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할머니의 팡도르> 삶과 죽음은 변반 다르지 않다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함께 읽기
'삶과 죽음'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던 선배님이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을 함께 읽을 사람을 모집했어요. 얼른 손을 들고 책을 구입하고 함께 책을 읽은 지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책을 같이 읽자고 한 이유 중 하나는 900쪽이나 되는 벽돌책이라는 것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저녁 8시 zoom에서 만나 돌아가면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있어요. 두 달 동안 읽었는데 이제 270쪽 정도 읽었어요. 올해 안에는 다 읽을 수 있겠지요.
이 세상에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말처럼 나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확실성은 있는데 언제 어떻게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어요. '죽음'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기도 하고요.
"태양과 죽음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로슈푸코의 말)의 말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태양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허무하게 여겨지면서 마음이 무겁고 어두워진다.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고 해서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지금 당면한 과제도 해결하기 바쁜 삶인데, 어찌 먼 미래의 죽음에 대해서 고민할 것인가? 죽음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주제이다.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프롤로그 중에서
<할머니의 팡도르> 그림책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밥풀님이 <동물들의 장례식>,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오소리의 이별 선물>, <할머니의 팡도르> 그림책을 추천해 주었어요.
그중 <할머니의 팡도르> 책이 요즘 내 주변 상황과 맞아서 그런지 와 닿았습니다.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 외딴집에 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매일 고단한 날들을 보냈어요. 셀 수 없이 많은 주름이 생겼고 몸은 종잇장처럼 점점 가늘어져가고 있는데 죽음이 잊어버렸는지 데리러 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마을 곳곳에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어요. 외딴집에 사는 할머니집 부엌에서는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크리스마스 빵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이때 검은 그림자가 외딴집 문을 두드렸어요. 바로 죽음의 사신이 쑤욱~ 들어와서는
"나랑 갑시다." 하고 검은 자루를 벌여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했어요.
"아이고 사신 씨, 뭐가 그리 급해요. 잠깐 기다려 줘요. 이제 막 크리스마스 빵에 넣을 소가 완성될 참이라고요. 이것만 마저 합시다." 하며 들고 있던 나무 주걱을 사신의 입속으로 쑥 밀어 넣었어요. 사신은 달콤함을 맛보았지요.
빵을 완성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할머니가 청했어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서 화가 난 사신은 사흘만에 다시 외딴집으로 찾아가서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했어요. 죽음이란 늘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아직 완벽하게 만들어진 빵은 아니지만, 빵맛을 보여주겠다고 할머니가 말하죠. 온갖 풍미가 가득한 빵을 맛본 사신은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팔을 뻗었어요.
"잠깐만요. 오븐에 아몬드와 헤이즐넛이 있어요. 얼른 꺼낼게요. 안 그랬다간 다 타 버릴 테니."
이 아몬드는 마을 아이들에게 줄 누가를 만들 거라고 하면서 바삭한 누가가 되려면 하루가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신은 하루쯤이야 하고는 돌아갔어요. 다음날 다시 찾아온 사신에게 새 옷을 입게 하고, 아이들을 맞이해서 누가를 먹게 합니다.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고 있던 사신은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부엌에서 반죽을 하던 할머니는 하루만 더 있으면 금빛으로 빛나는 팡도르가 완성될 것이니 하루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사신은 또 하루 더 기다리기로 하고 외딴집을 나섰어요.
그 다음 날은 크리스마스날이기도 했어요. 할머니 집 부엌에는 아이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백파이프 선율이 흘렀고, 하얀 천이 깔린 식탁 위에는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했어요. 작은 촛불과 눈처럼 흩뿌려진 아이싱 쿠키, 바삭하게 구운 찰다가 놓여 있었지요. 그 사이에 할머니의 금빛 팡도르가 별처럼 가득 빛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할머니의 빵과 과자를 맛보았어요.
할머니는 핫초코가 든 따뜻한 사발을 사신에게 내밀었어요. 이제 사신은 무슨 수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어요.
"이제 갑시다."
이젠 할머니가 먼저 말을 하고는 사신의 자루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할머니는 강 너머로 사라졌어요.
<할머니의 팡도르>는 이탈리아 베파나 전설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성 니콜라스 축일인 1월 6일에 아이들이 베파나 할머니의 선물을 받는 전통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대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스폰가타, 누가, 팡도르를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대요. 그 숙성하는 과정을 사신이 기다려 준 거지요.
눈 앞에 다가온 죽음을 하루하루 유예하는 할머니와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디저트에 점점 빠져드는 사신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 <할머니의 팡도르> 읽고 나서
▶ 죽음을 기다리는 일주일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줄 누가를 만들고 팡도르를 만들어 함께 나눠먹고, 레시피를 알려주기 위해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했어요. 나를 데리러 온 죽음의 사신에게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할까요?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작별 인사 나누기, 풀리지 않은 관계 속에 있던 사람들과도 인사나누기, 가족들과 인사나누기, 내 물건 정리하기(잡동사니가 너무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정리하기), 가족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여행가서 맛있는 것 먹고 이야기 나누기~
이 정도로 현실감 없는 생각만 떠오릅니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자연사를 할 경우에 해당 하겠지요.
▶ 죽음 준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도 딸들에게 누누히 얘기해 뒀어요. 엄마가 늙어서 또는 사고로 인해서 연명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말해 두었어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작성을 해 둬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한다는 거에요.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 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버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비로서 법적 효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말로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구요. 금천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금천지사에 가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22년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흡인성 폐렴으로 고생하셨을 때 병원에서는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일 아침까지 결정해서 오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친정아버지는 중환자실에 계시고, 병원 밖에 있는 자식들이 그 결정을 해야 하더라고요. 너무나도 무겁고 힘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생전에 본인의 생각을 정해 놓는 것은 남아있는 자식들이 죄의식을 갖지 않게 하는 것 같아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꼭 작성해 두려고요.
▶ 9988234
누구나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다가 죽는 삶을 원할 거에요. 당연히 잠자듯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라죠. 지인의 시어머니의 기도는 늘 '잠자듯이 가게 해 주세요.' 였다고 해요. 이렇게 죽는 것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게 죽는 것이죠.
▶ 노화되어 가는 과정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오지요.
시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가신지 2주일이 되었어요. 몇 년 전부터 음식이 맛없다 하시고는 적은 양의 식사를 하시고 있고, 어지러움증이 있어서 주저 앉았는데 그 이후로는 혼자서 걷기 힘들게 되었어요.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요추 5번이 골절되었다고 해서 치료하고 있는 중입니다. 혼자서 화장실에 다닐 수 있었는데 며칠 사이에 휠체어를 타야만 했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며칠 사이 노화되어 가는 것이 눈에 확 띠었어요.
▶ 내 의지대로 살다가 가고 싶은데
나이 들어 병원에 입원을 하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의사를 만나고,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의사가 말하는 대로 따라서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병간호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은 모두 가족의 몫이더라고요. 내 의지, 내 생각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고, 가족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 의지대로 살다가 내 결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것은 허황되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친구, 45세 사촌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두 번의 아찔한 교통사고를 당한 나를 보면서 죽음이란 게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니고, 먼 훗날의 것이 아니고, 바로 내일이라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죽음은 늘 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잘 죽기 위해서는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은 죽음을 배경으로 할 때 가장 잘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소중한 삶을 의미있게 잘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죽음의 운면은 바꿀 수 없어도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은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의 심리학> 벽돌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실천해 보는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김현실