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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그때는 봄이 지금과는 다른 이유로 서러웠지요 해마다 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아직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서러움이 응어리진채로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이제는 봄이 서러운 이유가 하나 더 보태어져서 여린 가지에 피어오르는 연두빛만 보아도 가슴이 아립니다 저 가녀린 어린 가지보다도 더 연약한 아들을 매일 하루 7시간씩 교실에 넣어놓고 밖에서 지키고있는 어미... 어느 순간엔 퍼뜩, 너무 끔찍한 짓이 아닌가 하는생각에 교실문을 열고 눔이를 빼내와 같이 손을 잡고 멀리 멀리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봄은 왜 이다지도 서러움 투성이인지요...
서러운 봄이지만 오늘도 저는 쓸개빠진, 아니 쓸개가 원래 없던이처럼 하루종일 실실 웃으며 다녔습니다 아이들틈에 끼어 셋트로 선생님한테 호통도 당하고 눔이 따라 뛰다가 복도에서 뛴다고 혼내는 소리에 선생님 당혹해하실까봐 뒤도 못 돌아보고 냅다 교실로 뛰어숨으며 하루를 숨차게 보냈습니다 눔이는 그런 엄마가 재미있나봅니다 조용히 하라고 천천히 가라고 해도 엄마가 따라 뛰는게 재밌는지 교실만 나서면 냅다 뛰기 시작합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공부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야생마처럼 뛰어다닐까 싶어 또 가슴이 아파옵니다
시작종이 울리고 사방이 조용해지면 눔이와 작은소리로 <안녕>하고 층계참에 올라와 먼산을 바라다 봅니다 안개로 희뿌연 산등성이 위로 할아버지 숱없는 머리처럼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습니다 봄이가고 여름이 오면 저 산은 푸르름으로 빽빽해지겠지요 가슴속의 상처는 사라지지않더라도 마음에도 나무가 무성히 자라서 아픔만이라도 숨길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끼니 못 챙긴다고 위문품이 답지하여 하루종일 호도과자 야금거렸더니 역시 토종인지라 김치생각이 간절하여져서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머리 디밀고 먹어댔습니다^^ 냉장고가 자기를 먹어치울까봐 겁을 먹을듯한 기세로 말이지요 하하하~ 학교에서는 무얼 먹으려면 솔직히 좀 비참한 기분이 듭니다 꼭 이렇게 먹으면서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에 우울해져서 학교있는동안에는 그만 배도 별로 안 고픕니다 냄펴니가 손쉽게 먹을수있도록 씻어서 포장되어있는 사과며 음료며 개별포장된 떡이며를 챙겨주는데도 그냥 가져갔다 도루 가져오기 일쑤입니다 안 먹고 가져온다고 화를내는데 자기가 한번 복도에서 우물거려보라고 그게 넘어가나, 하면서 말다툼을 했습니다 우기긴했지만 마음속으론 조금 미안했습니다...
눔이는 착한 아이들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도 눔이를 놀리는 눔이도 없고 처음에 겁먹었던 한덩치씩 하시는 눔들이가 오히려 더 눔이를 잘 챙겨줍니다 저혼자 놀라고 경계했던 마음이 미안해집니다... 챙겨주는 타잎은 서로달라서 아이들 하는걸 보면 그집의 분위기가 어떤지 금새 알수가 있습니다^^ 가만히 뒷짐지고 서서 이렇게 해라,저렇게 하면 안된다 지시하는눔이도 있고 사내녀석이 꼬추 떨어질만큼 자상하게 손까지 씻겨주는 눔이도 있고 여자아이들은 모성본능이 있어서인지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고 다음시간 책도 챙겨주고 바지도 치켜올려주고 합니다 어떤눔이는 다짜고짜 반갑다고 아침에 만나면 목을 조르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하는짓인데 세련되지를 못해서 여자아이들한테 그러면 재원이가 싫어한다고 혼쭐이 나기도 합니다 눔이를 보고있으면 저눔은 참말 사랑이 없으면 못살 눔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시도 남의 보살핌과 사랑이 없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니 이걸 감사해야하나 슬퍼해야하나...기가 막힙니다
음악시간엔 좋아하는 도레미송이 나와서 영어로 첨부터 끝까지 큰소리로 불러제끼는 바람에 아이들로부터 "와~우~!" 환호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 가슴을 졸였는데 다행히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마음에 안드셨을수도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불독같은 어미가 복도에 딱 버티고 앉아있으니 ㅎㅎ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니 저도 모르게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젊어서 세상을 떠난 친구얼굴도 떠오르고 후배얼굴도 떠오르고... 눈물이 어른거려서 얼른 복도를 마사이 워킹으로 소리안나게 걸어 화장실로 갔습니다 화장 지워질까봐 허리굽혀 세면기에 눈물 꾹꾹 짜내 흘려보내고 코한번 들이마시고 즐거운 얼굴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사이 워킹 소리 안나게 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최대한 붙여가며 성큼성큼, 그치만 조용하게...^^
전자사전 두드려가며 틈틈이 쓴 편지를 다예 호스트 엄마에게 보내고 한시름 놓습니다 호스트가 아이에게 소홀해질까봐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는데 요근래 몇주을 빼먹었거든요 매번 같은 내용을 쓸수도 없고 영어는 딸리고 아주 고역입니다^^ 그래도 몸매며 마음이며가 다 통이 큰 아주머니께서 자기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는데 저는 근근이라도 써보내니 잘하는거라고 칭찬해주었습니다 하하~~
세상에는 서러워도 아름다운것 투성이입니다 연두색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아련하여 연두빛이라고 해야할것 같은 가녀린 봄나무들도 그렇고 섬진강에 하늘하늘 떨어지는 매화 흰꽃잎도 서럽도록 아름답고 우리네 삶도 서러워서 아름답습니다 사라져도 사라지지않는것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 봄빛... 오늘 눈물을 뿌리고 다닌건 제 탓이 아닙니다 아마도 서러운 봄빛 탓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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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땡이님.. 서러운 봄빛 탓 일거예요...서러워도 아름다운 삶을 사시는 땡이님~ 성모님도 불독같은 어미였던거 아시나요??!! ^^ 3월 건강 잘 챙기시고요 . 편안 밤 지내세요..
성모님께서 불독같은 어미셨다니 많이 위로가 되는데요^^ 예수님도 어머님 눈에는 여린 아기셨겠지요...귀염둥이님의 위로 덕분에 오늘은 어제보다 덜 힘들었나봐요 고마워요...
간만에 글 쓰시면서 와 나를 울리오?집앞 목련꽃 봉우리를 보며 몇날 지나면 만개해 흉물스러운 모습이 벌써 아른거려 슬퍼질려는 나에게....어제는 그나무 아래서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읽노라...해마다 베르테르의 편지는 오는데 내용이 독일어라 읽진 못하고 그림보듯이 보니 내 봄날이 어찌 아니 서럽겠수? 그대 복있을지어다.14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그대들과 함께있으니 .... 건강을 빌어드려요.
날쌘돌이님 사시는 곳은 따뜻한 남쪽나라인가봐요^^ 저는 아직 목련을 못 보았어요, 정신없이 다녀서 그런지...^^ 서러워마시고 독어 공부 시작해보셔요~ 재밌을것 같아요~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아드님은 얼마나 행복한가유...그리 사랑으로 돌봐주는 엄마가 있구유...우리 옆집 아이 엄마도 없는 아이..할머니가 키우는디..할머니가 울화가 났는지..학교갈 시간이 지나는디..얘를 패네유..애 울음소리가 아파서 그 집 문앞에서 한참 가심 떨다 들어왓네유..할머니 설움이 고스란히 토해지고 그 걸 다아 맞고 있는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가심이 찢어질라해요
뚱님의 글과 곡스님의 답글 읽으면서 그냥...마음이 찡합니다..두분다 건강 잘 챙기시길요~~
에이그...할머님 그 속도 속이 아니겠고 어린것도 불쌍하고...조손 가정인가보네요 이웃들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할텐데...곡스님 말씀 듣고보니 눔이가 덜 불쌍해보이네요^^ 꼬꼬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감사해요^^
나 /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 잡고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 .... (봄날, 김용택) ... 오늘은 안 말 않구 이 시 떨구고 갑니당~~
나 / 찾다가 / 복도에 / 때 묻은 배낭만 있거든 / 아들 눔이랑 손 잡고 / 깊은산 들어 간 줄 알아라 // 히...
세상에는 서러워도 아름다운 것 투성이입니다....목이 메이고... 눈물이 흐릅니다... 엄마의 뜨거운 사랑과 정성에 우리 감동 먹었네요.^^*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하셨어요. 땡이님 가슴속에 계신 하느님.. 고맙습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항상 땡이님과 재원이 곁에 계시고, 도와 주소서.
별하나님...늘 감사해요...제 가슴속에 하느님이 계신다면 좀 지내시기가 힘드실것 같아요...척박해서요...재원이 가슴속에 계시면 좋겠어요...어제 위문품으로 호도과자를 전해준 엄마에게 방금 전화가 왔는데 저한테 온 그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서 잃어버려서 혼비백산하고 겨우 찾았다고...그래서 전화끊고나서 미안하고 속상해서 찔찔 울었지요...우리는 사는게 뭐 이러냐...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참말 뭐 사는게 이러냐...하루도 맘 편할날이 없네,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냄펴니가 퇴근해와서 제 얼룩진 얼굴을 보더니 자리를 비키려고 그러는지 눔이 데리고 목욕탕 다녀온다고 나갔습니다...참말 서럽네요...
땡이님^^* 상처입은 조개가 그 고통속에서 아름다운 진주를 생산해 낸다고 해요. 그 고통스러운 경험은 어떤 큰 의미가 있을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는 감사 할 일이 분명히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감사 할일이 있는지... 한개 두개 찾을 수 있으면 희망이 있어요. 절망과 고통쪽에만 마음이 머물지 않게 하고, 주님의 빛을 찾아서 그쪽으로 한 걸음씩 나가 보아요... 이건 제가 가장 힙들었을 때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길 이었어요.... 물론 기도하고 주님께 모든 것 의탁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화이팅.
재원이의 그 순수한 마음속에 분명히 하느님 계실 것으로 믿어요. 그리고 님이 그 마음에 사랑을 간직할 때 하느님이 계시고, 사랑이 없을 때는 하느님이 떠나시지요. 그래서 우리가 가슴에 사랑을 품을 때, 우리는 행복한 가 봅니다. 따뜻한 바깥 분께도 서로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래요.~ 사랑해요... 그리고 축복을 빌며 기도해요.^^*
별하나님...말씀이 생각나서 오늘 차속에서 내내 뭐가 감사한지 생각해봤어요, 사실은 하느님께 불만인것은 별로 없어요...눔이 엄마가 된것도 감사하니까요, 그저 서러워서 그래요 눔이가 불쌍해서요...감사할것 투성이라서 별하나님 말씀을 듣고나니 부끄러워 졌어요. 감사할게 이렇게 많은데 매일 힘든척하고 살았구나 하구요...기도하고 주님께 모든것 의탁하면서...감사해요..
아름다운 봄 되세요. 꽃향기에 눈물 감추시고 봄 햇살에 많이 웃으시길 바랍니다.*^^
하늘바람님 오늘은 많이 웃고 다녔답니다,눔이가 그저께 배운 노래를 순 엉터리로 불러제껴서 안웃을수가 없었어요^^ 웃으면서도 눔이가 가슴이 아린것은 어쩔수가 없었지만요...하늘바람님도 많이 웃으시고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도드려요~ 감사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힘든 상황을 바라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작 또 고픈배를 채우는 일,, 아니 그것뿐이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어요.. 그 힘든 상황에 십시일반 교묘하게 동조하고 있는 저의 양면성.. 참으로 스스로 사람인것이 부끄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몇몇 분으로 인해서 제가 사람임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또 그 분들의 마음가짐에 좀 더 가까와져보려는 희망을 제가 가질 수 있어 다행이도 행복해지곤 한답니다.. 뚱님은 비단 재원이의 지킴이 만이 아닌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등대 처럼 느껴져요...뚱님..힘내세요.. 저도.. 힘낼께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래도 사람쪽으로 가까운것 아닌가요?^^ 양면성이 없다면 신에 가깝겠지요...잔잔한 미소님, 님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위로가 된답니다...우리 서로 그렇게 기대고 살게 하느님이 만들어놓으신것 같아요...
땡이님과 계단참에 앉아 도시락도 까먹고 눔이와 달음질도 치고 싶네요...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착한초보님이랑 계단참에 앉아 도시락까먹는거 상상하니 웃음이 쿡~나요^^ 낄낄거리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벌서게 될것같아서요 ㅎㅎ 복도에서 달음질 치는건 이제 달인이 되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교복을 안입어서 저보다 키가 큰 눔들속에 묻히면 거의 안보이거든요^^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뚱이님 어머니의 눈물은 방울 방울 떨어져 주울수 없는 진주가 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3년전에 대장암과 위암이 함께 진행되는 참혹한결과를 알게되었습니다. 병원에서 3개월을 넘기지 몬한다고 짐싸들고 가라해서 의사선상님 바지가랑이 붙잡고 사정도 몬해보고 거리로 내몰림(?)했습니다. 그날은 세상이 왜이리 서러운지 아이들과 남편앞에서 제가 울면 안될것같아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쉬지 못할정도로 참고 또 참았더랬지요 주님께서 주신 육신 함부로 굴린 죄라 생각하고 깊은 우울증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런 제 몸과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뚱이님의 손도 아드님의 손도 주님의 따뜻한손이 잡고 계십니다. 사랑으로....
어쩌면...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저같으면 너무 놀래서 지레 드러누웠을것 같은데 주니맘께선 참 용감하고 대단하신 분이네요, 얼마나 고통이 심하셨을까요... 그 고통을 가늠도 할수없지만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어서빨리 훌훌털고 옛이야기 하고 웃으실 날이 오도록 기도드릴께요.3년이면 힘든 시기는 다 보내셨네요 마음 든든히 잡수시고 힘내세요...저도 그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은 안답니다...^-^ 힘든중에도 제 걱정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기도드릴께요
반성합니다 욕심부리고 살아왔음을....고운 마음 가진 님들과의 만남이 고마워요 항상 기도와 선한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루시아님 반가워요...^^ 섬진강 매화꽃이 참말 많이 보고싶어 지네요...저도 루시아님 말씀들으며 오늘 하루를 선하게 살지 못한것을 반성합니다...
많은 님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느낍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고통을 나누는 쉼터 공동체이네요. 모두의 사랑으로 재원이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랄 겁니다.따뜻한 마음들에 머물다 갑니다. 뚱님, 재원이와 학교 같이 다닐려면 제일이 건강이겠네요.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기도 안에서 늘 함께 합니다. 자랑스러운 씩씩한 그러나 안쓰러운 우리 뚱님, 넘어지지 말고 학교 잘 다니세요
록은님 오늘은 바람이 어찌나 매서운지 귀가 얼얼했어요, 어제는 고운 눈발까지 폴폴 날리시고...^^ 울 재원이는 참 많은 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어서 가슴이 찡해요...제가 넘어질까봐는 걱정하지 마세요, 짧고 굵어서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거든요 록은님도 변덕스런 날씨에 건강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