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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실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를 가미한 리얼판타지입니다.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역사적인 인물과 장소, 사건들을 사용하였지만 실제와는 무관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5. 고서(古書)
[경주 박물관 앞]
“교수님, 도착했습니다.”
경주 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승엽은 뒷좌석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김 교수를 깨웠다.
“음~~ 벌써 경주에 도착했나?”
김 교수는 기지개를 한번 쭉 펴더니 이내 차에서 내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김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박물관의 책임자인 조 관장이 나와 김 교수의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조 관장, 그 동안 잘 있었는가?”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 교수님도 그동안 별고 없으셨지요?”
“덕분에 이렇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네.”
“근데 옆에는 누구....?”
조 관장은 승엽을 쳐다보았다.
“아참! 서로 인사하게.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은 학교에서 나의 일을 돕고 있는 이승엽 연구원이고, 여기는 대학 후배 겸 여기 경주 박물관의 총책임자인 조찬제 관장일세.”
“안녕하십니까, 이승엽이라고 합니다. 교수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승엽은 조 관장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승엽군, 반갑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별말씀을요. 제가 앞으로 잘 부탁드려야죠.”
“그건 그렇고, 이곳으로 급히 올라오라고 한 용건은 뭔가?”
“그 이야기는 제 사무실에 들어가서 하도록 하죠.”
조 관장과 김 교수 일행은 박물관 1층 로비 끝에 있는 조관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두 명의 남자가 뭔가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 교수 일행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그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개하겠습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 고고학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부산명문대학교 고고학 교수인 김현덕 교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이 두 분은 국가정보기관인 KIS(Korea Intelligence Service)에서 나온 장철용 차장님과 김수겸 실장님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장철용입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했다.
“아.. 네... 저는 김현덕이라고 합니다.”
김 교수는 그들과의 갑작스러운 만남에 조금은 당황하는 듯 했다.
“김 교수님, 이분들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지 못 한 점 사과드립니다. KIS는 정보 보안이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 이런 자리를 가진다는 것조차 외부로 누설되면 안 되기에 제가 교수님께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조 관장은 김 교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음~ KIS는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정보기관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으니 조 관장은 너무 신경 쓰지 말게. 난 괜찮네.”
김 교수는 조 관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음을 표시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를 여기에 부른 목적이 무엇인지....?”
“저희 KIS에서는 최근에 한권의 고서(古書)를 입수하였는데 저희들이 분석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난해(難解)하여 고서 분석에 전문가시라는 김 교수님께 고서 해석을 부탁 드리고자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고서라면 어떤 것을 말씀 하시는 건지...?”
“김 실장, 가져오게.”
김 실장은 가방 안에서 아주 오래된 책 한권을 조심스레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김 교수는 가지고 온 장갑을 양손에 끼고는 낡은 고서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제목이 없는 책이라.... 거참 특이하군.”
김 교수는 겉장을 넘겨 내용을 살펴보았다.
책의 서두에는 신라의 풍습에 관한 이야기와 백성들의 삶에 대해 적혀 있었다.
“시대적 배경으로 보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고서를 한참동안 살펴보던 김 교수는 무슨 내용을 보았는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아니! 이것은?”
김 교수의 한마디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교수님, 어떤 내용이기에 그리 놀라십니까?”
장 차장이 관심어린 눈빛으로 김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건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면?”
“일종의 예언서인 것 같습니다.”
“예? 예언서요?”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김 교수의 한마디에 모두 놀라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닙니다. 뭔가 후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의 말에 다들 표정이 진지해졌다.
“교수님,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김 교수는 책의 특정부분을 손으로 짚어가며 그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 신라의 밤하늘에 괴이한 현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괴이한 현상이라면?”
“어떤 사악한 기운에 의해 밤하늘의 달이 붉게 물들었고, 신라를 지켜주던 북쪽 하늘의 일곱별이 잠시 동안 그 빛을 잃었다고 합니다.”
“북쪽 하늘의 일곱별이라면 혹시 북두칠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신라는 북두칠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으니 말이죠.”
“그래서요?”
장 차장의 목소리가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하늘의 징조를 지켜보던 고승이 이를 해석하기를 달이 붉게 물든 것은 나라의 어미에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남을, 그리고 북쪽 하늘의 일곱별이 주위의 별들에 의해 그 빛을 잃어가는 것은 어떤 세력에 의해 나라의 힘이 아주 약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교수님,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나라에 많은 위기가 있었고, 나라의 힘이 약해졌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잖습니까? 그렇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 관장, 내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라네.”
“네? 그것 때문이 아니라면?”
“자네 말대로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나라에는 많은 위기들이 있었다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때는 그 때가 아닌 듯싶네.”
“그때가 아니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지.....?”
“1200년 후에 달이 핏빛으로 물들 것이고, 1300년 후에 북쪽 하늘의 일곱별이 그 빛을 감춘다고 되어 있네.”
승엽은 김 교수의 말을 듣자 갑자기 손가락으로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혹시?”
“왜 그러나? 이 군.”
“고서에 말하는 징조의 시기가 신문왕 10년에 일어났다면 아마 690년 일 테고, 그로부터 1200년 후라면 1890년 전후를 말하는 것 같은데, 혹시 그 징조가 뜻하는 사건이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이라면 그 시기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네. 사건 일시도 1895년이니까 고서에서 말하는 1200년 후와 맞아 떨어지고 그날 일본 낭인들에 의해 국모가 처참하게 죽었으니 나라의 어미에 변고가 일어남과도 뜻이 상통하지 않습니까? 그 당시 기록에 의하면 궁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었고 그로 인해 궁 안에 있던 연못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한 신하가 연못을 바라보며 통곡을 하였는데 그 속에 비친 달이 그때 흘린 피로 인해 붉게 물들어 보였다고 합니다.”
장 차장과 김 실장도 승엽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에도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교수님, 고서에서 말하는 1300년 후라면 1990년대를 말하는 게 아닙니까?”
“고서에 따르자면 그렇지.”
“그런데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살펴보면 특별히 외세의 침략이 있었다거나 나라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거나 한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요?”
“나도 그것이 의문이라네. 고서의 내용대로라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아직 그런 일은 없었으니 말일세.”
“교수님, 예언서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긴 하네만.. 근데.. 이 내용이 암시하는 것이 마음에 좀 걸리는게 있어서....”
“무슨 내용입니까?”
“북쪽하늘에 있는 일곱 개의 별이 그 빛을 잃을 때 땅에 있는 일곱 개의 별이 깨어나 그 주인을 찾아 울부짖는다고 되어있네.”
“땅에 있는 일곱 개의 별이요?”
“그렇다네.”
“혹시.....”
승엽이 뜸을 들이자 모두의 시선이 승엽으로 향했다.
“자네, 뭔가 짐작이 가는 거라도?”
“하늘의 있는 일곱 개의 별이 빛을 잃는다는 것은 이 나라에 위기가 시작됨을 뜻하는 것이요, 땅에 있는 일곱 개의 별이 그 주인을 찾아 울부짖는다는 것은 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뭔가가 나타난다는 뜻이 아닐까요?"
“글쎄....”
“교수님, 만에 하나 이 일이 현실화되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김 교수와 승엽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장차장이 조용히 말을 꺼내었다.
“글쎄요. 예언서의 내용이 만약 사실대로 나타난다면 과거 일본의 침략처럼 어떤 세력의 침략이 있다던가, 아니면 다른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나라에 큰 위기가 닥치겠죠.”
김 교수의 말에 장 차장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김 교수와 승엽이 다시 고서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하자 장 차장은 김 실장과 함께 사무실 구석으로 가서 뭔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실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고서의 내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보면 맞아떨어지는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고서의 예언이 실제 현실로 다가오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장 차장의 표정이 더욱 더 어두워졌다.
“차장님,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있지 않습니까?”
“한 가닥 희망?”
“고서에서 말하는 땅에 있는 일곱 개의 별 말입니다.”
“땅에 있는 일곱 개의 별?”
“땅에 있는 일곱개의 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약 고서의 내용이 단순한 설화와 같은 이야기라면...”
“그건 아직 알 수 없으니 우선은 김 교수님이 고서를 완전히 분석할 때까지만 더 기다려보죠.”
“...........”
김 교수는 사무실 구석에서 뭔가에 대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KIS 사람들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왜 국가정보기관 사람들이 이 낡은 고서 한권에 저렇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김 교수는 마음한편으로 궁금증이 더해갔다.
“김 실장님!”
“네, 교수님.”
김 실장은 장 차장과의 대화를 멈추고 김 교수를 쳐다보았다.
“개인적인 질문하나 해도 될런지?”
“네, 말씀하십시오.”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 KIS에서는 왜 이 낡은 고서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궁금하군요.”
김 교수의 말에 김 실장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아... 그건... 죄송합니다. 보안상 말씀드리기가.....”
김 교수는 김 실장의 반응을 보고는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KIS에서 맡고 있는 일은 대부분 보안을 중요시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최소한 고서를 해석하는 우리에게는 이 고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시는 것이.....”
“국가 안보에 관련된 일이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김 교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 실장이 조금 난처해하는 것 같았다.
“제가 처음 보는 고서라 잠시 흥분한 건 사실이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마음에 좀 걸리는군요.”
김교수는 KIS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약간 돌려서 말했다.
김 실장이 김 교수의 행동에 난처해하자 장 차장이 말을 꺼냈다.
“교수님,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 비밀리에 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교수님께 섣불리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은 만약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간다면 사회적인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큰 문제라니요?”
“그게 정부차원의 일이라....”
“정부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유도 모르고 고서를 계속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좀 그렇군요.”
김 교수는 보고 있던 고서를 덮어버렸다.
김 교수의 계속적인 돌발 행동에 장 차장도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교수님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다만 지금부터 말하는 모든 것은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되는 기밀 사항이니 이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김 교수와 승엽은 장 차장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 혹시 1993년에 일어난 부산 열차 전복사고를 기억하십니까?”
“제가 부산사람이기에 당연히 알지요. 지반이 내려앉은 것을 발견한 열차가 급정거를 하면서 철로를 탈선한 사건이 아닙니까? 그 사고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했지요.”
“그렇다면 같은 해 7월 목포 항공기 추락사고, 94년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사고, 충주 유람선 화재사고, 서울 아현동에 가스폭발사고,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폭발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도 기억하십니까?”
“알다마다요. 그렇게 큰 사건들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이 모든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당연히 자연재해 또는 부실공사, 부주의로 인한 사고들이 아닙니까?”
“다들 그렇게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예? 아니라구요?”
장 차장의 말에 김 교수와 승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993년 3월 부산 금정산에서 두 구의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사망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신에 뼈만 남아 있는 아주 특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시신 주위에는 커다란 쇠말뚝과 깨진 항아리가 발견되었는데, 우리 KIS에서 조사한 바로는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의 맥을 끊어 놓기 위해 명산에 설치한 쇠말뚝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쇠말뚝이라면 거의 다 뽑아내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명산에 있는 쇠말뚝은 거의 다 뽑아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 계속해서 제거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몹쓸 놈들......”
“그런데 문제는 쇠말뚝과 함께 있던 깨진 항아리입니다.”
“깨진 항아리요?”
“네. 그것은 옛날 사람들이 귀신을 봉인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현장에서 발견된 항아리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것이 아닌 일본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의 항아리가 왜?”
“항아리에 새겨져 있는 필체를 조사해본 결과 일본의 최고 음양사인 아베노의 필체로써 악령들만을 봉인할 때 사용하던 항아리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그것하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 사진들을 보시겠습니까?”
장 차장은 가방에서 몇 장의 사진들을 꺼내었다.
“이게 뭡니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재난 사고들을 찍은 사진입니다.”
김 교수와 승엽은 장 차장에게서 건네받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정말 처참하군요.”
김 교수는 과거의 사건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겨나갔다.
“교수님, 잠시 만요!”
사진을 함께 보고 있던 승엽은 뭔가를 발견이라도 한 듯 김 교수가 들고 있던 사진들을 테이블 위에 나열하였다.
“교수님, 이것보세요! 사진들마다 희미하지만 검은색의 알 수 없는 형체가 모두 찍혀 있습니다.”
승엽의 말대로 각 사진마다 알 수 없는 검은 형체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찍혀있었다.
“난 사진 현상이 잘못 된 줄 알았는데...”
김 교수가 사진들을 모두 확인하자 장 차장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김 교수님, 지금 제가 드린 사진들은 모두 93년 금정산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에 일어났던 우리나라의 대형 사고들입니다. 그 전에 일어
났던 사고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검은 형체들이 사고 현장마다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저희도 처음에는 사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독가스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큰 사고가 있는 곳마다 그런 형체들이 모두
사진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럼 대체 이 형체들은 무엇입니까?”
“믿기 힘드시겠지만 악령(惡靈)입니다.”
“예?”
장 차장의 말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저희 요원들이 조사한 결과 사진속의 검은 형체들은 사악한 기운을 가진 영적 존재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악령이라니요? 그렇다면 그것들이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까?”
“과학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현재 조사한 바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허허!!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군요. 일본이 우리나라 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악령이라니..”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교인이나 무속인들을 통해 그런 악령들을 퇴치하면 될 것이 아닙니까?”
“저희들도 국내에서 꽤 유명하다는 목사, 신부, 스님, 무속인들을 모두 불러보았지만 악령의 힘이 워낙 강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말았습니다.”
“그 존재들이 얼마나 강하기에?”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2주전에 일본의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이번 달 안으로 독도를 일본에 넘기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일어난 그 어떠한 재난사고들 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를 하더군요. 우리 요원들이 조사한 바로는 과거 일제 침략기에 국내 명산에다 쇠말뚝과 항아리를 파묻어둔 주된 세력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세력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자들입니까?”
“현재 일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우리 요원의 말에 의하면 일본 보수 세력 중에 가장 큰 적운회(赤雲會)라는 단체가 이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맥을 끊어 놓기 위해 몰래 활동하고 있는 세력으로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쇠말뚝과 항아리는 그들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들 중에는 영적인 존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자들이 있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 중 몇 가지는 그들의 소행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 차장님의 말을 정리해보면 적운회라는 세력이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명산에다 쇠말뚝과 악령이 든 항아리를 파묻어 두었고 등산객에 의해 항아리가 깨지면서 거기서 나온 악령들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일으키고 있으며, 또한 적운회라는 세력이 지금까지 그 세력을 유지해오면서 이런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인데, 정말 신빙성이 있는 말입니까?”
“김 교수님, 오늘 아침에 일어난 서울 성산대교 붕괴 사고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네. 아침에 인터넷으로 보았습니다.”
“그것 또한 적운회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예? 설마....”
“독도를 넘기지 않으면 계속해서 일을 벌여 나갈 것이라는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 아침에 그런 일을 저지른 듯합니다.”
“만약 장 차장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을 온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 일본이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사건 사고들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 사람이 아닌 악령이라면 과연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아마 다들 미쳤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건......”
“저희들이 이 고서를 교수님께 부탁드린 것은 이 고서 안에 숨겨진 내용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도 방금 고서의 내용을 읽어봐서 아셨겠지만 이번 일과 매우 연관성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이 바로 그 혼란의 시기이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음.. 장 차장님의 말을 듣고 보니 이번 일은 보통일이 아닌 듯싶군요.”
김 교수는 장 차장의 말에 공감을 하는 듯 했다.
“이 군.”
“네, 교수님.”
“여기에 있는 고서의 각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두게.”
“예. 알겠습니다.”
승엽은 가방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어 고서의 내용을 곧바로 찍기 시작했다.
“장 차장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두고 볼 사항은 아닌 것 같군요. 한시라도 빨리 고서를 분석하여 땅에 숨겨져 있는 일곱 개의 별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김 교수의 승낙에 굳어있던 장 차장과 김 실장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듯했다.
“삐리리리리~~”
김 실장의 핸드폰이 울려댔다.
“여보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곧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김 실장의 얼굴에서 다급함이 엿보였다.
“차장님, 서울로 지금 빨리 올라오시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서울에서 또 의문의 사건들이 터졌다고 합니다.”
“이런 또 시작이군.”
김 실장은 가지고 온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교수님, 저희들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서울로 올라가야겠습니다. 고서는 여기에 두고 갈 테니, 한시라도 빨리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장 차장은 명함 한 장을 꺼내어 김 교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한 번 더 부탁드리지만 외부로 이 일이 새어나가면 안 되니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장 차장과 김 실장은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첫댓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네요.다음편이 벌써 보고싶어요 ㅋㅋㅋ 일본이 좀 대단하게 나오네요.
그냥 클릭해보았는데...뭔가 재미있을 듯 하네요. 처음부터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점점 더 흥미로워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