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부인 시리즈
영화의 영향으로
제목에 '부인'이라는 제목이 들어가면
일단 편견을 가지고 본다.
야하고, 저급한 내용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고전 소설에도 이런 '부인'이란 제목이 붙은 소설들이 있다.
그 중 하나 보바리 부인.
이 책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아름다운 가게라는 헌책방에 갔다가
잔뜩 사온 책 중에 하나이다.
보바리 부인.
이 책도 출간 당시
종교를 모욕하고, 도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하여
기소까지 당했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고전 소설 시리즈의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군더더기가 없다.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그리고, 비유 및 묘사가 아름다움이
소설가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한 문장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지금 자기의 생활은 북쪽 창밖에 없는 다락 창고처럼 차갑고,
권태는 말없는 거미가 되어서
그녀의 어두운 마음 구석구석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라는 표현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 작품 설명에 의하면
이 소설은 사실주의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이런 점들이 이 소설이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고전 소설이 읽기 힘든 경우가 있다.
낯선 시대.
낯선 장소.
그 낯선 시대와 낯선 장소의 가치관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의 가치관과 다르기 때문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보바리 부인 속의 주제는 이해하기 쉽다.
보편적인 윤리 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실제 지은이 귀스타브 플로베르 주변에 보바리 부인처럼
외도와 사치를 일삼다가 자살한 인물에 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소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1. 평범한 소심남의 사랑이야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보바리 부인인 엠마이다.
그리고 엠마의 남편, 샤를르가 있다.
샤를르 보바리.
그의 아버지는 전직 군발이였고,
사업을 하다 망하고도 책임감없이
남자는 배짱만 있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난봉꾼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가정에 충실하고,
가난하지만, 아들인 샤를르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도록 노력했다.
그런 어머니의 정성에
샤를르는 아버지와 달리 소심하면서 평범하게 자랐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바램대로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였다.
어머니는 샤를르가 병원을 개업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경제력이 있는 뒤뷔크 미망인과 결혼을 시켰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었다.
결혼 이후 샤를르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목장에 한 노인이 다리를 다쳐 왕진을 갔었는데,
그의 젊은 딸을 보고 반한 것이다.
그 젊은 딸이 바로 소설의 주인공 엠마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결혼한 몸.
그런데 뒤뷔크가 결혼한 지 1년 5개월만에 죽고 말았다.
혼자된 샤를르.
얼마 후 엠마와 결혼을 한다.
2. 엠마의 로맨스
엠마는 어린 시절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은 교양있는 여자였다.
그런 교양있고, 젊고, 이쁜 엠마.
샤를르는 행복했다.
샤를르는 엠마에게도 정성을 다했다.
엠마도 자신처럼 행복해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엠마는 로맨스를 꿈꾸고 있었다.
그곳도 현실과 거리가 먼 소설 속의 사랑, 소설 속의 로맨스를 꿈꾸었다.
여행을 하고 싶었고, 특히 파리를 동경하였다.
엠마는 샤를르와 결혼하면 그런 생활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샤를르는 소심한 평범남이었다.
낭만 점수 빵점이었다.
엠마는 그런 샤를르와 생활에 쉽게 권태를 느꼈다.
답답함을 느꼈다.
엠마는 샤를르를 이렇게 생각하였다.
'남자란 모든 것을 알고, 갖가지 일에 뛰어나며,
정열에 넘치는 힘과 세련된 생활과
모든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해 주는 안내자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남자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희망도 없다.
그는 아내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이 끄떡도 않는 침착성, 조그만 불안도 없는 우둔성,
그리고 자기가 남편에게 주고 있는 행복까지도 원망스러워했다.'
그저 평범하고 따분하고 지루한 생활.
하루가 너무 길었다.
그러다가 환자 중에 후작이 있었는데,
치료에 대한 고마움으로 파티에 보바리 부부를 초대하였다.
엠마는 그 파티에서 새로운 세계를 맛보았다.
상류 사회의 멋스러운 파티.
그 파티 이후 엠마는 더욱 비관적으로 변했다.
그러다 우울증까지 도지고, 신경 치료도 받았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엠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샤를르는
정들었던 토스트를 떠나 새로운 도시인 용빌르로 이사를 갔다.
3. 욕망
새로운 도시.
새로운 생활.
새로운 사람들.
엠마는 활기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그곳이라고 별반 다를게 없었다.
금방 무료함을 느꼈다.
엠마는 아이를 낳았다.
여자는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데 제약이 많다고 생각한 엠마는
아들을 원했지만, 딸이었다.
딸은 유모가 키우고,
엠마는 지루하고 권태롭고 따분한 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다가 엠마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청년 레옹.
그는 노골적으로 엠마에게 애정 구애를 하였다.
하루종일 의사일에 바쁜 순전한 샤를르는
자신의 아내를 철썩같이 믿었다.
엠마는 레옹의 사랑에 모른 척했다.
그러자, 관계가 더 소원해졌다.
이제와 엠마 자신도 레옹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늦었다.
레옹은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 파리로 떠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레옹.
엠마는 그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냥 헤어졌다.
...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사랑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번 상대는 부농인 로돌프였다.
밀월을 만끽했다.
이제야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엠마는 사치로운 생활도 함께했다.
빚을 져서라도 이것저것 사치품을 사댔다.
전당포 주인 뢰뢰.
그는 엠마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를 약점잡힌 엠마는 뢰뢰에게 많은 빚을 지게 된다.
샤를르 몰래 부동산을 팔아서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지능적인 고리대부업자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샤를르는 여전히 그녀의 불륜을 모른다.
아, 순진한 남자.
엠마는 남편에게서 더이상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애정행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답답한 가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도망뿐.
엠마는 로돌프와 외국으로 도망가자고 하였다.
로돌프는 그러자고 했지만, 계획일을 점점 뒤로 미루다가
도망가기로 한 당일, 편지 한통만 남기고 도망을 갔다.
배신당한 엠마.
충격에 휩싸인다.
기절하고, 몇달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샤를르는 극진히 병간호를 한다.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몸을 추스리게 된 엠마.
샤를르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려고 엠마를 데리고 극장엘 간다.
4. 욕망 Season 2
극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인물을 만났다.
파리로 공부하러 떠났던 레옹이 돌아왔다.
엠마, 이번에는 레옹의 구애를 거절하지 않았다.
엠마는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면서,
정기적으로 레옹을 만났다.
뜨거운 밀애.
그러면서 점점 심해지는 사치.
쌓여가는 빚.
채워지지 않았던 욕망을 채워지고 있지만,
타락과 파멸의 열차를 타고 폭주하고 있는 엠마.
엠마는 더욱 과감해져갔다.
그는 보이는 게 없었다.
외박을 하고, 빚을 갚기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빚은 줄지 않고,
결국 그녀는 동산이 가압류되고, 경매에 붙여지게 되었다.
엠마는 레옹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레옹은 그렇게 불어난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았다.
더우기 시간이 지나면서 엠마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엠마는 배신감을 느꼈다.
엠마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했다.
공증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창녀취급만 당하고 말았다.
엠마는 로돌프까지 찾아갔다.
로돌프도 반가운듯 해우했지만,
돈 이야기를 꺼내자, 차갑게 변했다.
엠마는 더이상 손을 뻗을 곳이 없었다.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
이 파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다.
엠마는 비소를 먹고 자살을 하였다.
순진한 샤를르는 끝까지 엠마를 살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비소의 독의 생각보다 심했다.
자신의 파멸을 엠마는 죽음으로 끝냈다.
순진한 샤를르.
그에게 죄가 있다면 엠마를 사랑한 죄.
그 죄로 샤를르 역시 파산하였다.
엠마가 죽은 지 얼마가지 않아
어느날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였다.
....
5. 만약에...
샤를르가 엠마를 사랑했지만,
마음으로만 사랑해서는 안되었다.
엠마를 향한 샤를르의 사랑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만약에 엠마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았다면
샤를르는 충분히 해주었을 거라 생각된다.
엠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샤를르에게 이야기했다면...
그래서 가끔 여행도 가고,
사교계에도 발을 들여놓아
자신의 로맨스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였다면,
그래도 이런 파국으로 치닫았을까?
대화 부족이라 생각한다.
배우자의 마음을 읽어서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주면 좋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쉬운가?
그러니 대화가 필요하다.
글쎄,
엠마 정도 여자라면 대화를 통해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도
불륜과 사치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불륜하면 파멸한다는 통속적인 교훈도 이 소설은 담고 있는 듯했다.
...
책제목 : 보바리 부인
지은이 : 귀스타브 플로베르
펴낸곳 : 홍신문화사
페이지: 413 page
펴낸날 : 1993년 3월 1일
정가 : 5,500원
독서기간: 2009.10.08 - 2009.10.13
글쓴날 : 200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