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럭셔리 상권' 대표주자…비싼 임대료는 '옥의 티'
1월 30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번 출구 주변 코엑스몰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었다. 비슷한 시각, 인적이 드문 인근 잠실역 지하 상가와는 대조적이다.
이곳에서 2년째 S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115㎡)을 운영하는 C사장은 "하루 평균 250여명이 와서 커피를 사간다"고 귀띔했다.
이 커피점의 인기 메뉴인 아메리카노의 한 잔 가격은 3500원으로, 도넛 등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하루 평균 매출액은 150만원 선이다. 서울지역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대략 70만∼8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주변에 코엑스몰 등이 포진한 삼성역 주변은 강남지역 대표 상권 중 한 곳"이라며 "배후에 고급 주거지까지 끼고 있기 때문에 불황을 잘 타지 않는 강점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하엔 1020, 지상은 3040
삼성역 상권은 압구정동∼청담동∼삼성역∼강남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강남 럭셔리 상권'의 한 축을 이룬다. 수입차 전시장, 금융·정보통신(IT)·부동산·전시·컨벤션 업체, 명품패션점, 외국계 회사 등이 즐비하다. 자연스럽게 돈과 사람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상권인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1%'가 산다는 멤버스카운티 등의 주변 고급 주택가는 삼성역 상권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배후 수요층을 형성한다. 삼성동에 이들 상류층을 불러 들인 데는 서울의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8학군의 역할이 컸다.
1970년대 강북권의 명문 고교들이 줄줄이 이사오면서 이곳에 8학군 시대가 열렸다. 특히 1976년 '졸업만 하면 한자리 한다'는 경기고등학교 이전은 삼성역 상권의 고급화에 불을 댕겼다.
이 상권은 크게 지하(코엑스몰)와 지상(먹자골목)으로 나뉜다. 지하의 코엑스몰은 삼성역 상권의 핵심이다. 2000년 5월 개장한 뒤 국내 몰링(malling·복합 쇼핑몰에서 오락·외식 등을 함께 즐기는 것) 문화를 이끌고 있다.
연면적 11만9000㎡의 매장에 입점한 가게 수만 250여 개에 달한다. 연면적 기준으로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8198㎡)의 14.5배에 이른다. 하루 15만∼25만 명의 이곳 유동인구는 주변 상권까지 먹여 살리는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시·컨벤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근의 코엑스는 외국인 고객을 코엑스몰로 끌어오는 첨병 노릇을 한다. 2003년 13건이던 코엑스의 국제회의 유치 건수는 2007년 44건으로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지출 경비는 일반 관광객의 2.4배에 달한다.
▶강남 '럭셔리 상권'의 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주변도 경기 불황의 칼바람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맞은 편 '먹자골목'.
이 때문에 코엑스몰에 입점하려는 개인·업체들이 줄을 섰지만 쉽지 않다. 빈 점포가 없는 완전 임대 상태라서다. 임대료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노른자위인 메가박스 주변 점포(66㎡)의 경우 임대료는 보증금 10억원, 월세 1500만원 선이다. 임대료 외에 기득 영업권, 무형의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주고 받는 권리금만 7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상권 1번지'로 꼽히는 중구 명동역 상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역 상권의 또 다른 축은 도심공항터미널 맞은편 지상의 '먹자골목'이다. 이곳은 주요 고객층, 점포의 종류 등에서 인근의 지하(코엑스몰) 상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10∼20대가 주류인 코엑스몰과는 달리 먹자골목은 30∼40대 계층이 주로 이용한다. 대부분은 주변 벤처·금융·무역 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다.
가게들도 이들을 겨냥한 음식점·술집 등이 주류를 이룬다.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접대 수요 등이 많다 보니 저녁 객단가(고객 1인이 쓰고 가는 비용)는 1만6000원선으로, 인근 건대입구역 주변(1만2000원)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매출액은 최근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해 7월부터 상시 근로자 수 2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일 근무제(40시간 근무제)가 확대 적용된데가 경기 불황까지 겹친 탓이다. 도심공항터미널 맞은편 K삼겹살집 P사장은 "매출이 급감해 얼마 전부터 직원을 안 쓴다"며 "스스로 서빙하고 가족까지 동원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곳 점포 임대료는 약세다. 공항길 주변 1층 점포(99㎡)의 경우 보증금 7000만∼1억5000만원, 월세 250만∼350만원 선으로 지난해 초에 비해 임대료가 10% 가량 내렸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팀장은 "10∼20대 연령층이 코엑스몰로만 몰려 먹자골목길 상권은 반쪽짜리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한전 부지 개발 호재 예상
코엑스 맞은편 한국전력공사 이전은 삼성역 상권 확대의 호재로 꼽힌다. 한전은 2012년까지 혁신도시인 전남 나주로 본사를 옮기기 전에 삼성동 부지(7만9241㎡)를 팔아야 한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이 땅은 국내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이 부지의 개발 방향은 어떤 업체가 땅을 사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한국무역협회, 대기업 등이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는 한전부지를 매입해 지상에 컨벤션센터·전시장을 지어 제2의 코엑스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명실상부한 국제업무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호텔·컨벤션 센터·전시 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한전부지에 제2의 코엑스가 들어설 경우 주변에 유동인구가 늘어나 삼성역 상권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나 시행사가 이 땅을 살 경우 복합호텔·영화관·백화점 대형할인점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러면 삼성역 상권이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코엑스몰·현대백화점을 핵심으로 하는 남쪽과 한전부지 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북쪽이 각각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삼성역 상권의 확대를 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백화점이나 호텔 등이 들어서면 일반적으로 주변 상권이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메가박스 주변 임대료 명동 빰치는 수준그러나 비싼 임대료는 삼성역 상권의 옥의 티다. 국내 대표 복합몰이라는 이름값까지 더해지면서 코엑스몰 내 점포(66㎡)의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2억~10억원, 월세 500~15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권리금의 경우 2억~7억원 선으로, 명동역과 강남역 상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이곳 패션 매장의 경우 고객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본사 직영의 '안테나 숍'이 대부분이다.
안테나 숍은 업체들이 영업이익보다는 자사 브랜드 홍보 등을 위해 여는 매장이다. 때문에 이 매장의 입점 현황은 해당지역 상권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한 신사복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엑스몰에 매장을 낸다면 안테나 숍 역할을 해야할텐데 임대료가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종마다 매출액 편차가 두드러진 것도 흠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외식업소 등은 늘 붐비지만 의류 매장은 부진한 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는 정도지 코엑스몰에 옷을 사러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유동 인구는 많은데 임대료가 워낙 비싸 유명세를 타지 않으면 영업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상가정보연구소(02-2264-0118)
|
코엑스몰선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를 |
먹자골목, 가격은 중고가에 맞추도록 | |
코엑스몰에서 가게를 내려 해도 빈 점포가 없다. 때문에 입점 경쟁이 늘 치열하다. 1년에 2∼3개 정도의 점포가 입찰로 나온다. 코엑스몰에서 빈 점포가 나오면 임대관리팀에서 이를 모아 입찰에 부친다.
코엑스몰 관계자는 "매장이 나올 경우 홈페이지 등에 공고한 뒤 현장설명회·자격심사 등을 거쳐 최고가로 입찰에 응한 사람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점 대기 중인 업체가 많아 당첨이 쉽지 않다. 임대료 납입방식은 전체 임대료의 40%를 보증금 조로 먼저 납입하고, 나머지 60%를 1년간 매월 나눠서 내는 식이다.
어렵게 코엑스몰에서 점포를 구했더라도 업종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의 경우 특색있는 메뉴를 취급해야 기대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면 가게 유지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코엑스몰은 임대료가 비싸서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을 끌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도심공항터미널 맞은 편과 현대백화점 건너편에 형성된 먹자골목의 경우 판매 가격이 변수다. 외국인 등을 겨냥해 가격은 중고가로 책정하고, 매장은 품격있게 꾸며놓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주말에는 급감하는 매출에 대한 대비도 미리 세워둬야 한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고만고만한 가게가 많아 특화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