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는 다른 곤충에 비해서 멀리 날고 동작도 빠르기 때문에 잡기가 어려운 곤충이다.
그에 비해 매미는 날 수는 있으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메뚜기나 여치 등은 날기보다는 뛰어다니기 때문에 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가 있다. 모두 잠자리와 견줄 바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날쌘 잠자리를 힘 안 들이고 쉽게 잡는 요령을 알고 있다.
어릴 적 잠자리를 잡으며 놀 때 두점박이 잠자리같은 작은 잠자리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아예 잡지 않았다. 그래도 왕잠자리 정도를 잡아야 날개를 접은 후 양손가락 사이에 끼우거나 다리에 실을 묶어 날리며 서로 싸움을 붙이는 놀이를 하곤 했다.
간혹 잠자리의 꼬리를 잘라내고 작은 풀잎을 꽂아 날리는 장난을 한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크게 잘못한 일인 것 같다. 이러고도 잠자리가 남으면(?) 밀짚으로 잠자리 집을 만들고 파리나 작은 잠자리를 잡아 먹이면서 키우기도 했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좁은 공간에 가두어서인지 오랫동안 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늘 그 잠자리 잡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아침 일찍 밭두렁에서 잠자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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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잠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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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가 겉날개와 속날개로 두 겹인 메뚜기나 풀무치는, 비가 와도 겉날개의 보호를 받는 속날개가 젖지 않아 날 수가 있다. 하지만 날개가 단 한 겹뿐인 잠자리는 자는 동안 이슬이 내려 날개가 젖게 되는 이른 아침에는 잘 날 수가 없다. 그래서 해가 뜨기 전 억새풀이 우거진 밭두렁으로 나가면 날개에 고운 이슬이 맺힌 잠자리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매일 늦잠을 자다 어쩌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잠자리 잡느라고 옷은 젖고 바지가랑이에는 온통 황토흙을 묻혀서 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잠자리 잡는 재미에 얼마 안 가 언제 그런 꾸지람이 있었는가 싶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곤 했다.
왕잠자리나 장수 잠자리 잡기
위에서 이야기한 방법은 비교적 작은 잠자리를 잡는 데는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장수 잠자리나 왕잠자리처럼 큰 잠자리는 날개에 맺힌 이슬을 털어 내고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왕잠자리는 옆으로 날아가면 휙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고 잘 앉지도 않아 포충망으로도 잡기 어렵다.
왕잠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슬에 젖어 꼼짝 못하는 두점박이 잠자리 같은 작은 잠자리 몇 마리를 잡아야 한다. 그 다음 다리에 실을 묶고 작은 막대기에 연결하여 둔다. 시간이 지나 아침 해가 떠오르고 이슬이 마르면 잠자리는 도망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날아가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이 잠자리를 들고 저수지나 논두렁에 나가 흔들고 있으면 아침 먹이를 찾아 나선 왕잠자리를 만날 수 있다. 먹이를 찾아 저수지를 빙빙 돌던 배고픈 왕잠자리가 작은 잠자리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순간, 두 잠자리는 잠시 뒤엉키며 땅으로 떨어져 구르게 되는데 이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한다. 이 때 현장을 손으로 덮치면 힘들지 않고 왕잠자리를 잡을 수가 있다. 처음으로 포획한 이 왕잠자리는 본격적인 왕잠자리 떼 사냥을 위한 미끼가 되는 것이다.
이 때는 암놈 왕잠자리를 잡으면 좋다. 수놈을 잡았을 경우에는 잠자리의 몸통에 물감을 칠해 암놈처럼 위장을 한 후 다리에 실을 묶어서 왕잠자리 사냥을 시작하게 된다. 왕잠자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쉽다. 수놈은 날개가 투명하고 몸통이 파랑색과 하늘색이 강한데 반해 암놈은 갈색에 가까운 날개를 가졌고 몸통이 통통하고 갈색과 연두색이 강하다.
물감으로 암컷으로 위장한 왕잠자리를 실에 묶고 저수지에서 이리저리 흔든다. 그러면 저수지 주위를 빙빙 돌던 왕잠자리 수놈은 이것을 암놈으로 착각하여 달려든다. 이들이 한데 엉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으로 가볍게 잡으면 된다.
이 때 잠자리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가 있다. 이미 실에 묶여 있는 상태라 날아갈 수 없는데도 수놈은 암놈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자유의 몸인 수놈마저도 암놈을 포기하지 못한 대가로 사람의 손에 잡히게 된다.
잠자리의 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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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잠자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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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수놈 잠자리가 암놈에게 달려드는 것은 교미를 하기 위함이다. 이왕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으니 잠자리의 교미에 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자리의 교미 방법은 종류마다 약간씩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수컷이 꼬리로 암컷의 머리나 목을 잡으면 암컷은 자신의 꼬리를 앞으로 꼬부려 수컷과 합한다. 이 때 수놈과 암놈의 모습은 마치 하트 모양처럼 된다. 다시 말하면 잠자리는 암컷의 협조 없이는 교미가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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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 중인 왕잠자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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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교미가 끝나면 알을 낳게 된다. 수컷은 암컷을 자신의 꼬리에 달고 다니며 암컷이 알을 낳기 좋은 위치를 찾는다. 명당을 발견하면 암컷은 꼬리를 물에 잠그고 수초에 알을 낳는다. 수놈은 암컷이 알을 낳는 주변을 빙빙 돌며 다른 잠자리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그것은 암컷의 몸 속에 다른 잠자리의 정자가 들어가게 되면 먼저 들어가 있던 정자가 죽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자를 지키기 위해서 보초를 서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아주 쉽게 잠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은 두 잠자리가 알을 낳는 순간에 동작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이 때도 수놈은 암놈을 버리고 쉽게 도망갈 수 있음에도 잡히는 그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부부교환 섹스'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잠자리는 지나가다(?) 만나서 별 의미 없이 동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놈의 정자가 침입하지 못하게 목숨을 걸고 암놈을 지킨다.
이런 이야기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과 잠자리를 비교한다면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은 다른 동물이 인간을 존경하여 붙여 준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말이다. 그러니 인간 스스로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 |
첫댓글 김선생!. 어릴때 대남자리 (왕잠자리) 잡으며 오다리!. 오다리!. 하고 외치곤 했는데 그뜻이 무엇인가 아는가?. 일본어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