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을 지내고 보니 가장 힘든 건....
딱 하나!
침대가 없다는 것 - 언제부터 침대 없으면 힘들어했나? 그래도 힘든 건 어쩌지 못하겠어요.ㅠㅠ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딱히 마음의 동요는 없었어요.
차라리, 잘 됐네. 집안에서 열심히 글쓰면 되지 뭐.
커피 한 잔 마시며 지난 밤 뒤치럭거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을 떠올려봅니다.
힘 빼기!
지금 쓰는 역사동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것.
알고 있는, 또는 알리고 싶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여 어쩌면 본질에서 멀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 하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캐릭터에 내가 빠져 있지 않다는 것- 겉돌고 있다는 것- 너무 힘을 주고 있다는 것.
주인공은 평범한 조선시대 소년이고,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철도 없고, 선악 판단도 아직 미숙하고, 줏대가 있지도 않은데
다만 착하고 마음이 여린 아인데 내가 너무 치장한 건 아닌지...
그러면서 지금까지 쓴 것을 다시 또 읽어보았습니다.
물론 전체 이야기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밖은 너무나 조용합니다.
오랫동안 밖을 내다보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왠지 비가 오기는 하지만 산책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
가보지 않은 곳을 꼭 가봐야하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습니다.
유흥지여서 영 정이 안 가는 곳이지만
이렇게 가끔 꽃을 잘 키워놓은 걸 보면 정이 쪼금 들락말락.
을왕리 해수욕장 안 가본 곳을 한번 걸어보았습니다.
바닷가를 한참 걷고 나서
오늘은 수련원 나와서 오른쪽길로 가보았습니다.
어제 간 왼쪽길엔 유명한 물회집 '을항'과 '선녀풍'이 있었고
과일과 생선을 파는 마트가 꽤 눈에 띄었고- 하지만 성수기가 지났고 평일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하였지요.
오늘은 비까지 오니까 더더욱 한산한 거리.
오른쪽으로 걷고 또 걷고...
왕산해수욕장이 나오고,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맛집들이 눈에 들어오고(거의다 조개구이)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렸지요.
점심도 안 먹은데다 세 정거장쯤 걸었더니 너무 배가 고파 눈에 띄는 '한우소머리국밥집'에 들어가 국밥 한 그릇 먹고
올 때는 버스 타고 돌아왔네요. 다리도 아프고, 운동화와 양말이 모두 젖어 빨리 오고 싶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고 과일 먹으면서 또 생각...
나의 문제점 발견.
안선모!
제발 이런 계획표 좀 짜지 말자!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하면 안 될까?
한참 반성한 후 다시 원고 보기!
시놉으로 보자면 총 16챕터의 원고.
완성된 건 겨우 한 챕터. 아마도 그래서 조급했나 봅니다. 이야기가 빨리빨리 안 풀려서.ㅋㅋ
이 작품은 11월말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좀더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하기로 하고
30매짜리 단편동화 한 편 완성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오랫동안 손 보고 또 손 보고 하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는 소리.
지금 밖은 횅횅~ 바람소리가 요란합니다.
바닷가라 그런가요. 바람이 엄청납니다.
첫댓글 비오는 가을바다. 멋집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샘. 더 멋지시고요.
평일이고 비수기인 바닷가, 참 좋아요. 맨발걷기는 못했지만...
10월이 다 가도록 별로 쓴 것도 없어 마음이 헛헛합니다. 올해 안으로 끝내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그 많은 역사동화를 써낸 산초샘, 대단하셔요. 진심으로 존경.
이렇게 어렵고 힘든데...ㅠㅠ
@바람숲 아이고야. 무슨 말씀을...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렇지요.
제가 한 미련 한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