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에서 마리아의 향유 부음을 받으시는 예수님, 요한복음 11:55~12:11

[강명호 목사]

베다니에서 마리아의 향유 부음을 받으시는 예수님

요한복음 11:55~12:11

이제 우리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올라오신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이제 그토록 친히 예고해오신 고난과 수치와 죽음의 자리 가까이 오신 것입니다. 이 때는 시기적으로 유월절 가까운 때라서 성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예수님은 여리고 성에서 삭개오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무르시고 그 다음날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길을 떠나신 것입니다. 누가복음 19:28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앞서서 가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자들보다 앞장서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고 제자들은 머뭇거리고 뒤처져 올라갔던 것입니다.

제자들이 이렇듯 머뭇거리는 배경에 대하여는 오늘 우리가 읽었던 요한복음 11장 55절로부터 57절까지의 내용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유월절 순례자들이 명절을 준비차 일찍부터 예루살렘에 올라와서 자기를 성결케 하려고 힘쓰는 중에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는 관심사는 예수님이 이번 명절에 올라오시는가 여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얘기 속에는 이번 명절에 예수님이 올라오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습니다. 56절에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가 명절에 오지 아니하겠느냐”

라는 말을 풀어 말하면,

“설마 이번 명절에 그가 오시겠어?”

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이번 명절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쪽에 더 많은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57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

이번 명절을 앞두고 예수님이 혹시라도 올라오면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예루살렘 경내와 그 가까운 근방에서 자기들의 종들과 수하의 군인들을 풀어서 예수님을 강제적으로 체포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정작 예루살렘이 가까워지자 머뭇거리며 예수님 뒤로 처져서 힘겹게 따라 올라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수님은 앞서서 성큼 성큼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순례자들 중에는 예루살렘 성전에 소와 양의 제물을 바치거나 가족을 위하여 유월절 어린 양을 잡으려고 그것들을 끌고 올라가는 순례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정마다 유월절 음식을 먹기 위하여 어린 양들을 가지고 올라가는 순례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짐승들의 본체는 사실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순례객들 사이에 올라가는 수많은 소와 양과 염소들 중에 진정 유월절의 어린 양의 본체이신 예수님이 이제 하나님의 제단에 제물이 되시고자 그렇게 성큼 성큼 예루살렘 성전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리고에서 예루살렘까지의 거리는 약 24킬로미터 곧 70리 길입니다. 그 길은 내내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입니다. 그리고 그 예루살렘에서 3km 못 미치는 곳에 베다니라는 동네가 나옵니다. 예수님은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계속 걸으신 끝에 그 날 늦은 오후 쯤에는 바로 그 베다니 동네에 도착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 날짜에 대하여 사도 요한은 12장 1절에서 ‘유월절 엿새 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 베다니 동네에 대하여 사도 요한은 1절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12장 1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이르시니 이곳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가 있는 곳이라”

이곳 베다니 동네는 예수님께 특별한 장소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나사로와 그의 누이 마리아와 마르다가 사는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나사로의 가족은 예수님의 사역 중반기 정도에 예수님을 뵙고 난 후에 예수님을 극진하게 섬기는 가족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그 지역에 지나가시면 꼭 모셔들여서 정성껏 식사 대접을 하며 편히 쉬도록 배려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그 가정을 특별히 사랑하셨습니다. 특히 언니 마르다는 예수님을 접대하는 음식 준비를 잘하였고 그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귀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최근 한두달 전에는 그 가정이 예수님께로부터 큰 은혜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르다, 마리아의 오빠 나사로가 죽었는데, 장사되어 나흘이 되어 무덤에서 썩은 냄새까지 나는데 예수님께서 오셔서 무덤에서 불러내어 그를 살려주신 일이 있습니다. 슬픔에 겨웠던 마르다 가족은 큰 기쁨을 얻게 되고 베다니 사람들은 그 일로 예수님을 거의 다 믿게 되고 가까운 예루살렘 사람들도 조문차 왔다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수님이 죽은 자를 살려내신 소문이 예루살렘 안까지 파다하게 퍼진 바 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은혜를 입은 나사로의 가정은 더더욱 예수님을 생각할수록 귀하고 감사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나사로가 죽었을 때 울기도 하실 만큼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면 곧 거친 고난의 모래 폭풍을 겪으실 터인데, 그 직전에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베다니 동네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쉬실 필요가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운명의 성 예루살렘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에 준비를 하시고자 먼저 이 동네에 잠시 쉬러 들어오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수님 일행이 그 동네에 들어서자 베다니 동네 사람들은 예수님 일행을 열렬히 영접합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예수님을 위하여 식사 대접을 하고자 잔치를 벌입니다. 2절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거기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할새 마르다는 일을 하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

이 잔치집이 누구 집인가에 대하여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서 나병환자 시몬의 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시몬은 나병환자였는데 예수님께서 그를 고쳐주셨던 것입니다. 시몬 역시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고자 자기 집에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잔치는 얼마전 나사로가 주님의 살려내주심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사로와 마르다와 마리아가 그 시몬의 집에 와서 함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늘 시몬의 집에서도 마르다는 여전히 주님을 위하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본래 마르다는 음식 만들어 섬기는 일을 잘합니다. 처음 마르다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셨을 때에는 자기 동생 마리아가 자기를 돕지 않고 예수님 말씀을 들으려고 방안에 들어가서 열중하여 자기 혼자만 분주하게 일한 것이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방문을 벌컥 열고 예수님께 자기 동생 마리아 좀 나무라주시라고, 저렇게 자기를 돕지 않고 방안에 앉아서 말씀만 듣는다고 여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도리어 마르다에게 따뜻하게 충고하기를,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눅 10:38~42). 이렇게 애정어린 책망을 들은 마르다는 여전히 주님을 위해서라면 변함없이 그의 섬김의 은사를 발휘하여 주방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조리하고 사람들을 지휘하여 예수님을 위하여 상을 차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오빠를 다시 살려주신 예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그녀는 자기의 모든 사랑과 감사를 담아 음식을 만들어내느라 즐거움 가운데 땀을 흘립니다. 우리들도 우리가 받은 모든 재능과 은사들을 발휘하여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주님을 위하여 힘을 다해 일하는 복된 성도들이 됩시다. 할렐루야.

특별히 2절에 보면 예수님이 그 잔치의 상석에 기대어 누워 계시는데, 그 함께 앉은 좌석에 제자들이나 집주인 시몬 외에도 한 사람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나사로입니다. 그는 한 때 죽어서 썩은 냄새가 나는 돌무덤에 누워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나서 식사 자리에 기대어 누워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평화롭게 주님의 얼굴을 보며 그의 말씀을 들으며 곁에 있는 주님의 제자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주님을 믿는 우리들이 장차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어린양의 혼인 잔치 자리에 참석하여 주님 앞에서 그리고 부활한 성도들과 함께 즐거이 교제를 나누는 장래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미래도 육체의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나사로를 다시 살리시고 끝내 모든 인간의 죄와 저주와 사망을 철폐하시고 영원한 영광의 부활의 몸으로 죽은 자 가운데서 일어나신 예수님은 그를 믿는 모든 자들을 사망에서 일으키실 것입니다. 또 주님이 배설하신 어린양의 혼인 잔치 자리에 우리를 함께 앉히사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주님 앞에서 영원한 평안과 행복을 함께 누리게 해주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그렇게 베다니 마을의 잔치 자리의 분위기가 즐겁고 행복한 중에 무르익어갈 즈음에 한 가지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은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가 식사 자리에 들어오고 난 후에 벌어진 일입니다. 3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마리아는 그 손에 음식 대접 대신에 다른 것을 가지고 예수님이 기대어 누운 식사 자리 뒤쪽에 앉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소중하게 쥐고 온 것을 잡더니 그것을 탁 하니 깨뜨리는 것입니다. 다들 놀라서 쳐다보니 그것은 기름을 담는 옥합이었습니다. 옥합은 향유를 담은 용기로서 석고로 만든 작은 병이었습니다. 한번 그것은 깨뜨리면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옥합에 담은 것은 지극히 비싼 향유로서 순전한 나드였습니다. 나드는 저 멀리 인도에서 상인들이 가져와 파는 향유로서 그 값이 심히 비싼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한 근이라면 양이 매우 많습니다. 마리아는 옥합을 깨뜨린 후에 그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어 드렸습니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다고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온 몸 곧 예수님의 머리칼과 그의 웃옷과 그의 발에 온통 그 향유를 남김없이 부어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머리털을 풀어서 그의 발을 닦아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모습은 참으로 기이할 만큼 아름다운 신앙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룟 유다가 재빨리 셈을 한 것처럼 그 향유의 값은 삼백 데나리온이 나갈 만큼 비싼 것이었습니다.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 하루 품삯이니, 이 향유의 값어치는 노동자가 안식일마다 쉬고 평일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하여 모은 돈 전부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시가로 마리아가 깨뜨려 부은 그 향유 옥합은 삼천만 원 내지 사천오백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진 것이었습니다. 마리아는 그렇게 비싼 향유를 주님을 위하여 기꺼이 쏟아 부어드린 것입니다. 마리아는 주님께 받은 그 은혜와 사랑에 비한다면 자기가 이렇게 귀한 것들을 드린다 해도 오히려 턱없이 모자라다 생각하면서, 감사함으로 향유를 주님의 발에 부어드린 것입니다.

참으로 향유를 주님께 부어드린 이 행위는 주님께 대하여 사랑이 듬뿍 담긴 마리아의 마음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잠시는 감사하다가도 금방 다시 그 은혜를 잊고 냉랭한 마음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생각할수록 그 은혜와 사랑이 너무 크고 너무 풍성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주님께 만분의 일이라도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모으고 모았다가 주님께 그 감사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들도 주님이 베푸신 구원의 은혜와 우리의 많은 죄를 사해주신 그 용서의 은혜와 또 우리를 수많은 환난과 시험 속에서 지켜주시고 함께해주시고 때를 따라 도와주신 은혜를 기억하면서, 세월이 갈수록 더욱 더 감사하며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날이 뜨거워지는 복된 신앙인들이 다 됩시다.

또한 마리아의 이 모습은 그의 겸손한 신앙을 보여줍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에 향유를 듬뿍 부어드렸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자기의 머리털을 풀어서 그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도 여자의 머리카락은 여자의 자존심이며 여자의 권위입니다. 고린도전서 11장 15절에 이르기를 “만일 여자가 긴 머리가 있으면 자기에게 영광이 되나니”라고 한 말씀도 그러한 의미입니다. 반면에 사람의 발은 신발도 제대로 없는 시대에 땅을 밟고 다니면서 흙먼지와 진창이 자연히 많이 묻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몸에서 가장 비천하게 취급되는 신체 기관이 바로 발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자기의 그 값비싼 향유로 주님의 발에만 부어드렸을 뿐만 아니라 이어서 여자의 생명과 같은 머리카락을 풀어서 예수님의 그 먼지 묻은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 드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마리아의 지극한 겸손을 보여준 것입니다. 주님을 섬길 때 겸손한 섬김이 아름답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신앙의 여인들을 보면 겸손하였습니다. 다윗의 둘째 부인 아비가일도 다윗이 자기의 아내가 되어달라고 청혼하자,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몸을 굽혀 얼굴을 땅에 대고 이르기를 “내 주의 여종은 내 주의 전령들의 발 씻길 종이니이다”라고 고백하며 따라나서서 당시 산적들의 소굴과 같은 아둘람 굴에서 거친 다윗의 부하들을 섬기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도 천사가 처녀인 그녀에게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고하자, “주의 계집종이오니 주의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고 겸손히 고백하였습니다. 이렇게 지극히 겸손히 하나님을 섬긴 여종들과 주님의 발을 자기 머리칼로 닦아드리는 것만도 큰 특권이요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섬긴 이 베다니의 마리아와 같이, 우리들도 주님을 섬길 때 지극히 겸손하게 섬기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마리아가 그렇게 주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드렸더니, 어떤 결과가 나타났습니까? 3절 하반절에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고 하였습니다. 그 한 여인의 아름다운 헌신과 사랑과 섬김의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 퍼지게 된 것입니다. 마리아가 부어드린 인도산 나드 향유의 향취가 예수님의 몸으로부터 온 집에 가득히 퍼져나간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은 유대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제거되어야 할 자로 지목되어 지명수배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를 고발하면 한 몫을 단단히 챙겨준다는 말이 공공연히 들려오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공공의 적이요 마귀에게 잡힌 자로 비방받으며,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위험분자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래서 종교 권력자들이 잔뜩 독이 올라 그를 잡아 죽이려고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하여 제자들도 위축되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입니다. 예수님조차도 그 때에 곧 예루살렘에서의 대적들과의 맞상대할 것과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두고서 그 마음속에 부담감과 긴장감이 한층 더해지는 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때에 마리아가 예수님에게 향유 옥합을 깨뜨려서 아낌없이 향유 기름을 부어드린 이 사건은 예수님을 지극히 영화롭게 해주었습니다. 예수님에게 향유 기름을 부은 것은 예수님이 바로 기름부음받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이 일은 예수님을 향한 성도의 순전한 사랑을 온전히 보여드린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온 세상의 반대 속에서도 이 일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진실한 성도들의 사랑이 있음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이처럼 마리아의 충만한 사랑과 섬김을 받으신 예수님께서도 당시 엄중한 상황속에서 위로와 용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마리아와 같은 성도의 지극한 사랑과 순전한 믿음을 확인한 예수님도 자기의 어린 양들을 위하여 기꺼이 십자가를 져야 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셨을 줄로 믿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상에서 주님과 교회를 위하여 헌신할 때에 주님의 집인 지상 교회 뿐 아니라 저 하늘나라의 천성 안에까지도 우리의 헌신의 향기가 가득히 퍼져 향기로워진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 날 예수님을 위하여 잔치를 준비하러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한 마르다의 고소한 음식의 향기들도 하늘 나라 천국 집에도 올라가 가득히 퍼졌을 것이요 마리아의 향유 기름의 향취도 하늘에 가득히 퍼져나갔을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정성스런 기도와 예배와 봉사와 예물 드림의 헌신들도 다 그 향취가 있습니다. 이 땅의 주의 집에서도 그 향취가 퍼지지만, 그 향취들은 저 하늘나라 주의 집에서도 가득하게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모두 주의 일에 더욱더 부지런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도들이 됩시다.

그런데 마리아의 이런 감동적인 사랑과 섬김의 모습을 목격한 당시 사람들 가운데 전혀 뜻밖의 반응을 보여준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바로 가룟 유다였습니다. 4절로부터 6절까지 함께 읽겠습니다.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님을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하니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가룟 유다는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마리아를 향하여 분노가 가득 담긴 어조로 책망의 말을 내뱉었습니다.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사복음서 기록을 보면 이 말은 가룟 유다의 말에 대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 최초의 말은 돈에 관계된 말입니다. 그는 순식간에 마리아가 깨뜨린 그 옥합에 담긴 향유 가치가 삼백 데나리온에 해당하는 거금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계산하였습니다. 가룟 유다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데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만 보는 사람이기에, 향유를 부은 마리아의 행위에서 마리아의 예수님을 향한 고귀한 믿음과 사랑과 감사의 마음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가룟 유다는 오직 그 누린내나는 돈만이 보일 뿐 그 황홀하기까지 향기로운 마리아의 헌신과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려는 그녀의 아름다운 신앙심은 전혀 알아챌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누구가 자기가 보고 싶은 점을 보고 자기가 찾고 싶은 것을 찾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가룟 유다는 그렇게 모든 것을 재물의 관점으로만 모든 것을 보았기에 진정 고귀하고 영원한 것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영적인 소경이 되고 만 것입니다.

아마도 가룟 유다는 처음에 예수님을 가까이 접하고 그에게 끌려서 지금까지 열심을 내었던 것도 바로 주님을 가까이 하면 금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본능적인 욕구에 끌린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열두 제자에 들어서 돈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여 돈 관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예수님과 다른 제자들 몰래 재정 집행을 하면서 조금씩 돈을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채워왔었던 것입니다. 그는 주님 곁에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재물을 신으로 섬기면서 겉으로는 가장 열심 있는 제자로 자신을 포장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마리아가 그 비싼 향유를 예수님을 위하여 단 한번에 완전히 쏟아부어 드리는 것을 보니까 흘려진 향유가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을 보면, 그 가룟 유다가 “무슨 의도로 이 비싼 향유를 허비하느가”라고 말한 것으로 말합니다.

이 말을 통하여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가룟 유다에게는 예수님은 비싼 향유를 드릴 만큼 귀중한 분이 절대 아닌 것입니다. 그 비싼 향유는 예수님께는 너무 과분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가룟 유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자기 주머니를 채워주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예수님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마리아의 이 돌발 행동은 가룟 유다에게는 눈엣가시와 같고 역겹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마음의 민낯을 가리기 위하여 가난한 자를 위하는 척 자선의 위장술을 사용합니다. 유다는 마리아에게 “그런 비싼 향유 옥합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왜 일찍 나눠주지 아니하였느냐?”라면서 책망을 합니다.

가룟 유다는 마리아의 헌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자기 자신의 불신앙과 주님에 대한 사랑 없음과 인색함을 깨닫고 깊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회개할 기회로 삼았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마리아를 책망하면서 예수님께 헌신하여 드린 것을 아까워하면서 가난한 자들에게 그 향유의 값을 골고루 나눠주면 훨씬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멋진 말을 던진 것입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가룟 유다의 말에 다른 제자들까지 다 합세하여 마리아를 향하여 분노를 퍼부었습니다. 마태복음에도, 마가복음에도 보면 다른 제자들과 거기 있는 사람들이 화를 내면서 서로 말하여 책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신앙과 욕심과 마리아에 대한 질투심과 미움을 싹 숨기고 그 대신 빈틈없는 돈 계산과 자선을 내세운 선의로 포장된 가룟 유다의 내뱉은 말은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되어서 은혜의 향기 가득한 그 방을 분노와 비방의 악취로 채우고 마리아를 함께 매몰차게 질타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지금도 주님과 복음을 위하여 뜨거운 열심을 내다가 좀 지나치다 싶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인본적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교회를 향한 비난의 공을 높이 쏘아올린다 싶으면 순식간에 벌떼처럼 합세해서 달려들어 분노와 미움과 저주를 쏟아붓고 주님을 위한 사랑과 순수한 신앙적 열심을 낸 자들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납니까? 10년 전엔가 샘물교회의 아프간 의료 선교 팀에 쏟아진 이 나라의 무서운 비방의 기억이 아프게 떠오릅니다. 그 때 이 나라 전체가 교회를 향하여 무섭게 달려들어 분노와 비방을 쏟아놓았습니다.

그런 일은 세상 밖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교회 안에서조차 일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여기 예수님의 바로 눈앞에서조차 그런 일이 일어나며, 그런 일을 앞장선 자들과 합세한 자들이 예수님 가장 가까이에서 삼년 반 동안이나 따라다니면서 일했던 제자들마저도 그런 분위기에 순식간에 동조하여 휩쓸리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가룟 유다 같은 사람이 일어나면 그런대로 괜찮은 신자들조차 금새 그런 사람의 선동에 휘말려서 진정으로 주님을 위하는 사람을 비방하고 구석으로 몰아넣고 짓밟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을 위하여 열심을 내고 헌신하는 일이 일어날 때는 마귀도 곧장 질투하며 분노하며 훼방하는 공격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그러한 간교한 술책에 넘어가지 말고, 주님을 위하는 진정한 열심과 헌신이 어이없이 비방을 받지 않도록 잘 지켜가야 하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신앙의 순수함과 열심의 불이 잘 지켜지고,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교회 안에서 득세하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분별력 있는 성도들이 다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마리아는 예수님이 기대어 누운 식사 자리 뒤쪽에서 거의 눈물이 터질 것 같고 창피해서 그 자리를 속히 피해 나오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혈기가 가득한 제자들의 얼굴과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죄인처럼 어깨를 움츠린 마리아의 모습이 아주 대조적인 그 상황에서,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입을 열어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함께 7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그를 가만 두어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예수님은 마리아를 가만 두라는 것입니다. 마리아를 괴롭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는 내게 좋은 일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향유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

이 번역은 마치 발에 붓고 남은 향유가 있어서 그것은 잘 남겨서 나중에 예수님이 죽은 다음에 시신을 바르는 방부제로 사용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번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번역은 가장 오랫동안 교회 안에서 사용했던 다수 사본에 의하면 잘못된 번역입니다. 다수 사본을 기초로 번역하면, “그것은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간직한 것이니라”는 것입니다. 원문은 생략된 문장이고 동사 시제도 사본에 따라 다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향유는 본래 옥합을 깨뜨려서 부은 것이기에 남은 향유를 다른 용기에 다시 부어 쓸 수도 없습니다. 한번 깨뜨리면 그것을 그 때 다 쓸 수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예수님께 부어드린 향유가 예수님의 발에 한두 방울 떨어뜨린 경우라면 그 머리칼을 풀어서 닦을 수도 없고 마태, 마가복음에서도 말했듯이 예수님의 머리에도 붓고 온 몸에도 붓고 발에도 부은 것이기에 다 쏟아야만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야 그 향기가 그 집 전체에 가득히 퍼질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 대답은 가룟 유다가 마리아에게 “그 향유를 가지고 있었다면, 왜 진작 그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지 왜 지금까지 간직해왔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대신 대답해준 말씀으로 적절합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장례를 위하여 그 향유를 미리 준비하여 그 동안 간직해왔던 것입니다. 이것은 마가복음 14장 8절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도 어울리는 해석입니다.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즉 마리아는 이 향유를 미리 준비하였던 것입니다. 그 향유는 주님의 장례식에 필요한 시신을 바르는 향유로 쓰려고 미리 준비해놓았던 것입니다.

이로써 마리아의 신앙에서 다른 제자들과 다른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들 예수님이 그토록 자주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실 것과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였으나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다들 한 자리 높은 관직을 차지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그들과 달랐다는 점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그 동안 해오신 말씀 속에서 예수님께서 이번에 예루살렘에 올라오신 일은 죽으러 올라오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깊이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비밀스럽게 주님을 위하여 값진 향유 기름을 준비하여 간직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향유 기름을 예수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쓰기보다는 지금 주님이 살아계실 때에 주님의 몸에 부어드려서 주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더 값지고 의미 있다고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주님의 장례를 위하여 간직해온 그것을 꺼내어 그 날 밤 식사 자리에 앉은 예수님께 다 쏟아 부어 주님을 향기롭게 해드렸던 것입니다. 본디 손님이 오면 그 손님의 머리와 몸에 향유나 감람유를 부어 향기롭게 하여 그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그 지역의 풍속인데, 마리아는 그 날 그렇게 극히 값진 나도 향유의 기름으로 주님의 온 몸에 부어서 그를 영화롭게 하는 동시에 며칠 후면 당하게 될 예수님의 죽으실 몸에 남김없이 다 부어드림으로써 예수님의 거룩한 죽음의 희생을 성스럽고 존귀하게 해드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마리아가 향유 부은 것이 자기의 장례를 위하여 이미 준비한 것이라고 말씀함으로써 다시 한번 마리아의 깊은 신앙을 알아주고 칭찬해주신 것입니다.

마리아가 어떻게 다른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의 죽으심에 대한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일을 영화롭고 존귀하게 하는 이런 일을 행하였을까요? 그것은 마리아가 늘 주님의 발 앞에 앉아 주님의 말씀을 늘 귀담아 듣는 복된 신앙적 자세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귀로 듣기는 들어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듣고자 하지 않는 것은 듣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은 것은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주님이 보여주어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마음 중심으로 주님의 모든 말씀을 다 받아들이고 그 말씀을 깊이 되새겨서 주님의 마음을 헤아렸고 그 뜻을 밝히 깨달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예수님께서 이번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실 것을 확실히 알고 미리 그의 죽으심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리아처럼 주님의 발앞에 더 가까이 앉아 들으려는 자세로 주의 말씀을 차분하고 깊이 받으며 되새깁시다. 그래서 주님의 마음을 알고 그 뜻을 헤아리고 그의 말씀을 그대로 순종하여 주의 일을 예비하는 복된 성도들이 됩시다. 할렐루야.

그리고 주님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 이렇게 가르쳐주었습니다. 8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거니와 나는 항상 있지 아니하니라 하시니라”

신명기 15장 11절 말씀에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는 말씀대로, 세상에는 늘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대로 우리들은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 손을 펴서 기회 되는 대로, 우리 역량에 따라 구제와 사랑을 베풀어줘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처럼 항상 곁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예수님은 제자들과 삼년 반 동안 함께 있었지만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그들 곁을 떠나십니다. 부활하신 후에는 잠깐씩 나타나셔서 그들과 함께 계셨고 가르쳐주시겠지만, 그러나 부활 후 사십 일 지난 후에는 또 하늘로 올라가실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그들이 섬기려고 해도 그 기회가 없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이 말씀은 베다니 마리아가 예수님이 마침 곁에 있을 때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잘 붙잡았다라는 칭찬을 해주신 것입니다.

실제로 며칠 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그 날 저녁에 예수님의 시신을 위하여 아리마대 요셉이 자기 무덤을 내놓았고, 그 날 공회의원이었던 니고데모가 갑자기 나타나서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 곧 약 30kg이 넘는 향품을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시신을 세마포와 함께 잘 감쌌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하여 아무 것도 해드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여자 제자들도 예수님을 돌무덤에 넣어둔 그 저녁에 시장에 서둘러 가서 향품과 향유를 미리 사서 안식일 지난 삼일째 새벽에 예수님의 시신에 바르려고 일찍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신 대로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에 그 준비한 것을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장례를 위하여 다른 제자들과 여제자들은 사실 준비를 했어도 주님을 위하여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장례를 위하여 섬긴 사람은 이렇게 미리 준비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던 베다니의 마리아뿐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주님을 위하여 섬기는 것도 기회가 언제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마리아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자기가 미리 예비하였던 그 향유를 주님의 몸에 온전히 다 쏟아부어 주님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이로써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죽으실 자리로 위로와 감격과 보람된 마음을 가지고 담대히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마리아를 향하여 눈살을 찌뿌린 제자들을 향하여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둘 다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주님은 베다니의 마리아의 이 기름부은 일을 온 천하 복음이 전파된 곳마다 기념하고 기억하고 본받게 하리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마리아의 이 일을 지극히 영광스럽게 해주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마리아는 참으로 마음이 기쁘게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듣고 부끄러움 중에 깊이 깨달음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주님을 위하여 뜨거운 사랑과 순전한 믿음으로 기꺼이 섬김의 허비를 한 사람은 주님께서 그 아름다운 수고를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게 하신다는 점을 믿읍시다.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주님을 위하여,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아낌없이 부어드리는 복된 성도들이 됩시다. 할렐루야.

그런데 바로 그 일로 인하여 가룟 유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은 이 말씀 뒤에 곧바로 이렇게 연이어 기록하고 있습니다.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 유다는 예수를 넘겨주려고 대제사장에게 가매 그들이 듣고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약속하니 유다가 예수를 어떻게 넘겨 줄까 하고 그 기회를 찾더라”

오, 이 가련한 영혼을 보십시오. 그토록 고귀한 본보기를 보고, 또 주님으로부터 이처럼 부드러운 책망과 주님이 항상 있지 아니할 것을 일깨우며 주님께 헌신할 복된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타이르시는 온유한 말씀을 듣고도 이 가련한 사람 가룟 유다는 마음을 더 완악하게 가집니다. 그는 마리아가 그 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남김없이 쏟아부어 버려서 삼백 데나리온이 자기 눈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자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자기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를 은근히 책망하신 것을 듣고 화가 났습니다. 또한 그 식사 자리에서까지 예수님이 자기의 장례를 말씀하시자, 이제 더 이상 돈을 빼돌릴 기회가 앞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을 예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최근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신고하면 보상을 주겠다는 항간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날 밤이 깊어지면서 가룟 유다의 마음속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들어왔습니다. 그 마음에 예수님을 팔아넘겨서 목돈을 챙긴다면 오늘 자기 눈앞에서 날아가버린 그 삼백 데나리온의 일부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졌습니다. 그 날 밤 그는 몰래 잠자리에서 일어나 대제사장의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 대제사장과 만나서 자기 신분을 밝히고 예수님을 넘겨줄테니 얼마를 주겠냐고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는 체 돌아와 잠자리에 들고서 그 때부터 예수님을 넘겨줄 기회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이것은 얼마나 놀라운 대조입니까? 한 여인은 그토록 주님을 위하여 자기가 간직해오던 귀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주님을 영화롭게 할까 하여 기회를 찾았는데, 또 한 사람은 자기 영혼을 구원하실 주님을 은전 삼십 량을 받고 팔어넘길 기회를 열심히 찾고 있다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한 여인은 그 이름이 영원히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향내를 풍기며 기념되고 있지만, 그 반대로 다른 한 남자는 가장 비열한 자, 돈에 잡혀서 자기 영혼을 스스로 멸망에 밀어넣은 배신자로서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운명의 동네 베다니에서 예수님은 그 날 한 여인에게서 큰 위로와 기쁨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사랑하는 제자들 중 한 사람은 그 본색이 드러나고 어둠의 세력과 결탁하여 그를 팔아넘기려는 기회를 엿보는 악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주님의 가슴이 무척 아팠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주님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 건강, 물질, 재능, 우리의 세상적인 지위와 인간 관계 등도 우리가 주님을 위하여 사용한다는 선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다 드려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기회를 놓칠 때 다른 사람에게 그 기회가 넘겨져가고 주님께 드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보았던 베다니의 마리아는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복이 있는 성도입니다. 그 여인은 자기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기회 될 때마다 주님께 나와 힘써 봉사합시다. 베다니 동네에 나사로의 누이 마르다는 늘 성실하고 활력 있게 기쁨으로 봉사하는 본보기입니다. 그녀의 주방 봉사는 참으로 고소하고 기쁨을 주는 봉사였을 것입니다. 또한 마리아는 참 아름다운 봉사자입니다. 그녀는 늘 기회가 되는 대로 주님의 발 앞에 나와 주의 입에서 나오는 귀한 말씀을 늘 경청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말씀의 깊은 뜻을 잘 새겨 듣고 그 마음을 잘 헤아렸습니다. 그리하여 주님께 자기의 마음을 담은 사랑과 헌신을 바칠 기회를 늘 노렸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베다니의 그 날 저녁에 기회를 붙잡고 주님의 발 앞에 나와 겸손히 엎드려 준비된 사랑과 헌신의 기름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그 헌신의 향유를 통하여 주님은 그 악하고 험한 예루살렘 직전에서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예수님을 미워한다고 해도 멀리한다고 해도 저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기꺼이 바칠 위로와 용기를 얻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다음 날 나아갈 다짐을 새롭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들도 한평생 마르다나 마리아와 베다니 사람들처럼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주님을 위하여 늘 감사의 잔치를 벌입시다. 또한 그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향유 기름을 주님께 부어서 주님을 영화롭게 하여 주님으로부터 그 은은한 향기가 온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게 하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합시다.

하나님 아버지, 무가치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독생자를 보내시고 아낌없이 험한 십자가에 내어주신, 그 거룩한 허비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나이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허비하시는 그 사랑을 마음으로 깨닫고 자기의 향유 옥합을 단번에 깨뜨려 그 발에 붓고 머리칼로 그 거칠어진 발을 정성껏 닦아준 한 여종 마리아를 오늘 보았나이다. 오, 주님 우리에게도 이 여종의 순결한 사랑과 허비하는 거룩한 헌신의 심령을 부어 주옵소서. 순결하고 겸손하고 뜨거운 그 넘치게 허비하는 사랑을 배우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 삶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이 돌아가고 아름다운 신앙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복된 은혜가 있게 하옵소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리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