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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and the city
<등장인물 소개>
김우리(30세) - 방송국 PD겸 아나운서
연봉 8000만원 / 사용폰 - 넥서스원
정상준(31세) - 대기업 사원 겸 쇼핑몰 사장
연봉 측정불가 / 사용폰 - 모토글램(주사용폰), 미라크(부사용폰)
목지민(29세) -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연봉 4000만원 / 사용폰 - 갤럭시S
유진용(30대 후반) - 성우 겸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
연봉 그때그때 다름 / 사용폰 - 매직홀
두번째 이야기
유부남? 유난히 부드러운 남자!!
결혼. 엔하위키를 찾아보면 결혼이란 "부부가 되는 통과의례를 뜻하며, 결혼을 통해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중요시되었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되며 사회적인 구속력을 갖기에 연인관계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고대로 갈수록 이것을 하지 않으면 성인으로 대우받을 수 없었으며 결혼을 한다는 것은 곧 한 사람의 사회인이 되었음을 뜻한다. 결혼을 통해 만인에게 한 사람의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게 되면, 어른으로서 후손을 남기고 사회에 이바지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받는다." 라고 서술되어 있다.
대부분의 문명에서 결혼은 당연히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로 보고 "인간은 혼자로서는 성립할 수 없다"는 사회적 자각에서 발생한 것이다. 많은 문명에서 인간이 남녀로 나뉜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으로 보았고, 결혼을 통해 합쳐져야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보았다. 즉, 결혼은 어디까지나 "보다 향상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인간의 본질을 채우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에서도 결혼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대접을 해준다. 결혼한 사람이 미성년자라도 그가 한 계약은 모두 유효처리가 된다. 이혼까지도. 법적으로도 결혼은 남녀간의 사랑을 법으로 구속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사회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없는 동성애자들은 항상 나이가 차면서 결혼에 대한 고민을 한다. 부모님이 닥달해서, 여자가 매달려서, 주위의 시선때문에.
본인의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결혼이라는 극단을 선택하는 부류가 꽤 많다.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어떠한 보호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과연 기혼자와의 사랑은 성립할 수 없는것인가? 유부게이는 무조건 배격해야할 대상일까? 자기일에 책임 못지는 그들을 그냥 두어야 할까?
"형들, 나 이번주 운동 못나가."
"왜? 뭔일있어?"
우리가 되물었다.
"개인사정이야."
"너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어 그래 이렇게 안넘어가는거 알면서 또 그러네"
역시 그냥 넘어갈 진용이 아니었다. 지민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이었다.
"결혼식가."
"누구? 친구? 선배?"
"친구. 근데 이반친구."
지민의 한마디에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사람은 우리였다.
"그럼 유부게이 되는거야?"
"결혼했다는건 바이기질이 좀 있다는거 아닐까?"
"너한테 연락한거야?"
"어 친절하게 청첩장도 주던데. 엄청 비싼데서 하는거 같더라."
"그놈도 보통놈 아닐세"
진용이 말을 되받았다.
"너 걔랑 잤었지?"
날카로운 상준의 질문에 지민은 잠시 멈칫했다.
"어 멈칫하는데? 잤구나? 잤지? 맞지?"
"형 목소리가 크다. 자고 안자고를 떠나서..."
"대답부터 해."
"그건 중요한게 아니구... 일단..."
진용이 대신 대답한다는듯이 말했다.
"뭘 그걸 굳이 얘한테 들을라 그래. 얘 우리가 하루이틀 보는것도 아니고. 잤대잖아"
지민이 진용의 대답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일단... 그놈이 정말 그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하는건지... 결혼해서도 계속 그러고 살건지 궁금해. 딴애들한텐 말 안하고 나한테만 연락했더라구. 나는 걔 그냥 원나잇용이었는데 걔는 나를 좀 진지하게 받아들였나봐. 장가가서도 저러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줘야 될지 모르겠네."
우리가 장난스럽게 받았다.
"저러지 않게 너가 가끔씩 사탕을 물려주면 되겠네. 원래 흙장난 하지말라고 막 야단치면 애들은 반항심에 흙장난 더 하고 옷에 흙 더 묻히고 다녀. 그럴땐 같이 흙장난을 좀 해주면서 살살 달래다가 이제 그만하고 들어와서 씻고 밥먹고 만화영화보자 이러면 응~ 하고 순순히 들어오지."
"들을 가치가 없는 비유다. 쳇"
"왜 우리가 말 잘해줬네. 그냥 너는 너답게 그냥 살어."
상준의 결론짓는 한마디였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우리와 상준은 술을 먹고 있었다. 맨날 보고 전화하는 사이지만 그래도 할 얘기는 많다.
"그남자는 어떻게 됐어? 형 팬"
"얘기하지 말자. 아무튼 너랑 술먹고 있는거 보면 몰라?"
"하여튼 엄청 고지식한면이 있다니까."
"야 우리 심심한데 술벙개나 나가볼까?"
"술벙개? 오늘 사람 별로 안나왔을텐데..."
"뭐 어때. 심심해서 나가는건데. 혹시나 또 진정한 인연이 찾아올지..."
"술벙개에서 인연을 찾는다굽쇼? 또 나왔네 진정한 인연"
"찾아볼테니까 좀 기다려."
"그나저나 지민이 녀석은 능력도 좋아."
"걔또 남자 생겼지? 친구 결혼식 운운하면서 침울해 하더니만 역시 쳇"
"이번엔 같은병원 같은과 애던데"
"걔는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꼭 그런애들만 만난단 말야. 그런데도 꼭 성공하고. 하여튼 능력은 무지 좋아"
"열시반에 하나 있네... 두명 신청 완료... 이거만 먹고 가자"
우리, 상준 모두 오랜만에 나가는 술벙개였다. 돈과 관련된 방장의 상업적 운영, 실속없는 내용 등 여러 부작용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그래도 심심하긴 하고 같이 놀사람은 없고 둘이 놀긴 질렸고. 뭐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간간히 나오는 신선한 얼굴들을 기대하고 가는거니까.
우리는 옆자리에 앉은 한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검은안경에 상당히 지적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 역시나 괜찮은 남자였다. 나이는 30대초반정도로 보이는.
운이 좋았던 탓일까. 그남자 옆자리에 계속 붙어서 술도 먹고 대화도 하고 각종 게임도 같이 참여할 수 있었다.
술벙개에서 빠지지 않는 게임. 그남자는 게임에 무지 강했다. 강할뿐더러 게임을 리드하는 능력도 뛰어나 이미 여럿이 술을 연거푸 먹고 넉다운 되고 있었다.
본인은 하나도 안걸리고. 원래 우리는 게임하면 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게임일 뿐인데도 둘은 서로 있는지략 없는지략을 다 써가며 브레인 배틀을 벌이고 있었다.
"게임을 상당히 잘하시네요"
"저만큼 하는사람은 그쪽밖에 못봤습니다"
"저보다 뛰어나시던데요"
"게임은 집중이죠. 술먹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습니까. 그니까 최대한 집중해야죠. 집중만하면 무조건 이깁니다. 적어도 내가 걸릴일은 없어요"
"뭐 이런게임 하나에 그렇게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있다해도 좀..."
"저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술하나 안먹으려고 매달리는 그런 밴댕이로 보신건지요?"
"아 아니에요... 무례했다면 사과드릴게요."
"농담이에요"
보통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 남자는 본인도 분위기에 맞춰서 술을 엄청 잘 먹고 있었다. 빼는 타입이 아니다. 이정도면 성격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렇게 수차례 술잔이 오가고 여러 차수가 끝났다. 상준은 다음차 안가고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우리 역시 저 모임에 계속 엮이고 싶지 않았다.
상준을 먼저 보내고 우리도 막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뒤에서 저기요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왜 안따라가셨어요?"
"쓸만한 인물이 없으니까요"
"솔직하시네요. 괜찮으면 우리 한잔 더 할래요?"
"그러죠 뭐"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어떤 조용한 주점이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이런곳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고즈넉하고 적막한 장소.
우리는 이런 고리타분한 장소는 별로였지만 그가 이끌었기때문에 참았다. 그는 솔잎주를 주문했다. 노인네같이 무슨 솔잎주. 속으로 웃었지만.
"왜 여기로 온지 알아요?"
"왜요?"
"그쪽이 싫어할거 같단 생각했는데도 왔어요. 조용히 얘기하고 싶어서요."
"네..."
"전 봉준호라고 합니다."
"영화감독?"
"네 동명이인이죠. 봉씨 유명인 봉중근이랑 봉준혼데 제가 그중 하나를 갖고 있네요"
"김우리 입니다. 가명같죠? 근데 본명이에요."
우리의 눈으로 본 준호는 상당히 멋있는 인간이었다. 분위기 맞출땐 분위기도 잘 맞추고 이렇게 둘이 있을때는 그에 걸맞는 진지한 주제를 꺼내기도 했다.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물론 가벼운 대화도 중간중간 있었다. 하지만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안좋은말로 싸보인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얘기들이었다.
매일 4명의 친구사이에서 할말 못할말 다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정제해서 대화를 풀어나가는것이 처음엔 답답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맞선 또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 두고 이미지 관리하는 식의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시각 즈음, 진용은 쪽지 한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쪽지에서 이렇게 길게 보내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겁니다.
얼마전에 친구따라 농구장 갔었어요. 요즘 장내아나운서 그냥 일반 젊은 사람이나 여자들이 많이 해서 흥이 안났는데
그날은 정말 정통 장내 아나운서가 제대로된 진행을 하시더라구요. 농구용어도 잘 아시구요.
근데 파데 검색해보니까 있으시네요. 사실 이쪽일거란 생각은 안했었는데 목소리도 그렇구요.
역시나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살짝 나이가 많으셨어요. 그래도 전 좋아요.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이렇게 시작해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답장 기다릴게요."
진용은 금새 하얀이를 다 드러내고 입에 귀에 걸린채로 미소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랴부랴 쪽지를 찍어서 컬러메일로 지민에게 날렸다.
그리고선 쪽지의 근원지를 발본수색했다. 사진으로는 상당히 미남이었다. 풋풋하고 상큼한 느낌의 한 남성.
가까이 가면 은은한 숲속의 향이 풍겨올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얼굴.
그런데 나이가... 엥? 스무살? 이거 완전 핏덩이 아니야. 진용은 순간 당황했다. 기억을 떠올려봤다. 내가 스무살을 만났던게 언제더라...
3년, 5년, 7년... 계속 기억을 앞으로 당겨도 스무살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너무 싫었지만 10년을 당겼다. 그래도 없었다.
좋아... 12년... 없네... 15년... 여기도 없어? 없으면 안되는데... 쳇.
참 멀리도 왔다. 진용은 무려 17년이나 기억을 당겨서 스무살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진용의 나이는 20대 초반.
스무살을 만난건 사실 당연한 얘기였다. 지금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런...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었던 진용인데 이렇게 자신과 대입할 케이스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물어볼 사람은 하나였다.
"그거 왜보냈어?"
"야 요즘에 저런쪽지를 보내는 거 보면 완전 귀엽잖아"
"귀엽고 자시고간에... 형도 나름 유명인이야. 당장 탈퇴해. 이거야 긍정적 의미로 좋은거지만 누가 이용해먹으면 어쩌려고"
"그나저나 고민이다. 고민이야"
"하긴 그거 자랑하려고 전화한건 아니겠지. 무슨일이야? 걔 애기지? 핏덩이지?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되나 이거 물어보려는거지? 맞지?"
"너 의사질 그만하고 병원앞에 돗자리 펴라. 무서워서 뭐 하나 물어보기가 겁나네."
"몇살인데? 열여섯? 열일곱?"
"얘기 큰일날 소리하네. 나는 준법시민이라구."
"돈만 안오가면 그게 사랑이지 뭐. 준법시민 운운할게 아니라. 스무살? 스무살이 뭐가 어때. 우리 다들 스무살을 겪은 사람들 아니야"
"야 그래도 내가 그런 핏덩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뭐 한다는게 좀..."
"아직 만나지도 않고 잘생각부터 하네. 이러면서 노친네 소리 듣는거지."
"너 내가 그말 싫어하는거 알면서"
"아 미안. 일단 만나봐. 대개 연상을 좋아하는 특히 많이 연상을 좋아하는 아가들은 특징이 있어. 하나는 정말 아가같이 의존적이고 수동적이고 자기의 귀여움으로 모든걸 돌파하려는 스타일이지. 이건 다루기 힘들어. 아빠같은 푸근한 마음가짐 없으면 오래가기 힘들지. 다른 하나는 나이는 아간데 생각하는거나 말하는건 왠만한 아저씨들 못지 않는 타입이야. 자기보다 옛날얘기 더 잘 알고 노래방가면 옛날노래만 부르고 가끔씩 나이를 의심할 정도의 그런 아이. 이런애는 몸은 어리고 생각은 나랑 비슷하니까 완전 좋지. 하지만 내가 어린애를 데리고 사귀는건지 얼굴만 어린애들 데리고 있는건지 회의감이 들때가 있구."
"역시 넌 도사다. 글쎄 난 후자였음 하는데"
"그래도 형이 나이보단 많이 어려보이고... 생각하는것도 젊으니까 잘할수 있을거야."
"그래? 그렇지? 아무래도 후후. 고맙다 지민아. 만나고 얘기해줄게."
"그전에 흰머리랑 목주름은 좀 관리하고 나가. 아빠아들은 심했고 삼촌조카로는 봐야될거 아니야"
"형동생으로 보게 만들거거든. 아무튼 고맙다 안녕"
전화를 끊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지민의 처방은 상당히 명쾌했다. 그냥 만나보라는 거.
하지만 평소에도 그런 연애를 지향하는 지민이랑 자신은 좀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목에 주름크림을 바르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진용은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쯤, 우리와 준호는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전철 끊겼겠죠?"
"필름이나 끊기지 않아야죠"
"영화대사 따라하지 마세요"
"따라 할건데요. 택시비보단..."
"그만, 그만, 우리 이정도 급으로 안내려갔었잖아요."
"원래 진정한 사랑은 급이 바닥을 쳤을때 이뤄지는거에요. 구름위에 떠서 산신령같은 입장만 고수해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구요."
"그럼 아까 솔잎주 먹을때 영화는 봤던거고 솔잎주 더달란 얘기도 했어야죠"
"그래야 연희다운데... 맞죠?"
"그럼 우리 연희답게 다음장면으로 갈까요?"
"이 아저씨 상당히 고수네."
"아저씨라 부르지 마요 아프니까"
그 다음 장면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궁금하면 2002년에 개봉한 유하감독 엄정화 주연의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보고 올 것... 이해가 빠를것이다.
물론 우리와 준호는 남자다. 남남의 관계를 대입하면 되겠다. 덧붙여서 그 장면 이후 지금 넣어~ 부터 그 씬의 마지막까지 둘은 비슷하게 재현했다는말을 첨가한다.
다음날 아침,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우리는 뒤끝이 켕겼다. 끗발잡은 야당의원들의 눈초리를 한몸에 받는 대정부질문장에 서 있는 장관같은 느낌이었다.
옆에는 준호가 누워있었다. 준호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진도 너무 빨랐던거 아닐까요?"
"서로 마음에 들었다면 진도가 중요하겠어요.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런감정과 자는데까지의 거리는 버스한정거장도 안되요"
"그렇죠"
"또 진도가 적당히 빨라야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고... 우등생이 되죠"
"하하... 영화대사 엄청 잘써먹으시네요. 역시 봉준호 답습니다."
"시간되면 또 봐요."
"연락하지요."
모든것이 완벽한 남자였다. 당장이라도 야호를 외치고 싶을정도로 들뜬 기분이었다.
문자를 보냈다. 세명 모두에게
나 드디어 찾은거 같어. 진정한 인연을 만났어 정말로!
답장은 예상한대로였다.
1)또 그소리냐?
2)지겹다 지겨워
3)그래 잘해봐라. 나중에 또 징징대겠지
그나마 지민이가 내가 형이라 좀 나은 소릴 했네. 여하튼 도움 안되는 인간들.
그날 우리는 운동을 하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다들 지겹다는 표정이었지만 우리는 이번에는 정말이라며 인연을 확신했다.
"준호씨는 솔직히 내가 만났던 사람중에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들어. 하지만 느꼈다니까. 처음 누군가를 만날때의 떨림을. 떨린다는거. 그것도 정말 오랜만에 그랬다는거는 보통이상은 된다는거 아니야?"
"너가 안그랬던적이 있었어? 그 팬도 그랬잖아."
"걔 얘기는 그만"
옆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숨에 찬 목소리로 상준이 거들었다.
"뭐 그남자 괜찮긴 하더라. 처음 만난 게 술벙개라는게 껄끄럽지. 만나서 그날 바로 잔것도 그렇고. 그남자고 너고 서로 너무 헤프다는 생각 한게 아닐까? 후아후아"
"글쎄. 난 그런 생각 안들었어. 이거 기막힌 인연이다. 이런생각만 들었지."
진용이 우리에게 다가서서 등짝을 한대 치며 말했다.
"좌우지간 잘해봐. 나중에 이상한 소리만 안하면 되는거지. 이제 우리 너 그러는거 안받아줘. 진짜다 이거."
저 멀리서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도 잘해야지. 그래 어땠어?"
"어? 형 누구 만났어요?"
"그래 오랜만에 누구좀 만났다."
"오~ 누군데?"
지민이 다가오며 말했다. 입가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글쎄 스무살 핏덩이래. 캬하하"
"오 스무살~ 가만있자 형이랑 몇살차이야."
"너 그거 계산하지마. 나도 안하고 있어 일부러."
"괜찮아? 잘생겼어? 아니 귀엽나? 형보고 뭐래?"
"경기장 왔다가 나 봤나봐. 귀엽다기 보단 풋풋하고 파릇파릇하지. 달로치면 준~ 6월같이. 신록이 우거진 이란 표현 잘 어울리는 애야. 지민이 너가 얘기해 준거에선 후자에 가까웠어. 의외로 생각도 깊고 말도 진지하게 잘 하고, 아는것도 많아. 어리광피는 아가랑은 좀 다르지. 내가 좀 정신연령이 어리잖아. 그래서 더 맞는걸 수도 있고."
"그래서 잘해보기로 했어?"
기구를 당기는 진용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불끈불끈 솟아나는 팔뚝의 핏줄은 그에따른 댓가였다.
"일단은. 이렇게 어린애 만나본게 얼마만인지... 새로 공부좀 해야겠어. 요즘 애들 뭐 좋아하고 어떻게 사는지."
"주말에 우리 운동하는데 데려와. 운동하는거 좋아하려나?"
"무술은 좀 했었대. 유도하는지 물어봐야겠구나. 너네도 걔좀 봐주고 그럼 되겠다."
좀 멀직이 떨어진 기구로 이동하며 상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살판났네. 누군 술벙개 가서 잘 자고오구, 누군 나이 사십줄에 스무살 핏덩이끼고 돌구. 누군 넘쳐나는 남자를 감당 못해서 직장에도 남자를 심어놓구... 나는 언제 뭐한건지 모르겠다. 다들 잘해보슈. 쳇"
"쟤 또 시작됐다 11월 병."
"갱년기라고 하지. 상준갱년기"
"저거 약도 없는데... 남자나 붙여야 겠네"
셋이 동시에 혼잣말+대화조로 읊조렸다.
"아 지민아, 걔는 어떻게 됐어?"
"누구 말하는거야? 어떤남자? 얘가 남자가 한둘이어야지."
"아... 병원에 걔. 나 데리고 가서 만났던 애"
"아 걔... 주말에 오프나면 시간내서 유도하러 오라고 했어. 걔도 예전에 좀 했었대."
"오 그래?"
"얘가 아직 계획같이 쉽게 안넘어오네... 원래 한번 가져놀고 포켓처럼 굴리고 싶었는데 만만치 않은 놈이라서"
"너 직장에선 좀 주의해라. 공사는 구분해야지. 이젠 상사잖아 어엿한."
"형 걱정하는거 알겠는데 걔는 왠지 꼭 정복해내야 겠다는 강한 집념이 생겨.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 안잡히는거 보면"
가만히 듣던 우리가 말을 건넸다.
"걔가 고수인거야."
얼마후 우리는 준호와 만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뽀로로 캐릭터가 나뒹굴고 있었다.
"뽀로로 알아요?"
"들어야 봤죠 유명한거니까. 근데 애들 보는거잖아요"
"근데 재밌던데요. FX 빅토리아도 팬이던데"
"그래요? 애들보는게 무슨 재미에요"
"뽀로로가 착한 캐릭터일거 같죠? 성격은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평범한 성격이에요. 호기심 많고 욕심도 많아서 사고도 자주 치구요. 크롱이랑 엄청 자주 싸우는데도 계속 길러주는거 보면 입체적인 캐릭터죠"
"크롱요?"
"뽀로로가 맡아서 기르고 있는 아기 공룡이에요. 뽀로로가 혼자 눈사람 만들고 놀다가 눈사람 머리를 잘못 올려 같이 굴러 내려 갔고, 그대로 나무에 부딪혔는데 그때 눈밭에 알이 파묻혀있었거든요. 거기서 나왔어요."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내용도 다 알구"
"요즘 애들은 뽀로로 안보면 대화가 안된대요. 어린이집에서 TV 보여주면 부동의 1순위잖아요."
"그런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뭐... 하하 제가 좀 애들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보기에 준호는 전혀 애다운 구석은 없었다. 느와르 뭐 이런장르를 좋아하고 진지하게 철학을 논하는 인물이라면 수긍이 갈 수도 있었지만 느닷없이 애들 만화 얘기나 하고 있는거 보면 뭐가 깨도 좀 깼다. 우리는 솔직히 그런 애들만화에는 전혀 흥미도 없고 애들도 별로 안좋아해서 관심도 없었는데 자꾸 그런쪽으로 얘기를 끌고가니까 약간 지겹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했다.
겨울옷이랑 화장품을 보러 백화점에 들렀다. 그런데 준호는 자꾸 아동복매장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조카 선물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카가 몇살이에요?"
"네살도 있고 갓난쟁이도 있고 그러죠"
"예쁘겠네요."
"예쁘기만 하겠어요. 눈에 넣어도 안아프죠"
애들옷 보러 다니고 아기용품 구경 다니는데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백화점 다니면서 다리아픔을 느꼈다. 여자랑 쇼핑하러 다닐때 남자들이 겪는 기분이 이렇다던데 그간 우리는 그런 감저은 느낀적이 없었다. 오히려 즐겁고 좋았다. 하지만 장난감만한 신발, 인형한테 입혀야 맞을것 같은 티셔츠와 바지를 보는것이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했다.
그렇게 어째어째 조카선물을 사고 저녁을 때우고 술을 먹었다. 그날따라 준호는 매우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안좋은일 있어요?"
"안좋기는요. 이렇게 우리씨 만나서 좋은데"
"근데 자꾸 뭐에 쫓기는 표정이에요"
"아닙니다. 잠시 전화좀"
"여기서 받으면 안되요? 누군데요?"
"잠시 실례좀 할게요."
대답도 안하고 사라지는 준호를 보며 우리는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짙어졌다. 아직 몇번 만난 사이도 아니고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이런식으로 신뢰를 깨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것이 영 못마땅했다.
하지만 이럴때는 항상 해결사가 있기 마련이다.
형 준호씨 뭔가 이상해. 애들만화얘길 하지않나.
하지만 이미 진용은 핏덩이와 홍콩여행중이었기때문에 아무리 벨 소리 큰 매직홀이지만 우리의 문자를 받을리가 없었다.
에이 도움안되는 인간. 그럼 꿩대신 닭이다
역시 지민이밖에 없어. 바로 답이 왔다.
아저씨 냄새 팍팍 풍겨? 그럼 술 계속 먹여. 계속 잘 먹는지 보고 연락해.
술을 계속 먹이라구? 그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래보기로 했다.
저 한잔 더 할래요? 죄송한데...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들어가야 될거 같아요. 아깐 그런얘기 안했잖아요. 전화받고 생겼어요. 누구한테 온거에요? 미안해요 담에 봐요.
우리는 더 참을수가 없었다. 간신히 부탁해서 작은 바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진토닉 하나를 시켜놓고 계속 권했다. 그런데 이게 뭥미. 그렇게 술 잘먹던 남자가 술을 입에도 안대려고 하네.
"왜요 취했어요?"
"좀 힘드네요. 미안하지만 우리씨가 좀 먹어줘요"
우리는 더 먹을 여력은 있었지만 오기가 났다. 콜라를 마구타서 권했다. 아니 거의 들이 밀어댔다. 이거 안먹으면 나랑 보기 힘들거라는 협박까지 했다.
마지못해 조금 들이키는데 병아리 오줌만큼씩만 찔끔대고 있네 이 인간이. 어휴 속터져. 우리는 아무래도 뭔가 많이 이상했다.
그럴땐 우리 박사님이 있지.
야 술 안먹고 있어 먼저 가겠다고 하구 / 역시 내 생각이 맞네 그남자 유부남인거 같어
뭐? 유부남? 유부게이다 이거지? / 원래 유부남은 애들프로 박사야. 애보기 싫어서 티비틀어놓고 같이봐주는 시간이 많단 말야
그거랑 또? 술 먹이란얘기는 뭐야? / 유부남은 시간개념이 있어. 마누라가 만들어 놓은 덫이지. 형이랑 잤다며
그래 그거랑 무슨 상관? / 저번에 외박했으니까 이번엔 그냥 안넘어가겠지 지금쯤 알리바이 만드느라 정신없을걸?
오 마이 갓. 우리는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지민이 짚어주는 모든게 완전히 딱딱 들어맞았다.
당장 멱살을 붙잡고 너 유부남이지라고 마구 따져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도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마저 무참히 짓밟는 지민의 문자 한통.
그만 포기해. 유부남이랑 사귀면 백프로 형이 상처받어. 영화같이 모든거 다 버리고 달려올놈 이세상에 없다.
아 씨 목지민 이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놈. 꼭 이렇게 확인사살을 해 줘야 되나.
우리의 머릿속은 어지럽기만 했다.
그 시간 즈음, 홍콩여행을 끝낸 진용과 핏덩이는 차 안에 있었다. 집에 바래다 주는 자상한 진용씨.
"잘 들어가. 담에 또 보자."
"오늘 즐거웠어요. 너무 제생각만 하면 안되요. 형 일도 해야지"
"어린게 슬슬 기어 오른다."
"잘자요"
볼에 입을 맞추고서는 낼름 차에서 내린다. 도발같아서 뭐하는짓이냐고 물었지만 오히려 더 밝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때 나타난 한 남자가 보였다. 나이는 진용과 비슷한. 어두워서 정확하게 식별은 되지 않았지만 핏덩이를 매우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뭐야. 저 핏덩이 주제에 양다리? 바람? 밥만 먹기 싫으니까 라면도 먹어보겠다 이거야? 내가 라면밖에 안돼? 슬슬 진용은 예열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남자를 데리고 나한테 오네. 진용은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바람피는 놈이면 나한테 데려올리는 없을테니까... 그럼 뭐지?
"형, 우리 아버지에요. 아빠. 아는 형님이세요. 아빠랑 나이 비슷하겠다."
"안녕하세요. 최희성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유진용인데요..."
고개를 든 순간. 진용은 순간 기절할 듯 소스라쳤다. 희성이 내민손을 잡지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그 때 희성도 진용을 보았다. 희성역시 매우 놀란 눈치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진용보다는 대범했다. 애써 표정을 참고 있었다.
"왜요? 형이랑 아빠 아는사이에요?"
"어... 몇번 봤던 사이네 알고보니까. 잘 지내셨죠?"
"아 그럼요... 잘 지냈죠"
"저 아빠 이분이랑 얘기좀 해야되니까 먼저 들어가. 알았지?"
진용의 옆자리에는 희성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다."
희성의 인사를 진용은 받지 못했다. 죄인마냥 앉아 있었다.
"왜 이렇게 풀죽어 있어. 나 못볼사람 본것도 아니잖아. 잘못은 내가했지..."
"그래. 너가 잘못했지. 너가 나를 매몰차게 버렸으니까."
"보다시피 저녀석때문에 그랬어. 너 만날때쯤에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놈이 벌써 저렇게 컸네"
"그 뒤로도 남자는 계속 만났구?"
"너한텐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그랬어. 더이상 저녀석과 마누라 속이면서 살기 싫어서 별짓을 다했는데 미친놈이지. 정신과가서 약도 먹어보고 쌩난리 다 쳤는데도 안되더라. 슬픈 일이지"
"자기 위로에 불과해. 안그래?"
"나 헤어졌어. 저녀석이랑 둘이 산지도 꽤 됐구. 외국에 오래 나가 있으니까 저녀석 볼 시간도 없었어. 저만큼 커준게 고마울 뿐이야."
순간 진용은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 유부남인걸 알았을때 진용은 희성을 너그러이 받아주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나면 되었으니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희성은 가정생활을 이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된 진용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희성의 부인이 진용을 찾아와 악마같은 끔찍한 악담을 늘어놓고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진용은 버림받았음에도 상처를 더 입고는 쓸쓸히 퇴장했다. 그 가운데 수많은 술과 눈물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세월이 흘러 그 아들과 진용이 만나게 되고 옛 연인은 마누라랑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진용은 스스로 만든 이 더러운 운명에 치를 떨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피곤하니까 이만 들어갈게. 아들 잘 챙기고. 일도 중요하지만 쟤 외로움 많이 타더라."
"그래 들어가구"
내리려는 찰나 희성이 말을 덧붙였다.
"연락해도 될까...?"
진용은 말끝을 흐렸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차를 몰고 떠날 뿐이었다. 그런 진용을 바라보는 희성의 눈빛또한 젖어들고 있었다.
"어째 우리 애들은 다 이러냐. 한 명은 기껏만난 운명적 사랑이 유부남이고, 한 명은 옛 애인의 아들. 막장인데 이거?"
"그만해 심각하단 말야."
우리, 진용 둘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유부남이라고 사귀지 못할건 뭐야? 유부남, 유난히 부드러운 남자 아니겠어? 유부남이 더 잘해주고 마음씨도 넓다는건 다들 공감하지 않나?"
"지민이 너나 그렇게 생각하지 아직 게이들도 보수적인 사람 많어. 남의 가정 평화 깨는 가정파괴범 역할 누가 하고 싶겠어?"
"유부남 만나서 사귀는게 가정파괴범이야?"
"상대가 남자일뿐 불륜이랑 같은거지."
상준이 짧게 대답했다.
"형은 그래서 유부남이냐고 물어봤어? 그 사람한테"
"아니 아직. 모르겠어. 너말만 믿고 유부남인지 확신해 버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
"물어봐 그럼. 아무튼 유부남이라도 계속 만날거야?"
"내가 싫어하는게 하나 있어. 사람 탄 택신데 거기 또 타서 합승하는거. 나 합승(?)하면서 교통질서 어지럽히고 싶지 않다. 진용이형 케이스도 있구"
"그얘기 하지 말자. 아직도 트라우마 크단 말야"
"형은 어떻게 할거에요?"
"인연이 아닌게지. 핏덩이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완벽했지만 그놈 씨로 나온 걸 알았으니 접어야지. 다신 그놈 안보겠다고 울며 다짐한게 언젠데."
상준이 말을 이었다.
"그래 보니까 유부남 사귄사람들 보면 연애할땐 정말 행복하다고 하던데 말미는 안좋더라. 집에 마누라랑 토끼같은 자식들 있는데 그 생각하면 아무래도 맘이 편치 않겠지. 상대방도 그렇구. 이남자 껴안고 뒹구는데 어느날은 왠 여자랑 껴안고 뒹굴었다고 생각하면 찝찝하잖아. 게다가 조개굴 탐험인데. 생각만해도 더러워"
"그래 나 아는 어떤 형은 여자랑 몸섞은 남자들은 생리냄새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구"
"그정도 까진 아니지만 티는 좀 나나봐. 그치?"
"에휴 모르겠다 둘은 알아서 잘 생각하슈. 뭔가 답이 있겠지. 아무리 나 목지민이라도 더이상은 말 못하겠수다. 알.아.서. 하시길"
지민은 먼저 자리를 떴다. 뒤이어 상준, 우리, 진용이 일어났다.
유부남, 유난히 부드러운 남자
게이 세상에서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사라져야할 존재이기도 하면서 어쩔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유부남을 사귈것이냐 말 것이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맡길 문제이다. 앞서 얘기한 장단점이 모두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감수하면서 사귈수 있는것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있기 마련이다.
결론은 지민이 잘 알려줬다. 알아서, 잘 알아서 하란것이다. 그거 말곤 답이 없다.
- 두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