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 때문에 운동을 못해? 우리 애가평발인가?
“평발 때문에 발이 아파요!”, “평발이라서 신발이 이상하게 닳아요~” 또는 “우리 애가 걸을 때 발모양이 이상해요~”, “난 평발이라서 오래 걷지 못해요!” 등등 평발이란 말을 흔히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평발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발에 생기는 모든 불편한 증세를 평발 탓으로 돌리는 것이지, 평발은 아닌 경우도 많다.
평발이란 말은 발바닥이 평평하다는 말인데, 약간 평발이 있는 경우에는 아무런 증상없이 정상적인 운동이 가능하지만, 평발이 심해지면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생겨서 자기도 모르게 운동을 싫어하고 등산, 축구 같은 운동을 피하게 된다. 유명한 축구선수나 마라톤선수 중에서도 상당히 심한 평발이 있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운동선수들은 평발보다는 정상이거나 약간 아치가 높은 분이 많다. 이런 운동선수들은 발 근육이 튼튼하고 비만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운동하기에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약해지고, 체중이 늘면서 증상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
평발이 심한 아이들은 뛰어 놀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비만이 되고 비만이 되면 발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더 평발이 심해지고, 발에 증상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발바닥에 지방이 많아서 누구나 발바닥이 평평하다. 또한 관절이 유연해서 대부분은 바닥에 서면 아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에는 문제가 될만한 평발인지 아닌지를 알기 어렵다.
파이퍼라는 의사가 오스트리아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3~6세 사이의 어린이 835명 중 44%에서 평발이 있었는데, 3세에서는 54%이었고, 6세에서는 24%가 평발이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발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비만인 남자어린이에서 평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초등학생은 아직 체중이 적기 때문에 평발이 심하더라도 대개는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발이 키보다 먼저 자라고 먼저 성장이 멈추는데 여자는 11~12세경, 남자는 14세 정도에 성인이 되었을 때 발 크기의 90%까지 자란다. 그 이후로는 발은 커지지 않고 키가 크고 체중이 불면서 발에 증상이 생기기 쉽게 된다. 이 시기에 심한 평발을 방치하면 운동을 싫어하고 비만의 한가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평발이 심할 때는 신발 안에 넣어서 신는 보조기를 맞추어 신고 아킬레스건 스트레칭과 발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한다. 보르델론이라는 의사는 평발인 3~9 세 사이의 어린이 50명에 대하여 신발 안에 작은 보조용구를 집어넣고 다니는 방법으로 일년에 약 5도 정도의 평발 각도 감소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웽거라는 의사는 어린이에게 신발 안에 맞춤 깔창이나 보조기를 하여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지만, 이런 보조장치 이외에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고, 평발 때문에 걷기나 달리기에 문제가 생길 정도의 심한 평발이라면 이런 치료를 해보는 것이 좋다.
바닥에 발을 대면 발바닥과 바닥 사이에 약간은 공간이 있는데, 이런 공간이 없는 것이 평발이다. 특히 발에 체중을 실어서 디디면 더욱더 공간이 작아지면서 발바닥이 디디지 않을 때 보다 더 넓게 지면과 닿는 부분이 넓어진다. 발바닥이 지면과 닿는 부분이 넓으면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발바닥의 일부분이 아프지는 않지만 발바닥 전체가 피로하고 종아리까지 당기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발이 심해지면 뼈와 뼈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가 비틀어지면서 발전체를 점점 못쓰게 만든다. 심한 평발이지만 평생 동안 잘 모르고 지내다가 70세가 넘어서야 평발 때문에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약간씩 운동 장애가 있던 것을 무시하고 너무 통증이 심해서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오기 때문에 좀 더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형외과 이우천 교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