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묵상 24-09
<나는 땡감이다.>
명절에 받은 곶감 선물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승천해도 모를 정도-
한두 번 씹고 넘기기는
너무 아쉬워서
죽이 되도록 맷돌질 하며
지그시 눈을 감고
옛 고향집터를 둘러본다.
이웃집 감나무 밑에
벌레 먹어 떨어진 땡감
떫은 맛 우려내려고
물 고인 논바닥
진흙 속에 묻어 놓았다가
다음 날 꺼내 개울물에
대충 흔들어서 먹던
네 살배기 내 모습이 보인다.
먹거리 너무 귀할 때
유일한 간식 셀프조달
그에 비하여
씨도 없고 쫄깃쫄깃
꿀처럼 달고 커다란 곶감
곶감의 땡감시절을
눈을 감고 더듬어 본다.
푸르고 떫고 딱딱해서
바늘도 안 들어가는 땡감
한입 씹었다간
억!~~ 벌레 씹은 듯
입을 아물지도 못하고
비명을 질러야 하는 땡감
그러나 과원 지기는
땡감을 따지도, 버리지도,
천대도, 투덜대지도 않는다.
늦가을 된서리에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탱자나무 가시울타리 두르고
불량배들 손탈까봐
시시때때로 살핀다.
땡감인데도-
어느 날 장대로 털어
꼴망태에 가득 담아
대청마루에 부어놓고
예리한 칼로 껍질을 깎고
열 개씩 싸릿대에 끼어
열 줄로 한 접씩 엮어
시렁에 매달아 말리면
설탕을 뿌린 듯
하얀 분꽃이 피어나며
긴긴 겨울밤 배고파 우는
아기의 울음도 그치게 하고
호랑이도 무서워 도망가는 곶감
시골 오일장에 내다 팔아
막내 월사금도 마련하는 곶감.
너무 많이 먹으면 거시기-
싸릿대 용도는 아시는지?
땡감처럼 교만한 이 죄인
버리지 아니하시고
눈보라해풍에 동태 되게 하시고
예리한 칼로 두 동강을 내시고
절구에 찌어 떡판 되게 하시고
옆구리 찔러 뼈만 남게 하시고
대청마루 대들보에 매달으시니
곶감 만드시려나?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어디선가 천둥소리 들리네!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며,
부활의 곶감 되기를 기다립니다.
https://cafe.daum.net/smallwaterdrop/KU4B/590
선교중앙교회, 월드미션센터,
세계어린이문화센터, 김윤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