일본간다.
유은재 : (나가면서) 가든지 말든지.
박무열 : 너 휴가라고.
유은재 : (아 그렇구나)...
47. 레스토랑 (낮)
박무열과 유은재가 들어온다.
직원 : 두분이십니까?
박무열 : 아뇨. 먼저 와 있을텐데...
(점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박무열과 유은재.
기다리고 있던 오수영이 살짝 손을 든다. 오수영 옆에 진우영도 앉아있다.
박무열 : (우영이 볼을 잡으며) 어이. 꼬맹이. 볼때기 한입만 줘라.
진우영 : (양쪽 얼굴을 가리며) 싫어여.
박무열 : (앉으며 오수영에게) 형은?
오수영 : 볼일 있다구..
‘이 년놈들이 이젠 애까지 데리고 만나나?’ 유은재가 어이없어 그들을 내려다본다.
박무열 : (장승처럼 서있는 은재를 보고) 계속 서 있을거야?
유은재 : (말도 하기 싫다. 돌아선다)...
오수영 : 우영아. 놀이방에서 놀다와.
유은재 옆을 진우영이 스쳐 지나간다.
(점프)
레스토랑에 딸린 놀이방. 진우영을 비롯한 꼬마 세명쯤 놀고 있다.
대기석에 앉아 있는 유은재. 진우영을 지켜보다가 일어서서 박무열 오수영쪽을 본다.
둘이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은재가 조용히 그들 쪽으로 접근한다. 마침 지나가는 종업원을 엄폐물삼아 박무열 뒷자리에 앉는다.
뒷자리의 대화를 듣기 위해 무서운 얼굴로 집중한다. 뜨문 뜨문 들리는 대화...
‘비행기 시간은...’‘일정이 나오는대로..’‘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야외온천에서 둘이 온천이라도 하면서...’
유은재가 주먹을 불끈쥔다. ‘저 년놈들은 일본에 같이 갈 생각이다’
까만 눈동자가 은재를 본다. 우영이가 은재를 보다가 엄마 옆자리에 가 앉는다.
진우영 : 아줌마는 왜 따로 앉았어?
박무열 : (은재를 돌아본다) 너 왜 여기 있냐?
유은재 : (박무열을 째려보다가 지나가는 종업원을 향해 으르렁대듯) 주문 안받아요?
오수영 : (조심스럽게 박무열에게) 무슨 일 있었어?
박무열 : 원래 저래. 내가 아주 상전을 모시고 산다.
유은재의 시선으로 보이는 박무열 얼굴. 박무열 얼굴로 날라오는 펀치.
48. 은재네 집 마당 (밤)
은재가 샌드백을 박무열이라 상상하며 펀치를 날린다. 좌우 훅. 니킥. 로우킥!! 감정을 실어 샌드백을 난타한다.
마당 한쪽, 동아가 개를 놀리고 있다. ‘으이구 우리 이쁜 똥개! 확 잡아먹을라! 앙!!’
은재가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춘다.
유은재 : (숨을 고르며) 오우. 살 것 같다...
김동아 : 확 일러.
유은재 : 누구, 동수 선배한테? 그건 안되지.
김동아 : 왜?
유은재, 베란차 창문 너머 거실을 본다.
아버지가 멍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버지 얼굴에 tv브라운관의 파란 불빛이 떠다닌다.
어째서 혼자 있는 부모의 모습은 쓸쓸해 보이는 걸까?
49. 은재네 집 거실 (밤)
아버지가 멍한 얼굴로 한쪽 구탱이가 깨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커다란 신형 tv옆에 뒷통수가 튀어나온 작은 구형 tv를 놓고 본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은재아빠는 쓸쓸해보인다.
창호가 욕실에서 나온다. 막 씻은 참이다.
은재아빠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쪽 엉덩이를 들고 방구를 뀐다.
창호 : (타박한다) 아우. 진짜... 나 기다렸지?
은재아빠 : (진지하게) 난 말이다. 혼자있을 때 방귀뀌면 속상해. 어쩐지 크게 손해본거 같고...
창호 : 언제 만원 지하철에서 한방 쏘시죠. 대박나게.
50. 은재네 집 마당 (밤)
거실너머 아빠와 창호가 툭탁거린다.
김동아 : 좋잖아. 1타 2피. 간통으로 걸어서 꼴보기 싫은 년 놈들 쇠고랑차고. 박무열 야구계에서 쫓겨나고.
너네 아빠 다금바리 회뜨고.
유은재 : (거실에서 시선 돌리며 샌드백을 툭툭 건드린다) 경호수칙 1. 경호중에 알게된 의뢰인의 사생활을 나불거리면 안된다!
김동아 : 그런데 나한텐 왜 얘기해?
유은재 : 네가 인터넷을 하냐? 친구가 있냐? 넌 그냥 벽이야.
김동아 : (강아지한테) 앗싸! 너 들었지? 나 칭찬 받았다.
유은재 : (스스로에에게 말하듯) 범인 잡고, 서로 안보는게 최선이야.
나 안보는 데서 바람을 피든 홀딱 벗고 부채춤을 추든 지들 꼴리는대로 하라 그러고.
51. 연습장 복도 (낮)
김태한과 운영팀장이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걸어온다. 아마도 전지훈련에 관한 일정인 듯.
(박무열) : 오팀장님!!
김태한이 운영팀장과 눈인사하고 먼저 간다.
운영팀장 : 어이 박무열선수.
박무열 : (운영팀장을 한쪽으로 이끌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대충 확인하고) 동수형 계약 끝났어요?
운영팀장 : (움찔하지만) 아직...
박무열 : 왜요? 차이가 많이 나요?
운영팀장 : (우물쭈물하게 된다) 차이가 난다기보다는.....
박무열 : 그냥 왠만하면 해줘요오.
운영팀장 : 진동수 선수가 아무말도 안해?
박무열 : (농담삼아) 내가 동수형 좋아하는거 알죠? 동수형 없으면 딴데갈지도 몰라여.
운영팀장 : 저기 사실은 진동수선수는 계약자명단에 없어요.
박무열 : (심각해진다)...
운영팀장 : 아마 은퇴할 생각인 것 같던데...
52. 배팅 연습장 (낮)
아무도 없다. 진동수가 피칭머신을 상대로 혼자 배팅 연습중이다.
시원하게 날라가는게 없다. 빗맞거나 땅볼이거나. 잘못 맞아서 손이 얼얼해진다.
진동수가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그사이 피칭머신이 쏜 공이 포수미트대신 걸어놓은 걸개에 퍽 소리를 내며 부딪친다.
53. 락커 (낮)
젊다기보다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어린 선수 두명이 옷을 갈아입는다.
진동수가 두사람을 부른다. 둘이 꾸벅 인사한다.
진동수 : 이름이 뭐지?
어린선수1 : 김기림입니다.
어린선수2 : 강승현입니다.
진동수 : (배트상자를 준다) 가져라.
어린선수 : 예?
진동수 : 새것도 있고. 몇 번 쓴것도 있는데 좋은거야. 가져.
어린선수1 : (눈치를 보다가 대충) 고맙습니다.
어린선수2 : (따라서 고개만 꾸벅한다)...
진동수 : 열심히 해라. (잡동사니가 든 상자를 들고 나간다)
어린선수 : (그제야 입을 모아 큰소리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진동수가 나가자 서로 자기가 좋은 거 갖겠다고 뺏고 난리다.
54. 연습장 건물앞 - 주차장 (낮)
상자를 들고 오는 진동수, 상자안에는 글러브, 수건. 가족사진이 든 액자. 운동복등이 들어있다.
상자를 든채 자동문 버튼을 누르려다가 위에 올려놓은 물건이 몇 개 떨어진다.
밖에서 들어오던 유은재가 바닥을 굴러오는 원통형 물건을 발로 잡는다.
유은재 : (원통형 물건을 집어들며 상자에 시선을 둔다) 다 뭐예요?
진동수 : 락커가 너무 지저분해서...
유은재 : (원통형 물건을 상자안에 넣는데, 사인펜으로 갈겨쓴 글씨가 눈에띈다. 메탄올)...
유은재가 진동수를 바라본다. 진동수가 주차장쪽으로 나간다.
(컷.컷. 인서트)
-진동수 :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을 한...
-진동수 : (앞의 말에 겹쳐지면서) 나혼자 애쓴 것 같은 기분
-진동수 : (겹쳐지면서) 언젠가는 날 좋아해주겠지 (*인서트컷은 점점 짧아지고 어지러워진다)
-눈동자가 빽빽하게 찔려있는 박무열의 사진.
-편지 글귀. ‘네 심장을 터트리고 싶다.’
-유리컵에 묻어있는 분홍색 립스틱.
-김태한 : 보온병에 들어있던건 메탄올...
(인서트)
김동아 : 애인이 다른 여자랑 바람난걸 알고. 자살했어. 커피에 독을 타서 원샷!!
쿵 소리에 은재가 정신을 차린다. 진동수가 트렁크 문을 닫는 소리다.
안에서 나오는 박무열. 문앞에 선 유은재가 걸리적거린다.
박무열 : 비켜라. 좀.
유은재 : (홱 돌아본다)...
박무열 : (움찔한다) 뭐야? 너!
유은재 : (너 일났다) 들켰어. 이 냥반아!
박무열 : 뭐가? (곧바로) 형!! 내 문자 받았지?
진동수 : 어?
박무열 : 여권 사본.
진동수 : 아. 아까 여행사에 보냈어.
박무열 : (들어가며) 오케이.
유은재 : (일이 점점 복잡해진다) 동수형도 일본가요?
진동수 : (쟤가 나보고 형이라 그러지) 예...
유은재 : 그럼 세명이서...?
진동수 : 예? 예 수영이랑 같이... (박무열 어깨에 팔을 걸며) 돈 잘버는 동생 덕 좀 봐야죠.
박무열이 진동수 얼굴을 본다. 좀전에 들은 ‘형의 결정’을 가슴아파하면서..
유은재 역시 진동수를 본다. ‘저 사람이 뭔가 결심했구나’ 두려워하면서...
55. 김동아네 집 거실 (저녁)
김동아가 목침만큼이나 두꺼운 다윈평전을 베고 누워 ‘이나중탁구부’를 읽고 있다.
전화가 온다. (김동아는 핸드폰이 없다. 통화는 늘 집전화기로 한다)
김동아가 더듬 더듬 전화를 받는다.
(유은재) : (받자마자) 그 시인 말이야. 애인이 바람펴서 약 먹었다는 그 여자.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좀 알아봐.
김동아 : 누구냐 너?
56. 맛사지 샾 로비 (저녁)
은재는 다급하다.
유은재 : 장난칠때냐? (듣다가 목소리 죽여가며) 이쪽은 사람 목숨이 달렸어.
(그래도 말을 안 듣는지) 할머니가 늘어진 젖가슴으로 탁구치는거 옛날에 본 거잖어. 그런걸 뭐하러 또 읽어?
(버럭) 야! 김동아!!
로비에 있던 사람들, 유은재를 쳐다본다..
57. 맛사지샾 (저녁)
박무열과 진동수가 스포츠 맛사지를 받고 있다. 맛사지사는 태국인이라 이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박무열 : 형! 계약 안한다고 했다며?
진동수 : ...
박무열 : 딴데도 안알아본다며?
진동수 : (오랜 고민끝에 결심한뒤라 담담하다) 야구 관둘라고.
박무열 : 관두면 뭐할려구?
진동수 : 생각해봐야지.
박무열 : (생각하다가) ....형수한텐 언제 얘기할거야?
진동수 : ...
박무열 : 형이랑 형수 왜 그래? 고민 있으면 얼굴보고 얘기하면 돼지. 왜 각자 끙끙거리냐구?
진동수 : 수영이가 속상하대지?
박무열 : 오죽하면 형 여자 생겼냐구 그러더라.
진동수 : (웃고 만다)...
박무열 : (고개를 돌려 진동수를 본다) 형 야구 관둔다는 거 형수 애기 갖은거 땜에 그래?
진동수 : 들었냐?
박무열 : 어.
진동수 : 둘째도 생겼는데 정신 차려야지.
박무열 : (할수없다) ...형수 충격 받겠다.
진동수 : (미안해진다) 어...
58. 맛사지샵 로비 (저녁)
유은재가 구석에서 통화중이다. 혼자 긴박하다.
유은재 : 김실장님. 보온병에 들어있던거 메탄올이라고 그랬죠?
(듣고) 그거 마시면 어떻게 된다 그랬죠? (들으며) 죽거나 실명...!
샾에서 진동수와 박무열이 나온다.
유은재 : (서둘러 끊는다) 아녀. 그냥. 확인할려구요...끊어야겠어여. 예. (끊고, 진동수와 박무열을 향해 어색하게 웃는다)
박무열 : 웃지마. 기분 나뻐.
유은재 : 댁보고 웃은거 아니거든여.
진동수 : (둘 노는게 귀엽다. 밖으로 나간다)...
59. 김동아의 집 거실 (밤)
김동아가 ‘이나중 탁구부’ 마지막 장을 덮는다. 감동의 여운을 즐기다가 일어선다. 서재로 들어간다.
60. 김동아의 집 서재 (밤)
불을 켜자 문을 제외하고 사방이 서가인 방의 모습이 드러난다.
만화책. 인문서적, 소설, 심리학, 자연과학부터 동화책까지 다양한 방면의 책들이 꽃혀있다.
동아가 이동식 서가를 드르륵 밀자 뒤편에서 또 서가가 나온다. 그쪽은 시집 섹션이다.
61. 커피숍 (밤)
박무열이 tv인터뷰중이다. ‘야구야’나 ‘아이러브 베이스볼’같은류의 심야 야구 프로그램이고,
리포터는 여성성을 강조한 아나운서다. 풍경으로 뒤쪽에도 다른 손님이 있다는 설정이다.
구석쪽에 경호중인 유은재도 보인다. 즉 자연스런 커피숍 컨셉의 인터뷰다.
아나운서 : 먼저 골든 글로브 수상한거 축하드려요. 팬들에게 한말씀.
박무열 :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팬레터랑 이것저것 선물 보내주신것도 잘 받았습니다.
특히 보약 보내주신 마산의 한의사님, 갓김치 보내주신 포항사시는 분. 잘먹고 있구요.
(생각하다가) 근데 여자속옷은 보내지 마세요. 저 그거 쓸데 없거든요.
카메라 밖에서 큭큭 웃음소리.
아나운서 : 열혈팬도 많지만 열혈 안티팬도 많잖아요. 안티팬들에게도 한마디 하신다면...
박무열 : 보고 있나? 뻑무열! 니들이 아무리 짖어도 나는 앞으로 갑니다. (뒤쪽의 은재를 슬쩍 본다)
구석의 유은재 못들었다. 그녀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카메라 뒤에 있던 김태한. 구경온 케빈장의 모습도 보인다.
김태한 : (작은소리로 연출에게) 편집 해주실거죠.
연출 : 재밌는데 뭘..
카메라렌즈속의 아나운서.
아나운서 : 빈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코리안시리즈때 일도 있고. 빈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무열 : 빈볼은 투수가 가진 무기중의 하나다.
아나운서 : (과도하게 놀라며) 어머!!
유은재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한다. 발신자 ‘김동아’다.
유은재가 카메라 눈치를 본다. 자기가 걸려있는 것 같진 않다. 두어걸음 살짝 뒷걸음질쳐서 전화를 받는다.
유은재 : (아주 작은소리로) 어... (박무열 뒷통수를 노려보며 듣는다)
(김동아) : 기구치 유키코. 34세. 애인이 자기 친구랑 바람난걸 알고 정신병적 징후보임.
바람난 친구도 시인이었대. 도메치 칸코라구.
(박무열) : 제가 한말은 아니구요. 레너드... (생각안난다) 암튼 레너드라는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기자가 한말...
62. 김동아의 집 거실 (밤)
김동아가 시집을 보며 통화중이다.
김동아 : 애인이랑 친구가 불륜이란걸 알고 두사람을 별장으로 초대해. 그리고 커피에 독을 타서 셋이 마시는데...
63. 커피숍 (밤)
유은재는 동상처럼 전화기를 귀에 댄채 정지되어 있다.
(김동아) : 애인이랑 정부는 중간에 눈치를 채고 안마셨고. 시인만 원샷. 사망. 끝!!
유은재 : (전화를 끊는다. 멍해졌다)...
아나운서 : 그럼 그때 왜 방망이를 집어던진 거예요?
박무열 : 투수가 빈볼을 던지는 의미와 같은 거죠. 네 협박은 안먹혔어. 뭐 이런거. 야구는 심리전이거든요.
(유은재를 흘깃 보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깡패라는둥 양아치라는둥...
아나운서가 과도하게 웃는다.
유은재는 박무열의 도발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사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인서트)
진우영방에서 본 3인가족 사진.
(인서트)
아빠의 장부책에 끼워져있던 4인 가족사진.
은재가 가만히 한숨을 쉰다.
박무열은 자신의 도발에 넘어오지 않는 유은재가 이상하다.
(FD) : 테잎갈고 가겠습니다.
아나운서 : 말씀을 너무 잘하세요.
박무열 : (대충 웃으며 유은재를 돌아본다) 너 어디 아프냐?
유은재 : 아녀.
케빈장 : (유은재에게 가서 옷깃의 경호 뱃지를 똑바로 채워주며) 잘 참았다.
유은재 : 예? 뭘요?
케빈장 : 자꾸 바깥으로 빠지지 말구. 안쪽으로 들어와. 카메라에 잡히게....
그사이. 손님인줄 알았던 보조출연자들이 어깨를 풀거나 긴장을 푼다.
FD : (지시한다) 거기요. 너무 딱딱하잖아. 커피도 마시고 좀. 움직여요.
보조출연 : 예.
연출이 아나운서에게 뭐라고 소근거린다. 화장을 고치던 아나운서가 유은재를 흘깃 본다.
(점프)
박무열 : 몇 살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지는 모르구요. 야구는 죽을때까지 하고 싶어요. 경로당 야구단 이런 거 만들어서..
아나운서 : (까르르) 참. 경호원이 안티팬이라고 하던데...
유은재 : (자기한테 말한거냐고 확인하듯 쳐다본다)...
(점프)
카메라 뒤, 김태한이 연출을 본다. ‘사전에 없던 내용이잖아’ 항의하듯.
케빈장은 자기가 더 긴장한다.
연출 : (작은소리로) 재밌잖아.
붐마이크가 유은재 머리위로 다가온다.
아나운서 : (유은재보며) 안티팬 카페 회원이라구여?
유은재 : (박무열을 흘깃 본다) ...
박무열 : (하고싶은대로 해)...
유은재 : 예..다이아몬드.
아나운서 : 싫어하는 선수를 경호하는게 힘들지 않나요?
유은재 : (아나운서를 똑바로 보며) 그건 우리 경호원들을 무시하는 질문입니다.
아나운서 : (예의바르게 웃지만, 뭐야 쟤)...
유은재 : 우리 경호원들은 의뢰인에 대한 개인적 감정과는 상관없이 경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의뢰인 대신 목숨을 바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김태한 : (갸웃한다)...
케빈장 : (감동한다 그렇지 유은재!!) ...
박무열 : (놀란다. 어쭈. 쟤 봐라)...
아나운서 : (재미없는 대답이다) 아 직업의식이....
유은재 : (재빨리) 저의 이런 마음을 박무열 선수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박무열 : (엥)...?
유은재 :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본 여행때도 저한테 특별경호를 부탁한거겠죠.
케빈장 : (이렇게 좋을수가. 자기 입을 막는다)...
박무열 : (뭔소리야 유은재를 돌아본다)...
아나운서 : (박무열에게) 어머 일본 가세요.
박무열 : 예...가긴 가는데...? (다시한번 유은재를 본다. 뭔생각이냐. 너) ...?
유은재는 박무열을 쳐다보지 않는다. 경호원은 이런 것이다를 웅변하듯, 열중쉬엇, 빠릿한 얼굴로 서 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