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학공부하기, 다비드 그로스만의 소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를 발제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다시 한번 공부하다가 2021년도에 공부한 자카리아 무함마드 시집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를 들춰본다. 2018년 아시아문학페스티발에서 만났던 내게 다정했던 시인이 어느새 고인이 되었다니, ‘지상에는 영원한 것도 없고, 인생에서 찬란하지 않은 순간도 없다’라는 저의 제4시집『지상의 말들』,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밤
언덕 너머에서
풀과 꽃을 다 먹어치운 검정 말
마을로 온다.
내리막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온다.
말이 지나는 길마다 불을 켠다.
발굽이 땅을 두드릴 때마다 가로등이 들어온다.
밤새 말은 여기 있을 것이다.
다각다각 다각다각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말(言)과 말(馬), 동음이어, 두 가지 중의로도 읽힐 수 있을까요?
시는 사회적 의미가 있습니다. 시는 작고 달콤한 과실입니다. 그러나 시는 과중한 짐을 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짐을 지우면 시는 등뼈가 부러질 겁니다. 시는 섬세한 도자기처럼 깨지기 쉽습니다. 바로 그 연약함이 시의 강점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부서뜨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압박을 자제해야 합니다. 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몇몇 사람에게 한정됩니다: 시의 영향은 눈에 띄지 않지만 깊습니다. 콕 집어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아랍 시가 말하듯이, “가장 단단한 바위 위를 개미들이 다니면서 새겨놓은 길”과 같습니다. 또 옛 경구처럼, 시의 맷돌은 느리게 돕니다:
신의 맷돌은 느리게 돌지만 아주 철저하게 간다. |
언어도단의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더, 자카리아 무함마드는 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다. 천천히 돌지만 철저하게 가는 시의 맷돌을 꾸준히 돌렸고, 가장 단단한 바위 위에 인간의 길을 집요하게 새겼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절규와 눈물을 떠올리게 되는 우리의 선입견을 그의 시는 아주 멀찍이 벗어난다. 간결하고 차분하다, 그런데 울림이 대단히 크다
나는 내 시가 바닷속에서 폭발해서, 수면에는 단지 거품만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그 거품을 보고 독자들은 저 깊은 데에서 큰 폭발이 있었음을 알아챌 겁니다. 좋은 시는 독자들 앞에서 폭발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자카리아 무함마드 시집, 역자 후기 「바위에 새긴 말」, 182-183 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