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사본의 오류에 대처하는 서기관
아래 글은 신학 동기 단토방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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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실수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띄어쓰기를 틀리게 하거나 철자를 잘 못 쓴 경우다. 고대 히브리어는 자음만 기록하고 모음은 구전으로 전승이 되었기 때문에 같은 발음인 알렙(א)과 아인(ע), 사멬(ס)과 쉰(ש), 타우(ט)와 테드(ת)를 바꾸어서 기록할 때가 있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므로 당연히 띄어쓰기나 철자가 틀린 것은 “삭제”하고 다시 써야 한다. 그러나 서기관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틀린 단어는 그대로 놔두고 괄호 안에 올바른 단어를 써놓는 방법으로 처리했다.
서기관들은 왜 그런 식으로 사본을 만들었을까? 현재 자신들이 판단하기에는 띄어쓰기와 철자가 틀렸다 할지라도, 훗날 “그렇게 기록하게 된 이유”가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관들이 사초에다 왕을 비판적으로 기록했다 할지라도 왕은 그것을 읽어볼 수도 없었고 “삭제”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초를 읽어본 왕이 있었다. 그는 연산군이었다. 그는 사초를 읽어 본 후 영남 사림파를 숙청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것이 무오사화다.
동기 단톡방에 누가 잘못된 글을 올렸다고 하자. 그러면 반론을 제기하면 된다. 그러면 동기들이 그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어 시야가 넓어진다.
그런데 그런 글을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삭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동기들이 논쟁을 통하여 시야를 넓힐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그런 일은 공산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성경 오류에 대처하는 서기관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