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곳서 2년새 24곳으로 급증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영역확장
SBI, 단숨에 업계1위로 도약
초저금리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계 금융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공습'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이 대대적인 돈풀기(양적완화)를 본격화하면서 한동안 주춤하는 듯 하던 일본계 금융자본의 한국 공세가 강도를 더하는 등 '2차 러시'가 쇄도하고 있다.
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자본의 표적이 돼 온 국내 대부업이 '1차 타깃'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가 정권을 잡은 지난 2012년 말 이래로 1년 6개월 만에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 수(국내 자산기준 100억원 이상)는 무려 30여 %나 늘었다. 2011년과 2012년만 해도 18개사로 정체 상태였으나 넥스젠파이낸스대부.헬로크레디트대부 등 6개사가 신규 진출하거나 국내 업체를 인수하면서 올 6월 현재 24개까지 불어났다. 1999년 이래로 에이앤피하니낸셜대부.산와대부.J트러스트 등 일본계가 국내시장을 점진적으로 잠식해왔다면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일본계 후발주자까지 가세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대부업체 98개 중 일본계는 21.4%인 21개였지만 , 대부액 합계는 4조9700여 억원으로 전체 대부금액의 56.2%를 차지했다.
일본계 금융자본은 최근 들어 대부업을 넘어 저축은행.할부금융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4개를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일본계 SBI저축은행은 단숨에 업계 1취로 도약했다. 할부금융 시장 2위인 아주캐피탈 인수 유력 업체도 일본계가 거론되고 있다.
제2금융 시장잠식 가속화
일본계 투자사 SBI홀딩스
작년 현대스위스銀 인수
자금1조 수혈... 업계1위로
日종합금융그룹J트러스트
친애 이어 SC저축銀 인수
"요즘 시중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 5%대 적금 상품을 파는 저축은행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갑니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0.1%라도 금리가 높은 곳이 어디인지 관심을 두지 '일본계' 회사인지 아닌지 솔직히 따져보지 않아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SBI저축은행. 지난 3일부터 이 저축은행에서 판매하는 '특판'적금에 가입하려는 직장인들과 주부들로 북적였다.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은 최근 SBI 1.2.3.4 계열간 합병을 기념해 최저 연 4.6%금리에 상품에 따라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연 5.6%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특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부 김모(50)씨는 "저금리에 돈을 넣어둘 마땅한 적금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신문광고를 보고 이 저축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승민(33)씨는 "적금을 통해 목돈을 만드는 월급쟁이에게 특판행사는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청담본점에만 이날 하루 100명 이상의 특판 가입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엔저 속에 저금리자금조달을 무기로 한 일본계 자금이 국내 대부업 시장에 이어 저축은행업에까지 빠른 속도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상황에 대귬호로 돈을 풀어대는 '아베노믹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제2금융권이 일본자금의 '돈 장사'를 위한 '제1먹잇감'으로 부상한 셈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와 유리한 입장에서 대부업계나 저축은행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고금리'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자본 증자, 부실저축은행 인수 및 잇단 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회사 SBI홀딩스는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단계적으로 일본계 자금 1조 원가량을 수혈해 현재 3조8443억 원 규모의 업계 위 저축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 KJI대부, 하이캐피탈 대부 등 국내에서 3개의 대부업체를 보유한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인 J트러스트는 지난 2012년 친애저축은행 인수에 이어 올해 SC저축은행까지 인수했다.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아프로서비스 그룹도 지난 2월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 1.2를 운영하다 최근 합병했다.
일본계 자금의 이 같은 제2금융권 공습은 일본의 초저금리 상황에 최근 아베노믹스가 더해진 결과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국내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대부업체 운영자금을 일본에서 1~4%의 금리로 조달해 고금리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금은 제2금융구너 시장에 활력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서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 일본으로 빼간다는 점에서는 국부를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말 49.9%였던 일본계의 국내 대부액 비중은 지난해 말 56.2%로 커졌다. 일본계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5조6395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38조9727억 원)의 14.5%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