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516]매헌(梅軒)권우(權遇)-秋日絶句
秋日絶句
매헌(梅軒)권우(權遇)
竹分翠影侵書榻
- 대나무는 푸른빛 나누어 글 읽는 자리에 스며들고,
菊送淸香滿客衣
-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어 손님 옷에 가득하네.
落葉亦能生氣勢
- 낙엽 또한 기세를 일으켜,
一庭風雨自飛飛
- 온 마당 바람 비에 스스로 날리네.
이하출처= 秋日(추일) 가을날 權遇(권우)|작성자 준수할아버지
秋日 가을날 權遇(권우, 1363~1419)
(추일)
竹分翠影侵書榻
푸른 대나무 그림자가 책 읽는 자리에 스며들고,
(죽분취영침서탑)
菊送淸香滿客衣
국화는 맑은 향기를 보내 나그네 옷에 가득하네.
(국송청향만객의)
落葉亦能生氣勢
지는 낙엽도 또한 능히 기세를 일으켜,
(낙엽역능생기세)
一庭風雨自飛飛
뜰 가득한 비바람 속에 절로 이리저리 날리는구나.
(일정풍우자비비)
[직역]
대나무는 푸른 그림자를 나누어
책 읽는 자리에 스며들고,
국화는 맑은 향기를 보내
나그네의 옷에 가득하게 한다.
떨어진 나뭇잎도
능히 기세를 일으켜,
온 뜰의 비바람 속에서
저절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구나.
[한자 공부]
秋(가을 추) 日(날 일)
竹(대 죽) 分(나눌 분) 翠(푸를 취) 影(그림자 영)
侵(침노할·스며들 침) 書(글 서) 榻(걸상 탑)
菊(국화 국) 送(보낼 송) 淸(맑을 청) 香(향기 향)
滿(가득할 만) 客(나그네 객) 衣(옷 의)
落(떨어질 락) 葉(잎 엽) 亦(또 역) 能(능할 능)
生(날 생) 氣(기운 기) 勢(기세 세)
一(한 일) 庭(뜰 정) 風(바람 풍) 雨(비 우)
自(스스로 자) 飛(날 비) 飛(날 비)
[작자 소개]
권우(權遇, 1363~1419)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활동한 문신이자 학자이다.
본관은 안동(安東)이며, 자는 중려(仲慮), 호는 매헌(梅軒).
포은정몽주의 제자, 정인지의 스승이다.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학자 권근(權近)의 아우로, 학문과 문장에 뛰어났으며
여러 관직을 지냈다. 특히 권우는 충녕대군이 세자가 된 뒤 세자빈객(世子賓客)이 되어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학문뿐 아니라 시에도 뛰어나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고 청아하게 표현하였다.
그의 문집으로 《매헌선생집(梅軒先生集)》이 전한다.
「秋日」은 대나무의 푸른 그림자와 국화의 맑은 향기,
비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통해
고요함과 생동감이 공존하는 가을날의 정취를 아름답게 포착한 작품이다.
[작품 배경]
이 작품은 가을날 서재 주변의 풍경을 노래한 칠언절구이다.
시인은 특별한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 읽는 자리 가까이 드리워진
대나무 그림자, 옷에 스며드는 국화 향기,
그리고 비바람을 타고 뜰을 날아다니는 낙엽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풍경 속에는 가을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앞의 두 구절은 대나무와 국화를 중심으로 맑고 고요한 가을의 정취를 보여 주고,
뒤의 두 구절은 낙엽과 비바람을 통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을 풍경을 그려 낸다.
따라서 이 시는 정적인 풍경에서 동적인 풍경으로 변화하는 구성이 특히 돋보인다.
[시구 풀이]
竹分翠影侵書榻 죽분취영침서탑
“푸른 대나무 그림자가 책 읽는 자리에 스며들고”
翠影(취영) : 푸른 그림자.
書榻(서탑) : 책을 읽는 자리.
→ 대나무의 푸른 그림자가 서재 안까지 드리워진 모습을 표현하였다.
청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菊送淸香滿客衣 국송청향만객의
“국화는 맑은 향기를 보내 나그네 옷에 가득하네.”
淸香(청향) : 맑고 그윽한 향기.
客衣(객의) : 나그네의 옷.
→ 국화 향기가 옷자락까지 스며드는 모습이다.
대나무의 **푸른빛[翠影]**과 국화의 **향기[淸香]**를 함께 표현하였다.
落葉亦能生氣勢 낙엽역능생기세
“지는 낙엽도 또한 능히 기세를 일으켜”
落葉(낙엽) : 떨어진 나뭇잎.
氣勢(기세) : 힘차게 움직이는 기운.
→ 힘없이 떨어진 낙엽이 바람을 만나 다시 살아난 것처럼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一庭風雨自飛飛 일정풍우자비비
“뜰 가득한 비바람 속에 절로 이리저리 날리는구나.”
一庭(일정) : 온 뜰, 뜰 가득.
風雨(풍우) : 바람과 비.
飛飛(비비) : 잇따라 날리는 모습.
→ 낙엽이 비바람을 타고 온 뜰을 날아다니는 역동적인 장면으로 시를 마무리한다.
[감상]
권우의 「秋日」은 대나무와 국화, 낙엽과 비바람이라는
익숙한 자연물을 통해 가을의 고요함과 생동감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첫 두 구절은 매우 정적이다. 대나무의 翠影(취영)이 책 읽는 자리까지 조용히 스며들고,
국화의 淸香(청향)은 나그네의 옷에 은은하게 배어든다. 눈으로는 대나무의 푸른 그림자를 보고
코로는 국화의 향기를 느끼게 하여, 가을 풍경을 시각과 후각으로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그러나 뒤의 두 구절에서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땅에 떨어져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 낙엽이 비바람을 만나 다시 기세를 얻어 온 뜰을 힘차게 날아다닌다.
특히 「落葉亦能生氣勢」는 낙엽을 단순히 쓸쓸하고 쇠락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움직임과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自飛飛」의 반복적인 어감은 수많은 낙엽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이처럼 시인은 翠影과淸香의 고요한 세계에서 風雨와飛飛의 역동적인 세계로 시상을 전환하며,
쓸쓸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을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원문=梅軒先生集卷之五 / 七言絶句
秋日絶句
竹分翠影侵書榻。菊送淸香滿客衣。
落葉亦能生氣勢。一庭風雨自飛飛。
해동잡록 6=권우(權遇)
본관은 안동으로 자는 중려(仲慮)며 처음 이름은 원(遠)이고
호는 매헌(梅軒)이며 양촌의 아우다.
젊어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호)의 문하에 다니며
성리(性理)의 학문에 정밀하였으므로 양촌이 늘,
“나는 아우만 못하다.” 하였다. 신우(辛禑) 때에 과거에 급제하였고,
본조에 벼슬하여 예문제학(藝文提學)에 이르렀으며, 문집이 세상에 전한다.
○ 〈추일시(秋日詩)〉가 있는데,
대나무는 푸른빛 나누어 글 읽는 자리에 스며들고 / 竹分翠影侵書榻
국화는 맑은 향기 보내어 손님의 옷에 가득하네 / 菊送淸香滿客衣
낙엽 또한 기세를 일으켜 / 落葉亦能生氣勢
온 마당 바람 비에 스스로 날리네 / 一庭風雨自飛飛
라고 하여서
점필재가 평하기를, “기이하게 고요하면서도 말은 시끄럽다.” 하였다. 〈제격주(諸格主)〉
○ 매헌의 시와 문장은 정미한 금이요, 아름다운 옥이며,
굳고 바르면서도 온화하고 우아하여 읽을수록 맛이 난다. 〈묘지(墓誌)〉
○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호)의 화상을 만들고 찬(贊 사람의 공덕 등을 칭송하는 글)하여
이르기를,
아, 주 나라의 덕이 하늘 같아서 / 噫周德之如天
서산에서 고사리 캐는 것을 문책하지 않았으며 / 不問西山之採薇
한조(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를 가리킴)의 중흥함에 미쳐서도 / 曁漢祖之重興
또한 낚시질하는 물가에서 양구(양털로 만든 갖옷)를 용서하였는데 / 亦放羊裘於釣磯
지금껏 천여 년 동안 / 迄今天餘歲
이 마음과 이 이치의 어김 없음을 믿겠다 / 信此心此理之無偉
하였다. 《동문선》
○ 매헌이 홀수와 짝수를 논하면서 밝게 비유하기를,
“이는 알기 쉽다. 사람이 밥을 먹을 적마다 먼저 숟가락을 잡은 다음에
젓가락을 내리는데, 숟가락은 홀이요 젓가락은 짝이니,
이것이 그 수이지만, 다만 사람이 스스로 모를 뿐이다.” 하였다.
문집의 발문(跋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