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돈까스15000 비프스테이크35000
스크린여주인과 거침없이 짝꿍 하는 제비에게 뿔이
났지만 스크린여주인 때문에 쁘리쌰의 자존심은 팍팍 긁혔다. 아니 와장창 깨졌다.
이 썅년이 제비를 완전 홀리는구나! 이럴 때 난
어떡해야하지? 한방 날려? 머리채 잡고 흔들어? 아니야, 그러다 유치장 가면 저년한테 제비 완전 갈취당할 텐데.
쁘리쌰의 머릿속은 온통 스크린여자에게 본 때 보여
줄 궁리로 가득했지만 별 뾰쪽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맞아! 내가 제비 저놈의 마누라인척 하면
저년이?
허지만 이 생각도 틀린 것을 깨달았다. 아직 한
번도 제비의 부인을 본적도 없고 또 구태여 만나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 여자 흉내 낸다는 건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40이
넘도록 다른 여자와 비견해 본적 없던 쁘리쌰는 속이 끓었다. 충무로 남자들 앞에서 기고만장하던 자신이 스크린주인여자 앞에서 맥을 못 추는 것
같아 속이 있는 대로 문드러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카페아웃인에 오는 충무로남자들, 은근한 내 미소에 오금을 못 펴고 비실비실 댔는데 이제 겨우
40인 내가 여자의 일생, 그 끝에 선 것인가? 자신의 작살애교에 필이 꽂혀 카페아웃인의 단골 되었던 남자들을 생각하며 이럴 수가 있나?
쁘리쌰는 한숨이 나왔다.
사실 그랬다.
카페 아웃인에 오는 남자들은 한결같이 쁘리쌰가
충무로최고 미인이라고 했다. 한술 더 떠는 남자들은 쁘리쌰를 몇 년 만 젊었으면 탤런트 아무개 아무개는 트럭타고도 못 쫒아 온다고 했다. 영원한
충무로의 전설적 미인이라고 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그런 말하는 남자들에겐 무조건 커피도 더 진하게 뽑아줬고 쿠키도 한 개 더 쟁반위에 올려 주던
쁘리쌰다.
제비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 제비를 만나던 날 쁘리쌰에게 했던 제비의
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어록이었다.
“제 생애 처음 만나는 미인이십니다. 아! 심장이
멎을 것 같습니다.”
쁘리쌰는 제비의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몽롱했었다. 마치 길 잃은 밤안개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것 같았다. 제비의 다음 말은 쁘리쌰를 자기체면에 완전히 마취시켰다.
“여사님 아름다움은 아침햇살보다 더 찬란합니다.
제가 살아있을 때 꼭 한번은 영상에 담고 싶었던 바로 그 아름다움. 여사님의 그 아름다움에 눈이 부십니다.”
호수같이 은근한 눈길로 마주보며 내 뱉는 제비의
말에 갑자기 쁘리쌰는 현기증을 느꼈다. 현기증에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로잡으며 쁘리쌰가 물었다.
“작가님이세요?”
“뭐 작가랄 것 까지 없는, 그저
삼류광고사진쟁이입니다.”
“어머머. 사진작가시네요. 어머머.
어머머.”
제비가 느닷없이 물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네 말씀하세요. 저 오해 안
해요.”
“그렇다면 실례를
무릅쓰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만약 이것이 제비의 엉큼한
작업이라해도 쁘리쌰는 무엇이든 실토하고 싶었다. 말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도 다 던져 주고 싶었다. 아니 아니, 승냥이의 먹이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제비가 왼손을 덥석 잡으면 오른 손도 재빨리 내 주고 싶은 심정이었던 쁘리쌰. 그러나 제비는
그때 엉뚱한 것을 물었다.
“여사님의 모든 건 자연산이죠? 보조개도?
맞죠?”
“네에?”
“그러니까 눈이라든가 뭐 그런 거 말입니다.
남자가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구요.”
쁘리쌰가 제비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으며 말했다.
“전 아직 눈썹도 붙여 본적
없어요.”
“오! 그런데도 속눈썹이 그렇게
기세요?”
이날 쁘리쌰는 제비라는 남자를 만났다는 것을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제비에겐 뭔가 특별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제비가 주문한 점심. 돈까스
15000원. 이걸 간 크게 35000원짜리 횡성한우비프스테이크로 바꿔 내놓았다. 카페열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가지 씌운 것이 아닌데도
한사코 제비가 차액 25000원을 지불하고 가자, 그날 밤 쁘리쌰는 제비를 카페 아웃인으로 은밀하게 초대했다.
쁘리쌰의 이 초대는.
첫사랑이후 명치끝 아래로 완전 수장시켜 온 사랑의
감정을 수면위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혀 예감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많은 프러포즈를 받으면서 지조를 지켜 온 충무로의 여우 쁘리쌰가
일시에 허물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은밀한 초대 이후.
제비와 쁘리쌰는 대 놓고 공개하는 사이로
비상했다.
제비는 쁘리쌰 밖에 몰랐고 쁘리쌰는 제비가
유일했는데.
어제 까지 그랬는데.
아니 방금 전까지 분명했는데.
지금, 30대 스크린여주인과 노닥거리는 제비를
보자 젊은여자 앞에 서있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졌다.
쁘리쌰의 가슴은 용광로처럼
이글거렸다.
충무로에 여우가 몇 살지만 나를 능가할 여우는
없다고 자부했던 어제까지의 일들이 교만 같아 슬펐다. 벌써 인생의 퇴물이 된 것 같아 좌절감이 들었다. 그리고 분노에 치가 떨렸다. 이 개 같은
년이? 30대 스크린주인여자의 출현에 쁘리쌰는 절대위기감을 느꼈다.
여자 나이 한두 살 차이가 이렇게 무서운 줄
예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쁘리쌰는 깊은 한숨을 삼켰다.
스크린주인여자는 30대 후반. 새로 등극한
충무로여우계의 신성. 여우 중의 요물 백여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때는 자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머머. 저 찍으시는
거에요?”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두
손을 겹쳐 네 개의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만들어 자신을 요모조모 손가락사각형 안에서 관찰하는 제비가 마치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는 스머프같아
쁘리쌰의 가슴은 20년 만에 팔딱팔딱 뛰었다. 첫사랑 그 남자의 고백을 받던 21살의 그날 밤만큼 심장이 뛰었다.
“환상입니다. 여사님같은 모델을
찾았는데.”
“어머머. 어머머.
모델이랬어요?”
“네.
쁘리쌰는 모델이란 말에 거의 환각상태에 빠졌다.
충무로 영화감독이나 CF감독이 좀 많아? 그 감독들이 카페아웃인에 얼마나 자주 와? 그들 중, 아직 한 놈도 하지 않던 말을 하는 제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제비가 말하는 모델이 옷을 벗는 모델인지? 옷을
껴입는 모델인지?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왜냐면 사랑은 한 순간에 타오르는 것이니까. 이런
현상을 눈꺼풀에 뭐가 씐다고 하지만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랬던 제비가 지금 스크린주인여자 하고 수작떠는
꼴을 쁘리쌰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왜냐면.
스크린주인여자한테 한 말. 천상의 목소리? 뭐?
퀸허스키? 이 개새끼가. 쁘리쌰는 또 숨이 콱 막혔다.
왜냐면!
카페아웃인에 초대했던 그날
밤에.
“여사님 목소리는 더 죽이네요. 마치 나비 날갯짓
같은 목소립니다.”
제비가 이렇게 말했을 때 쁘리쌰는 눈만 뜨고
있었지 혼은 이미 자신의 육체에서 빠져 나가고 없었다. 나비가 날 때 소리를 내는지. 어떤 소리가 나비날갯짓 소린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쁘리쌰는
제비의 이 말이 너무 좋았다. 아니 황홀했다. 아니 아니, 꿈속에서 노랑나비가 되어 날고 있는 것 같았다.
스크린주인여자가 제비에게 말했다.
“제 목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으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스크린여주인에게 제비가 즉각
대꾸했다.
“네, 그래야죠. 시간나면 녹음기 들고
오겠습니다. 사장님 목소리 취입해서 제 광고에 한번 사용하려구요.”
그 순간 쁘리쌰의 눈에 섬광이 번쩍했다. 오로지
쁘리쌰만 느끼는 번갯불이었다. 쁘리쌰는 그날 제비가 주문했던 돈까스 아니지. 횡성한우비프스테이크에 태국고추 프릭키누 소스를 잔뜩 곁들여 제비의
면상에 콱 쳐 박아 주고 싶었다. 뒈지던지 말던지. 그러나 지금은 스크린골프장.
이번엔 제비가 여주인에게 야리꾸리한 눈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제비가 말할 때 쁘리쌰의 손가락은 C자로 꼬부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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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자들의 질투가 시작 되는 군요...
ㅎ
여자는 질투없으면 시체죠?
매력은 여자의 질투에서 나오는 거니까요...ㅎ
질투 빼놓고 나면 아무것도 없겠슴니다.
질투의 고향은 여자요 그,주소도 여자라는 어느 명인이 하신말씀 생각납니다.
잘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질투말고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내일 아시게 될겁니다...ㅋㅋㅋㅋㅋ
여자는 질투 빼고나면 시체라고 했던가요,,,
즐감해 봅니다
ㅎ
그렇지 않은것 같던데요..요즈음 여자들은요...ㅎ
고운 밤되세요
다음편 보시면 제 말이 맞을 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