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빠진’ 합의에 민주당 안팎 후폭풍...김한길 지도부 고립

[바꾼애]

‘특검 빠진’ 합의에 민주당 안팎 후폭풍...김한길 지도부 고립

새누리, '특검 논의지 도입 전제 아니다' 다른 해석..민주당 비공개 의총 싸늘한 분위기

여야 4자회담을 가진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비공개 4자회담을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양지웅 기자

민주당 지도부의 '특검을 뺀 특위 수용'을 골자로 한 4인회담 합의 이후, 당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4자회담 타결 이후, 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추인했다. 지도부 내에선 여야 합의를 두고 "90% 김한길 대표의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당내에서부터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 밖으로는 더하다. 그동안 민주당과 특검 법안 발의를 두고 논의 중이었던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김한길 대표한테) '뒤통수를 맞았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김한길 대표가 일부 외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도 이러한 후폭풍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는 합의안을 '성과'라지만.. 싸늘한 의총 분위기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여야 4자회담 합의안을 추인했다. 또 향후 특검 도입을 위한 노력과 협상을 병행하기로 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에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특검의 시기와 범위를 '연내'에 확정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의총 분위기는 싸늘했다. 특검이 제외된 합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강한 비판이 줄을 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연내에 특검 도입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도부가 (사퇴 등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강경 발언까지 내놓았다. 

남윤인순, 은수미 의원은 특검이 빠진 합의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민단체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윤인순 의원은 이날 오전 시민단체 측 인사들과 만났고 이 자리에선 당 지도부의 합의안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수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많은 촛불과 용기있는 증언, 구속을 불사하고 정의를 추구했던 진심의 11개월, 시민들이 만든 11개월, 그에 값했는가 그 마음을 어떻게 안을건가, 하늘이 무겁습니다"라고 적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기식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의원은 "무슨 90퍼센트 승리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말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등 네 가지를 이야기해왔는데, 세 가지를 다 날리고 하나만 갖고 왔다"며 "특검을 논의한다고 했는데, 누가 어떻게 논의하는지도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로 지나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노영민 의원도 "1년 동안 투쟁한 성과인데 (특검이 빠진 건) 아쉽다"는 의견을 전했고, 오영식 의원도 "합의안을 보면 성과를 내기 힘들 것 같다. 연석회의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 역시 의총에서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합의는 지켜져야 하지만 종교계, 시민단체, 시민사회원로들과의 협의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은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지도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민사회, "민주당이 특검 추진 약속 위반한 것" 분노 거세 

민주당과 함께 특검 추진에 대해 논의를 해왔던 시민사회진영의 분노는 극에 달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정의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및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 등과 함께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를 구성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만 해도 이들은 국회에서 특검 도입에 대한 대국민공청회까지 열었다.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양당 합의는 지난 각계 연석회의를 통해 민주당이 국민에 밝힌 '특검 추진' 약속을 위반한 것 뿐 아니라 '각계 연석회의'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며 "이에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민주당의 '특검 없는 특위 수용' 합의를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역시 "민주당은 특검 실시를 향후 논의 과제로 넘기고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이끌어낸 것을 성과로 보는 듯하다"며 "하지만 민주당이 특검부터 관철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이번 사건의 올바른 해결에 진정성이 있는 지 많은 국민들이 의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석회의에 함께한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불법은 좀 묻어두더라도 다음부터 잘하기로 하면서, 일단 지역구 예산 따내 지방선거 치러야 다음총선도 기대.. 이건가요?"라고 비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특검이 실종되는 것은 아닌가, 더 나아가서 민주당이 사실상 특검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안철수 의원 측 금태섭 변호사도 "특검이 수용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정의당 천호선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각계 대표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지도부 내에선 이러한 반발 기류를 차단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일단 '논의'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성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특위는 구체화 되어 있고 특검은 구체화가 안 되어있어 후퇴가 아니냐로 보는데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상식적으로도 '방법과 시기를 논의한다'는 것은 특검은 반드시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는 것"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구체적인 특검 도입에 대한 약속을 새누리당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에선 민주당과 함의한 특검 논의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같은날 유일호 당 대변인은 '특검 시기와 범위를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것은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논의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특검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민주당 지도부가 말하는 '성과'로 보기엔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특위'만 성과로 내세우고 특검 도입이 유야무야가 돼 해를 넘길 경우, 제기되는 지도부의 책임론에서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은 슬쩍 없어지고 '양특'만 남았다"며 "특검 문제는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연말까지 (특검 도입이 해결안 되면)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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