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암울하게 보냈습니다.
그 생각만 하면(하려고 해서가 아닌 저절로 들어서) 온 몸에서 기운이 좍 빠져나가는 절망감에 사로 잡히면서,
무슨 놈의 팔자가 쪼들리는 거야 그렇다 쳐도(?), 죽도록 일만 하라는 건지, 일한 보람은커녕, 실컷 (요 아래 글 '진화'를 포함한 한 달 정도)온갖 정성들여 했던 일마저 다 날려보내서 처음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할 처지니...... 너무 억울하고 약올라 못 살겠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라 내가 생으로 늙네, 늙어...... 하고 꿍꿍 앓으면서 자조 섞인 신세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컴퓨터 본체는 떼어서 보냈기 때문에 뎅그러니 남아 있는 모니터가 눈에 띌 때마다,
그 안을 열어보면(전원을 연결시키기만 하면) 바로 그 문서들이 나올 것 같은데, 그 애쓴 기록물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니!
사람 미치고 팔딱 뛸 것 같습니다.(그 후유증도 오래 갈 것 같네요.)
그렇게 주말을 보냈고,
월요일도 점심 무렵에야 그 컴퓨터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요,
그의 의견은, 컴퓨터의(C) 자료 복구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 같고(그 말에 전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렇지만 컴퓨터의 부품 등은 괜찮은 것 같으니 수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리를 해놓으면 앞으로도 몇 년은 너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끝내, 제가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던 불길한 예감이 제대로 적중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지요.
왜 그런 일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인정사정없이) 휘몰아치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또 현실적으론,
그렇잖아도 사람 뛰다 죽겠구만, 자료 복구도 불가능하다면 굳이 컴퓨터 수리를 해서 뭐해? 돈도 없는데...... 하고 있었는데,
그 컴퓨터를 갖다놓아봤자 먹통이라, 속은 속대로 썩을 것 같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음악도 못 들을 게 걸리면서는,
그리고 언젠가는 수리를 해야만 할 것이라서,
"만약 수리한다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되겠소?"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몇 가지 부품을 들면서, 뭐 0만원, 뭐 0만 원... 하는데, 근 30만 원 돈이 든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저는,
뭐야?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쪼들리는 형편에 그 돈을 들여 수리를 해?(한 10만 원 안팎이면, 어떻게든 하려고 했는데......) 하고 고개까지 흔들고 있었는데요,
"그럼, 컴퓨터를 갖다 드릴까요?" 하고 묻는데,
사람 환장하겠드라구요.
이러다 화병나겠습니다......
그냥 가져오라고 해봤자,
그 무용지물을 방구석에 놓고 뭘 어쩌겠냐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은 그걸 수리해 가져와도 대금을 지불할 돈도 없는 게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가져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고심 끝에 결국 그 결제방법을 물었더니,
현금이거나 계좌이체 등에 대해 얘기하던데,
저에게 그런 목돈이 있을 리가 없었고, 계좌이체라도 하려면, 25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기초연금 등이 입금돼야 하니),
그 얘길 했더니,
"그럼, 컴퓨터는 그 이후에 갖다 드리면 되잖아요?" 하기에,
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다가,
하는 수 없이 그렇게라도 하기로 했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 컴퓨터가 없으면 또 그만큼 제가 불편할 테니까요.)
아, 그렇게...... 주말 내내 제 진을 다 빼놓았던 '컴퓨터 사건'은 그런 식으로 마무리가 될 듯합니다.
25일 이후에 수리된 모습으로 여기로 돌아오면, 일단락이 되는 모양새로요.
(이런 얘기를 이렇게(뭐 자랑이라고) 공공연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 됐든 그 일 때문에 염려해주실 분도 계실 것이라서... 그 결과를 이렇게나마 알리는 거랍니다.)
첫댓글 아픈 마음이 느껴집니다. ㅠ
'그 또한 지나가리라(잊혀지리라)...'는 말이 있지요?
살다 보면 또, 잊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