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 주신글]

인생은 재즈다. 세계적인 재즈싱어
나윤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이어령 교수가 연출한 굴렁쇠 소년
개회식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경기장에는 정적이 흐르는데, 한 어린이가 홀연히 나타나 잔디밭에서 굴렁쇠를 굴렸다.
이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시선이 온통 이 소년에게 쏠렸다,
소년은 경기장 중앙에서 잠시 멈춘 듯 하더니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굴렁쇠를 굴리며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이 퍼포먼스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세계평화 와 인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큰 울림을 남겼다.
나윤선은 재즈라는 서양 노래를 부르는 가수지만 조국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행사에는 꼭 아리랑을 부른다. 2014년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되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굴렁쇠 소년의 퍼포먼스나 나윤선의 아리랑은 기장 잘 된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판문점 도보다리를 기획한 탁현민의 연출은 여기에서 잠시 미루는 게 좋겠다.
행사 공연의 여왕
50살의 한 한국 여성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탑클래스 아티스트로 인정을 받고 있다. 또한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주목을 받는다. 재즈계의 여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윤선은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가 극찬할 정도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 등지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해마다 100회 이상 공연을 한다. 과연 행사의 여왕답다.
월드투어를 자주하기 때문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재즈의 날에는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번엔 이머전(Immersion·몰입) 10집을 발표하여 홍보 차 한국에 왔다. 다음에는 월드투어를 할 예정이다.
성장 배경
국립합창단은 국내 최초 프로합창단이다. 나영수 단장이 아버지다.
예그린은 국내 최초 뮤지컬 악단이다. 리드 싱어 김미정 씨가 어머니다.
나윤선은 이런 부모 밑에서 일찍부터 음악을 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 선대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아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수로는
불후의 명곡 출연자 손태진과 외할머니 심수봉
무형문화재 판소리 명창 조통달과 미성 조관우 그리고 아들 조현이다. 이모할머니는 판소리 명창 박초월이다.
학창시절
당시에는 음악을 따로 배울 생각이 없었다. 단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걸 좋아했을 뿐이다.
고등학교 교생 선생님이 불문과 출신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외국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샹송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대학은 불문과를 선택하고. 대학에서는 샹송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재학 중에는 샹송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부상이 프랑스 아비뇽 한 달 연수다. 그래서 휴학하고 1년 동안 프랑스에 가서 내내 샹송만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낼 때였다. 친구의 권유로 록 음악 '지하철 1호선' 테이프를 어떤 밴드에 보냈는데. 얼떨결에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노래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노래 중에는 재즈가 더 끌렸다. 그래서 1995년 프랑스로 떠나. 재즈 스쿨(CIM)에 입학하였다.
음악의 이해
미국에서 재즈를 부르는 가수는 대부분 허스키 목소리에 풍부한 성량을 가진 흑인 여성이었어요. 저는 흉내를 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안 되더군요.
그래서 제 목소리로는 안 될 것 같다고 주임교수에게 털어놨죠. 제 고민을 듣고는 한참을 웃으시더니 다양한 재즈를 들려줬어요. 전혀 재즈가 아닌 것 같은 음악도 자세히 들어보니 재즈였습니다.
그 뒤로 재즈 스쿨을 세 군데나 더 다녔습니다. 성악과 테크닉을 많이 배우고 싶어서였습니다.
6년 차에는 이런 제안도 받았습니다. 서양 애들과는 다르게 노래를 부르는데? 그대로 가르쳐 줄 수는 없냐고?
인생은 재즈입니다. 즉흥적이고 자유롭습니다. 목표요?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저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조금은 나은 환경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음악은 빠른 토끼가 아니라 느린 거북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오래 버티는 사람이 거북이처럼 결국 해냅니다. 그러니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세요.
인간의 목소리가 제일 아름다운 악기입니다. 색깔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생겨서 아름다운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지 마세요. 나만의 색갈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모습을 보여주면 듣는 사람도 분명 그렇게 느낄 겁니다.
평가
나윤선은 이 세상의 음이라고 믿기지 않는 변화무쌍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재즈 싱어라는 찬사도 받지만, 한편으로는 ‘저게 무슨 재즈냐’며 타박 듣기도 한다.
그녀의 재즈는 빨라지는 연주에 맞춰, 거칠고 세졌다가도 이내 다시 수줍은 듯이 소리를 토해낸다. 그리고 관객과 눈을 맞추면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노래한다.
쑥대머리는 아니라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씬가 뭔가. 부르면 그래도 봐주지! 이게 무슨 창가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할멈! 너무 오래 살았는가봐! 자꾸 들으니 묘하게 땡기네! 뉘 집 딸이여? 손부 감으로 어뗘? 싸게 알아 보랑께!
나이, 인종, 배경, 성별 등 상관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재즈다. 이렇게 서서히 재즈 보컬리스트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윤선의 재즈와 아리랑을 유트부로라도 들어보자.
허주의 아침산책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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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 Sun Nah - Momento Magico, Empty Dream - LIVE 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