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즐겁게 노는 아이들과 싫어하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한 아이 [출처=투데이코리아DB, 방송화면 캡쳐]
너무 일찍 사교육 현장에 내몰리는 아이들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차 어려지고 있다. 마음껏 뛰놀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이 벌써부터 무한 경쟁의 구도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단순한 합리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남들보다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비교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남들이 뭔가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영어 사교육과 관련된 단어로 검색해보면 "내 자식이 다른 건 못해도 영어는 잘 했으면 좋겠다"거나 "외국인과 영어로 한 마디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부끄러움을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글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욕망은 온라인 상을 벗어나 현실세계에서도 발현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미취학아동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유치원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이 아이를 사립초등학교나 외국인학교로 입학시키기 위한 필수코스로 인식되면서 우리사회에서 일정 수요를 확보하게 된 탓이다.
실제로 전국의 영어유치원 수는 지난해 기준 225곳에 달하고 총 9,741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영어유치원 원비는 서울 강동 지역 21개 영어유치원의 평균 학원비가 12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 강남지역 20개 영어유치원의 평균 학원비는 118만원, 서울 동부지역 113만원, 서울 동작지역 104만원 등 순으로 비쌌으나 교습비만 놓고 봤을 때는 서울 강남이 102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교습비에 급식비, 피복비, 차량비, 기타 재료비 포함하면 약 130만원에 호가한다. 거의 국립대학 등록금과 비슷한 액수다.
이때문에 최근에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일이 과거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변용되어 삼천을 들여 자녀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다는 신 맹모삼천지교(新 孟母三遷之敎)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부모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자녀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휼륭한 영어 능력을 갖출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 아이들의 절반(50%)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영어사교육을 시작한다. 반면 강북 아이들은 대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서야 영어교육(전체의 39.8%)에 나선다.
출발선에 따라 희비도 엇갈렸다. KDI는 "도시와 읍면, 도서벽지 학생 간의 영어성적 격차가 전국 영어성적 표준편차의 40% 내외에 달하는 등 성적 차이가 컸다"고 분석했다.
이는 부모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과도 연관이 깊다. 소득이 100만원 오르면 자녀 영어수능 성적이 2.9점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준에서 수학은 1.9점, 국어는 2.2점 상승했다. 사교육비 투자에 따른 교육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사실을 볼때 선행적인 영어 학습이 미래 영어성적에는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단순한 영어 수능성적만이 반영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영어교육의 수준은 단순한 수능 영어 고득점이 아닌 원어민 수준의 구사능력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국립대 대학 등록금 버금가는 영어 유치원 교육 과연 효과 있나?
그렇다면 과연 단지 이른 영어 교육 시작이 아이들이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담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2011년 10월 24일 한 방송에서는 이러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8세 아동과 20살 대학생들을 같은 조건에서 접해보지 않은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평가를 내려보니 대학생들이 어휘력, 문장능력, 발음능력에서 모두 우위를 나타냈다. 간에 퍼져있는 아이가 어릴수록 외국어 습득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사진=8세 아동과 대학생의 외국어 습득 능력 실험결과 [출처= 방송화면 캡쳐]
이에 대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방송에서 "외국어를 단순히 배우기만 한다면 교실 외 환경에서 접할 기회가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국어 교육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제2외국어와 외국어의 차이다. 제2외국어 학습의 경우 현지인과 동일한 수준까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민을 간 경우처럼 일상생활에서 해당 언어를 쓸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했을 경우만 제2외국어 학습에 해당된다. 하지만 외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한국에서의 학습은 해당사항이 없다.
영어 유치원이 이민환경과 같은 영어 노출 빈도를 제공해 줄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외국어 학습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또래집단과의 대화마저 한국어로 진행된다면 아이들의 학습 효율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해당 방송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단지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아이가 제한된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각을 해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명시적 학습의 범주에 속한다.
일부 영어 유치원서는 아동학대 논란도 불거져
이렇게 영어 유치원 교육의 효율성에 의심이 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영어 유치원에서는 한 교사를 둘러싸고 아동 학대 논란이 제기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본지에 입수된 제보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A 영어 유치원에서 한 원어민 교사(L)가 한 아이(J군 6세)에게 화장실을 가지 말라고해 해당 아동에게 심각한 문제가 유발됐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보자는 이런 거절이 여러차례 계속되어 결국 J군은 소변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근육이 힘주는 조절을 잃게 되어 속옷이 많이 젖어 하루에도 여러번 옷을 갈아입힌다는 사실상의 소변장애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그 결과 병원치료와 심리치료, 아동정신 상담을 병행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A 영어 유치원 측의 입장은 달랐다.
A 영어 유치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L 교사가 직접적으로 화장실을 가지 말라고 한 적은 없고 다만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노래를 마저 부르고 화장실 가라고 한 적은 있다"란 답변을 내놨다.
해당 교사의 적법한 신분은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범죄·건강경력을 다 점검하므로 유치원 측에서 직접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교사의 신분이 확실하다면 관련된 자료를 본지에 보내 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흔쾌히 "보내드리겠다"고 말했으나, 전화통화를 한 지 거의 한달이 지나가도록 관련된 자료는 받을 수 없었다. 전화 연락도 더 이상 되지 않았고 A 영어 유치원 측에도 여러차례 연락을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지원청 학원관리팀 관계자는 "이미 아동학대 전문 조사 기관과 A 영어 유치원에 방문해 조사 중" 이라며 "처리 규정은 있으나 독자적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어 외부 아동학대 전문 조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조사 기관의 결과가 나와야 처리 규제에 따른 후속 조치가 가능하나 결과가 나오는 데는 최소 2달 이상이 걸린다" 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영어 유치원 교사 채용에 있어서는 적절한 학력 수준과 자격수준은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으며 단지 특정인종(백인)의 유무만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 움직임·북유럽식 양육법 참조 할 필요
이렇게 한국의 아이들은 적정수준의 자격 보유 유무가 분명치 않은 교사와 함께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효율 여부가 의심되는 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이웃나라 대만 정부는 발빠르게 자국 아이들이 보호에 나서고 있다.
대만도 한국 못지않은 사교육 광풍이 부는 나라인데 최근 미취학아동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려고 추진 중이다.
법안의 내용은 "만 6세이하 어린이는 주산, 암산, 영어, 작문, 속독 등 학원에 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참조해 우리 정부도 유아 사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모들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최근 소개한 일곱 살 전엔 글 읽기를 가르치지 않고, 학원이나 컴퓨터 게임보다는 산책이나 수영을 즐기게 한다. 또한 레고(블록 장난감)등으로 아이의 논리와 공간지각능력이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북유럽식 양육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 가정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 이러한 양육방식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북유럽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렇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양육방식이 남들과의 경쟁에만 눈이 먼 한국의 신 맹모들에게 적지않은 바를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