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51위 리히텐슈타인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3조 예선에서 FIFA 랭킹 8위이자 지난 유로2004 준우승에 빛나는 '강호' 포르투갈과 2-2로 비기는 기염을 토했다.
언뜻보면 예측불허의 유럽축구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결과.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이 A 매치에서 승점을 확보한 것은 무려 8년만의 일이다. 인구 3만2,000 명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은 지난 8년동안 A매치에서 단 4골만을 터뜨렸을 정도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왔다. 또 동 기간동안 단 한차례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으며 패배만 무려 20회에 달한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리히텐슈타인은 '돌풍의 중심' 슬로바키아에 0-7로 대패하는 등 과거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해 왔다. 또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전반 23분 파울레타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 이어 수비요원 해슬러가 자책골까지 넣는 우를 범하며 패색이 짙었던 게 사실.
그러나 리히텐슈타인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요원 프란츠 버크마이어가 벼락같은 골을 터트리며 반격을 펼쳤고 후반 31분, 미드필더 토마스 벡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과거 A 매치 득점과 대비하면 4년동안 넣어야 할 골을 후반 45분 동안 터뜨린 셈이다.
자국축구에 관심이 없던 리히텐슈타인 국민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지사. 8년만의 A 매치 승점 확보 사건은 리히텐슈타인의 주요일간지 머릿기사를 장식했음은 물론이고, 기타 유럽의 언론에서도 일제히 보도되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쟁쟁한 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을 상대로 했던 사건이라 리히텐슈타인의 기쁨은 배가 된 듯 하다.
리히텐슈타인은 이로써 1무2패를 기록, 이날 러시아에 0-4로 패한 '동병상련국' 룩셈부르크(4패)에 앞서는 조 6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